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꿈꾸는 남자는 현실주의자 08

아, 그러고 보니

여름 방학이 끝나서 제가
알바를 그만둔 뒤에는 어떻게 하세요?

고용해야지

실은 이미 모집 공고를
걸어놨다

그러고 보니 입구에
벽보가 있었지

그렇지

후배가 들어오면 사죠 군도
선배가 되는 거니까

뭐, 그렇네요

그 기운 빠진 대답은 뭐냐!

 

그럼 남은 것도 잘 부탁하마

아이아이서~

 

카와시마 레이지
여기인가?

 

저, 저기…

아, 네

 

응? 이 느낌은 어딘가에서…

 

이치노세 씨?

저기… 무슨 일이라도?

입구에 있는 모집 공고를 보고서…

에? 알바 공고를!?

 

괜찮은 걸까?

 

꿈꾸남자

sub by 별명따위

틈 사이로 엿보인 하늘의 호령에

마음을 끌어안은 채 출발

눈은 맞았는데도 바람에 흔들려

저 멀리 빙그르르

 

동경심을 품은 눈꺼풀 셔터

추억은 마음을 장식하고 있어

이 시간, 좋아하는 것 같아

이렇게나 애달픈데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반쯤은 포기하려 했던 꿈

능숙히 내려설 날을 좇아가 보고 싶어

상공 한 가득만큼이나
전부 다 전하지 못할 말

어째선지 각기 색이 다른

네 본심이 스쳐 지나갔어

방황하게 될 것 같지만

하늘에는 줄곧 두 고동만이

몇 번이나 울려퍼졌어

푸른 감정을 이어 붙여 본다면

어떤 경치가 펼쳐질까?

알록달록한 마음을 알고 싶어

 

sub by 별명따위

 

『완전 유죄 아냐?』
오, 그건 미나쨩이구나!

네? 아는 사람이에요?

단골 아가씨다!

크으~ 실화인가!
미나쨩인가!

나는 행복한 놈이구만!

영감님은 텐션이 올라가면
말투가 젊어지신다

 

미나쨩, 채용!

 

잠깐…!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르지 않으세요?

미나쨩은 잘 알고 있으니까~

 

저, 저기…

아내도 기뻐할 거다

따라오렴, 미나쨩

 

뭐, 이걸로 나도
걱정할 것 없이 빠질 수 있겠내

미나쨩이었구나

그런데 그 앞머리는 좀…

어떻게든 할 수 없겠니?

어이쿠, 좀 엄한 소리를 하시네

뭐, 나도 동감이지만

와 준 건 기쁘지만~

그렇지!
내가 잘라줄까?

 

잠깐!
스톱이에요, 아주머니!

어머, 지금 알바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던 참이란다

그렇군요!

아무리 뒤에서 일을 봐주는
역할이라지만 당황하게 된다고!

그보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이치노쎄 씨하고는 같이
알바를 할 뿐인 사이라면 여기에서는…

만나서 반가워요
사죠입니다

 

점장님한테서 들었어요

이치노세 씨, 책을 상당히 좋아하신다면서요?

아, 네…

책을 읽을 때에는 앞머리가
방해되지 않으세요?

평소에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아… 펴, 평소에는…

 

이, 이렇게요

이치노세 씨의 얼굴을
처음 봤어

괜찮은걸
그럼 그걸로 가자

아, 네!

그럼 내일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보다 알바 후배한테 존댓말을
쓸 필요는 없지 않아?

동급생이기도 하고

 

안녕, 이치노세 씨

아, 안녕하세요…

목소리 엄청 작아!

아, 저기…

옆자리에 앉은 이치노세 씨…

맞지?

그다지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는데

잘 부탁해

 

대답하는 거 진짜 느려!

이거 잘 해나갈 수 있을까?

오, 왔구나
사죠 군!

안녕하세요

텐션이 높으시네요

오늘부터 선배로서
미나쨩한테 잘 가르쳐 주거라!

 

열심히 하겠습니다

힘을 쓰는 일 말고는
미나쨩한테도 한 번씩 보여주거라

모쪼록 이상한 짓을
벌일 생각은 하지 말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농담이다!

 

먼저 앞머리를
어떻게든 해야겠지

아…

 

그래, 그래
알바할 때에는 그렇게 하자

 

그럼 가볼까?

첫 일은 어제 팔린
책 리스트를 보면서

책장 정리를 하는 거야

엄청 간단한 일이야

 

아… 내가 말할 때에는
끄덕이는 걸로도 괜찮지만

손님을 상대할 때에는
제대로 대답해야 한다…?

아… 네!

 

이렇게 보면 의외로
해야 할 일들이 있네

저, 저기…

 

아, 거기는 발판을
사용하면 되는데

오늘은 하지 말까?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

그러다가 발 헛디뎌서
내가 받아줘도 괜찮겠어?

그, 그건!
싫어…

 

나머지는 접객이군

 

벌써 개점도 했으니

언제 손님이 와도
이상하지 않아

 

일단 이치노세 씨는
아까 가르쳐 준 정리정돈

높은 곳하고 접객 일은
내가 할게

계산대는 가까이에서
견학을 할까?

그것도 필요한가

 

[연수 중]

이렇게 목에 걸어주면…

 

스스로 걸라고 하면 될걸…

마음의 거리가 장난 아냐!

아아~ 이치노세 씨

여기까지 듣고서
무언가 모르는 거 있어?

저기…

특별히 없다면 없다고 해도 괜찮은데…

 

있어?

없어요

 

진짜 맞질 않네!

그럼 업무는 어느 정도
가르쳐 줬으니까

나머지는 익숙해지면 되겠네

 

일을 하면서 그럭저럭
눈치로 알게 됐지만

비아냥거리는 손님들도 많아

이치노세 씨, 계산대 버튼
배치라도 볼까?

 

사는 거냐!

미시마 유키오가 없다니

고서점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곳이군요~

감미로운 성을 표현한
걸작, 음악!

용납되지 않는 교접을 아름다운
예술로 바꾼 그의 존재 없이

고서점이라 하고 다니다니

언어도단!
 
 
이 아저씨는 뭐라는 거야

여기 두 권이시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못 알아먹겠지만

상품을 계산대에
들고 왔다는 사실은 확실해

북 커버도 같이 드릴까요?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넵~

 

두 권 합쳐서 2,020엔입니다

 

감삼다~

 

저런 손님은 허점만
보여주지 않으면 어떻게든 돼

 

이치노세 씨?

 

일단 안으로 들어갈까?

 

실례합니다!
아주머니를 부르고 싶은데요

무슨 일이니?

좀 특징적인 손님을 접객하고서

이치노세 씨가
울음을 터뜨렸어요!

뭐라고!?
미나쨩은?

뒤에서 쉬고 있어요

아, 하지만 점장님은
가지 말아주세요

이런 건 여자한테
맡기는 게 맞다고 봐서요

 

그래, 알겠다

감삼다

 

내가 빠진 뒤에

이치노세 씨 한 명한테
맡겨도 되는 거야?

그보다

접객은 둘째치고, 먼저
종업원끼리 대화도 잘 안 되는데…

영감님한테 상담해 볼까?

뭔가 좋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 저기, 점장님
- 아

이곳 알바는

그런 손님을 어느 정도
접객하는 기술은 필수죠?

그래, 그렇지

제가 보기엔 이치노세 씨는
맞지 않는다고 보이는데요…

뭐라고!?

사죠 군, 저 아이의
겉모습만 보고서!

그럼 점장님이 돌봐주실래요?

그걸로 이치노세 씨가 못하는 일은
전부 스스로 하겠다고 하셨다간

아주머니께서 잠자코
있진 않을 겁니다?

 

아, 죄송합니다

나는 생각보다 이치노세 씨를 보고
화가 났던 모양이다

상성이 안 좋아서 그런 건지,
내 마음이 좁은 것뿐일지…

미나쨩은…

 

미나쨩은 이 가게의
귀여운 단골이다

 

평소의 기세는
어디로 간 거야, 영감님!

생각해라, 나!

 

학교에서는 항상 혼자 있고

 

하지만 최소한
이 헌책방과

자신을 신경 써 주는 영감님은

이치노세 씨에게 있어선
있을 곳이라는 거겠지

저기, 저 잠시 이치노세 씨하고
얘기를 나눠볼게요

저, 정말인가?

네, 하지만 그렇게까지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래, 알겠다

 

이곳을 싫어하게 되는 일이
있어선 안 돼

영감님을 위해서도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내가 말할 수밖에 없겠지?

여자라도 해도 가끔씩은
강하게 나가도 된단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괜찮단다

지금 미나쨩에게 일할 때의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고 있었단다

나머지는 저한테 맡겨주세요

 

아주머니께선 장부를
정리하던 중 아니셨어요?

아, 그랬었지

그럼 나중에 보자꾸나

 

이치노세 씨, 들어줄래?

아까 그 손님, 이상한 사람이었지?

 

처음부터 생각한 대로
접객을 할 순 없어

 

무서워서 울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일 거야

 

그런 손님은 좀 가벼운 말투로
말하면 효과가 있어

어려운 말이 통하지 않는
뉘앙스를 풍기면 조용히 해주거든

이치노세 씨라면

예를 들어서, 갸루처럼
얘기했다면 움츠러 들었을지도 몰라

 

접객은 역시 어려우니까
정답이란 게 없어

하지만 오답은 있어

아무리 성가셔 보여도

그게 손님이라면
잘못된 대응을 해선 안 돼

 

그래서, 이치노세 씨
그거 할 수 있어?

 

평소에는 시원시원하게
얘기하는 건 잘 못하더라도

알바할 때에는 할 수 있다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

할 수 있어?

 

할 수 없다면
어울리지 않겠네

부모님한테 받는 돈으로
열심히 해볼 수밖에 없겠지
 
 
 
 

부모님한테 받는 돈으로
열심히 해볼 수밖에 없겠지
 
 
멍청아, 진정해!
 

부모님한테 받는 돈으로
열심히 해볼 수밖에 없겠지
 
 
선배로서 내가 하는 건
선택지를 빼앗는 게 아니야

무리하면서까지 알바를
할 필요는 없어
 
 
선배로서 내가 하는 건
선택지를 빼앗는 게 아니야

선택하게 해주는 거다

 

미안, 이것만 말해주면 돼

접객할 생각이 있는 건지만
가르쳐 줄래?

 

솔직히 이대로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나 생각하고 말아

손님 입장으로 오는 이치노세 씨에게

영감님이 열심히 말을
걸어주시는 정도가

이치노세 씨한테도, 영감님한테도
딱 좋은 게 아닐까?

싫어요…

뭐?

시, 싫어요…

그만두고 싶지 않아요!

뭐? 어째서?

하, 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그만두게는 하지 말아주세요!

잠깐! 고개를 들어!
진짜로!

나, 나는 평범한 알바생이니까!

이치노세 씨를 그만두게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뭐, 뭐든 할 수 있게
해볼 테니까요!

알겠어!
알겠으니까 고개를 들어줘!

 

무슨 일이 있었냐!

점장님!
이치노세 씨, 계속한답니다!

뭐라고!?

내일부터 열심히 해보자!
응?

그렇구나

응, 이제 시간도 됐으니
오늘은 둘 다 돌아가 보거라

 

아니, 아직 업무는
끝나지 않았는데

제가 남을게요

아니, 괜찮다

그보다도 내일도
제대로 와 주거라

알겠습니다

그럼 돌아갈까?
이치노세 씨

아, 네!

 

나 진짜 최악이다

 

왜 그러지, 이치노세?
기운이 없군

죄송합니다

요즘 여동생하고
사이가 좀 소원해져서요

미나
[응답이 없습니다]

괜찮아!
응?

유리쨩

 

[사죠, 아이카, K]
K 『사죳찌 무시한다』
아이카 『알바?』
K 『응』

큰일이다

 

[사죠, 아이카, K]
『2명이 영상통화에
참여 중입니다』

왜 영상통화래?

 

여기 꼭 가보고 싶지?

헤에, 가게 내부도 세련됐다

그치?

여기저기 사진 찍자!

또 학교가 시작되면
여러 가지로 바빠질 테니까

괜찮긴 한데

케이, 여름 방학 숙제는
다 끝냈어?

응? 부 활동은
성실히 하고 있는데…

그럴 줄 알았어

그럼 숙제가 다 끝난 후에
포상으로 가는 걸로 하자

모르는 부분은
가르쳐 줄 테니까

아이찌, 정말 사랑해!

정말

 

사죠 『알바 끝나고 쓰러져 잤었어』
 
왠지 여자애로 살다 보면

가끔씩 칼로리를
섭취해야 하잖아?

그러게

저지방으로 주문하는 것도
괜찮아 보이고

뭐? 얘기 듣고 있어?

하지만 토핑은 꼭…

오, 사죳찌
역시 알바를 하고 있었나 봐

그, 그렇구나…

응, 지금 당장 오라고 했더니
읽음 표시 떴어

뭐? 자, 잠깐만!

 

사죳찌~
얘기하는 거 오랜만이잖아~

아, 나츠카와는 영상이 아닌 건가

그보다 왠지 좀 지친 거 같지 않아?

나한테도 많은 일이 있어

그런 거야?

말해 버려, 말해 버려~

그럼 상담인데

오늘 알바하는 곳에서
여자애한테 엎드려 절을 받았는데

- 뭐?
- 뭐?

완전 유죄 아냐?

저기, 못 들은 걸로…

- 무리야!
- 무리거든!

뭘 한 거야?

저기… 그게…

내향적인 아이인데

성격을 고려하지 않아서
벌어진 비극이랄까…

그러니까 사죳찌가
잘못했다는 거지?

뭐, 그건 뭐라고 해야 할까…

마, 말해 봐
그… 우리한테도

 

실은!

 

뭐, 이게 고민이라고 해야 할지

내일부터 어쩌면 좋을지 싶어서…

내일, 그 아이
올까?

안 온다에 1표~

차라리 날 죽여!

사, 사죳찌
기운 내~

너만 잘못한 게 아냐

 

애당초 그 아이가 제대로
얘기를 했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진
않았던 거잖아?

알바 선배로서 기합을
넣어줬다는 거잖아?

뭐, 그렇게 되겠네

너한테는 제대로
이유가 있었으니까…

응…

 

알고 있다니까~

미안, 목욕하러 들어가래

그럼 안녕~

 

어이, 갑작스럽네!

 

어라?

혹시 아까 그 말은
격려해 준 거였어?

왜… 왜 그런 말을?

아니, 객관적인
의견으로 보였달지

기분 탓이야!

미, 미안

 

그보다도 나츠카와는
요즘 어때?

어떠냐니, 뭐가?

그게, 여름방학에 들어간 뒤로
한동안 만나지 못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그러네

 

뭐, 아시다하고 즐겁게
보내고 있다면 다행이야

아… 그보다 나츠카와는
왜 영상을 꺼놨어?

지금 목욕을 하고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아, 미안!

저기, 아까 그 얘기 말인데

어, 응

그 아이의 얘기를
잘 들어줘

알겠어, 고마워!

 

안녕하세요…

 

안녕, 이치노세 씨

아, 네!
안녕하세요!

그… 어제는 정말 미안

아, 네!

개점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천천히 정리라도 할까?

아, 네!

응? 어제보다 대답이 시원시원한데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개점할 시간인가

좋아, 바깥에 걸린
팻말을 돌려놓고 올게

아, 제가 할게요!

아, 그럼 부탁할게

 

해, 했어요!

잘했어!

 

먼지가 날아다니네~

큰일날 뻔했다!

뭔가 어린 아이처럼
보일 때가 있단 말이지…!

 

어서 오세요~

제, 제가 할게요

 

[연수 중]

 

말 없이 계산대에
상품을 내려놓는 타입인가

이치노세 씨한테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는데

어, 어서 오세요!

채… 책 한 권, 130엔 되겠습니다

오?

5, 500엔 받았습니다

어디 보자… 370엔 거스름돈 되겠습니다…

오오!

저, 저기…

실례합니다

이 사이즈는 북 커버를
해드릴 수 있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감사합니다~

 

어쩐 거야, 이치노세 씨!

어제하고는 완전 딴판이잖아!

굉장하잖아!
뭘 한 거야?

아… 접객하는 영상을 보고서…

대단하지 않아?

이 상태로 접객을 해보자!

아, 네!

저기… 일단 안쪽에 있는
책을 정리하고 올게요…

 

오늘 하는 것만 봐도
정말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이네

가정 사정에는 참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치노세 씨가 그만두고 싶지
않은 이유는 뭘까?

 

사죠 군, 미나쨩
슬슬 쉬거라

 

이치노세 씨하고 세간 얘기를
할 타이밍은 지금밖에 없는 거 아냐?

아, 이치노세 씨
오늘 용케 왔더라

 

뭐라는 거야, 나!
엄청 비아냥거리는 거 같아!

 

그만둘 수는 없었거든요

흐응

애당초 이치노세 씨는
왜 알바를 하려 했어?

 

자립하고 싶어서…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굉장하지 않아?

나는 그런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그런데 시기가 너무 빠르지 않아?

우리 아직 고1이야

오빠한테서 독립하고 싶어서요

헤에, 이치노세 씨한테
오빠가 있었구나

풍기위원 3학년 중에…

뭐? 풍기위원에 남자?

 

그 곰 같은 선배인가!

 

하나도 안 닮았어~

사이즈부터 시작해서 전부 다

그런데 왜?
그냥 어리광 부리면 되잖아

 

아,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도
부릴 수가 없어?

 

그보다 이건 이제
가정 얘기지?

나하고 그 정도로 얘기할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이 정도로 해둘까

저, 오빠를 정말 좋아해요

 

집에서 책을 읽을 때에는 항상

앉아 있는 오빠의
다리 사이에 들어가서

배를 등받이 삼아 읽어요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서…

 

그게 뭐야
엄청 흐뭇한 장면이네

하지만 어느 날, 오빠가
여자애를 데려왔어요

그 후부터 오빠하고
얘기할 시간이 적어져서…

그래도 오빠하고
같이 있고 싶어서
 
 
이건 내가 들어도 되는 얘기야?
 

어느 날, 오빠한테 제 마음을
얘기해 보려다가…
 
 
날 상대로 얘기할 내용이
아니지 않아?

어느 날, 오빠한테 제 마음을
얘기해 보려다가…
 
 
잠깐만!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어

 
 
 
 
잠깐만!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어

듣고 싶지 않아!

하지만 듣고 싶어!

학교에서 돌아왔더니
가족 것이 아닌 신발이 있었어요

그게 유리 씨 것이라는 건
금방 깨달았어요

하지만 그때에는
앞뒤 가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오빠의 방에 가서
노크도 안 하고 문을 열었어요!

- 그랬더니…
- 그랬더니?

그, 그랬더니!

그랬더니…!

유, 유리 씨가
오빠 위에 타고서!

뽀뽀를 하고 있었는데―!

 

정말, 끈질겨! 라고

아~ 하지 말 걸 그랬어…

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갑자기

쌀쌀맞은 표정을 짓는 거야…

 

읽기만 하고 아무런 답도 없는 메시지

하지만 그룹채팅에선
답이 있을 것도 같고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지고

왜 이렇게나 쓸쓸한 걸까

오늘은 쫓아와 주지… 않는 거야?

…솔직해지면 좋을 텐데

 

그야 처음 알았는걸

이런 애달픈 마음이 있다는 걸…

그런데, 너는!

어째서 가버리는 거야??

어째서 비밀로 하는 거야!?

갑갑해지는 일투성이야…

 

이런 말은 못 해

하지만 아까는 진심이 아니었어

제발 전해져

어째서 화내는 거니…

귀엽게는 못 하는 거니…

싫어진 거야…??

 

어째서     

     싫어하지 말아줘

 

…들어 줘, 「저기 있지…!」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