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Etranger.2017.BluRay.x264-WiKi

아빠, 빨리

 

가고 있어

 

아빠, 빨리

 

그러게 빨리 오라니까

 

미안 미안

 

아빠

 

아빠

 

아빠

 

- 안녕
- 안녕

 

잘 있었어?

 

- 또 컸는데
- 그래

 

- 키 얼마야?
- 154센치

 

그럼 엄마만 하네

 

아빠는 잘 있었어?

 

그래

 

대단하네

 

사오리

 

여기야 여기, 아빠

 

아빠 부끄러워?

 

- 당연하지
- 괜찮아

 

- 나이가 얼만데
- 잘 어울리는데

 

커플석이다

 

아빠, 빨리

 

아빠랑 만날 때는
언제나 점심은 핫도그네

 

그래야 저녁이 기대되잖아

 

그건 그러네

 

자, 먹자

 

맛있다

 

그러네

 

뭐 묻었어?

 

다 컸구나

 

벌써 초6이니까

 

정말 한순간이다
거짓말 같애

 

하지만 카오루 짱도
그럴 거잖아

 

매일 같이 있으면
크는 걸 잘 못 느껴

 

 

- 하나 더
- 하나 더?

 

한글자막 : Fyou

 

사오리

 

응?

 

사오리한테
동생이 생기면 어떡할 거야?

 

그럴 리가

 

엄마는 나 하나면
충분하댔는데

 

만약에 말이다,
만약에 동생이 생긴다면...

 

엄마 마흔이야

 

아직 낳을 수 있거든

 

그러면 반대할 거야?

 

반대는 안해
괜찮을 것 같은데

 

하지만,

 

엄마한테는 사오리도
아기도 자식이겠지만

 

지금 아빠한테는 그 뭐냐...

 

사오리가...

 

그게...

 

나 여분이 되는 거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빠는 절대
그렇게 대하지 않을 거야

 

그보다 아빠,
저녁은 맛있는 거 먹자

 

- 좋지, 뭘 먹을래?
- 술 한잔하면서

 

- 좋지
- 진짜?

 

하지만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쇼트케이크로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아사노 타다노부

 

다나카 레나

 

쿠도 칸쿠로

 

테라지마 시노부

 

원작 / 시게마츠 기요시

 

각본 / 아라이 하루히코

 

감독 / 미시마 유키코

 

아빠 왔다

 

그래

 

- 잠깐 와봐, 아빠
- 뭔데, 잠깐만

 

- 빨리 빨리
- 뭔데?

 

빨리 빨리

 

뭔데?

 

나 잘했지

 

잘했다고 해줘
(여동생 남동생)

 

잘했네

 

네가 그린 거야?

 

그래, 혼자 그렸어

 

어서 와

 

말했어?

 

말한 거야?

 

말하면 안되는 거였어?

 

하지만 아직은...

 

내 정신 좀 봐

 

아빠, 거기 앉지 마

 

- 왜서
- 내 침대잖아

 

알았어
금방 일어날게

 

어느 쪽일까?

 

뭐가?

 

아기 말이야

 

남자애일까
여자애일까

 

난 이쪽이 좋아

 

남동생이 좋은 거야?

 

여자는 언니가 있으니까

 

아기까지 여자면
여자들만 있잖아

 

그런가

 

가방에 케이크 있어

 

진짜? 으샤

 

에리 짱, 뛰지마

 

엄마, 아빠 사 온 케이크 먹자

 

그럼, 오늘은 뭘까?

 

으와, 쇼트케이크다

 

- 시로 먹어
- 먹을 리가 없잖니

 

- 맛있다
- 커피 줄까

 

됐어, 맥주 할 거야

 

그래? 잔 있지

 

맛있다

 

카오루, 케이크 안 먹어?

 

네가 좋아하는 건데

 

충격받은 거 같아

 

괜히 말했나 봐

 

딸기 줄까

 

카오루

 

이쪽으로 와

 

아빠한테 인사도 안 했잖니

 

언니, 케이크 안 먹어?

 

카오루, 맥주 한잔할래?

 

마시고 싶다 했잖아

 

건배하자

 

뭘 위해 건배할 건데?

 

무슨 말이 그래

 

엄마, 우유나 줘

 

그래, 알았어

 

케이크도 먹어봐

 

맛있어

 

이번엔 주스요

 

맛있어

 

전략...
사오리,

 

12월에, 아빠 집에
아기가 태어난단다

 

너에겐 배다른
형제가 되겠지

 

하지만 사실,
아빠는 아직 조금은...

 

아니, 많이 망설이고 있단다

 

 

그렇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 않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그렇지 않아도.

 

그렇지 않아도..

 

그렇지 않아도...

 

그렇지 않아도...

 

일해?

 

뭐, 그렇지

 

임신하니
탄산음료가 땡기네

 

마시지 않았어?

 

누가?

 

전 와이프

 

글쎄, 기억이 없네

 

나도 그래

 

쟤네들 낳을 때가
별로 기억이 없어

 

그래서 지금
너무 신선하다니까

 

괜찮아,
그런 걸 신경 안 써도

 

그런가

 

옛날 일이니까

 

자야겠다

 

저기...

 

낳아도 되는 거지

 

그렇지 않아도
누더기 같은 가족에

 

' 카오루'도 '에리코'도 아닌

 

 

 

또 다

 

또 다른

 

또 다른

 

또 다른 아

 

또 다른 아이

 

또 다른 아이가

 

또 다른 아이가

 

또 다른 아이가 필

 

또 다른 아이가 필요

 

또 다른 아이가 필요한

 

또 다른 아이가 필요한

 

또 다른 아이가 필요한 걸

 

또 다른 아이가 필요한 걸까

 

또 다른 아이가 필요한 걸까?

 

또 다른 아이가 필요한 걸까?

 

이봐, 타나카

 

한잔할까

 

술은 좀, 죄송합니다

 

수고했습니다

 

이봐
이봐

 

할 말이 있어

 

너 큰일이다

 

큰일이라니, 뭐가요?

 

출향명단에
이름이 올랐어

 

난 반대했다만

 

우리 사업확대가 실패해서

 

상황이 안 좋잖아

 

 

그래서 관리직에
잉여인력이 생긴 건데

 

그걸 잘라내고 싶은 거지

 

급료가 비교적 높은
내근직이 표적이 된 거지

 

계장인 너처럼

 

다음은 과장인
나일지도 모르지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괜찮은 거야?

 

출향이란
일방통행이다

 

어쩔 수 없죠

 

종일 창고에 있어야 해

 

그래도 괜찮아?

 

급료가 그대로라면
뭘 하든 상관없겠죠

 

내가 졌다

 

휴일 출근은
전부 거절하고

 

유급 휴가는
하루도 남김없이 다 쓰고

 

회식은 1차만

 

역 앞 케이크집이나
장난감 가게를 돌지

 

난 애들이랑
밥 먹는 거나

 

주말에 함께 놀러 가는 게

 

아버지의 의무라 생각지 않아

 

물론 그게 가능해도
딱히 거창한 건 아니지만

 

애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면서
큰다고 하잖아

 

뭔가 보람을 갖고
노력하는 아버지의 뒷모습

 

그걸 보여줄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는 생각이야

 

하지만 아이가 크면

 

함께 공원도,
목욕도 못하죠

 

안을 수도 없게 됩니다

 

지금 함께하지 않고
언제 하시려고요

 

그렇다고요

 

본부장은 말이야

 

동기 중에서
널 제일 기대했었어

 

왜였을까

 

곧 에스컬레이터가
도착하겠습니다

 

나 왔어

 

- 아빠, 어서 와요
- 그래

 

아빠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

 

뭔데?

 

언니가 아빠한테 물어보랬어

 

뭘까나

 

- 아빠 데려왔어
- 다녀왔다

 

뭔데, 뭐든 물어봐

 

내가 태어날 때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몰랐겠지?

 

그렇지

 

아빠는 남자애를 원했던 거야?

 

당연히 여자애지

 

왜? 여자라면
언니가 있었는데

 

아빠는 에리코처럼 예쁜
아이가 태어날 줄 알았으니까

 

에리가 아니었으면
실망했을 거야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래?

 

분명 거짓말할 거라고

 

언니, 뭐야?
누가 거짓말쟁이야?

 

당연한 거 아니야?

 

말해줘, 누구야?

 

에리 짱, 이리 온

 

- 내 말 한 거야?
- 엄마 부른다

 

에리코, 씻어야지

 

왜 이상한 소릴 하고 그래

 

뭐가

 

뭐가라니

 

엄마랑 아빠는

 

에리가 학교 갈 때쯤이면
얘기하려고 했어

 

아무 말 안했는데

 

했으면서

 

아무리 그래도
에리는 아직 어리니까

 

함구료...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뭔 소리야

 

매일 에리한테
쓸데없는 소릴 하지 마

 

알았지

 

그거 명령이야?

 

그래

 

명령할 권리는 있고?

 

아빠인 줄 아나 보지

 

그럼, 나도 명령해도 돼?

 

아빠를 만나게 해줘

 

친아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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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1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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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웬일이야?

 

축하한다

 

뭐가?

 

나나에 상,
임신 넉달이라며

 

어떻게 알았어?

 

그야 '나나에'가 말해줬지

 

일 때문에 끊을게

 

타나카 상

 

자, 먹어봐

 

카오루, 체리 먹어

 

언니 같이 먹자

 

네가 좋아하는 체리다, 먹어

 

왜 그래
제일 좋아하면서

 

그럼 엄마도
거기서 먹을까

 

다음 주도 있어?

 

맞다 맞다, 마에 상

 

다들 본 적 있지

 

봤지

 

그때 카오리
완전 핼쑥해져서

 

에리도 깜짝 놀랐잖아, 기억나?

 

기억 안나

 

안돼, 에리 짱

 

마구 버리지 마, 여기다

 

전부

 

전부, 손에 든 티슈도

 

저기, 있잖아

 

에리 멍든 거, 몰랐어?

 

어디?

 

왼쪽 팔 안쪽

 

티비 채널로 싸우다

 

카오루가 그런 거야

 

나도 화가 나
손이 나갈 뻔했는데

 

그랬더니 날 노려보지 뭐야

 

하지만 날 노려본 게
아닌 것 같았어

 

아기였어

 

무서운 얼굴로 노려봤다니까

 

고민스럽네

 

역시 아기를
갖지 말아야 했나

 

낳기로 했으니까
엄마한테 말했을 거잖아

 

뭔 소리 하는 거야

 

그거야 어머님이

 

카오루 에리도 예쁘지만

 

친손주를 안고 싶다고 해서

 

그만 말하고 만 거야

 

괜한 소리였나?

 

엄청 기뻐하시던데

 

나도 기뻤고

 

이봐 이봐
듣고 있어?

 

곧 에스컬레이터가
도착하겠습니다

 

함께 갈까

 

이봐 이봐

 

잠깐만

 

그렇게 내려가면 위험해

 

있잖아

 

미안하지만 아빠는
한사람으로 충분해

 

여기 있잖니

 

그렇게 생각하는 건 상관없다만

 

아빠 아니잖아

 

카오루의 아빠도 이 아빠야

 

4년 전부터 죽~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러던가

 

하지만 난 아니야

 

그럼 이 아빠를
뭐라고 부르려고?

 

부르지 않는 게 좋겠네

 

마땅한 호칭도 없고

 

예전처럼 아저씨라
부르면 이상하겠죠

 

잠깐, 같이 가, 카오루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이렇게
다 함께 모였습니다

 

모두 실적 그래프를
받으셨겠죠

 

타나카 상,
시간당 몇 건이죠?

 

712건입니다

 

평균은 850건입니다

 

사토 상은 얼마죠?

 

1040건입니다

 

와, 대단하네요

 

보자, 난 1015건이네요

 

타나카 상,
평균도 못 맞추면

 

급료를 깎는다네요

 

성적을 올리면
승진할 수 있나요?

 

그렇죠

 

선반에 상품을
모시는 것부터

 

신입을 가르치는 트레이너

 

뭐, 그렇죠

 

출고조는 4월에 와서
2개월이 지났습니다

 

타나카 상은
5월부터입니다만

 

앞으로 몇 개월이나...

 

아니, 몇 년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프로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합시다

 

힘내자 힘내자 힘내자

 

힘내자 힘내자 힘내자

 

오늘도 잘 부탁할게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몇 년을 할지 모른다니...

 

- 진짜일까요?
- 그러게요

 

사실이라면 절망적이네요

 

오늘 한잔할래요?

 

그게 말이죠

 

술 말고, 스트레스
풀만한 곳이 없을까요?

 

난 노래방을 가죠

 

혼자서

 

- 혼자서요?
- 네, 1인 노래방이요

 

갈래요?

 

가도 서로 딴방 쓰겠죠

 

물론이죠

 

그럼 가보죠

 

발차하겠습니다

 

역 인근인데 괜찮죠?

 

나 왔어

 

- 어서 와
- 그래

 

늦었네

 

고마워

 

술 냄새

 

뭐야, 또 마셔?

 

사와다 씨,
지금 어디 사나 몰라

 

'씨'까지 붙일 필요 없어

 

주소 몰라?

 

알 리가 없잖아
그리 난리 치고 헤어졌는데

 

나쁜 기억 들추지마
태교에 별로 안 좋으니까

 

괜찮아?

 

카오루랑 한번
만나게 하는 게 좋을까?

 

취했네

 

나도 사오리를
만나고 있는데

 

친아빠를 못 만나게
하는 건 이상하잖아

 

그런 거 없어

 

죽었다 생각하는 게 훨 나아

 

살아있잖아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카오루가 만나겠다고 하면...

 

그럴 리가 없잖아

 

갑자기 왜 그래?

 

아니야

 

나에겐...

 

카오루랑 '사와다'를
만나게 해주는 것보다

 

당신이 친딸을 만나지 않는 게
훨씬 기쁜 일이겠지

 

여보

 

안 잘 거야?

 

정말 괜찮은 거야?

 

그럼 먼저 잘게

 

슬픔의 끝에

 

뭐가 있는지 묻는다면

 

나는 모른다

 

본 적도 없다

 

다만 너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라지겠지

 

눈물 끝에는

 

분명 웃음이 따르는 법이라고

 

누군가가 말했지

 

진짜인 거겠지

 

한결같은 나 자신에

 

웃고 말겠지

 

Oh yeah

 

있잖아

 

요즘 왜 자꾸 늦어?

 

있잖아

 

급료가 안 올라

 

어쩌면 내려갈지도 몰라

 

왜?

 

실은...

 

나 5월부터 출향으로

 

창고에서 일했어

 

뭐?

 

5월이면...

 

창고?

 

인터넷에서 주문한 상품을

 

골라서 꺼내는 일인데

 

단말기에서 지령이 나오면

 

그대로 일하면서

 

로봇처럼 하고 있어

 

그런 거야?

 

아무 재미없어

 

회사 관두길 바라겠지

 

그렇구나

 

그러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그래도 내 아이를 낳고 싶어?

 

낳고 싶어
당신 아이

 

잘 먹었습니다

 

그래

 

당근도 다 먹어

 

벌써 가는 거야?

 

응, 다녀올게

 

다녀와

 

다녀와

 

오늘 무슨 일 있었나?

 

다녀와

 

당신 사와다 얘기 했었지

 

무슨 일 있었어?

 

에리코는?

 

화장실

 

아침밥 지을 때

 

카오루가 갑자기 와서

 

작은 소리로

 

'예전 아빠 뭐하고 살까'
하지 뭐야

 

그래서?

 

그래서 내가
'글쎄' 했더니

 

카오루가 흠~ 하고

 

그렇게 끝나긴 했는데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이지?

 

당신한텐 뭔 소리 없었어?

 

딱히 없었어

 

뭐야,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뻔히 봤으면서
당연히 괜찮지

 

갈게

 

왜 그래?

 

다녀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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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나야

 

미안하지만

 

8월 면회,
캔슬할 수 없을까?

 

아니 왜

 

1년에 몇 번 만난다고

 

가을쯤 한 번 더 허락할게

 

아니, 잠깐만

 

사오리가 그러재?

 

사오리한테는 내가 말할게

 

왜 그러는데

 

무슨 일 있었어?

 

이제 퇴근이지?

 

 

그럼 회사 앞에서 기다려

 

5~6분이면 도착할 테니

 

아니 아니
난 지금 거기 안 다녀

 

출향으로 신키바에 있는데

 

그럼 신주쿠에서 만나자

 

가까운 전철까지 태워줄게

 

하지만 6시 좀 넘을 거야

 

그럼 '니시쿠치'에서

 

타나카 상, 전화

 

13년 전

 

다녀왔어

 

- 나 왔어
- 어서 와

 

왜?

 

요즘 전혀 대화가 없잖아

 

있잖아

 

대학 조교 관두지 않을래?

 

늦게 오는 게 싫단 말야

 

그리고 이젠 성도
바꿨으면 싶고

 

이젠 싫다

 

알았지

 

외박도 싫고

 

집에 왔으면 좋겠어

 

피곤해

 

뭐야 이거

 

지운 거야?

 

말해봐

 

아니 왜?

 

이런 건 둘이 상의해서 해야지

 

뭐라고 말해봐

 

이거 이상하잖아

 

난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서 멋대로 처리했어

 

애 낳고 싶지 않아

 

난 원해

 

- 지금은 싫다고
- 그럼 말해야지

 

아직 은퇴하고 싶지 않아

 

- 은퇴랑 애랑...
- 내 인생이니까

 

내 인생도 있지

 

지금 관두면
평생 후회할지도 몰라

 

계속하면 되지

 

- 그럼 어떻게 키우라고
- 어떻게라니

 

애 키울 방법
얼마든지 있잖아

 

이게 말이 돼?

 

그럼 애가 태어나면
어떻게 할 거야?

 

둘 다 출근하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 하고 싶은 일 아무것도...
- 사람 쓰면 되잖아

 

그런 사람 얼마든지 있잖아

 

애가 태어나면

 

전부

 

- 전부 후회하게 될 거야
- 전부라니

 

당신이랑 함께 했던 모든 게

 

모든 것이 후회로 남을 거야

 

그건...

 

들어갔어

 

안에다 싸지 마

 

안에다 싸면 안돼

 

애 생기겠네

 

대단해

 

둘 다 교수니
이런 차를 타는구나

 

멘탈클리닉도 하니까

 

나도 카운셀링을 받아볼까

 

왜 그래?

 

아냐 아냐

 

몇 년 만이지

 

그지

 

아저씨가 다 됐네

 

진짜 그러기야

 

 

8월은 왜 안 되는데?

 

남편이...

 

말기 암이야

 

뭐?

 

그래서 사오리가
여름방학이 되면

 

곁을 지키게 하고 싶어서

 

못 고치는 거야?

 

의사는,

 

기껏해야 9월까지래

 

저번 면회 땐
아무 말 없었는데

 

등 근육이 땡겨서
그런 줄 알았거든

 

5월 말에 병원에 갔을 땐

 

벌써 전신으로 전이됐대

 

나이가 어떻게 됐더라?

 

마흔하나

 

세는 나이로 마흔둘이니까 액년이지

 

암이 정말 있네

 

바보같이

 

변한 게 없네

 

뭐가?

 

거칠게 모는 건

 

예전에 자주 했는데
심야 드라이브

 

학생 때 말이지

 

중고 닛산이었지

 

알바비로 산 거잖아

 

갑자기 바다 보러 간다고

 

'사잔 음악(밴드)' 들으면서
(사잔 올 스타즈)

 

'구주쿠리'였지
(해안 드라이브 명소)

 

네가 운전하면
언제나 작살났지

 

흑역사

 

재밌었지

 

젊었으니

 

어라, 담배 끊었어?

 

3월부터 금연 중이야

 

왜서

 

가족 건강도 있고

 

나도 이제 마흔이잖아

 

몸 생각해야지

 

좋은 아빠가 됐네

 

그래?

 

좋은 아빠야

 

암에 안 걸린 것만으로도

 

최고의 아빠지

 

고마워

 

미안해

 

가을에는 꼭 두 번
만나게 해줄게

 

딱 허망할 때니까
자기도 몸 잘 챙겨

 

아니 아니
몸 잘 챙기세요

 

2년 반 만에
헤어진 전 남편과

 

6년 만에 죽는 현 남편

 

누가 더 나쁜 놈일까

 

나지

 

묻지도 않네

 

뭘?

 

현재의 내 심정

 

남편이 암으로 입원한 지금

 

전 남편이랑 만나는 내 심정

 

전혀 관심 없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예전부터 그랬지

 

이유는 물으면서
내 기분은 관심 없잖아

 

그랬나?

 

계속 그랬어

 

왜 지웠나?

 

왜 한마디 상의도 없었는데?

 

왜 집에 안 들어오는데?

 

이유만 물어대고

 

산부인과로 갔을 때의 내 심정

 

혼자서...

 

지우기로 했을 때의 내 심정

 

그런 것들

 

전혀 묻지 않았지

 

애를 지웠을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려줄게

 

'앞으로 후회할 일들이
엄청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어

 

많이...

 

후회하긴 했지

 

애를 지우지 말걸

 

사오리를 낳지 말걸

 

이혼하지 말걸

 

결혼 따위는 하지도 말걸

 

대학원은 가지 말걸

 

미국은 가지 말걸

 

재혼은 하지 말걸

 

그렇게 말하다간
끝이 없거든

 

그래

 

그래서 지금은 딱 한가지

 

그치가 등이 아프다고 했을 때

 

좀 더 빨리
병원으로 데려갈 걸

 

당신은?

 

나?

 

아무 후회도 없어?

 

애처 도시락이네요

 

난 받아본 지가 언제인지

 

앉아도 될까요

 

커피 줄까

 

그래

 

이거 저번에 받은 건데

 

향이 대단해

 

하와이산이라나

 

하지만 디카페인 커피는 아니더라

 

나도 마실까

 

향이 죽인다니까

 

카오루

 

왜 그래?

 

뭐가

 

난 이 집이 싫어

 

나 참

 

잠꼬대하는 거야?

 

아빠를 만나고 싶어

 

왜 그러는데?

 

상관없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지 않아

 

너, 뭔 소리야

 

그럼 못써

 

어떻게 된 거야?

 

말해봐

 

- 말해야 알지
- 그만 됐어

 

카오루, 잠깐 앉아

 

얘기하자

 

- 앉아
- 됐어

 

뭐야

 

카오루, 왜 집이 싫어진 거야?

 

아빠가 있어서?

 

모르겠어

 

하지만 싫어

 

그럼 엄마도 에리도 싫어?

 

모르겠어

 

역시 동생이
태어나는 게 싫은 건가

 

몰라!

 

카오루, 미안해

 

엄마가 나빠
엄마 잘못이야, 미안해

 

외로웠구나

 

- 미안, 카오루
- 하지마

 

참, 뭐 하는 거야

 

괜찮아?

 

너...

 

괜찮아

 

너 방금...

 

너 방금,
무슨 짓이야?

 

그만 됐어
일단 앉자

 

너...

 

이전 아빠를
만나게 해줄 테니까

 

오늘은 그만 자

 

여보, 그게 아니라...

 

이전이고 뭐고

 

아빠는 하나뿐이야

 

아빠잖아

 

아빠 아니야

 

아빠잖아

 

아빠 아니야

 

뭔 소리야

 

이 사람 우리 가족 아니야

 

- 아빠잖아
- 아빠 아니야

 

- 대체 왜 이래
- 그만해

 

당신이 괜히
그런 소릴 해서는...

 

그만 됐다니까

 

너 대체 왜 이래

 

건드리지 마

 

시끄러우니까 그만해

 

- 왜...
- 됐다니까

 

왜 다들 이래

 

그만 자

 

지금 더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만나게 해줄 테니까

 

가서 자

 

만나게 해준다니

 

시끄러

 

안돼

 

카오루, 거기 안서

 

요정에서 일한다고 들었습니다만

 

미군 급식을 만드는가요?

 

자위대 급식을 만들고 있죠

 

자위대도 있나 보군요

 

재일 미군 재편으로

 

4년 전에 이전해왔죠

 

만나고 싶다니
그거 거짓말이에요

 

그게...

 

댁도 '나나에'한테서
들었을 거잖아요

 

날 만나고 싶을 리가 없다니까

 

그러지 마시고

 

시간 좀 내실 수 없을까요?

 

부탁할게요

 

싫네요

 

재혼은 하셨나요?

 

아니요

 

그딴 거 필요 없으니까

 

'나나에'는 잘 있고요?

 

그 녀석...

 

그 녀석이라면 안되나...

 

부인 좀 답답하지 않아요?

 

많이 매달리죠?
그쪽한테

 

그게 귀찮아서

 

애들도 그렇고

 

뭐랄까...

 

날 꽁꽁 옭아맨다고 해야 하나

 

지금이 편하고 좋네요

 

이유가 어찌 됐건

 

나 하나만으로도 벅차니까

 

그럼 왜 결혼했었죠?

 

결혼하고 나서야
그걸 안 거죠

 

6년 전

 

그냥 목 졸라 죽여

 

빨리 자, 이놈

 

그만해

 

이게

 

엄마

 

엄마

 

엄마

 

그만해

 

시끄럽다

 

제발 그만해

 

망할, 시끄럽네

 

그래 그래, 다 됐다

 

귀여워

 

정말 예쁘네

 

아빠, 빨리 축제 가요

 

언니

 

난 집 지킬 거야

 

왜서

 

머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괜찮아?

 

괜찮아?

 

열은 없는데

 

그럼 누워있어

 

그럼 셋이서 갈까

 

나도 집에 있을게

 

왜서?

 

할 일도 있고

 

난 싫은데,
저번에 싸우기도 했고

 

괜찮아

 

- 아빠, 수레가 오고 있어
- 그래

 

사람 엄청 많아

 

카오루

 

괜찮니?

 

잠깐 들어가마

 

불 켠다

 

괜찮아?

 

좀 어때?

 

잠깐 얘기하고 싶은데

 

정말 사와다 상을
만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아빠가 싫어서
일부러 그러는 거야?

 

- 정말 만나고 싶다면...
- 만나고 싶어

 

아빠는 별로
달갑지 않구나

 

그럼...

 

그쪽은 왜 만나요?

 

그쪽 자식한테도
새 아빠가 생겼겠죠

 

그럼 만나선 안되죠

 

어떻게 그런...

 

너무 이기적인 것 같지 않아요?

 

달갑지 않다니

 

부탁할게요

 

만나게 해주세요

 

난 역시 이 집이 싫어

 

왜 싫어진 거야?

 

그야, 남이니까

 

거짓이니까, 이 집은

 

그쪽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그런 적 없다

 

그래서 딸을
만나는 거잖아

 

아니다

 

나보다 그 애랑
함께 있는 게 좋겠지

 

그러니까 만나게 해줘

 

내 아빠니까

 

만나고 싶은 게
당연하죠

 

남남인 아저씨보다는

 

당연히 친아빠랑
함께 있고 싶겠죠

 

하지만 카오루

 

네가 어릴 때,
'전 아빠'한테 맞아서

 

이가 나갔었어

 

엄마가 이혼하지 않았으면

 

어쩌면 맞아 죽었을 지도...

 

- 너무해
- 그만

 

아프잖아

 

왜 그런 말 하는데

 

- 그만
- 비겁해

 

야비해

 

그런 일 절대 없었어

 

왜 그런 말 하는데

 

왜 그래?

 

배 아파?

 

괜찮아?

 

괜찮냐고

 

약 가져올까

 

괜찮아?

 

어딜 와

 

카오루 짱, 밀 거야

 

무서웠어?

 

카오루는...

 

성인 남성을 무서워해요

 

막 이혼했을 때는

 

밖에도 못 나갈 정도로

 

돌아간 할아버지도
따르지 않아서...

 

그래서 오늘도...

 

오늘 공원 함께 가는 아저씨는

 

엄마의 제일 친한 친구라고

 

계속 카오루를 설득했죠

 

카오루가...

 

그렇게 활짝 웃는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결혼합시다

 

고마워요

 

됐다

 

언니는 병이 난 거야?

 

배 아프대

 

배 아픈 것도 병이겠지?

 

병이 아니라도
배 아플 때 있거든

 

금붕어 나랑 언니 꺼밖에 없어

 

아기 꺼 깜빡했네

 

그러네

 

내일 한 마리 더 사 올까?

 

 

나눠서 키울래?

 

안돼

 

당연히 함께 키워야지

 

아빠가 아니잖아< BR>친자식도 아니야

 

카오루

 

- 멋대로 내 방에 들어왔어, 싫어
- 카오루

 

자물쇠 달아줘
밤이 무서워 잘 수가 없잖아

 

- 자물쇠가 왜 필요해
- 시끄러, 나가

 

왜 그래?

 

언니랑 싸운 거야?

 

엄마, 언니 병문안 가도 돼?

 

가도 돼, 가봐

 

자물쇠 달겠대

 

자물쇠?

 

여자가 된 걸 축하해서

 

필요한 거 있으면
선물하겠다고 했어

 

그랬더니 자물쇠래

 

자물쇠 없으면
무서워 잘 수가 없다며

 

여보, 어떡해야 돼?

 

그렇다고 해줄 수는 없잖아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집이 점점 이상해지잖아

 

원래 이상했어

 

너무해

 

어제 사와다 씨를 만나

 

만나 달라고 부탁했어

 

안돼, 진짜

 

그만 좀 해

 

쓸데없이 그러지마

 

카오루는 난 아니래

 

친아빠를 만나게
해야 할 것 같아

 

만나고 싶을 리가 없잖아

 

카오루가 그런 사람을...

 

지난번 카오루가 했던 말,
거짓말이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쟤는 진지하거든

 

확실하게 묻고 올게

 

에리 짱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거야?

 

그냥 알려줬을 뿐인데

 

뭐를?

 

버려질 거라고

 

아기가 태어나면
에리도 나도...

 

카오루, 진짜 너...

 

에리

 

저 사람 우리 친아빠가 아니거든

 

그만해

 

- 남이거든
- 그만해

 

엄마는 우리 친아빠를 배신했거든

 

그만하라니까

 

- 버려졌거든
- 그만!

 

 

꼭 만나게 해줄 테니, 그만해

 

배 아프니까 그만 나가

 

잘 거야

 

- 저기
- 네

 

담배 한 가치만...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빠

 

이것도 함께 묻어줘

 

이거 버려도 돼?

 

남자애래
그러니 그거 필요 없어

 

엄마가 의사 선생님께 물었대?

 

배가 크면 남자애래

 

그럼 먼저 금붕어

 

금붕어님, 잘 가세요

 

사요나라

 

이건 이렇게...

 

여동생

 

카오루는?

 

언니 자물쇠 사러 갔어

 

덥네

 

별일이네
위스키까지

 

저기

 

자물쇠 그냥 버릴까

 

움직였어
만져볼래?

 

오늘 말이야

 

병원 갔다 왔는데

 

고민만 생겼어

 

'임신 고혈압증'이라고 알아?

 

심할 때는 모자 모두 죽는
무서운 병이래

 

오줌에 단백질이 생겼나봐

 

그러면 그 병에 걸리기 쉽대

 

조심하라고 하던데
어떡하지?

 

나이와도 관련이 있다던데

 

아, 몰라
뭔 소리 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임신 고혈압증이라...

 

그런 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내가 의사도 아니고

 

모르겠다니

 

하지만 당신 자식이고

 

그거 말이야

 

그렇게...

 

자꾸 몸에 이상이 생긴다면
지워야겠지

 

싫어

 

싫겠지
나도 싫어

 

싫어

 

계속 생각했어

 

생각해 봤는데

 

지금이라면 우리
깨끗이 갈라설 수 있어

 

- 그러니 애 지우고 갈라서자
- 싫어

 

이대로 애 지우고
갈라서면 되는 거야

 

지금으로선 서로만
피곤할 뿐이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

 

아냐 아냐 아냐

 

당신은 그럴지 모르겠지만
난 아니지

 

도무지 모르겠어

 

당신의 호들갑도 모르겠고

 

카오루 일도
전혀 모르겠어

 

그거야...
그거야...

 

에리코도 나중에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거다

 

안 그래?

 

죄스럽지만 애 지우고
이혼할 수밖에 없는 거야

 

싫어

 

돈 줄게

 

생활비, 위자료 전부 줄게

 

싫어
좀 더 상의하자

 

대체 이게 뭐냐

 

자물쇠라니
그렇게 내가 싫었나

 

내가 그걸...

 

됐어

 

- 버릴게
- 됐어

 

그렇게 내 얼굴 보기 싫다면

 

당장 달아주지 뭐

 

제발 그만해

 

그만해

 

진짜, 제발 그만해

 

됐어

 

그만해, 제발

 

떨어져

 

카오루, 빨리 말해
자물쇠 필요 없다고

 

말해!

 

필요없다고
아빠한테 말해

 

진짜

 

- 제발 그만해
- 정말 이게...

 

여보

 

방해되잖아

 

그만해

 

엄마

 

엄마, 괜찮아?

 

엄마

 

거봐

 

결국 그 사람이랑 똑같잖아

 

그래서 친아빠가 좋다는 거야

 

수고비 정도는 쥐여주겠지?

 

수고비라니요

 

일부러 시간 내서
상관없는 사람을 만나는 거잖아

 

수고비 정도는
받아도 될 것 같은데

 

이혼한 지
벌써 6년인가

 

잊고 살았는데

 

댁땜에 다시 생각났잖아

 

달갑지 않다는 말이지

 

죄송합니다

 

그 사람이랑 결혼하고
좋은 일 한번 없었고

 

카오루가 태어나며
더 나빠졌지

 

저번에 댁을 만난 게
재수 없었던 거야

 

재수 옴 붙은 거지

 

오늘 중으로
돈 10만을 갚지 못하면

 

카오루 얘기는
자연히 없던 거로 되겠지

 

잃었나요?

 

허세란 원래 쩌는 거요

 

도박 때문에
갈라선 건가요?

 

정 반대지

 

갈라서고 싶어서
도박을 했고

 

계집질도 하고 술도 마셨지

 

아무튼 싫어하는 건
전부 해봤어

 

일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잖아요

 

커브를 돌면
창문이 보여요

 

언제나 불이 켜져 있었지

 

날 기다리는 거죠, 매일

 

계속 기다리는 거야

 

오늘은 꼭 돌아가야지 하고

 

그러다 창문을 보면

 

다시 돌아섰던 적이
몇 번이고 있었죠

 

카오루를 만나죠

 

대신에...

 

댁은 좋은 회사 다니잖아

 

10만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예쁜 딸년을 생각한다면
싸게 먹히는 거죠

 

그래도...

 

다신 전화하지 마시오

 

아니, 잠깐
잠깐만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현금인출기라면
저쪽에 얼마든지 있는데

 

죄송해요

 

만약 카오루가...

 

함께 살고 싶다면
어쩌실 거죠?

 

40만을 더 얹어준다면야

 

진지하게 생각해보죠

 

저기, 주말인 내일모레

 

오전 10시,
역 앞에 백화점 있죠

 

그 옥상에서 부탁드릴게요

 

혹시해서 묻는 거지만

 

얼마 넣었죠?

 

10만 엔이요

 

약속은 꼭 지켜주세요

 

카오루가 알았으면 놀라겠네

 

50만에 팔려갈 뻔했으니

 

아니 그런...

 

농담이요, 농담

 

곧 에스컬레이터가
도착하겠습니다

 

사오리

 

어떻게 된 거야?

 

아빠

 

어떻게 된 거야?

 

그래 그래

 

무슨 일인데?

 

엄마가 아빠를
만났다고 해서...

 

미안해, 갑자기 와서

 

언제 만난 거야?

 

엄마랑?

 

6월 중순인가...

 

엄마랑 밥도 먹었다면서

 

안 먹었거든

 

둘의 얘기,
일치하긴 하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엄마랑 아빠가 만나도
신경 쓰지 않았을 거야

 

가끔은 만나도 된다고...

 

늘 말했거든
나랑 '아빠'는

 

아빠도?

 

그래

 

그래서 갑자기
'아빠'가 불쌍해졌어

 

너무해
하필 이런 때에

 

왠지 슬퍼지지가 않아

 

이상한 느낌이야

 

학교 담임 선생님이나

 

잘 알던 아저씨가
죽는 느낌이야

 

슬프긴 슬프지만

 

옛날에

 

엄마가 죽는 걸
상상한 적 있어

 

그때는 가슴이
갑자기 아파지면서

 

이불 속에서 떨었거든

 

그런데 그런 느낌이

 

'아빠'한테는 느껴지질 않아

 

매번, 병문안 갈 때마다

 

마음속으로 사과하고 있어

 

'죄송해요, 죄송해요' 하고

 

아빠가 곧 돌아가시는 거잖아

 

내 얼굴을 보면서
말은 못 하지만

 

호흡기에서
슈~ 슈~ 소리가 나

 

슈~ 슈~ 하는 소리가
미안하다는 말로만 들려서

 

뭐,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다,
울음이 안 나와도

 

슬프지 않아도
네 잘못이 아니니까

 

그 사람도 분명 잘 알 거야

 

만약에 아빠도
언젠가 죽을 때

 

그 아이들이 울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

 

필경 친 부모·자식이 아니니까

 

무서운데

 

뭐야 이거

 

정전이네

 

전철도 멈추고, 큰일인데

 

잠깐 여기 있자

 

전화나 해줘

 

여보세요

 

 

사오리

 

지금 아빠랑 함께 있어

 

어딘데?

 

괜찮아?

 

괜찮아?
서둘자

 

많이 오네

 

아빠 어서 와요

 

왜 데려온 거야?

 

카오루는 학원 갔고
에리코만 둘 수 없잖아

 

나도 혼자가 아니야
가봐야 할 곳도 있고

 

잠깐만

 

누구야?

 

사오리

 

사오리 아빠가
암으로 위독해

 

병원까지 데려다주려고

 

전철도 멈췄고
택시도 없어서

 

그러니 좀 이해해

 

내가 운전할 테니
이쪽으로 앉아

 

사오리, 빨리 타

 

자, 어서

 

사오리

 

죄송해요
난 혼자 갈게요

 

빨리 타
서둘러야잖니

 

뭐해

 

괜찮겠어?

 

사오리

 

아빠 어디 가?
집 안 가?

 

잠깐 갈 곳이 있어

 

어디?

 

어디 가는데?

 

조금만 참아

 

빨리 집 가

 

- 에리, 운전하잖니, 조용해
- 그러니까

 

- 어딜 가냐고?
- 조용 좀 해

 

에리 짱

 

알았어

 

에리 짱이야?

 

 

언니는 누구야?

 

나?

 

 

왜 아빠랑 같이 있었어?

 

에리의 아빠랑 난 친구거든

 

친구? 이상해

 

아빠는 어른이고
언니는 아이잖아

 

어른과 아이도
친구가 될 수 있어

 

아빠 진짜야?

 

난 '사오리'라고 해

 

사오리 짱이라고
우리 유치원에도 있는데

 

그래?

 

아직 유치원이구나
정말 어리구나

 

 

그래도 크리스마스면
나도 언니가 돼

 

- 에리
- 동생이 태어나

 

진짜?

 

응, 그지 엄마

 

그렇구나

 

아기가 태어나는구나

 

말도 안해주고
정말 매정하네

 

부녀지간인데

 

부녀지간이라면
누구랑 누구?

 

응?

 

됐다

 

감사합니다

 

- 바이 바이
- 바이 바이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같이 올라가

 

친구잖아

 

사오리, 저기까지 같이 가줄게

 

미안타, 여러 가지로 신경 쓰게 해서

 

나 울 수 있을 거 같아

 

'아빠'를 위해

 

지금은 아빠가 죽는 게 너무 싫어

 

'아빠'랑 오래도록 함께...

 

아빠, 우리 아빠를 만나봐

 

아빠가?

 

부탁이야
만나봤으면 해

 

아빠

 

내 아빠야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이자키 상

 

사오리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귀여워해 주시고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아빠

 

아빠

 

아까 언니 말이다

 

부녀지간이라 했는데

 

그거 농담이 아니라 진짜거든

 

그게, 아빠는 말이다

 

아주 오래전에,
엄마가 아닌 사람과 결혼했었어

 

그리고 그때 태어난 게
아까 사오리 언니

 

엄마도 아빠를 만나기
훨씬 오래전에

 

다른 사람과 결혼했었어

 

그때 태어난 게
너 언니랑 에리

 

알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빠의 아내는 엄마뿐이고

 

엄마의 남편은 아빠뿐

 

그리고 언니와 에리의 아빠는
이 아빠 한사람뿐인 거야

 

알아들으려나

 

중요한 건

 

지금 엄마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건

 

에리와 언니고

 

제일 소중한 거야

 

그건 알아줬으면 해서

 

그리고 방금 말했던
사오리 짱과...

 

알았어

 

그래서 나와 사오리 짱도
친구인 거지?

 

- 빙고
- 그지 그지

 

에리 잘했어?
머리 좋지?

 

머리 좋네

 

혹시라도 묻거든

 

나도 에리도
잘 있다고 해

 

그리고...

 

몸 잘 챙기라 하고

 

응, 갈게

 

다녀와

 

아~ 뜨거

 

됐다

 

예쁘게 나왔네

 

 

됐다

 

더워

 

좋은 냄새

 

그지

 

 

잘 나왔다

 

치루의 꼬리가...

 

떨어졌네

 

이걸 봐봐

 

귀여워

 

하지만 고양이는
잘 만들었어

 

정말 잘 만들었네

 

이봐, 그거 끝나면
잠깐 나갔다 오자

 

어딜?

 

백화점에

 

지금까지 거기
있을 리가 없잖아

 

뭐 있든 없든

 

꼭 가봐야 할 것 같아서

 

이상해

 

아빠한테 보여줘 봐

 

알았어

 

자요

 

어라, 거북이?

 

 

이거 한 개만 먹고
나머지는 언니랑 먹을까

 

먹어도 돼?

 

 

그럼 먹는다

 

맛있어?

 

그래, 맛있네

 

맛있대

 

다행이다

 

거북이 맛이네

 

어서 오세요

 

1시간 후에
여기서 만나

 

아직 있으면 어쩌지?

 

벌써 놀이공원이라도 갔겠지

 

갈까

 

바이 바이

 

언니 놀이공원 간 거야?

 

에리도 놀이기구 탈 건데

 

누구랑 놀러 간 거야?

 

친구

 

이걸 탈래

 

- 그거?
- 응

 

이거야? 좋았어
동전 넣는다

 

됐다

 

조심하고

 

어라, 카오루는요?

 

그게...

 

쟤가, 에리코인가요?

 

 

에리코의 얼굴은
기억도 안 나네요

 

하지만 많이 컸네요

 

카오루는 아침에
집을 나섰는데

 

바람맞았네요

 

죄송합니다

 

애들이 저렇게 노는 모습은

 

몇 년 만에 보는지 모르겠네요

 

동전을 넣어주면

 

카챠카쟈하며
캡슐이 나오는 게 있잖아요

 

쪼개난 장난감이 들어있는 거

 

카오루가 정말 좋아했죠

 

가끔 놀이공원 데려가도

 

큰 놀이기구는
본 척도 안하고

 

바로 그리로 달려갔으니

 

주머니 동전이
없어질 때까지

 

의외로 기억이 나네요

 

쓸데없는 일들만

 

그 얘긴, 여기서 끝내죠

 

그 얘기라면...

 

카오루를 데려가겠다던 얘기요

 

딸을 키워서

 

1억을 못 받으면
수지가 안 맞죠

 

댁도 그 정도의 돈은 준다면

 

직접 키우겠죠

 

애들은 말이죠
정말 싫거든요

 

시끄럽고 귀찮고

 

하지만 댁은 좋아하겠죠?

 

그야 제 자식뿐이죠

 

시간이 끝났나 보네요

 

잠깐만요

 

내가 갈까요?

 

정말요?

 

동전 잔뜩 준비해왔으니까

 

농담입니다

 

괜찮다면 이걸로 하세요

 

감사합니다

 

아빠, 멈췄어

 

그래

 

저 아저씨 아빠 친구야?

 

그래, 에리 친구지

 

아빠 친구겠지

 

아저씨 동전 줬거든

 

고맙다고 해야지

 

넣으마

 

됐다

 

감사합니다

 

그럼 난 그만

 

사와다 상

 

저기...

 

나중에라도

 

카오루가 다시 만나고 싶다면

 

꼭 만나주세요

 

초등학교 6학년이면
어떤 느낌이죠?

 

키도 그렇고

 

전혀 감이 잡히지 않네요

 

딱 저 정도죠

 

저렇게 커요?

 

그럼 이건,

 

카오루가 아닌
에리코한테 주세요

 

괜찮겠어요?

 

다행이네요
당신이 와줘서

 

버리기엔 아깝고

 

카오루한테 전해줄게요

 

유치하다고 웃을 텐데요

 

카오루한테 확실히 전할게요

 

사와다 상

 

감사합니다

 

끝난 것 같네요

 

그럼

 

죄송합니다

 

아빠, 동전

 

그래 넣어주마

 

됐다

 

- 다녀왔습니다
- 다녀왔습니다

 

돌아왔나

 

왔겠지

 

카오루

 

에리 짱, 엄마랑 방에 갈까

 

나 왔다

 

어땠어?

 

재밌었어

 

최고였지

 

그렇구나

 

자, 선물

 

열어보지

 

지금?

 

뭔가 들어있겠지

 

아빠도 뭔지 모르는데

 

뭐야

 

부탁받았으니까

 

누구한테서

 

잘 알면서

 

카오루에게

 

앉으마

 

카오루

 

아빠, 전에 말했지?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너 오늘 안 갔잖아

 

기분이 어때?

 

이제 알겠지?

 

꽃을 장식해요

 

평소의 방에

 

슬픔의 끝에는

 

뭐가 있든지 Oh yeah!

 

슬픔의 끝에는

 

멋진 나날을 보내야겠지

 

Oh baby!

 

- 아빠
- 에리

 

- 혼자 기다리고 있었어
- 그랬어?

 

장해라

 

고마워

 

아이고 엄청...

 

덥네

 

아기 심장 소리래

 

아직인 거야?

 

태어날 때는

 

분명 응애 응애하고 울 거야

 

언니 늦네

 

언니는 치바에 있으니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할머니네 집에
가지 말라고 했건만

 

하지만 언니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니

 

어쩔 수 없잖아

 

언니 할머니네 집으로
이사 가는 거야?

 

그야 중학교 졸업하고 나서

 

그래서 겨울방학하고
여름방학은 리허설인 셈이지

 

리허설이 뭐야?

 

리허설은 연습인 거지

 

거의 다 됐어요

 

거의 다 됐대

 

언니는 바보같이

 

빨리 안 오면
태어난단 말야

 

- 태어났다
- 태어난 거야?

 

카오루

 

언니, 태어났어

 

카오루

 

축하드려요

 

아기와 만날게요

 

 

들어오세요

 

들어가자

 

동생인가

 

누나들이 왔네

 

누나도 봐
만져도 괜찮아

 

아빠도요

 

친애하는 우리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