1 00:00:22,322 --> 00:00:25,492 믿음의 힘을 절대 과소평가해선 안 됩니다 2 00:00:29,396 --> 00:00:30,964 전 벤다 출신이에요 3 00:00:32,698 --> 00:00:34,601 신화적인 전통이 깃든 곳이죠 4 00:00:39,139 --> 00:00:44,077 치벤다어로는 천산갑을 '콰라'라고 합니다 5 00:00:46,913 --> 00:00:49,549 우리 어르신들은 6 00:00:51,017 --> 00:00:53,186 천산갑이 하늘에서 내려와 7 00:00:53,753 --> 00:00:58,024 비늘을 떨며 천둥을 일으킨다고 믿습니다 8 00:01:11,071 --> 00:01:13,973 천산갑은 비를 몰고 와요 9 00:01:21,014 --> 00:01:23,483 천산갑을 보면 10 00:01:23,550 --> 00:01:25,351 복을 받는다고들 믿죠 11 00:01:32,725 --> 00:01:36,896 천산갑은 신의 선물이거든요 12 00:01:44,037 --> 00:01:50,977 "천산갑: 쿨루의 여정" 13 00:01:59,919 --> 00:02:05,358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14 00:02:10,562 --> 00:02:11,764 천산갑을 알기 전 15 00:02:13,099 --> 00:02:15,568 저는 제 인생에서 16 00:02:15,635 --> 00:02:17,804 "개러스 토머스 천산갑 보호 봉사자" 17 00:02:17,871 --> 00:02:22,342 좀 더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은 시기에 있었어요 18 00:02:25,845 --> 00:02:28,381 천산갑에게는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19 00:02:29,749 --> 00:02:31,985 천산갑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죠 20 00:02:39,292 --> 00:02:43,296 하지만 아직 야생에서 천산갑을 본 적은 없어요 21 00:02:46,032 --> 00:02:49,702 불법 야생동물 거래에서 구조된 녀석들만 봤죠 22 00:02:52,572 --> 00:02:55,375 기지마도 그렇게 만났어요 23 00:03:06,686 --> 00:03:10,023 이 독특한 포유류 8종은 모두 24 00:03:10,089 --> 00:03:12,926 전통 중국 약재용으로 끊임없이 포획되고 있습니다 25 00:03:12,992 --> 00:03:14,928 "레이 잰슨 교수 천산갑 생태학자, 츠와네공과대" 26 00:03:21,668 --> 00:03:27,040 상업용 약재 최대 60종에 천산갑의 비늘이 사용됩니다 27 00:03:32,912 --> 00:03:37,116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불법 거래가 지속된다면 28 00:03:37,183 --> 00:03:39,752 20~30년 후 천산갑은 멸종될 겁니다 29 00:03:53,833 --> 00:03:57,437 천산갑을 팔려는 밀매업자들 첩보가 들어오면 30 00:03:57,503 --> 00:03:59,739 그때 위장 수사가 시작돼요 31 00:04:08,748 --> 00:04:11,985 레이가 구매자로 위장해서 업자들을 유인하죠 32 00:04:19,791 --> 00:04:21,661 좋아, 대기해 33 00:04:23,630 --> 00:04:25,198 진입해, 진입! 34 00:04:26,232 --> 00:04:27,400 지금이야! 35 00:04:28,134 --> 00:04:30,003 일어나! 36 00:04:44,083 --> 00:04:45,752 일주일 동안 가지고 있었대요 37 00:04:48,154 --> 00:04:50,023 - 너무 가벼워요 - 작네요 38 00:04:54,994 --> 00:04:58,598 기지마는 아기였어요, 너무 작았죠 39 00:05:02,101 --> 00:05:03,736 정말이지 놀라워요 40 00:05:04,671 --> 00:05:09,175 얘들이 얼마나 순수한지 직접 보고 겪어보면요 41 00:05:10,977 --> 00:05:14,314 얘들의 유일한 방어 수단은 몸을 둥글게 마는 거예요 42 00:05:17,950 --> 00:05:19,118 천산갑은 달릴 수도 43 00:05:19,952 --> 00:05:21,454 물 수도 없어요 44 00:05:22,021 --> 00:05:24,357 안녕, 친구, 이제 안전해 45 00:05:24,424 --> 00:05:26,192 너무나도 무해하죠 46 00:05:31,798 --> 00:05:37,070 죽임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동물을 살리는 데 일조한 거예요 47 00:05:37,136 --> 00:05:38,738 진짜 좋은 일 한 거죠 48 00:05:38,805 --> 00:05:40,973 "틀랑겔라니 므카츠와 환경 관리 조사관, 가우텡 환경부" 49 00:05:51,617 --> 00:05:54,821 전에는 위장 수사가 끝나면 엄청 흥분됐었어요 50 00:05:56,422 --> 00:05:57,490 뭔가 남자다운 느낌이랄까 51 00:05:58,458 --> 00:06:00,126 근데 지금은 트라우마만 남아요 52 00:06:01,961 --> 00:06:05,298 녀석이 겪는 고통을 알거든요 53 00:06:07,667 --> 00:06:11,437 그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죽는 동물들도 있어요 54 00:06:17,076 --> 00:06:22,382 "요하네스버그 야생동물 병원" 55 00:06:25,418 --> 00:06:29,922 구조 시에 어떤 상태인지는 절대 알 수가 없어요 56 00:06:33,159 --> 00:06:34,527 밀렵은 엄청난 트라우마예요 57 00:06:34,594 --> 00:06:37,630 자신들만의 작은 낙원에서 강제로 끌려 나오는 일이니까요 58 00:06:38,231 --> 00:06:40,233 - 아뇨, 날짜가… - 네, 날짜요 59 00:06:41,067 --> 00:06:42,902 그러고는 함부로 다뤄지면서 60 00:06:42,969 --> 00:06:44,804 고함에 음악, 각종 소음까지 끔찍한 시간을 겪죠 61 00:06:44,871 --> 00:06:46,272 "니키 라이트 야생동물 재활 전문가" 62 00:06:46,339 --> 00:06:47,473 "아프리카 천산갑 보호 협회" 63 00:06:53,045 --> 00:06:55,081 기지마는 아주 작았어요 64 00:06:56,449 --> 00:06:57,683 안쓰러웠죠 65 00:06:57,750 --> 00:07:00,653 아직 어미와 있어야 할 월령이었으니까요 66 00:07:03,022 --> 00:07:04,857 "천산갑 보호소 외부 비공개 장소" 67 00:07:04,924 --> 00:07:07,827 천산갑 한 마리당 봉사자 한 명이 배정돼요 68 00:07:12,165 --> 00:07:15,368 혼자 생활하는 동물이라 매우 예민하죠 69 00:07:18,805 --> 00:07:21,774 잔뜩 겁에 질린 모습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70 00:07:24,510 --> 00:07:27,180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겠구나 71 00:07:27,246 --> 00:07:28,181 이리 오렴 72 00:07:29,015 --> 00:07:31,651 손이 아주 많이 가겠어 73 00:07:33,152 --> 00:07:37,657 더더욱 충격적인 일을 겪었을지도 몰라요 74 00:07:40,259 --> 00:07:44,630 이 가엾은 작은 동물은 완전히 공포에 질려있죠 75 00:07:45,731 --> 00:07:46,699 그래 76 00:07:47,633 --> 00:07:49,969 괜찮아 77 00:07:50,736 --> 00:07:52,672 괜찮아, 친구 78 00:07:54,307 --> 00:07:55,975 2007년 이후로 79 00:07:56,042 --> 00:07:59,545 천산갑 100마리 정도를 야생으로 돌려보냈어요 80 00:08:03,483 --> 00:08:05,885 전에는 며칠 동안 보호하면서 81 00:08:05,952 --> 00:08:09,755 수액을 맞히고 최대한 빨리 내보내려고 했죠 82 00:08:09,822 --> 00:08:11,224 별다른 방사 절차 없이요 83 00:08:11,991 --> 00:08:14,126 하지만 지금 방식은 전혀 달라요 84 00:08:14,193 --> 00:08:16,262 지금껏 어렵게 배운 교훈들 때문이죠 85 00:08:27,340 --> 00:08:30,176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바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86 00:08:30,243 --> 00:08:31,744 천산갑들이 목숨을 잃었어요 87 00:08:32,544 --> 00:08:33,712 변화가 너무 컸던 거죠 88 00:08:37,183 --> 00:08:41,554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 필요했어요 89 00:08:41,621 --> 00:08:43,389 야생 천산갑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곳이요 90 00:08:45,791 --> 00:08:49,095 저희는 그런 천산갑 쉼터를 꿈꿔왔고 91 00:08:49,161 --> 00:08:51,097 적절한 장소를 찾고 있었습니다 92 00:08:55,668 --> 00:08:58,004 "라팔랄라 야생동물보호구역 요하네스버그 북쪽 300㎞ 지점" 93 00:08:58,070 --> 00:09:00,439 라팔랄라 보호구역은 아주 아름다워요 94 00:09:03,109 --> 00:09:06,479 산과 습지, 초원까지 있죠 95 00:09:13,185 --> 00:09:15,621 정말 다양한 종류의 개미도 살아요 96 00:09:20,526 --> 00:09:23,696 어린 천산갑들이 머물기에 최적의 장소가 될지 몰라요 97 00:09:29,168 --> 00:09:31,837 우리는 기지마를 거기로 데려가기로 했고 98 00:09:33,639 --> 00:09:35,775 개러스가 동행하기로 했어요 99 00:09:40,446 --> 00:09:44,350 제대로 해내지 못할까 봐 너무 두려워요 100 00:09:45,718 --> 00:09:50,590 이렇게 연약한 존재를 돌보게 된 건 처음이거든요 101 00:09:50,656 --> 00:09:53,059 그래, 버티렴, 다 왔어 102 00:09:53,125 --> 00:09:56,996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103 00:10:00,900 --> 00:10:05,705 하지만 기지마를 돌보는 건 절대 쉽지 않았죠 104 00:10:08,040 --> 00:10:13,446 "라팔랄라 터치스톤 캠프 천산갑 쉼터 후보지" 105 00:10:21,887 --> 00:10:22,722 안녕 106 00:10:25,591 --> 00:10:26,892 그래 107 00:10:28,661 --> 00:10:31,330 새집에 온 걸 환영해 108 00:10:32,098 --> 00:10:33,599 여기가 네 새집이야 109 00:10:34,967 --> 00:10:37,703 안녕, 작은 친구 110 00:10:38,804 --> 00:10:40,940 산책 갈 준비 됐어? 111 00:10:42,441 --> 00:10:43,542 산책 갈래? 112 00:10:43,609 --> 00:10:46,045 온갖 트라우마를 겪었으니 113 00:10:46,112 --> 00:10:49,215 우리가 하는 일의 많은 부분은 114 00:10:49,281 --> 00:10:52,251 마음을 치료하는 거예요 115 00:10:53,452 --> 00:10:55,521 "1일 차 체중: 3.3㎏, 기지마(쿨루)" 116 00:10:55,588 --> 00:10:58,624 기지마는 3㎏ 정도였어요 117 00:11:01,794 --> 00:11:05,464 6.5㎏는 돼야 방사할 수 있죠 118 00:11:05,531 --> 00:11:06,365 갈까? 119 00:11:06,432 --> 00:11:12,605 몇 년이나 시행착오를 거쳐 결정된 무게예요 120 00:11:13,172 --> 00:11:17,276 천산갑이 너무 작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121 00:11:17,343 --> 00:11:19,011 어렵게 배워왔죠 122 00:11:22,214 --> 00:11:25,885 처음 라팔랄라에 데리고 나왔을 때 기지마는 그저 달렸어요 123 00:11:28,120 --> 00:11:29,522 어디 가? 124 00:11:29,588 --> 00:11:30,690 빠르더라고요 125 00:11:32,725 --> 00:11:34,026 거기 울타리 있어 126 00:11:37,129 --> 00:11:39,098 조심해, 울타리에 걸리겠다 127 00:11:39,732 --> 00:11:41,701 헬리콥터 아빠처럼 굴었죠 128 00:11:42,435 --> 00:11:44,270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어요 129 00:11:44,336 --> 00:11:46,772 이 녀석이 기지마랍니다 130 00:11:47,840 --> 00:11:49,942 기지마가 가네요 131 00:11:52,845 --> 00:11:55,514 수영하려고? 응? 132 00:11:56,782 --> 00:11:57,783 조심해 133 00:11:58,684 --> 00:12:00,386 친구야, 조심해 134 00:12:02,621 --> 00:12:06,926 자리를 잡고 먹이를 찾는 게 가장 강한 본능이 아니더라고요 135 00:12:08,427 --> 00:12:11,564 그냥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136 00:12:27,046 --> 00:12:31,417 제가 곁에 있는 걸 불편해하더라고요 137 00:12:40,559 --> 00:12:43,362 기지마는 오직 본능을 따랐죠 138 00:12:43,429 --> 00:12:45,798 애정 표현도, 장난도 없이 139 00:12:46,732 --> 00:12:50,336 오로지 도망치는 게 가장 강한 본능이었어요 140 00:13:02,248 --> 00:13:06,552 테밍크천산갑인데 아직 온전히 두 발로 걷진 못해요 141 00:13:09,388 --> 00:13:10,856 그래서 걸을 때 142 00:13:10,923 --> 00:13:14,627 아직도 팔로 몸을 많이 지탱하죠 143 00:13:22,334 --> 00:13:26,138 천산갑은 8,500만 년 동안 지구에 존재해 왔어요 144 00:13:27,139 --> 00:13:29,441 공룡과 함께 진화했죠 145 00:13:32,845 --> 00:13:34,180 천산갑은 뒷다리로 걸어요 146 00:13:34,246 --> 00:13:37,316 티라노처럼 앞다리 두 개를 살짝 들고 다니죠 147 00:13:43,189 --> 00:13:46,725 딱딱한 비늘로 덮인 포유류는 천산갑뿐입니다 148 00:13:47,359 --> 00:13:50,896 그것만으로도 정말 희귀한 존재죠 149 00:13:53,065 --> 00:13:57,903 천산갑은 멸종 위기에 처한 고대 생물이에요 150 00:13:58,504 --> 00:14:01,974 마치 유니콘 같은 생명체죠 151 00:14:02,474 --> 00:14:04,643 정말 그래요, 너무나 희귀합니다 152 00:14:09,915 --> 00:14:13,152 효율적이게도 천산갑은 인간처럼 입을 벌리지 못해요 153 00:14:15,955 --> 00:14:19,391 아주 작은 구멍을 통해 혀를 내밀죠 154 00:14:21,227 --> 00:14:24,196 먹이는 말 그대로 개미와 흰개미입니다 155 00:14:24,263 --> 00:14:25,130 그게 전부예요 156 00:14:32,338 --> 00:14:34,240 천산갑은 청력이 대단히 좋아요 157 00:14:36,809 --> 00:14:38,477 시력은 무척 나쁘고요 158 00:14:43,616 --> 00:14:47,586 후각은 개보다도 뛰어나죠 159 00:14:53,192 --> 00:14:54,860 성대가 없습니다 160 00:14:55,928 --> 00:14:57,363 그래서 소리를 못 내죠 161 00:14:59,098 --> 00:15:01,100 주로 야행성이에요 162 00:15:01,934 --> 00:15:03,202 굴에서 자고요 163 00:15:04,370 --> 00:15:06,739 5m 거리에 있다 해도 알아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164 00:15:09,308 --> 00:15:10,910 눈에 띄지 않거든요 165 00:15:15,614 --> 00:15:18,350 암컷 천산갑은 1년에 새끼를 한 마리만 낳아요 166 00:15:19,952 --> 00:15:22,721 헌신적으로 새끼를 돌보죠 167 00:15:24,089 --> 00:15:26,926 어미는 새끼를 6~7개월 동안 돌봅니다 168 00:15:28,260 --> 00:15:30,663 어느 정도 큰 새끼들이 굴에서 나올 때면 169 00:15:31,230 --> 00:15:34,767 어미의 등에 업혀 고형식 먹는 법을 익히고 170 00:15:34,833 --> 00:15:35,935 먹이 찾는 법을 배워요 171 00:15:37,403 --> 00:15:39,405 그러고는 독립하죠 172 00:15:53,886 --> 00:15:55,521 천산갑과의 생활은 173 00:15:56,455 --> 00:15:58,090 아주 조용합니다 174 00:16:01,860 --> 00:16:05,531 녀석의 생활 패턴에 맞춰 175 00:16:06,398 --> 00:16:08,801 제 일상을 완전히 바꿨죠 176 00:16:12,771 --> 00:16:16,308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나요 177 00:16:17,609 --> 00:16:18,677 그러고는 178 00:16:19,244 --> 00:16:22,081 행정 업무, 사업 일을 합니다 179 00:16:24,383 --> 00:16:28,053 그러면서 녀석의 상자 긁는 소리를 기다리죠 180 00:16:40,499 --> 00:16:41,567 안녕, 친구 181 00:16:43,202 --> 00:16:45,738 안녕, 착하지 182 00:16:46,905 --> 00:16:48,307 이리 와봐 183 00:16:49,441 --> 00:16:51,377 친구야, 가자 184 00:16:51,443 --> 00:16:55,748 개미 한 접시를 들이밀어도 천산갑은 먹지 않을 거예요 185 00:16:55,814 --> 00:16:58,183 하품도 잘하는구나, 가자 186 00:16:58,250 --> 00:16:59,918 먹이를 먹게 할 유일한 방법은 187 00:16:59,985 --> 00:17:02,154 천산갑을 땅에 내려놓고 직접 먹이를 찾게 하는 것뿐이죠 188 00:17:02,221 --> 00:17:04,323 좋아, 가보자 189 00:17:05,023 --> 00:17:05,858 가자 190 00:17:06,925 --> 00:17:09,828 그래, 가보렴, 친구 191 00:17:11,030 --> 00:17:11,964 가봐 192 00:17:22,441 --> 00:17:26,211 개미를 찾으려면 개미를 잘 알아야 합니다 193 00:17:28,380 --> 00:17:30,516 기지마가 저를 이끌었죠 194 00:17:32,951 --> 00:17:35,654 지구 표면의 세계 195 00:17:36,989 --> 00:17:38,290 그 아래의 세계로요 196 00:17:44,063 --> 00:17:46,665 개미와 천산갑은 이 지하 왕국을 공유해요 197 00:17:54,640 --> 00:17:56,175 어마어마한 집이네요 198 00:17:57,342 --> 00:17:59,711 캐스웰은 개미 박사예요 199 00:17:59,778 --> 00:18:01,647 - 사바나가시개미네요 - 그렇군요 200 00:18:01,713 --> 00:18:04,383 개미의 세계에 푹 빠졌죠 201 00:18:04,450 --> 00:18:07,152 저도 천산갑처럼 개미에 관심이 많답니다 202 00:18:07,219 --> 00:18:08,053 "캐스웰 무냐이 박사" 203 00:18:08,120 --> 00:18:09,621 "콰줄루나탈대학교 개미 연구소 설립자" 204 00:18:09,688 --> 00:18:12,658 개미학은 간단히 말해 개미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205 00:18:17,396 --> 00:18:21,767 저는 자연환경의 법칙을 책으로 배우지 않았어요 206 00:18:24,870 --> 00:18:28,340 무벤다 출신 아이였으니 207 00:18:28,407 --> 00:18:29,675 숲과 들이 제 놀이터였죠 208 00:18:36,582 --> 00:18:39,918 너른 들판이 있었고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었어요 209 00:18:40,486 --> 00:18:42,254 동물들이 많았죠 210 00:18:45,457 --> 00:18:48,494 그렇게 오랜 시간 자연에서 지냈어도 211 00:18:49,061 --> 00:18:50,662 천산갑을 본 적은 없었어요 212 00:18:56,101 --> 00:18:59,938 처음 천산갑을 봤을 때는 개러스와 함께였어요 213 00:19:04,910 --> 00:19:06,545 너무 놀랍더라고요 214 00:19:11,750 --> 00:19:13,585 이렇게나 신비로운 동물이라니 215 00:19:15,120 --> 00:19:19,458 천산갑의 외양에서는 여러 동물의 특징이 보여요 216 00:19:22,561 --> 00:19:24,930 이 세상 동물이 아닌 것 같았죠 217 00:19:45,984 --> 00:19:49,688 저는 현재 라팔랄라에서 장기 연구를 하고 있어요 218 00:19:50,189 --> 00:19:53,492 연구 주제는 기후 변화에 따른 개미의 반응 방식이죠 219 00:19:53,992 --> 00:19:56,695 저기 한 놈 보이네요, 작은 거요 220 00:19:57,763 --> 00:19:59,064 그렇군요 221 00:20:02,034 --> 00:20:04,736 개미는 사회적 동물에 속해요 222 00:20:04,803 --> 00:20:06,271 우리 인간처럼요 223 00:20:07,139 --> 00:20:08,707 모두 한 집안 출신이죠 224 00:20:09,775 --> 00:20:11,777 여왕개미는 건국의 어머니와 같아요 225 00:20:14,613 --> 00:20:16,848 여왕개미는 엄마고, 곧 법이죠 226 00:20:16,915 --> 00:20:20,118 터미네이터 같은 자식들은 227 00:20:20,185 --> 00:20:21,920 그저 명령에 복종합니다 228 00:20:21,987 --> 00:20:25,524 개미들이 하는 모든 일은 오직 군집의 번영을 위해서예요 229 00:20:29,494 --> 00:20:32,231 밖에서 보이는 개미들은 다 암컷이에요 230 00:20:32,931 --> 00:20:34,700 모두 자매죠 231 00:20:34,766 --> 00:20:36,635 개미들이 꼭 서로 대화하는 것 같아요 232 00:20:37,803 --> 00:20:40,405 - 가끔 몸을 다듬어줘요 - 서로를 단장해 준다고요? 233 00:20:40,472 --> 00:20:41,673 네, 몸단장을 해주죠 234 00:20:45,644 --> 00:20:49,248 보통은 어른 개미들이 많이 보여요 235 00:20:50,682 --> 00:20:53,652 갓 태어난 새끼들이랑 다른 개미들은 개미집에 있죠 236 00:20:56,922 --> 00:20:59,524 성숙한 개미 군집에서는 237 00:20:59,591 --> 00:21:03,996 나이가 많을수록 더 위험한 일을 하는 것 같아요 238 00:21:13,705 --> 00:21:16,842 코가 땅에 닿아 있으면 음식을 찾는다는 뜻이에요 239 00:21:17,409 --> 00:21:22,414 단단한 땅속 30㎝ 아래에 있는 개미의 냄새도 맡을 수 있죠 240 00:21:27,019 --> 00:21:29,621 이 유충을 찾고 있는 거예요 241 00:21:29,688 --> 00:21:31,890 작은 쌀알처럼 생긴 것들요 242 00:21:31,957 --> 00:21:33,225 네, 개미알이죠 243 00:21:33,292 --> 00:21:34,126 맞아요 244 00:21:35,927 --> 00:21:37,062 만찬을 즐기네요 245 00:21:39,898 --> 00:21:41,667 천산갑한테는 아이스크림 같은 거죠 246 00:21:43,368 --> 00:21:45,671 개미들이 공황에 빠지는군요 247 00:21:50,242 --> 00:21:53,745 개미들 입장에서 보면 거대한 용이 와서 248 00:21:53,812 --> 00:21:56,515 작살을 내는 느낌일 거예요 249 00:22:02,487 --> 00:22:04,990 개미들은 새끼를 구하려고 할 거예요 250 00:22:06,825 --> 00:22:08,293 알과 유충을 들어서 251 00:22:08,360 --> 00:22:10,829 최대한 빨리 천산갑의 공격을 피해 252 00:22:10,896 --> 00:22:12,431 먼 곳으로 옮기려 하죠 253 00:22:21,273 --> 00:22:23,141 개미들이 천산갑의 혀를 물면 254 00:22:23,809 --> 00:22:26,712 앞발 사이로 혀를 집어넣어 개미들을 떼어냅니다 255 00:22:35,187 --> 00:22:38,323 혀를 매듭처럼 말아버리기도 하고요 256 00:23:00,479 --> 00:23:01,880 먹기는 하더라고요 257 00:23:02,714 --> 00:23:04,249 확실히 먹기는 했어요 258 00:23:05,050 --> 00:23:06,918 그래도 도망가고 싶어 했죠 259 00:23:11,757 --> 00:23:14,559 부담감이 컸어요 260 00:23:15,060 --> 00:23:19,664 녀석을 무사히 돌려보내는 데 많은 게 걸려있었거든요 261 00:23:19,731 --> 00:23:20,866 "2개월 4일 차, 체중: 3.8㎏" 262 00:23:20,932 --> 00:23:25,570 우리는 여기를 천산갑 쉼터로 조성하려고 하는데 263 00:23:27,305 --> 00:23:29,274 혹시나 잘못되면 264 00:23:29,341 --> 00:23:32,377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거예요 265 00:23:38,984 --> 00:23:41,953 산책 장소 주변에는 전기 울타리가 있어요 266 00:23:47,092 --> 00:23:50,262 가장 낮은 전선이 지면 20㎝ 높이에 있는데 267 00:23:50,829 --> 00:23:54,800 뒷다리로 걸어가는 천산갑의 연약한 아랫배를 268 00:23:54,866 --> 00:23:57,269 때리기에 딱 좋은 높이죠 269 00:23:57,335 --> 00:24:00,705 전기 충격이 가해지면 본능적으로 몸을 말 거예요 270 00:24:01,273 --> 00:24:02,107 그럼 이렇게 있다가… 271 00:24:04,309 --> 00:24:05,277 끝내 죽고 말죠 272 00:24:07,312 --> 00:24:10,482 이 나라에서 천산갑이 감전사로 죽는 비율은 273 00:24:10,549 --> 00:24:13,418 불법 거래로 죽는 비율보다 6~7배는 높습니다 274 00:24:18,523 --> 00:24:22,828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제가 잠시 한눈을 팔았어요 275 00:24:27,666 --> 00:24:29,634 녀석은 그걸 기회라고 봤나 봐요 276 00:24:31,036 --> 00:24:33,205 울타리 쪽으로 바로 몸을 돌리더군요 277 00:24:35,707 --> 00:24:39,010 전 뒤로 몸을 던져서 울타리에서 밀어내려고 했어요 278 00:24:41,847 --> 00:24:45,183 순간 전류가 제 몸을 통과해서 녀석을 감전시키고 말았죠 279 00:24:47,219 --> 00:24:48,053 친구 280 00:25:01,032 --> 00:25:03,902 미친 듯이 몸을 떨더라고요 281 00:25:07,706 --> 00:25:08,740 괜찮아, 응? 282 00:25:10,375 --> 00:25:11,276 막 이랬죠 283 00:25:24,589 --> 00:25:28,560 문제는 감전된 게 울타리 때문이 아니라 284 00:25:28,627 --> 00:25:30,962 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285 00:25:32,297 --> 00:25:35,300 괜찮아, 나야, 친구 286 00:25:35,967 --> 00:25:37,435 나야, 나 287 00:25:38,537 --> 00:25:41,973 괜찮아, 나야 288 00:25:43,808 --> 00:25:44,676 친구야 289 00:25:46,044 --> 00:25:48,280 일단은 시간을 줘야 했어요 290 00:26:02,127 --> 00:26:03,461 기분이 너무 안 좋더라고요 291 00:26:03,528 --> 00:26:07,999 저런, 괜찮아, 친구, 나야, 나 292 00:26:11,403 --> 00:26:13,738 저 자신에게 실망했어요 293 00:26:25,016 --> 00:26:29,988 전 평생 부족한 인간이라는 두려움을 안고 살았어요 294 00:26:33,224 --> 00:26:36,761 학교생활이 힘들었죠 너무 산만했거든요 295 00:26:36,828 --> 00:26:38,396 가만히 앉아있지도 못했어요 296 00:26:43,201 --> 00:26:45,070 그러다 반항기가 생겼죠 297 00:26:45,604 --> 00:26:48,673 고등학교를 두세 군데 옮겨 다니다 298 00:26:48,740 --> 00:26:50,842 결국 자퇴했어요 299 00:26:54,112 --> 00:26:57,649 무려 3년이나 포커로 밥벌이를 했어요 300 00:27:00,418 --> 00:27:01,252 파티를 벌였죠 301 00:27:02,954 --> 00:27:04,055 너무 좋았어요 302 00:27:09,461 --> 00:27:13,264 그러다 절친 두 명이 교통사고로 죽은 거에요 303 00:27:17,202 --> 00:27:20,071 가슴이 찢어졌어요 304 00:27:30,215 --> 00:27:33,018 세상과 완전히 단절하게 됐죠 305 00:27:35,420 --> 00:27:37,455 그러면서 천천히 깨달았어요 306 00:27:38,156 --> 00:27:40,525 이대로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걸요 307 00:27:41,059 --> 00:27:43,628 뭐라도 찾아야겠다 싶었죠 308 00:27:52,737 --> 00:27:55,573 어릴 때는 방학마다 짐바브웨로 보내져서 309 00:27:55,640 --> 00:27:57,942 자연에서 놀고는 했어요 310 00:28:03,782 --> 00:28:05,617 지금도 기억이 나요 311 00:28:05,684 --> 00:28:09,454 야생에서 느낀 그 강렬한 해방감이요 312 00:28:15,026 --> 00:28:16,528 이 고요함도요 313 00:28:22,033 --> 00:28:24,302 야생동물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314 00:28:24,903 --> 00:28:26,805 전 요하네스버그에서 사업을 하던 차였죠 315 00:28:27,739 --> 00:28:30,975 원하는 만큼 자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었어요 316 00:28:31,042 --> 00:28:31,910 그래요 317 00:28:31,976 --> 00:28:34,279 그러다 레이를 알게 됐고 318 00:28:34,345 --> 00:28:35,513 레이 손에 이끌려 319 00:28:35,580 --> 00:28:37,315 요하네스버그 야생동물 병원에 가게 됐습니다 320 00:28:38,583 --> 00:28:41,352 거기서 처음으로 천산갑을 봤죠 321 00:28:49,394 --> 00:28:52,664 천산갑을 알기 전과 후로 세상이 나뉘었어요 322 00:29:00,205 --> 00:29:03,074 천산갑들을 매일 산책시키기 시작했어요 323 00:29:10,648 --> 00:29:13,651 얼마나 포근한 녀석들인지 몰라요 324 00:29:17,388 --> 00:29:19,924 제가 평생 배운 가르침은 325 00:29:19,991 --> 00:29:22,594 감정을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거였어요 326 00:29:26,231 --> 00:29:30,401 하지만 인간과 달리 천산갑 앞에서는 327 00:29:31,136 --> 00:29:33,505 마음을 열기가 훨씬 쉽더라고요 328 00:29:38,543 --> 00:29:41,079 천산갑은 누가 나약하다고 뭐라 하지 않아요 329 00:29:41,679 --> 00:29:43,581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줄 뿐이죠 330 00:29:45,617 --> 00:29:48,953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나를요 331 00:30:05,837 --> 00:30:07,839 울타리 감전 사고 이후에 332 00:30:07,906 --> 00:30:10,508 기지마의 용서를 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333 00:30:12,510 --> 00:30:14,579 정원에서 뛰놀고 있으렴 334 00:30:14,646 --> 00:30:16,014 "2개월 25일 차, 체중: 4.3㎏" 335 00:30:16,080 --> 00:30:19,884 신발 좀 신고 올게, 알았지? 336 00:30:20,885 --> 00:30:22,887 울타리 같은 데 올라가지 말고 337 00:30:22,954 --> 00:30:24,222 후딱 올게 338 00:30:30,061 --> 00:30:33,131 천산갑도 인간처럼 개체마다 각기 달라요 339 00:30:34,799 --> 00:30:38,570 굴러다니며 모두와 친구가 되는 천산갑이 있는 반면에 340 00:30:40,638 --> 00:30:44,342 긴장도가 높고 예민한 천산갑도 있죠 341 00:30:46,010 --> 00:30:47,979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는 거예요 342 00:30:58,790 --> 00:31:01,292 줄루어로 '기지마'는 '달리다'라는 뜻이에요 343 00:31:04,395 --> 00:31:08,900 자꾸만 '달려'라고 하면 그 말을 알아들을 수도 있겠죠 344 00:31:11,469 --> 00:31:14,672 '쿨룰라'는 줄루어로 '편하다'는 뜻이에요 345 00:31:17,609 --> 00:31:20,178 그래서 녀석을 쿨루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346 00:31:22,547 --> 00:31:24,415 전혀 통하지는 않았지만요 347 00:31:28,286 --> 00:31:29,921 쿨루는 뭐든 자기 내키는 대로 해요 348 00:31:41,432 --> 00:31:42,367 자 349 00:31:43,067 --> 00:31:46,037 내려줄까? 여기가 좋겠어? 350 00:31:47,639 --> 00:31:50,041 그래, 내려와 봐 351 00:31:50,708 --> 00:31:55,146 저는 나름대로 경계를 만들어주려고 했어요 352 00:31:57,448 --> 00:31:58,883 구획이 나뉜 곳들이 있어요 353 00:31:58,950 --> 00:32:02,153 길로 자연스럽게 영역이 구분되어 있죠 354 00:32:04,656 --> 00:32:06,291 근데 경계를 싫어하더군요 355 00:32:08,092 --> 00:32:09,694 아주 영악해요 356 00:32:11,262 --> 00:32:13,932 제가 있으면 잠깐 멈췄다가 357 00:32:21,005 --> 00:32:22,974 갑자기 미친 듯이 달려들죠 358 00:32:23,641 --> 00:32:26,711 제가 못 보기를 바라면서 길을 건너려는 거예요 359 00:33:18,863 --> 00:33:21,499 내가 오는 소리를 듣고 먹고 있는 거야? 360 00:33:22,700 --> 00:33:25,503 아니면 그냥 착하게 굴려는 거니? 361 00:33:28,072 --> 00:33:33,077 밥을 먹는 동안에는 안아 올리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362 00:33:33,144 --> 00:33:35,213 먹는 동안에는 굳이 건드리지 않죠 363 00:33:35,913 --> 00:33:37,148 그래서 막 뛰다가도 364 00:33:37,882 --> 00:33:40,918 제가 다가가서 안아 올리려고 하면 365 00:33:41,586 --> 00:33:42,720 바닥을 긁기 시작할 거예요 366 00:33:43,588 --> 00:33:45,289 먹을 게 있든 없든 말이죠 367 00:33:47,658 --> 00:33:49,027 마치 어린애 같아요 368 00:33:50,228 --> 00:33:52,697 녀석의 주의를 돌려야 하죠 369 00:33:52,764 --> 00:33:55,466 안 그러면 마음대로 다녀도 되는 줄 알거든요 370 00:33:59,237 --> 00:34:01,973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한 훈련의 일부로 371 00:34:02,040 --> 00:34:05,076 땅굴을 탐색해 볼 필요가 있어요 372 00:34:19,924 --> 00:34:23,860 굴을 파는 동물에는 고슴도치나 멧돼지, 혹멧돼지가 있습니다 373 00:34:24,429 --> 00:34:25,862 물론 땅돼지도 굴을 파고요 374 00:34:25,929 --> 00:34:28,866 그런 땅굴들을 천산갑이 개조를 해요 375 00:34:40,978 --> 00:34:41,813 아이고! 376 00:34:43,147 --> 00:34:46,851 가끔 저녁이면 몰래 굴에 들어갈 때도 있어요 377 00:34:46,918 --> 00:34:48,985 밖에서 자고 싶은 거겠죠 378 00:34:50,420 --> 00:34:55,326 그 말인즉슨 제가 녀석을 끌어내야 한다는 거예요 379 00:34:56,293 --> 00:34:57,595 맙소사 380 00:34:58,830 --> 00:35:00,898 설마 그 안에 혹멧돼지는 없겠죠 381 00:35:03,034 --> 00:35:05,703 뱀이 튀어나오지는 않을지 자꾸만 걱정되네요 382 00:35:06,337 --> 00:35:07,405 이런, 거미 383 00:35:10,541 --> 00:35:13,978 새벽 1시에 굴에서 튀어나와 도망쳐 버리면 안 되잖아요 384 00:35:14,045 --> 00:35:16,547 자유를 향한 질주를 그냥 둘 수는 없죠 385 00:35:20,384 --> 00:35:21,319 아이고야 386 00:35:31,629 --> 00:35:32,563 죽겠네 387 00:35:33,498 --> 00:35:34,999 몇 번 처박힌 적도 있어요 388 00:35:35,066 --> 00:35:38,002 누가 끌어줘서 겨우 나왔죠 389 00:35:38,069 --> 00:35:39,637 좋아, 끌어줄게요 390 00:35:39,704 --> 00:35:41,672 - 꼭 손수레 같네요 - 천천히 부탁해요 391 00:35:46,043 --> 00:35:48,880 - 괜찮아요? - 나뭇가지에 거기가 찍혔어요 392 00:35:48,946 --> 00:35:49,981 죽겠네 393 00:35:55,953 --> 00:35:57,488 녀석이 땅굴에 들어가는 건 괜찮지만 394 00:35:57,555 --> 00:36:01,959 그 말은 곧 제가 밤을 꼬박 새워야 한다는 뜻이죠 395 00:36:06,931 --> 00:36:08,299 녀석 옆에서 잤어요 396 00:36:09,600 --> 00:36:12,336 굴 입구에 발을 뻗어뒀죠 397 00:36:12,403 --> 00:36:16,340 혹시나 제가 잠든 동안 제 위로 기어가면 느낄 수 있게요 398 00:36:33,958 --> 00:36:35,092 "4개월 3일 차, 체중: 5.2㎏" 399 00:36:35,159 --> 00:36:38,196 시간이 지나면서 녀석을 믿는 법을 배웠어요 400 00:36:48,839 --> 00:36:51,876 여기서 녀석에게 줄 수 있는 해방감은 이런 정도죠 401 00:36:55,446 --> 00:36:57,582 이제는 한 시간 정도 혼자 두고 402 00:36:57,648 --> 00:37:00,851 찾을 때는 위치 추적 장비를 사용해요 403 00:37:13,064 --> 00:37:16,033 쿨루와 산책하다 보면 매번 새로운 걸 보게 돼요 404 00:37:21,172 --> 00:37:25,142 천산갑은 먹이를 찾을 때도 개미집 전체를 망가뜨리지 않죠 405 00:37:28,813 --> 00:37:30,514 딱 먹을 만큼만 먹습니다 406 00:37:34,085 --> 00:37:35,653 그 점이 정말 똑똑해요 407 00:37:46,597 --> 00:37:49,834 마치 지면 전체가 움직이는 것 같아요 408 00:37:49,900 --> 00:37:51,535 끊임없이 꿈틀대는 것처럼 보이죠 409 00:37:52,903 --> 00:37:53,904 그야말로 야생 그대로예요 410 00:37:56,173 --> 00:37:59,043 여기 전체가 미친개미의 거대한 집이에요 411 00:38:00,945 --> 00:38:06,284 가장 공격적이고 거침없으며 또 제일 무서운 개미가 미친개미죠 412 00:38:08,619 --> 00:38:10,788 미친개미의 가장 큰 천적이 누구인지는 다들 알아요 413 00:38:11,789 --> 00:38:12,857 바로 천산갑이죠 414 00:38:19,230 --> 00:38:21,532 미친개미는 뭐든 다 먹습니다 415 00:38:23,167 --> 00:38:24,735 다른 곤충들을 초토화하는 놈들이에요 416 00:38:26,671 --> 00:38:29,874 쥐 같은 작은 포유류 417 00:38:29,940 --> 00:38:33,377 날지 못하는 어린 새들까지 다 먹어 치우니까요 418 00:38:38,649 --> 00:38:40,284 이 흰개미 집 주변은 419 00:38:40,351 --> 00:38:43,087 미친개미들의 거대한 사냥터입니다 420 00:38:47,692 --> 00:38:51,028 천산갑이 흰개미를 잡아먹을 때면 421 00:38:53,431 --> 00:38:56,033 미친개미 같은 개미들이 덩달아 이득을 보죠 422 00:38:56,867 --> 00:39:00,404 천산갑이 남긴 찌꺼기를 주워 먹는 거예요 423 00:39:09,113 --> 00:39:14,318 뿔흰개미의 병정개미들은 뿔을 위로 하고는 대기합니다 424 00:39:15,353 --> 00:39:19,523 미친개미가 가까이 다가가면 425 00:39:20,091 --> 00:39:22,126 독성이 있는 끈적한 액체를 분사하죠 426 00:39:28,799 --> 00:39:31,235 미친개미를 완전히 격퇴하는 거예요 427 00:39:40,211 --> 00:39:44,782 일개미들은 그 틈에 유충을 집으로 옮기고 428 00:39:49,487 --> 00:39:51,722 빠르게 굴을 막아버립니다 429 00:40:36,300 --> 00:40:41,205 쿨루는 자유에 대한 의지가 대단해요 430 00:40:42,740 --> 00:40:45,876 하지만 6.5㎏까지는 기다려야 하죠 431 00:40:45,943 --> 00:40:48,245 "5개월 14일 차, 체중: 5.9㎏" 432 00:40:48,312 --> 00:40:50,781 체중이 6.5㎏이 되면 433 00:40:50,848 --> 00:40:52,349 천산갑은 매우 강해져요 434 00:40:53,017 --> 00:40:56,487 몸을 단단하게 말아서 435 00:40:56,554 --> 00:40:58,823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되죠 436 00:41:11,502 --> 00:41:14,438 쿨루가 이 환경에서 안정을 느끼기까지 437 00:41:14,505 --> 00:41:17,441 참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438 00:41:19,844 --> 00:41:24,048 녀석이 점점 적응하고 차분해지는 모습이 보였어요 439 00:41:27,251 --> 00:41:30,020 확실한 변화가 있었죠 440 00:41:36,694 --> 00:41:38,662 저를 믿기 시작했어요 441 00:41:43,033 --> 00:41:44,835 좋은 거 간다 442 00:41:44,902 --> 00:41:48,038 그래, 마음에 들지? 443 00:41:48,672 --> 00:41:51,842 천산갑은 체온 조절을 잘 못해요 444 00:41:52,409 --> 00:41:53,444 옳지 445 00:41:53,511 --> 00:41:57,448 같이 밖에 있을 때 몸을 식혀주려고 물을 부어줬어요 446 00:41:57,515 --> 00:41:59,316 배에도 부어줄게 447 00:42:03,320 --> 00:42:05,155 그러자 나무에 몸을 말아서 448 00:42:05,222 --> 00:42:07,758 미친듯이 빙글빙글 돌더라고요 449 00:42:08,325 --> 00:42:09,660 옳지 450 00:42:12,930 --> 00:42:15,232 뭐 하는 거니? 응? 451 00:42:16,000 --> 00:42:18,536 재밌지? 좋아? 452 00:42:19,169 --> 00:42:20,437 그래, 시원해? 453 00:42:25,910 --> 00:42:30,247 때로 천산갑들은 놀면서 꼬리를 사람 팔에 감기도 해요 454 00:42:36,153 --> 00:42:40,624 그날 쿨루는 처음으로 들어 올리는 걸 허락해 줬어요 455 00:42:40,691 --> 00:42:43,394 제 팔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죠 456 00:42:48,632 --> 00:42:52,202 꼬리를 잡고 들어줬더니 몸을 말면서 재미있게 놀았어요 457 00:43:09,453 --> 00:43:11,255 막 마음을 열기 시작하니 458 00:43:11,322 --> 00:43:14,725 장난기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459 00:43:25,402 --> 00:43:27,438 녀석이 겪은 경험은 460 00:43:27,504 --> 00:43:31,075 인간의 손에 자행된 너무 끔찍한 일이었어요 461 00:43:32,776 --> 00:43:34,278 재밌지? 462 00:43:36,513 --> 00:43:39,383 더? 더 해줘? 463 00:43:39,450 --> 00:43:43,053 그 정도의 신뢰를 보여줬다는 게 464 00:43:43,120 --> 00:43:44,622 저한테는 얼마나 값진지 몰라요 465 00:43:44,688 --> 00:43:47,791 더 할래? 그래, 해보자 466 00:43:59,637 --> 00:44:02,539 놀이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배우고 있죠 467 00:44:03,941 --> 00:44:08,379 천산갑은 코어 힘을 무척 강하게 키워야 해요 468 00:44:13,384 --> 00:44:17,421 윗몸일으키기, 크런치 같은 걸로 스스로 근력을 키워나갔어요 469 00:44:18,288 --> 00:44:19,590 턱걸이도 하고요 470 00:45:05,169 --> 00:45:06,603 여기서 같이 6개월을 보냈어요 471 00:45:06,670 --> 00:45:07,905 많이도 컸다 472 00:45:07,971 --> 00:45:10,574 이제 자유가 정말 가까워졌어요 473 00:45:11,075 --> 00:45:13,944 자, 나오렴 하품 한번 멋지게 해볼까? 474 00:45:14,011 --> 00:45:16,547 방사 준비가 됐다는 건 475 00:45:16,613 --> 00:45:19,616 녀석들의 느긋한 태도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476 00:45:19,683 --> 00:45:20,818 "6개월 7일 차, 체중: 6.2㎏" 477 00:45:22,252 --> 00:45:25,689 밥도 야무지게 먹고 꾸준히 체중을 늘리죠 478 00:45:28,358 --> 00:45:32,463 우리가 있는 곳은 방사 장소까지 479 00:45:32,529 --> 00:45:34,998 차로 45분 거리예요 480 00:45:35,065 --> 00:45:37,835 첫 번째 거 달았어, 달았단다 481 00:45:38,435 --> 00:45:40,003 위성 추적 장치를 달면 482 00:45:40,070 --> 00:45:42,539 녀석의 위치를 휴대전화로 알 수 있어요 483 00:45:45,609 --> 00:45:49,346 한 시간마다 위치 신호를 받게 되죠 484 00:45:50,080 --> 00:45:51,815 미안, 미안해, 친구 485 00:45:51,882 --> 00:45:56,286 그렇다 해도 이 모든 과정은 매우 큰 도전이에요 486 00:46:08,232 --> 00:46:10,567 완벽하게 건강한 천산갑을 방사했는데 487 00:46:10,634 --> 00:46:12,002 하룻밤 새 죽은 경우도 있었어요 488 00:46:13,370 --> 00:46:15,506 천산갑을 해친 동물에는 꿀먹이오소리나 489 00:46:16,507 --> 00:46:19,009 사자, 표범, 하이에나 심지어 코끼리까지 있었죠 490 00:46:20,611 --> 00:46:23,447 모든 천산갑은 각자의 위험을 맞닥뜨리겠지만 491 00:46:24,114 --> 00:46:27,217 결국 쿨루도 야생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492 00:46:28,752 --> 00:46:30,320 하품 한번 보여줄래? 493 00:46:31,121 --> 00:46:33,390 친구야, 피곤하니? 494 00:46:33,457 --> 00:46:34,458 응? 495 00:46:54,211 --> 00:46:58,849 쿨루가 방사될 곳은 천산갑의 천국 같은 곳이에요 496 00:46:58,916 --> 00:47:00,083 "쿨루의 방사지 주요 보호구역" 497 00:47:04,288 --> 00:47:07,724 개미와 흰개미의 활동이 498 00:47:07,791 --> 00:47:11,228 엄청나게 많은 곳이죠 499 00:47:17,234 --> 00:47:21,471 녀석을 온전히 다시 적응시키는 게 바로 제가 할 일이에요 500 00:47:22,172 --> 00:47:24,975 매 순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도록요 501 00:47:27,044 --> 00:47:31,615 쿨루는 주변의 다양한 냄새를 익히고 502 00:47:32,182 --> 00:47:34,785 잠재적인 위협이 있는 곳을 인지하게 될 겁니다 503 00:47:43,627 --> 00:47:45,529 자, 가자꾸나 504 00:47:46,296 --> 00:47:47,798 그래, 괜찮아 505 00:47:47,865 --> 00:47:49,600 가고 싶어? 506 00:47:50,400 --> 00:47:53,337 그래, 여기가 어디인지 알겠어? 507 00:48:18,328 --> 00:48:20,397 방사 후 첫 사흘 동안 508 00:48:20,464 --> 00:48:23,100 하루에 3~4㎞를 이동했어요 509 00:48:24,768 --> 00:48:26,637 어마어마하게 넓은 공간이죠 510 00:48:26,703 --> 00:48:28,438 아주 모터를 달았네요 511 00:48:32,209 --> 00:48:34,344 쿨루는 최대한 빠르게 먹고 512 00:48:36,947 --> 00:48:40,851 최대한 멀리 이동하려 했어요 513 00:48:45,856 --> 00:48:48,358 어디 가는 거야? 여기 표범 있는데 514 00:48:49,059 --> 00:48:51,795 진짜 가고 싶어? 응? 515 00:48:51,862 --> 00:48:53,563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516 00:49:10,681 --> 00:49:11,748 그늘에 좀 있어 517 00:49:27,831 --> 00:49:30,100 최소 한두 주는 518 00:49:30,167 --> 00:49:33,503 한 지역에 머무르다가 519 00:49:33,570 --> 00:49:35,706 그다음에 좀 돌아다니는 게 좋아요 520 00:49:35,772 --> 00:49:39,543 지금처럼 쉬지도 않고 계속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요 521 00:49:47,751 --> 00:49:51,588 뭐라도 먹으라고 유도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요 522 00:49:57,761 --> 00:49:59,196 아름답네요, 그렇죠? 523 00:50:27,224 --> 00:50:28,058 가자 524 00:50:29,459 --> 00:50:31,595 가자, 밥은 먹어야지 525 00:50:44,141 --> 00:50:47,944 됐어, 잘하고 있어, 친구 526 00:50:54,317 --> 00:50:55,152 잠깐 527 00:50:58,121 --> 00:51:00,190 뭔가 도망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528 00:51:02,959 --> 00:51:05,328 네, 여기 덤불에는 괴물들이 살아요 529 00:51:13,937 --> 00:51:17,474 이 작은 노지는 표범에게는 천국이에요 530 00:51:21,378 --> 00:51:24,614 밤이 되면 야생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돼요 531 00:51:25,248 --> 00:51:29,319 어둠 속에서 사자는 완전히 다른 동물이 되고 532 00:51:30,487 --> 00:51:31,855 표범도 마찬가지죠 533 00:51:45,135 --> 00:51:46,536 표범 소리가 들리고 534 00:51:47,804 --> 00:51:49,473 하이에나들이 어슬렁거려요 535 00:51:50,073 --> 00:51:52,042 명백한 경고가 따로 없죠 536 00:51:53,343 --> 00:51:55,312 저런, 바짝 겁먹었네요 537 00:51:59,349 --> 00:52:01,718 괜찮아, 내가 있잖아 538 00:52:02,252 --> 00:52:04,588 안아줄게, 괜찮아 539 00:52:10,060 --> 00:52:11,228 그래, 들어가렴 540 00:52:28,778 --> 00:52:30,547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어요 541 00:52:33,750 --> 00:52:38,255 오늘 저녁에는 지난 일주일 중에 가장 기운이 없었어요 542 00:52:39,022 --> 00:52:42,959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고요 543 00:52:47,063 --> 00:52:50,567 최악의 경우에는 되돌아가야 할 수도 있어요 544 00:53:05,882 --> 00:53:10,620 섭취한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썼어요 545 00:53:11,254 --> 00:53:14,157 이해는 되네요 처음에 어땠는지 기억해 봐요 546 00:53:14,224 --> 00:53:17,160 막 뛰어다니다가 천천히 환경에 적응했잖아요 547 00:53:17,227 --> 00:53:20,297 - 그걸 기다려줘야 해요 - 얼른 적응하면 좋겠네요 548 00:53:20,363 --> 00:53:22,199 익숙해지기를 기다려줘야죠 549 00:53:22,265 --> 00:53:24,301 아니, 지금 적응하면 좋겠어요 550 00:53:26,269 --> 00:53:28,772 이성이 통하지 않으면 551 00:53:29,306 --> 00:53:32,275 결국 믿을 건 자신의 직감뿐이에요 552 00:53:33,210 --> 00:53:35,545 그리고 천산갑을 믿어야 하죠 553 00:53:35,612 --> 00:53:38,248 천산갑은 직감이 뛰어난 동물이거든요 554 00:53:42,819 --> 00:53:45,422 가장 중요한 건 천산갑을 잃어버리지 않는 거예요 555 00:53:50,327 --> 00:53:53,163 쿨루가 여유를 갖도록 좀 더 공간을 주려고 했어요 556 00:53:53,763 --> 00:53:55,465 차분해질 수 있도록요 557 00:54:01,938 --> 00:54:05,575 근데 위치 추적 장치를 깜박했죠 바보 같은 실수예요 558 00:54:08,178 --> 00:54:10,380 어떤 지역에 들어가서 559 00:54:10,447 --> 00:54:14,517 꼬리표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다시는 못 찾을 수도 있어요 560 00:54:16,686 --> 00:54:18,955 전기 울타리도 있죠 561 00:54:19,022 --> 00:54:21,391 울타리에 걸리면 바로 죽음이에요 562 00:54:21,458 --> 00:54:23,960 쿨루는 한 시간에 1㎞를 달릴 수 있고요 563 00:54:32,535 --> 00:54:34,304 다들 차로 돌아가세요 564 00:54:35,438 --> 00:54:37,240 불안해 죽겠네요 565 00:54:38,008 --> 00:54:38,975 얼른 가주세요 566 00:54:43,346 --> 00:54:45,148 책임감이 어마어마해요 567 00:54:45,982 --> 00:54:49,386 나를 믿고 있는 팀원들에 대한 책임감도 있지만 568 00:54:50,020 --> 00:54:52,656 이 동물에 대한 책임감이 무엇보다 가장 크죠 569 00:55:00,797 --> 00:55:02,999 위성 장치 신호가 없어서 570 00:55:03,066 --> 00:55:06,036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요 571 00:55:07,637 --> 00:55:11,341 어디 있는지 몰라서 다니면서 찾아봐야 해요 572 00:55:12,242 --> 00:55:14,411 여기저기 걸으면서 찾으러 다녔는데 573 00:55:15,045 --> 00:55:17,681 꼭 유령을 찾는 기분이에요 574 00:55:28,925 --> 00:55:31,227 "아프리카 천산갑 보호 협회" 575 00:55:32,729 --> 00:55:34,397 신호가 잡혔어요 576 00:55:34,464 --> 00:55:37,100 자, 갑시다, 북쪽으로 더 갔네요 577 00:55:37,167 --> 00:55:39,336 도로 저편에 있어요, 갈게요 578 00:55:45,442 --> 00:55:47,711 사라진 지 2시간 30분째예요 579 00:56:06,196 --> 00:56:09,532 나무 아래에서 발견했어요 580 00:56:09,599 --> 00:56:10,900 흰개미를 먹고 있더군요 581 00:56:17,407 --> 00:56:20,043 그 순간 깨달았어요 582 00:56:21,177 --> 00:56:24,013 '이제 알아서 할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583 00:56:32,255 --> 00:56:34,891 헬리콥터 아빠는 이제 필요 없어요 584 00:56:34,958 --> 00:56:36,226 감시도 필요 없죠 585 00:56:40,530 --> 00:56:42,432 저기 가시덤불에, 아니 586 00:56:47,871 --> 00:56:49,739 모든 걸 통제할 순 없는데도 587 00:56:49,806 --> 00:56:52,175 제 첫 반응은 '까짓거 통제해 보지'였죠 588 00:56:56,246 --> 00:57:01,017 하지만 현실은 '아니, 못 해'였어요 589 00:57:01,651 --> 00:57:02,685 안녕, 꼬마 대장 590 00:57:03,820 --> 00:57:06,122 꼬마 대장아, 안녕 591 00:57:07,223 --> 00:57:08,658 괜찮니? 옳지 592 00:57:22,272 --> 00:57:26,509 쿨루가 먼저 다가온 건 손에 꼽을 정도도 안 돼요 593 00:57:34,751 --> 00:57:37,387 친구야, 이런 594 00:57:38,254 --> 00:57:39,289 안녕 595 00:57:40,623 --> 00:57:42,125 세상에나 596 00:57:45,895 --> 00:57:46,729 안녕 597 00:57:47,864 --> 00:57:49,999 맙소사, 친구야 598 00:57:51,801 --> 00:57:53,002 나 닦아주는 거야? 599 00:57:57,874 --> 00:58:00,543 내가 좀 더럽구나? 응? 600 00:58:03,413 --> 00:58:06,115 저를 안심시키면서 말하는 것 같았어요 601 00:58:07,517 --> 00:58:09,018 '전부 괜찮아질 거야' 602 00:58:09,752 --> 00:58:10,587 그래? 603 00:58:22,465 --> 00:58:23,566 말도 안 되네요 604 00:58:30,039 --> 00:58:32,909 친구야, 고마워 605 00:58:33,676 --> 00:58:34,978 고마워, 친구 606 00:58:59,636 --> 00:59:00,970 잘 모르겠어요 607 00:59:01,504 --> 00:59:04,240 나한테 뭔가를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608 00:59:44,747 --> 00:59:48,952 "쿨루가 목표 체중에 도달했다" 609 00:59:59,429 --> 01:00:01,297 우주가 창조됐을 때 610 01:00:03,132 --> 01:00:07,337 치유사와 동물은 서로 연결돼 있었습니다 611 01:00:11,007 --> 01:00:14,077 천산갑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죠 612 01:00:17,847 --> 01:00:19,415 벤다족 아이들은 613 01:00:19,482 --> 01:00:22,785 태어나서 3개월은 집에서만 지내야 합니다 614 01:00:25,755 --> 01:00:29,325 바깥세상으로 나가기 전에는 안전을 위해 접종을 받아야 하죠 615 01:00:31,761 --> 01:00:34,330 치유사는 천산갑의 비늘을 616 01:00:35,264 --> 01:00:36,799 물에 담가 적십니다 617 01:00:40,970 --> 01:00:43,306 그 물을 아이에게 뿌리죠 618 01:00:43,373 --> 01:00:44,474 마치 빗물처럼요 619 01:00:46,809 --> 01:00:50,980 이 과정은 아이에게 겸손과 평온을 심어주고 620 01:00:53,416 --> 01:00:56,719 천산갑이 천둥을 부를 때 621 01:00:56,786 --> 01:00:58,388 두렵지 않도록 해줍니다 622 01:01:20,977 --> 01:01:22,278 마지막이야, 친구 623 01:01:23,646 --> 01:01:25,815 알겠지? 마지막이야 624 01:01:27,050 --> 01:01:30,853 자, 이제 마지막이야, 응? 625 01:01:36,893 --> 01:01:40,029 한편으로는 쿨루가 자유를 되찾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626 01:01:41,964 --> 01:01:42,832 좋아 627 01:01:43,866 --> 01:01:46,502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628 01:01:46,569 --> 01:01:48,137 '쿨루 없이 난 어떻게 살지?' 629 01:01:53,976 --> 01:01:57,180 "7개월 차, 체중: 6.64㎏" 630 01:01:58,614 --> 01:02:00,116 쿨루는 저랑 같이 살잖아요 631 01:02:00,983 --> 01:02:03,720 5m 거리에서 같이 자요 632 01:02:06,222 --> 01:02:11,994 6개월 동안 24시간 내내 떨어진 적이 없는데… 633 01:02:14,464 --> 01:02:18,167 녀석과 떨어지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634 01:02:25,241 --> 01:02:28,578 자, 친구야, 다 왔어 635 01:02:30,046 --> 01:02:31,314 왔어, 꼬마 대장 636 01:02:35,051 --> 01:02:37,019 실컷 먹어야지, 응? 637 01:02:39,088 --> 01:02:43,659 엄청 배고팠구나? 잔뜩 먹으렴, 그래 638 01:02:45,027 --> 01:02:49,465 쿨루를 놓아주는 과정은 아주 서서히 이뤄질 거예요 639 01:02:52,435 --> 01:02:54,170 제가 직접 키운 천산갑이니까요 640 01:02:54,237 --> 01:02:57,507 그래, 잘하고 있어, 착하구나 641 01:02:57,573 --> 01:03:00,643 녀석이 야생에서 지낸 시간보다 642 01:03:01,377 --> 01:03:04,113 저와 함께 보낸 시간이 더 길어요 643 01:03:08,417 --> 01:03:11,087 혹시 버림받았다고 느낄까요? 644 01:03:15,391 --> 01:03:16,993 혹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645 01:03:17,059 --> 01:03:20,296 면역체계가 약해지지는 않을까요? 646 01:03:20,363 --> 01:03:22,465 진드기에 뒤덮이고 647 01:03:22,532 --> 01:03:25,067 먹이도 안 먹고 밤새 뛰어다니기 시작하면 어쩌죠? 648 01:03:25,134 --> 01:03:26,636 어디 가는 거야? 649 01:03:29,472 --> 01:03:31,073 잘못될 가능성이 너무 높아요 650 01:03:34,143 --> 01:03:35,778 전기 울타리도 있고요 651 01:03:35,845 --> 01:03:39,081 피할 수 없는 용 같은 존재죠 652 01:03:58,935 --> 01:04:01,170 친구야, 여기가 집이야? 653 01:04:01,938 --> 01:04:03,606 네 집이야, 꼬마 대장? 654 01:04:10,179 --> 01:04:12,081 멋진 날이에요 655 01:04:12,148 --> 01:04:14,617 쿨루는 잔뜩 먹고, 또 먹고 있어요 656 01:04:14,684 --> 01:04:16,352 믿을 수 없는 일이죠 657 01:04:19,956 --> 01:04:22,425 놀라우리만치 느긋해요 658 01:04:23,960 --> 01:04:25,761 뛰지도 않고 659 01:04:27,196 --> 01:04:30,933 행복해 보여요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어요 660 01:04:32,935 --> 01:04:33,836 행복하세요? 661 01:04:34,904 --> 01:04:35,872 눈물 나게 기뻐요 662 01:04:47,583 --> 01:04:49,518 동물을 가까이 접하고 나면 663 01:04:49,585 --> 01:04:52,288 그 유대를 끊기가 정말이지 어렵습니다 664 01:04:54,624 --> 01:04:56,492 개러스도 그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665 01:04:58,127 --> 01:05:00,897 지독하게 힘들 거예요 666 01:05:03,032 --> 01:05:03,900 안녕 667 01:05:12,842 --> 01:05:14,710 이건 하나의 종을 구하려는 노력이에요 668 01:05:17,213 --> 01:05:19,982 우리 세대에 멸종할 수도 있는 종을요 669 01:05:24,954 --> 01:05:28,824 유령이나 유니콘을 가까이 접하는 특권을 가진 거나 마찬가지죠 670 01:05:33,863 --> 01:05:36,699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요 671 01:05:46,842 --> 01:05:48,311 네, 녀석도 알아요 672 01:06:17,473 --> 01:06:21,143 쿨루가 허락하는 한 계속 지켜보려고 해요 673 01:06:48,137 --> 01:06:51,841 방사 후에도 12개월까지 천산갑을 관찰합니다 674 01:06:52,775 --> 01:06:55,478 거의 매일 경과를 확인해야 하죠 675 01:07:06,756 --> 01:07:08,524 카메라 트랩을 이용하면 676 01:07:08,591 --> 01:07:12,028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몰래 지켜볼 수 있어요 677 01:07:16,899 --> 01:07:18,667 이 굴을 보면 678 01:07:19,568 --> 01:07:21,737 마치 위층 침실이 있는 모양새예요 679 01:07:21,804 --> 01:07:26,409 지금 들어가는 걸 보면 확실히 굴 위쪽으로 올라가죠 680 01:07:37,586 --> 01:07:39,922 같이 사는 동물들도 꽤 여럿 봤어요 681 01:07:51,400 --> 01:07:55,137 쿨루의 주변에는 놀라운 세상이 펼쳐져 있죠 682 01:08:23,866 --> 01:08:25,234 "9개월 차, 체중: 7.83㎏" 683 01:08:25,301 --> 01:08:26,502 녀석은 무적이에요 684 01:08:27,002 --> 01:08:28,871 그 천산갑은 그렇게 느끼고 있을 거예요 685 01:08:30,673 --> 01:08:33,509 하지만 바깥은 거칠고 위험합니다 686 01:08:34,009 --> 01:08:36,345 결국은 자신이 무적이 아니란 걸 알게 되겠죠 687 01:08:42,651 --> 01:08:46,889 치벤다에서 천산갑은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688 01:08:48,991 --> 01:08:51,926 천산갑을 보면 복을 받는다고들 믿죠 689 01:08:54,229 --> 01:08:58,334 하지만 천산갑의 피 한 방울이 땅에 떨어지면 690 01:08:58,399 --> 01:09:01,437 자연재해가 일어난다고 해요 691 01:09:33,202 --> 01:09:35,136 방사한 지 8주 정도 됐을 때 692 01:09:35,203 --> 01:09:37,106 전 일 때문에 요하네스버그에 가야 했어요 693 01:09:39,140 --> 01:09:42,044 그때 보호구역에서 전화가 왔죠 694 01:09:42,111 --> 01:09:44,345 쿨루가 굴에서 안 나온다는 거예요 695 01:09:46,048 --> 01:09:49,417 수많은 시나리오가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696 01:09:50,352 --> 01:09:52,555 왠지 녀석에게 문제가 생긴 느낌이었죠 697 01:09:55,024 --> 01:09:56,992 가장 큰 걱정은 698 01:09:57,059 --> 01:09:59,728 점박이하이에나 같은 동물한테 잡혀갔을지도 모른단 거였어요 699 01:10:01,997 --> 01:10:04,767 하지만 굴이 무너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700 01:10:04,833 --> 01:10:06,402 6일째가 돼서야 떠올랐죠 701 01:10:10,105 --> 01:10:12,641 그날 아침 점점 더 불안감이 커지면서 702 01:10:12,708 --> 01:10:15,811 완전히 초조한 상태가 됐어요 703 01:10:17,546 --> 01:10:18,948 - 안녕하세요, 니키 - 네, 개러스 704 01:10:19,014 --> 01:10:22,818 뭔가 이상해요 6일이나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요 705 01:10:24,053 --> 01:10:26,889 가능한 모든 상황을 생각해 봤어요 706 01:10:27,890 --> 01:10:29,458 그런데 솔직히… 707 01:10:29,525 --> 01:10:31,026 무슨 생각을… 708 01:10:31,093 --> 01:10:36,131 달리 드릴 말씀이 없어요 일단 삽으로 굴을 파보세요 709 01:10:36,699 --> 01:10:37,900 네, 알겠어요 710 01:11:04,994 --> 01:11:06,562 그래서 어제 가봤어요 711 01:11:08,197 --> 01:11:09,999 카메라 트랩을 설치했죠 712 01:11:10,065 --> 01:11:11,767 괜찮아, 친구야, 나 왔어 713 01:11:12,301 --> 01:11:13,469 땅을 파기 시작했어요 714 01:11:19,008 --> 01:11:22,244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에, 시체를 파내는 모양새야' 715 01:11:26,048 --> 01:11:30,152 감정적으로 완전히 바닥난 기분이었어요 716 01:11:35,324 --> 01:11:37,926 두 시간 동안 계속 팠어요 717 01:11:37,993 --> 01:11:40,095 허리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죠 718 01:11:42,498 --> 01:11:44,967 결국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719 01:11:45,801 --> 01:11:47,936 밀렵 단속반에 연락했어요 720 01:11:48,437 --> 01:11:50,506 그저 파고 파고 또 팠어요 721 01:11:55,344 --> 01:11:57,780 너덧 시간 걸렸나 봐요 722 01:11:58,747 --> 01:12:00,616 수영장 하나를 파낸 셈이었죠 723 01:12:06,922 --> 01:12:09,358 결국 텅 빈 공간을 찾아냈어요 724 01:12:18,867 --> 01:12:22,171 그 순간 알겠더라고요 725 01:12:23,238 --> 01:12:25,808 쿨루가 살아남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걸요 726 01:12:26,575 --> 01:12:28,110 시신을 파내는 꼴이었어요 727 01:12:39,321 --> 01:12:40,989 여러분, 불 좀 꺼주세요 728 01:12:59,475 --> 01:13:02,711 괜찮니? 너 괜찮아? 729 01:13:02,778 --> 01:13:04,580 친구, 괜찮아? 730 01:13:04,646 --> 01:13:05,848 나를 쳐다보더라고요 731 01:13:06,548 --> 01:13:08,517 괜찮은 거 맞아? 응? 732 01:13:09,251 --> 01:13:10,519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어요 733 01:13:10,586 --> 01:13:12,855 '세상에, 살아있어!' 734 01:13:14,423 --> 01:13:15,824 괜찮아, 친구? 735 01:13:17,192 --> 01:13:18,327 괜찮은 거야? 736 01:13:18,927 --> 01:13:22,631 친구야,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737 01:13:23,432 --> 01:13:24,433 안 아파? 738 01:13:25,300 --> 01:13:27,469 응? 괜찮아? 739 01:13:28,003 --> 01:13:29,938 정말 괜찮아? 740 01:13:30,572 --> 01:13:33,142 친구, 여기서 뭐 했어? 741 01:13:33,842 --> 01:13:35,577 보세요, 표정을 잘 봐요 742 01:13:36,378 --> 01:13:39,648 갑작스러운 상황에 완전히 멍한 상태예요 743 01:13:39,715 --> 01:13:41,950 주변 소음이나 낯선 분위기 때문에요 744 01:13:42,785 --> 01:13:45,921 좀 기운이 없어 보여요 745 01:13:46,555 --> 01:13:51,026 그래,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746 01:13:51,593 --> 01:13:54,229 괜찮아, 그래, 친구 747 01:13:54,830 --> 01:13:58,834 괜찮아? 괜찮은 거야? 748 01:13:59,468 --> 01:14:01,870 자는 거니? 749 01:14:02,971 --> 01:14:04,339 친구야, 괜찮아? 750 01:14:05,541 --> 01:14:08,043 나 좀 봐, 괜찮은 거야? 751 01:14:08,710 --> 01:14:10,846 좀 보자, 나 왔어 752 01:14:10,913 --> 01:14:13,115 친구야, 나야, 나 753 01:14:13,682 --> 01:14:16,151 괜찮아? 응? 754 01:14:17,052 --> 01:14:19,822 그래, 괜찮아, 걱정 많이 했잖아 755 01:14:19,888 --> 01:14:22,124 그래, 가자 756 01:14:22,191 --> 01:14:26,261 좋아, 올라가자, 괜찮을 거야 757 01:14:27,196 --> 01:14:28,630 좀 걸어볼래? 758 01:14:29,364 --> 01:14:30,499 걸을 수 있어? 759 01:14:30,999 --> 01:14:33,368 건강이 어떤지 알고 싶었어요 760 01:14:36,238 --> 01:14:38,006 천천히 걷기 시작하더라고요 761 01:14:42,845 --> 01:14:46,915 개미집을 찾더니 바로 뛰어들어서 762 01:14:48,484 --> 01:14:51,086 미친 듯이 먹어 치우기 시작했어요 763 01:14:55,023 --> 01:14:57,593 조그만 녀석이 굶주렸던 거예요 764 01:15:01,029 --> 01:15:02,731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765 01:15:23,118 --> 01:15:27,422 굴에 갇히는 것도 걱정해야 하는지는 766 01:15:27,489 --> 01:15:29,925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 767 01:15:45,140 --> 01:15:48,343 "2주 후" 768 01:15:52,614 --> 01:15:55,183 좋아, 아가씨, 긴장 풀어 769 01:15:56,184 --> 01:15:59,821 혹시 쿨루가 다른 큰 포유류랑 어울리는 걸 본 적 있어요? 770 01:15:59,888 --> 01:16:03,559 네, 흥미로운 건 녀석이 동물들을 따라다닌다는 거예요 771 01:16:05,794 --> 01:16:08,196 - 똥에 몸을 굴리거든요 - 그렇죠 772 01:16:08,263 --> 01:16:10,132 똥을 온몸에 묻혀요 773 01:16:17,406 --> 01:16:21,543 사자가 코뿔소 똥 냄새를 맡으면 774 01:16:21,610 --> 01:16:24,346 사냥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775 01:16:24,413 --> 01:16:27,649 네, 대부분의 동물이 모방을 많이 활용하죠 776 01:16:46,301 --> 01:16:47,369 안녕, 친구야 777 01:16:48,637 --> 01:16:50,739 같이 할까? 혼자 있고 싶어? 778 01:16:52,374 --> 01:16:54,910 옳지 779 01:16:55,811 --> 01:16:57,746 와봐 780 01:17:00,449 --> 01:17:04,753 이리 와봐, 얼른 하자 빨리 해치울게, 안녕 781 01:17:05,387 --> 01:17:09,591 그래, 야생 천산갑인 거 알아 누가 만지는 거 싫지? 782 01:17:11,226 --> 01:17:13,195 이쪽으로 당길게, 좋아 783 01:17:17,699 --> 01:17:20,068 가만있어, 그렇지 784 01:17:20,135 --> 01:17:22,104 "9개월 12일 차, 체중: 8.1㎏" 785 01:17:23,438 --> 01:17:26,341 아주 침착하구나, 응? 786 01:17:27,275 --> 01:17:28,410 잘 있었어? 787 01:17:29,177 --> 01:17:31,046 착하게 있었지? 배는 어때? 788 01:17:31,580 --> 01:17:32,414 좋네 789 01:17:38,353 --> 01:17:39,655 완전 태연해요 790 01:17:46,228 --> 01:17:48,330 천천히 움직이는 거 보여요? 791 01:17:48,397 --> 01:17:49,231 막 이러지 않죠 792 01:17:58,674 --> 01:17:59,641 네 793 01:17:59,708 --> 01:18:02,477 서쪽 계곡으로 가려나 봐요 794 01:18:25,067 --> 01:18:29,004 인간으로서 주변 동물을 보호하는 게 우리 역할이에요 795 01:18:32,474 --> 01:18:36,945 과학자로서 우리는 전통적인 믿음과 796 01:18:37,479 --> 01:18:39,081 과학을 연결하려 노력하죠 797 01:18:41,416 --> 01:18:43,018 천산갑은 신비한 동물이에요 798 01:18:44,720 --> 01:18:46,021 비를 부르죠 799 01:18:47,756 --> 01:18:49,191 비는 모두가 원해요 800 01:18:51,693 --> 01:18:53,628 우리가 지켜온 이 신화는 801 01:18:53,695 --> 01:18:57,899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802 01:19:07,309 --> 01:19:10,145 대대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들이지만 803 01:19:10,212 --> 01:19:12,447 지금 자라는 세대들에게는 804 01:19:12,514 --> 01:19:14,416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려줘야 해요 805 01:19:15,884 --> 01:19:19,087 과거의 믿음에는 관심이 없으니까요 806 01:19:22,224 --> 01:19:25,327 과학과 전통 방식을 결합하든 807 01:19:26,027 --> 01:19:27,262 과학만을 따르든 808 01:19:27,763 --> 01:19:29,364 모든 것의 중심은 809 01:19:29,431 --> 01:19:32,934 우리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810 01:19:37,906 --> 01:19:42,344 우리 인간은 쿨루의 종족에게 무슨 일을 해온 걸까요? 811 01:19:54,823 --> 01:19:59,928 천산갑처럼 특별한 생물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812 01:20:01,096 --> 01:20:04,833 인간이 세상을 대해온 방식을 보여주는 증거예요 813 01:21:41,830 --> 01:21:43,732 정말이지 힘들었어요 814 01:21:44,366 --> 01:21:46,534 길고 험난한 여정이었죠 815 01:21:55,277 --> 01:21:57,712 이제 전혀 다른 존재가 됐어요 816 01:22:00,415 --> 01:22:01,783 너무 여유로워 보여요 817 01:22:05,720 --> 01:22:08,690 뭐든 할 수 있는 기분이겠죠 818 01:22:08,757 --> 01:22:11,259 원하는 때에 자기 방식대로 819 01:22:11,326 --> 01:22:13,495 그 어떤 압박도 없이요 820 01:22:16,498 --> 01:22:18,600 "12개월 4일 차, 체중: 8.6㎏" 821 01:22:18,667 --> 01:22:20,535 계속 체중이 늘었어요 822 01:22:28,910 --> 01:22:31,880 이 지역 전체가 녀석의 영역이 됐죠 823 01:22:34,783 --> 01:22:40,055 좀 더 울창하고 우거진 물가로 거처를 옮기기도 했어요 824 01:22:43,959 --> 01:22:48,964 야생에서도 가장 야생다운 장소를 찾아 825 01:22:49,030 --> 01:22:51,333 자신의 보금자리로 삼은 듯해요 826 01:23:04,679 --> 01:23:06,982 짝을 찾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827 01:23:08,016 --> 01:23:10,652 여기저기 다니면서 828 01:23:10,719 --> 01:23:13,755 냄새를 남기고 다니는 걸 보면 829 01:23:13,822 --> 01:23:16,491 확실히 그럴 준비가 됐나 봐요 830 01:23:19,394 --> 01:23:22,831 이 지역에는 다른 천산갑도 있어요 831 01:23:29,771 --> 01:23:32,807 이제 인간에게 붙잡혀 보낸 시간보다 832 01:23:32,874 --> 01:23:35,577 야생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어졌어요 833 01:23:36,444 --> 01:23:40,181 이제야 빚을 다 갚은 기분이에요 834 01:23:48,023 --> 01:23:51,793 녀석을 보러 갔을 때 마지막 두 번은 835 01:23:51,860 --> 01:23:53,661 저를 피해 숨으려 하더라고요 836 01:23:56,698 --> 01:23:58,233 몸을 바짝 낮춰서 837 01:23:58,299 --> 01:24:01,836 주변과 섞여 들려고 했죠 838 01:24:12,480 --> 01:24:17,085 야생 적응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 온 것 같아요 839 01:24:29,264 --> 01:24:32,333 어느 순간에는 손을 놔줘야죠 840 01:24:41,543 --> 01:24:44,646 "1년 7개월 차 최종 체중: 9.52㎏" 841 01:24:52,454 --> 01:24:55,890 어쩌면 우린 처음부터 만나선 안 됐을 사이였을지 몰라요 842 01:24:56,724 --> 01:24:59,327 녀석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건 843 01:24:59,961 --> 01:25:03,731 저 밖에서 잘 살고 있다는 뜻이겠죠 844 01:25:08,770 --> 01:25:12,841 "1년 간의 모니터링 후 개러스는 쿨루의 꼬리표를 뗐고" 845 01:25:12,907 --> 01:25:15,243 "쿨루를 다시 찾을 방법은 없어졌다" 846 01:25:17,612 --> 01:25:21,282 "쿨루와 같은 천산갑은 8,500만 년간 지구에 존재했으나" 847 01:25:21,349 --> 01:25:24,819 "세계에서 가장 불법 거래가 많은 야생동물이 되었다" 848 01:25:26,020 --> 01:25:30,425 "전통 의학이 산업화되면서 천산갑 밀거래가 더욱 심화됐지만" 849 01:25:30,492 --> 01:25:32,494 "법적 보호 강화와 더불어" 850 01:25:32,560 --> 01:25:34,395 "전 세계적인 보전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851 01:25:37,866 --> 01:25:41,970 "아프리카 천산갑 보호 협회는 쿨루의 방사에 성공한 이후" 852 01:25:42,036 --> 01:25:47,142 "전담 재활 센터인 천산갑 쉼터를 설립했다" 853 01:25:57,285 --> 01:26:00,288 "개러스와 레이는 라팔랄라와 협력하여" 854 01:26:00,355 --> 01:26:03,224 "남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천산갑을 보호할 수 있도록" 855 01:26:03,291 --> 01:26:06,361 "개선된 전기 울타리를 연구하고 실험하고 있다" 856 01:26:17,372 --> 01:26:23,811 "쿨루가 다시 인간에게 목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857 01:28:34,208 --> 01:28:38,880 자막: 안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