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LIA PEREZ

매트리스 삽니다

 

침대 프레임, 냉장고

 

가스레인지, 세탁기
전자레인지

 

전부 삽니다

 

리타 모라 카스트로
변호사

 

 

어디까지 됐어?

 

거의 다 됐어요

 

건물 관리인은
증언 안 할 거야

 

네?

 

관리인은
증언 안 한다고

 

배심원이 믿을까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

 

자살이라고 주장할 거야

 

자살요

 

그래

 

알겠습니다

 

자네만 믿을게

 

물론이죠

 

들어가세요

 

수고해

 

변태 새끼가 아내를 죽였는데
이게 자살이라고?

 

"피고인: 가브리엘 멘도사"

 

흔한 사건이다?

 

"모두 진술"

 

존경하는

 

재판장님

 

유족 변호인 여러분

 

여러 검사님들

 

배심원단
그 외 많은 분들

 

저희는 모두
같은 의견입니다

 

이건 너무나
흔한 사건입니다

 

폭력 사건이죠

 

안녕히 계세요

 

오늘의 쟁점은 뭘까요?

 

그들은 부부였습니다

 

의뢰인은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떠오르고 지네

 

오늘의 쟁점은 뭘까요?

 

폭력, 사랑, 죽음

 

고통받는 국민

 

오늘의 쟁점은 뭘까요?

 

그들은 부부였습니다

 

의뢰인은 부인의 자살을

 

막지 못했을 뿐입니다

 

시기하는 이도 많았지만
가진 만큼 베풀 줄 아는 부부였죠

 

이 부부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건 동화가 아닙니다

 

사랑 이야기죠

 

사실을 되짚어 보죠

 

오늘의 쟁점은 뭘까요?

 

돈으로 사고파는 정의?

 

부패한 평결
신문은 신나서 떠들어

 

오른쪽엔 목 없는 시체
왼쪽엔 골 빈 여자

 

거리엔 소문만 무성해

 

커피 더 줘요?

 

네, 더 주세요

 

문을 열고 들어오세요

 

양심이라는 이름의
재판장에

 

질문에 대답하세요

 

제 의뢰인
가브리엘 멘도사 씨에게

 

부인을 사랑할 권리를
주시겠습니까?

 

재판장님

 

사랑이 승리하게
해주십시오

 

결백이 승리하고

 

악의가 패배하도록

 

폭력 앞에서

 

연민을 잊지 맙시다

 

죽은 자와 우리의 그늘을
잊어선 안 됩니다

 

이것이
우리의 세상이기에

 

폭력 앞에서

 

마음을 열고

 

여자를 사랑하고
남자를 용서합시다

 

고통을 받아들입시다

 

고통을

 

'선량한 시민이'

 

'매체의 표적이 되어
계속 물어뜯기고 있습니다'

 

네?

 

이러다 늦겠어요!

 

그러게요
젠장!

 

가브리엘 멘도사 씨는
부인을 살해하지 않았습니다!

 

부인은 자살한 겁니다!

 

매체의 마녀사냥으로
의뢰인은 고통받고 있습니다!

 

의뢰인과 부인의 모든 걸
파헤치고 있죠

 

우리에게
멘도사 씨를 비난하고

 

돌 던질 자격이
있는 것처럼요

 

오늘 저는...
그...

 

멍청한 자식이
또 까먹었네

 

'여러분의 양심에
호소드립니다'

 

여러분의 양심에
호소드립니다

 

가브리엘 멘도사 씨가...

 

딱 봐도 범죄자 상인데

 

여자든 누구든
해칠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저는 결단코'

 

'검찰 측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제 의뢰인
가브리엘 멘도사 씨를...'

 

석방해 주십시오

 

이상입니다

 

개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의뢰인과 저는 항상
법의 판단을 믿었습니다

 

응, 엄마

 

응, 우리가 이겼어!

 

당연히 기쁘지
근데 어째 뒷맛이 씁쓸하네

 

그게...
아무것도 아냐

 

일요일에?

 

응, 일이 너무 바빠서 안 돼

 

나중에 내가 연락할게

 

응원해 줘

 

저기

 

탐폰 있어요?

 

 

정신이 없어서요

 

괜찮아요
여기요

 

- 고마워요
- 뭘요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죠

 

아, 진짜

 

엄마
내가 나중에 다시 걸게

 

리타 모라 카스트로 씨?

 

네, 전데요

 

왜 화장실에 있지?

 

진짜 박수를 받을 사람은
당신 아닌가?

 

누구시죠?

 

부자가 되고 싶나?

 

좋은 제안이 있는데

 

10분 뒤에
신문 가판대에서 보지

 

저기
누구시길래...

 

여보세요?

 

결국 또...

 

언제까지 떳떳하지 못하게
살아야 하나?

 

언제까지
굽신거려야 하나?

 

언제까지 그런 놈들한테
재능을 낭비해야 하나?

 

언제까지 부질없이
노예처럼 일해야 하나?

 

뭘 얻으려고?

 

뭘 잃었지?

 

나랑 법학 학위는

 

너무너무 대단해

 

나랑 망할 연봉은

 

너무너무 적어

 

나랑 얼어붙은 심장은

 

너무너무 차가워

 

나랑 푸짐한 엉덩이는

 

너무너무 커

 

언제까지?

 

뭘 얻으려고?

 

언제까지?

 

뭘 잃었지?

 

소위 친구란 것들이
쫑알대네

 

'결혼은?
애는 안 낳아?'

 

애 낳을 시간 없어

 

여직원들이
멋대로 떠드네

 

'언제 로펌 차릴 거예요?'

 

글쎄?

 

내가 흑인이 아니게 되면?

 

왜 전화했지?
왜 나한테?

 

왜 신문 가판대에서
보자는 걸까?

 

왜 전화했지?
왜 나한테?

 

왜 신문 가판대에서
보자는 걸까?

 

난 잃을 게 없어

 

넌 잃을 게 없지

 

벌 일만 남았어

 

벌 일만 남았지

 

그들이 죽였다

 

살해당한 피해자
8발, 의문의 총상!

 

길 한복판에서
무참히 살해

 

저기요

 

네?
뭐야!

 

전부 타!

 

이제 가야 해!

 

누구 있어요?

 

두렵나?

 

두려워해야 하나요?

 

아니

 

내가 누군지 아나?

 

아뇨

 

마니타스 델몬테야
반갑군

 

망할

 

지금 내 상황을 아나?
모라 카스트로 변호사

 

상황이라뇨?

 

사업이 잘되고 계시죠

 

마약 시장 경쟁자
알리안사 델노르테를

 

깨끗이 쓸어버렸으니까요

 

작년에 정치인도
새로 포섭했고

 

선거에서

 

옳은 선택인 걸 증명했죠

 

빙고!

 

저는 왜 부르셨나요
델몬테 씨?

 

대답을 듣는 순간

 

의뢰를 수락하는 거야

 

비밀을 알고 난 뒤엔
돌이킬 수 없어

 

한번 들으면 끝이야

 

대신

 

내 의뢰를 수락한다면

 

어마어마한 돈이

 

스위스와 케이맨에 있는
은행 계좌로 입금되겠지

 

너와 나만이 존재를 알고

 

비밀번호를 아는 계좌로

 

오직 너랑

 

나만 알겠지

 

대신 뭘 감수해야 하죠?

 

부자가 되는 거

 

계좌 거래 내역서

 

좋아요

 

뭐가 좋아?

 

뭘 하면 되죠?

 

여자가 되고 싶어

 

이해가 안 가요

 

내 말이 어렵나?

 

그게...

 

신체적으로 말인가요?

 

그래

 

바꾸고 싶은 게...

 

바꾸고 싶은 게 뭐죠?
현재의 삶? 성별?

 

둘이 뭐가 다르지?

 

그게...

 

전 변호사지
의사가 아니에요

 

그래서 널 고용한 거야

 

좋은 의사를 찾아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한 번에 되는 게
아니잖아요

 

2년 전에
치료를 시작했어

 

이제 돌이킬 수 없어

 

너도 나도

 

내 '새출발'에 어울리는
안전한 곳을 찾아

 

여기도 미국도 아닌
먼 곳으로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할 곳

 

추적당하지 않을
의사여야 해

 

"성별 확정 수술"

 

유능하고 오점 없는 의사

 

네 선임자 때문에
시간을 많이 허비했어

 

모라 카스트로 변호사
내 돈을 얼마든지 써도 좋아

 

보다시피 제한은 없어

 

멕시코-방콕
방콕-뭄바이, 뭄바이-리우

 

멕시코시티-하네다
4시간 경유 후 하네다-방콕 편요

 

총 비행시간은요?

 

26시간요

 

안 돼요, 법원 심리 때문에
목요일에는 돌아와야 해요

 

그건 힘들어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

 

로켓이라도 찾아드려요?

 

다른 등급요

 

비즈니스석요?
많이 비쌀 텐데요

 

그 위는요?

 

어디 위요?

 

비즈니스석 위요

 

설마 일등석요?

 

 

그럼 비용이
많이 커지는데

 

어떻게
결제하실 건가요?

 

신용카드로요

 

어떤 카드요?

 

리타?

 

사장님이
의뢰인이랑 기다리세요

 

승객 여러분
기장입니다

 

비행 일정에 따라 곧...

 

방콕

 

안녕하세요
선생님

 

성전환 수술을
알아보러 왔어요

 

그렇군요

 

남자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남자로?

 

남자에서 여자요

 

음경에서 질로요

 

본인이 받으실 건가요?

 

저요?
아뇨!

 

그럼 어떤 게
궁금하신가요?

 

전부 다요

 

어떻게 진행되나요?
수술 종류와 부작용은요?

 

수술은 몇 번이나
얼마나 걸리죠?

 

유방 확대술?

 

 

질 재건술?

 

 

코 성형술?

 

 

후두 성형술?

 

 

유방 확대술?

 

 

질 재건술?

 

 

코 성형술?

 

 

후두 성형술?

 

 

후두융기 성형술?

 

그게 뭐죠?

 

목젖 절제술요!

 

네!

 

질 재건술?

 

 

음경 재건술

 

 

후두 성형술

 

 

유방 확대술

 

남자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남자로

 

엉덩이만 하면 얼마죠?

 

고객님이라면
4,500달러요

 

남자를 위한
질 재건술도 있죠

 

남자가 좋아하는
질 재건술

 

여자를 위한
질 재건술도 있죠

 

질 재건술

 

남자에서 여자로

 

질 재건술

 

닥치고 들어!

 

어디까지 알아봤지?

 

일등석에서 거들먹거리라고
돈 주는 줄 알아?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시간이 없어

 

텔아비브

 

의뢰인분 성함은 없나요?

 

일단 익명으로
진행하길 원하세요

 

같은 멕시코인?

 

네, 돈이 아주 많으세요

 

그렇군요
그래서요?

 

호르몬 치료는
시작했나요?

 

 

- 언제요?
- 2년 전에요

 

신체적, 정신적
이상은 없나요?

 

없어요

 

아가씨
난 몸만 고쳐요

 

피부와 뼈만

 

영혼은 고쳐줄 수 없어요

 

몸만 여자인
남자가 될 수도 있고

 

몸도 마음도
여자가 될 수도 있죠

 

몸만 여자인 늑대가 되고

 

아가씨가 그 늑대의 양이
될 수도 있어요

 

아가씨, 난 24살부터
메스를 잡았어요

 

평생 이 전쟁터에서
칼을 놓지 않겠지만

 

의사는 신이 아니에요

 

아가씨

 

익명의 의뢰인에게
전해주세요

 

성형 수술을 하는 대신

 

신분증을 바꾸라고

 

선생님, 전문가니
누구보다 잘 아시겠죠

 

선생님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말해 보세요

 

몸이 바뀌면
사회가 바뀌고

 

사회가 바뀌면
영혼도 바뀌죠

 

영혼이 바뀌면
사회가 바뀌고

 

사회가 바뀌면
전부 바뀌어요

 

선생님

 

제 의뢰인을 믿어 주세요

 

그가 보여준 걸
선생님도 보았더라면

 

생각이 달라졌을 거예요

 

선생님

 

그는 여왕이 되길 꿈꿔요

 

죽고 죽이는 세상에서 태어나
씌워진 굴레를

 

목숨 걸고 벗으려 하죠

 

신사 숙녀 여러분

 

양쪽에 속하지 않은
모든 분

 

나를 정의할 말을
찾지 못한 분

 

저만 믿으세요!

 

- 선생님
- 아가씨

 

- 24살부터 법정에 섰어요
- 24살부터 메스를 잡았어요

 

뭐 때문이냐고
묻지 마세요

 

- 이건 죄가 아니니
- 의사는 신이 아니에요

 

- 선생님
- 아가씨

 

시간이 아깝지 않나요?

 

- 알리바이를 바꾸는 것도 아닌데
- 성형 수술을 받지 말라고

 

- 선생님의 마음을 바꿔요
- 의뢰인의 마음을 돌려요

 

- 마음을 바꿔 보세요
- 마음을 돌려요

 

- 마음을 바꿔 보세요
- 마음을 돌려요

 

선생님의 마음을

 

바꿔 보세요

 

만나볼 수 있을까요?

 

상황에 따라서요

 

어떤 상황요?

 

선생님의 상황요

 

애초에 할 마음이 없다면
만날 필요도 없죠

 

듣는 순간
수락하는 겁니다

 

거지 같은 음악 좀
줄여 달라고 해줄래요?

 

그냥 두세요

 

네?

 

그냥 두는 게 좋겠어요

 

알겠어요

 

이분이 마니타스 델몬테 씨
와서만 박사님입니다

 

어서 오세요
오는 길은 편안하셨나요?

 

쓰레기 같은 음악 빼고는
훌륭했어요

 

배고프신가요?
잠깐 쉬었다가...

 

아뇨
바로 시작해도 돼요

 

난 언제나 둘이었어요

 

진짜 나와
그림자처럼 나를 쫓는 짐승

 

돼지우리에서 태어난다는 게
어떤 건지 아십니까?

 

내 천성을
철저히 숨기고

 

마니타스로서
존경받으려면

 

주변의 돼지 새끼들보다

 

더 더러운 새끼가
되어야 하죠

 

더는 못 참겠어요

 

계속 자살할까
고민했지만

 

진짜 나로 살지 못하고 죽는 건
억울하잖아요

 

도와주세요
선생님

 

나로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예요

 

내가 누리지 못한 삶을
살고 싶어요

 

여기서 뭐 해요?

 

그쪽은요?

 

나요? 마니타스 부인
제시 델몬테예요

 

리타 모라 카스트로예요
남편분 변호사죠

 

그건 보면 알아요
정확히 무슨 일을 하죠?

 

이런저런 일요

 

이 나라를 뜰 생각이래요?

 

네?

 

우리 미국으로
돌아가냐고요

 

죄송하지만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같이 온 남자는 누구죠?

 

둘이 벌써 만났네

 

응, 같이 온 남자는 누구냐고
물어봤어

 

사업 때문에 온 거야

 

애들은 어딨어?

 

저기서 춤추고 있어

 

우리도 가자

 

같이 갈래요?

 

아뇨
전 여기 있을게요

 

만나 봬서 반가웠어요!

 

하나만 묻죠

 

어렸을 때부터
원한 건가요?

 

네, 평생

 

생각이란 걸
하게 된 순간부터

 

이걸 원했어요

 

하지만

 

내가 살던 세상에선
아주 힘든 일이었죠

 

아주 많이

 

많은 걸 두고
떠나야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수첩요

 

잘 있어요
리타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마니타스가
음악 끄라고 했어요

 

꼭 해야 해요?

 

 

새 이름으로 된
여권이에요

 

잘 외워두라고 하세요

 

은행 계좌도 만들었어요

 

시키신 대로 보안 신경 써서
송금 준비해 놨어요

 

평생 돈 걱정 없게요

 

집은 로잔에 있어요
호수도 있고, 넓고, 조용하고

 

전형적인 스위스예요

 

저도 같이 가서
정착하는 거 도와줄 거예요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서서히 아버지를 잊겠죠

 

아버지를 잊을 거예요

 

하늘도 실컷 보고

 

바다도 실컷 보고

 

목소리도 있건만

 

노래하진 못해

 

돈도 실컷 벌고

 

사람도 실컷 죽이고

 

탐욕도 실컷 채웠건만

 

남은 건 공허함뿐

 

이런 얼굴이 아니었다면

 

이런 꼴이 아니었다면

 

달콤한 향기를 품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욕망도 덧없어

 

어떤 관심도 부질없어

 

전부 잃는다 해도

 

내 유일한 바람은

 

여자가 되는 것

 

스위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여긴 우리 집이 아니에요!
집에 갈래요!

 

그이가 왜 이러는 거죠?
내가 뭘 잘못했다고?

 

모두를 지키려고
그러는 거예요

 

지금 돌아가면 애들까지
적의 표적이 돼요

 

여기 있어야 안전해요

 

그래도 싫어요
여긴 나랑 안 맞아요

 

미국에 있는
언니 집에 가면 안 돼요?

 

진정해요

 

언제까지 있어야 해요?

 

몰라요

 

몇 달?

 

더 걸릴지 몰라요

 

됐어요
이사 끝났어요

 

힘들어하긴 했지만
이제 안전해요

 

"택시"

 

전부 사라져야 해

 

넌 이제 부자야

 

즐겨

 

네 일은 끝났어

 

그래요

 

잘 가, 리타

 

베라크루스에서 발견된 시신의
DNA 감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마니타스 델몬테였습니다

 

국외로 도주했다고 알려진
마약 제왕이

 

적의 손에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에밀리아

 

페레스

 

에밀리아 페레스 양

 

에밀리아 페레스

 

에밀리아 페레스 양

 

만나서 반가워요

 

전 에밀리아 페레스예요

 

에밀리아 페레스

 

에밀리아 페레스

 

에밀리아 페레스

 

4년 후

 

런던

 

- 리타
- 왜?

 

맥스웰이랑은
어떻게 된 거야?

 

월요일엔 서명할 거야

 

변덕쟁이니까 기다려 봐

 

변덕쟁이라니?

 

하루 만에 마음이 오락가락해
월요일엔 승낙할 거야

 

- 내가 아는 누구 같네
- 그래

 

영국 사람이에요?

 

저요?

 

 

아뇨

 

아니에요

 

왜요?

 

뭔가 특별...
달라 보여서요

 

아니에요
예쁘네요

 

멕시코인이에요

 

- 정말요?
- 네

 

나도요

 

설마!

 

어디 사셨어요?

 

몬테레이요

 

얘기하게
자리 바꿔드릴까요?

 

좋죠!

 

- 고마워요
- 아니에요

 

- 요즘 보기 드문 신사네요
- 그러게요

 

전 베라크루스 출신이에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태어났지만

 

멕시코에서
학교를 나왔죠

 

반가워라!

 

스페인어로 말하니 좋네요

 

멕시코가 그리워요?

 

저요?

 

사실은 별로요

 

가끔 생각나긴 하지만
항상 다른 데서 살고 싶었어요

 

그리우세요?

 

워낙 떠난 지 오래돼서요

 

북부 억양도 다 사라졌죠

 

아직 들려요

 

누구랑 오셨어요?

 

사이먼요

 

유럽에서
내 사업을 봐주고 있죠

 

사이먼이요?

 

사실은 저도 사이먼이랑...

 

당신이에요?

 

빙고

 

망할

 

여긴 왜 왔어요?

 

사업차 왔어

 

개소리 집어치워요

 

나 미행했어요?

 

아니니까 걱정 마

 

목소리가
완전히 다르잖아요

 

목소리만?

 

우연이란 소리는 마요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다느니

 

우연이란 소리는 마요

 

우연이란 소리는 마요

 

과거를 지우러 온 거죠?

 

마지막 남은 목격자인
나를 없애려고

 

우연히?

 

우연이란 소리는 마요

 

날 죽이러 온 거죠?

 

아무도 모르게
없애버리려고

 

당신의 과거를 아는 나를

 

우연이란 소리는 마요

 

우연히?

 

그래
우연히 여기 온 게 아냐

 

정답게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꽃이나 안겨주러

 

온 것도 아니야

 

그래
우연이 아니야

 

그래
우연이 아니야

 

너와 눈을 마주치고

 

경악하는 모습을
보러 온 것도 아냐

 

'그 여자야, 그럴 리가!
맞아, 그 여자야!'

 

거울을 보러 온 것도 아냐

 

그럼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얘기하러 온 것도 아니야

 

왜 왔어요?

 

이 가죽을 바꾸느라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후회는 없어

 

이제야 내가 될 수 있어서
행복해

 

하지만 그런 말을 하려고
온 건 아니야

 

그래
우연이 아니야

 

언제든 도망쳐도 좋아
붙잡지 않을게

 

하지만 언젠가
너도 이해할 거야

 

모든 걸 등지고
새로운 삶을 사는 기분을

 

- 부탁할 게 있어
- 우연히 부탁할 게 생겼나요?

 

애들을
멕시코로 데려와 줘

 

애들 없인 못 살겠어

 

부탁할게

 

어디서 살죠?

 

그분 집에서요

 

라스로마스에
저택이 있어요

 

에밀리아 페레스라는 사람
잘 알아요?

 

마니타스가
먼 사촌이랬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믿어도 된다고요

 

에밀리아가
먼저 연락했어요

 

이제 안전하니
데려오라고요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잖아요

 

맞아요
누가 알았겠어요?

 

멕시코시티

 

에밀리아 님
왔어요!

 

내 새끼들!

 

제시까지 다 왔구나

 

온다
서둘러!

 

짐 좀 옮겨줘!

 

어서 와요

 

집에 온 걸 환영해요

 

이리 오렴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이죠?

 

네, 그렇죠

 

당신이
마니타스 아내군요

 

그 애가 편히 잠들었기를

 

날 자매처럼 생각해요

 

내 집이다 생각하고요
환영해요

 

고맙습니다
부인

 

에밀리아라고 불러요

 

얘들아
방 보고 싶지 않니?

 

가 볼까?

 

조심해!
여긴 난간이 없어

 

리타
자고 갈 거지?

 

아뇨, 포시즌스 호텔에
방 잡았어요

 

제 거예요
고마워요

 

런던에
바로 가봐야 해요

 

잠깐만 기다려

 

어떤 것 같아?

 

완전 어색해하던데요

 

부인이니
나보다 잘 알겠죠

 

예전에나 그랬지
지금은 전혀 모르잖아

 

다른 사람들이 변한 건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그래

 

못 알아본 게
기적이에요

 

애들 대할 때 조심해요

 

왜?

 

자꾸 뽀뽀하지 마요

 

엄마가 아니라
고모잖아요

 

뭐 더 줄까?

 

아뇨
괜찮아요

 

밥이 별로야?

 

얘기하기 싫어?

 

꼭 학교 가야 해요?

 

그럼!

 

애들은 학교에 가고
어른은 일해야지

 

엄마는 일 안 하잖아요

 

그건 그런데...

 

여기서
학교 다니기 싫어요

 

저도요

 

그럼 뭐 하고 싶어?

 

엄마랑 있으면 안 돼요?

 

스위스에서처럼
스키 타고 싶어요

 

뭐?

 

눈 위에서요

 

저도요

 

실례합니다

 

아침이에요

 

싫어요!

 

젠장

 

사랑하는 고향에 돌아온 걸
환영해요

 

최고급 감옥에
어서 와요

 

어딜 보나 죄다 명품

 

반가워요!
역시 가족이 최고네요!

 

환영해요

 

예의를 차려서
인사해야죠

 

집안의 대장
에밀리아 고모님에게

 

휘황찬란한
감옥을 지키는

 

새로운 경비에게
인사해요

 

달콤한 덫에 빠진 걸
환영해요

 

꿈같은 삶에 어서 와요

 

저 빨랫줄 좀 봐요

 

깨끗이 세탁해서
말리고 있는 돈

 

금빛 수갑 좀 봐요

 

자물쇠 목걸이가
잘 어울리네요

 

여기 있으면
행복할 거예요

 

멍청하긴!

 

평생 도망갈 생각은
들지도 않겠지

 

환영해요

 

스위스에서
죽은 남편 말만 따랐어

 

애들을 열심히 키웠지

 

질리도록!

 

눈이 빠져라 울고

 

멍청하게!

 

시킨 대로만 했지

 

환영해요

 

뭐든 말만 해요

 

닥쳐!

 

아무도 날 건들지 마

 

사촌님

 

난 여기서 나갈 거야

 

마른 목을 축여

 

환영해요

 

모두 숭배하고

 

흥분해서

 

추앙하고

 

기뻐하고

 

아첨하고

 

넘치는 사랑을 주지

 

환영해요

 

구스타보 브룬 번호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나 제시야

 

당신 번호가 맞는다면

 

리타 모라라는 변호사가

 

돌아와도 된다고 했어

 

비행기에서 내릴 때
총 맞을 걱정 안 해도 된다고

 

그리고 난...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자

 

구스타보
당신 때문에 돌아왔어

 

당신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래가 축축해져

 

돈 주면 어때?

 

뭐가요?

 

여기서 살아

 

그 얘기는 그만해요

 

여기서 뭐 해요?

 

그냥 노는 거지
좋잖아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런던에서 뭐 하게?
남자라도 있어?

 

가서 일해야죠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하라는데 싫다고?

 

애 갖고 싶어?

 

 

네, 애 아빠만 찾으면 돼요

 

하나 사 줄게

 

어떤 놈이 좋은지 말해 봐
돈으로 사 줄게

 

저 사람도 돼요?

 

마음에 들어?

 

실종
옥타비오 바르가스

 

옥타비오예요
첫째 아들이고 23살이었죠

 

2013년 11월 18일에
미초아칸에서 실종됐어요

 

대학생이었어요

 

남부로 갔다가 사라졌죠

 

선생님이 꿈이었는데

 

꼭 찾으시길 바라요

 

에드가르

 

마니타스가 저지른 짓들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그 사람의 악행요

 

여기선 안 돼

 

마니타스가
누군진 모르지만

 

그래
생각해 본 적 있어

 

후회도 많이 하지

 

당연하잖아

 

고모?

 

왜 안 자고 있어?

 

잠이 안 와요

 

형 깨겠다

 

눈 감아 봐

 

뭐 해?

 

아빠 냄새가 나요

 

그래서 좋아요

 

아빠 보고 싶어?

 

 

아빠...

 

아빠 냄새가 나요

 

산 냄새

 

가죽과 커피 냄새

 

아주 매운 음식 냄새!

 

설탕 냄새

 

지글지글 양고기 냄새

 

자동차 엔진 냄새

 

코카콜라 라이트
냄새도 나요

 

레몬, 얼음, 땀 냄새

 

아빠 냄새가 나요

 

그럼 향수 뿌리는 게 좋아?

 

고모 냄새는 좋지만
향수 냄새는 싫어요

 

아빠는 자갈돌과
뜨거운 태양 냄새가 났죠

 

스피어민트
메스칼, 과카몰레

 

자동차에 탄 개 냄새

 

시가 냄새가 났어요

 

우릴 마지막으로
안아줬을 때

 

마지막으로

 

중앙 교도소

 

알아보겠어?

 

아니

 

모르는 얼굴이야

 

티부로네스에서 잡아 온
인질이었을지도 모르지

 

일이 꼬여서

 

어쩔 수 없이
전부 처리했어

 

어디서?

 

옛날 산크리스토발
제련소 자리

 

내 손에 입 맞출 때
눈물이 느껴졌어

 

처음으로
나를 사랑하게 됐지

 

국내 실종 사건이
얼마나 되지?

 

셀 수도 없이 많죠

 

끔찍해요

 

이대로 두고 볼 순 없어

 

우리가 도와줘야 해

 

어떻게요?

 

입을 열 만한
전직 암살자들이 있어

 

그랬다간
당신이 위험해질 거예요

 

네가 만나 봐

 

내가요?

 

변호사잖아

 

그자들을 설득해

 

시날로아 전역에
흩뿌려 놨지

 

전부 태웠어

 

몇몇은 티에라칼리엔테나
게레로 인근으로 데려갔고

 

몇몇은 베라크루스로

 

산마르틴 동네로
데려간 놈들도 있어

 

그 외엔 전부 토막 냈지

 

땅에 묻었나요?

 

토막 내서 길에 버렸어요

 

그게 언제죠?

 

2년 전

 

혼자였나요?

 

아뇨
조직원도 있었어요

 

몇 명이었죠?

 

4명

 

가족이었어요?

 

 

어머니, 형제 둘
친구 한 명이었을 거예요

 

노인을 납치해서
밴에 태웠어

 

도착하자마자 죽였지

 

태웠어

 

흔적을 전부 지웠지

 

"이스라엘 몬로이"

 

전부 태웠어

 

강에 버렸어

 

증거를 없애려고
전국을 돌아다녔어

 

안녕하세요

 

왜 단체명이
'라루세시타'죠?

 

그게 우리 목표니까요

 

모두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거예요

 

단체 예산은
어떻게 마련했죠?

 

제 사비예요
하지만 후원도 환영합니다

 

고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헌장으로 공개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실례할게요

 

우리 단체는
법을 준수합니다

 

정부를
대신하진 않습니다

 

정부와 협력하여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돕죠

 

주된 목표는 소중한 가족을
되찾아드리는 겁니다

 

여기 죄인은 없습니다

 

우린 죄를 묻지 않습니다

 

새로운 삶
새로운 지평선

 

라루세시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됐는지
이제야 알 수 있어

 

사랑하던 사람의 최후를

 

이제 다 같이
그를 애도할 수 있어

 

나쁜 사람들이
그녀를 어디 숨겼는지 알 수 있어

 

그의 묘비에
날짜를 새기려고

 

나 여기 있네

 

그의 마지막 얼굴을
보려고

 

나 여기 있네

 

거울 속 나를 마주하고

 

깨끗한 돈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게

 

과거와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1 더하기 2는 3이라는 걸
배울 수 있게

 

살갗에 새겨진
문신을 지우려고

 

나 여기 있네

 

내 과오를 바로잡으려고

 

나 여기 있네

 

사라진 이를 찾을 수 있게

 

엄마와 아이가
다시 만날 수 있게

 

악몽을 마주할 수 있게

 

힘과 희망을
되찾을 수 있게

 

세상의 조롱을
이겨낼 수 있게

 

그들의 악행을
마주할 수 있게

 

진실을 외칠 수 있게

 

당당히 고개를 들고
걸을 수 있게

 

먹고, 살고, 숨 쉬려고

 

우리 여기 있네

 

용서를 구하고
용서하고자

 

우리 여기 있네

 

어서 와요

 

잘 놀았어요?

 

 

줄까요?

 

아뇨

 

위스키?

 

좋죠

 

뭐 좀 물어봐도 돼요?

 

남편이랑은 어땠어요?

 

모르겠어요

 

모른다뇨?

 

사랑하지 않았어요?

 

미친 듯이 사랑했죠

 

남편도 그랬나요?

 

모르겠어요

 

애들이 태어난 뒤로는

 

예전 같지 않았어요

 

본인이요?
남편이요?

 

남편이요

 

슬펐나요?

 

외로웠죠

 

남편이 죽지 않았다면
뭔가 달라졌을까요?

 

글쎄요

 

다른 남자랑 똑같았겠죠

 

더 어린 여자를 만나서
애를 낳고

 

난 비참해졌겠죠

 

그러다 바람이 나든지요

 

바람피운 적 있어요?

 

누구랑?

 

그건 왜요?

 

그냥
궁금해서요

 

오래 만났어요?

 

왜요?

 

너무 뜨거웠어요

 

다른 건
생각도 안 날 정도로

 

그런 건
평생 처음이었어요

 

어떻게 됐죠?

 

그냥 내가 끝냈어요

 

더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같이 도망칠 생각은
안 해봤어요?

 

사촌을 그렇게 몰라요?

 

지구 끝까지라도
우릴 쫓아왔을 거예요

 

토막 내서
개 먹이로 줬겠죠

 

그만 자야겠네요
잘 자요

 

잘 자요

 

안테나 3입니다
페레스 씨를 모셨습니다

 

피해자는 로스글로발레스에
살해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멕시코 내
최대 범죄 조직이죠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마약 범죄에 휘말려
실종된 사람이

 

약 10만 명에 달합니다

 

사람들이 매장된 곳을
알아내고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수사는커녕

 

현장에 출동도 안 했어요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그래서 다른 도시에
도움을 요청해야 했어요

 

여기 경찰은
인력이 부족해서

 

수사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니까요

 

라루세시타

 

실종자 가족 후원 행사

 

오늘 행사에서
바라시는 건요?

 

공감과 응원요

 

돈 말인가요?

 

그렇죠

 

재정적 지원요
고맙습니다

 

손님 명단 봤는데
대체 누굴 부른 거예요?

 

마약왕, 부패 공무원, 사기꾼
문제 있어?

 

더러운 돈을 받게 된다면
당연히 문제 있죠

 

영국 왕족은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아는 부자를 불러 봤어

 

나 어때?

 

아름다워요

 

무대로 모셔보죠

 

나는요?

 

에밀리아 페레스!

 

망할 년

 

리타!

 

나랑 같이 일한 거
기억하지?

 

 

시간 나면 연락 줘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하네요

 

존경하는 장관님들
의원님들

 

상공회의소 대표님들

 

내무부 장관님
문화부 장관님

 

장관 자리를 꿰차신
화학자님

 

파트너 목을 긋고
가족도 죽여버렸지!

 

시체는 어떻게?

 

산으로 싹!

 

산토스 판사님께선

 

애들 생각뿐이라네

 

마약 조직이
애를 납치해 가도

 

기소를 취하시키시지

 

증거가 없으니까!

 

실컷 떠들었으니

 

지갑을 열어야지

 

모두 훌륭한 분이시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절 아는 사람은 없죠

 

거의 없어요

 

전 에밀리아 페레스

 

멕시코 여자입니다!

 

평범한 여자죠!

 

교육부 장관님께선

 

유령 회사 창업 전문가

 

계약은 진짜지만
학교는 가짜

 

말씀해 보시죠!

 

제트기, 수영장, 호텔은
무슨 돈으로 사셨죠?

 

우리 주지사님은

 

누가 뽑아줬을까?

 

마약 조직
뒷돈을 받은 농부

 

조직에 돈을 바치고

 

왕좌에까지 앉혀 주신
대단한 분

 

실컷 떠들었으니

 

지갑을 열어야지

 

다행히도

 

제겐 아주 든든한 아군이 있죠
리타 모라 카스트로!

 

그야말로 지성의 화신!

 

지성의 화신!

 

귀한 인재죠!

 

이분도 날 때부터
다리를 절진 않았죠

 

상납금을 또 깜빡하면
휠체어 신세가 되겠죠

 

이렇게 손을 잃을지도요

 

부패하려면
시간 약속을 잘 지키세요

 

가브리엘 멘도사 씨의
새 부인께서 오셨네

 

새파랗게 젊고

 

눈부시게 빛나는

 

금발!

 

실컷 떠들었으니

 

지갑을 열어야지

 

소중한 사람을 잃는 건
비극이며

 

유해조차 못 찾는 건
종신형이나 다름없죠!

 

종신형!

 

지진이다!

 

건배!

 

 

에피파니아 플로레스 씨예요

 

들여보내요

 

 

들어가세요

 

고맙습니다

 

앉으세요

 

어떻게 오셨죠?

 

남편을 찾았다고 해서요

 

어디 있죠?

 

안치소에요

 

안치소요?

 

왜 거기 있죠?

 

죽었으니까요

 

정말 남편이 맞나요?

 

네, 99.9%요
유감이에요

 

죄송해요

 

많이 힘드시겠죠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무신경했어요

 

남편이 여기 있는 줄 알고

 

너무 무서웠어요

 

5년 동안
마음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기서
편지가 왔죠

 

남편은 저를 때리고
돈을 훔치고 강간했어요

 

만약 살아 있었다면

 

제 손으로...

 

칼도 가져왔어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다 끝났어요

 

더 필요한 건 없나요?
물 드릴까요?

 

괜찮겠어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플로레스 씨!

 

시신은 어떻게 할까요?

 

버려주세요

 

정말요?

 

정말 칼 가져왔어요?

 

또 볼 수 있을까요?

 

왜요?

 

그냥 보고 싶어서요

 

좋아요

 

안녕히 계세요

 

다 찾았어?

 

 

벌써 가게?

 

애들 깨기 전에 가야 해

 

애들?

 

애가 있었어?

 

 

없는데 있지

 

그게 뭐야?

 

애들 아빠가 죽었어
조카들이야

 

또 볼 수 있는 거지?

 

또 보고 싶어?

 

응, 당신은?

 

사랑해 줘
지켜 줘

 

반은 남자
반은 여자

 

반은 아빠
반은 고모

 

반은 부자
반은 거지

 

반은 왕
반은 여왕

 

반은 여기
반은 저기

 

반은 죽고
반은 살고

 

반은 안에
반은 밖에

 

전부지만
아무것도 아닌

 

난 누굴까?

 

내 마음만 알겠지

 

처음으로

 

마음이 간질거려

 

사랑 없는 삶은
끝없는 추락 같았어

 

이제야 기쁨을 알겠어

 

사랑을 만나
사랑을 나누니

 

에밀리아

 

에피파니아

 

반은 나
반은 그녀

 

반은 함께
반은 홀로

 

반은 아래
반은 위

 

시작이자 끝에 서 있어

 

난 누굴까?

 

지금 막 태어난 것 같아

 

당신의 소망에서 태어나

 

당신의 배에서 태어나

 

소망 없는 삶은
끝없는 산길 같았어

 

이제 싹튼 소망이

 

나를 강으로 이끄네

 

사랑에 빠졌어

 

사랑에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요?

 

뭘?

 

사람들 인생을 바꿨잖아요

 

나를 비롯한
모두의 삶을요

 

난 평생 공부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어요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범죄자는 더 날뛰었죠

 

갑자기 왜 그래?

 

나 이제 마흔이에요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변호사로서 이룬 것도 없죠

 

무슨 말이 듣고 싶어?

 

아무것도요

 

아무것도 없어요

 

너 없인 불가능했어
전부 네가 이뤄낸 거야

 

좀 우쭐대도 돼

 

안 그래?

 

고마워요

 

자기가 잘난 줄 알아

 

항상 본인 얘기뿐이지
좀 조용히 할 수 없나?

 

레베카 블랭크 알지?

 

 

걔는 완전 끝내줬지

 

'잭, 내 결혼식에 올 거면'

 

'내가 신부니까
주인공이 되게 해줘'

 

'찬물에 샤워나 하고...'

 

나를 사랑하고 싶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냐
'삶'이야

 

내 마음을 사랑하고 싶어

 

나를 사랑하고 싶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싶어

 

이 소녀를 사랑하고 싶어

 

누구에게도
허락받지 못했던 나를

 

이 노인을 사랑하고 싶어

 

미래의 내 모습을

 

매일 나를 사랑하고 싶어

 

매시간, 매 순간

 

난 나야
그거면 됐어

 

이런 게
여자로 산다는 거겠지?

 

나를 사랑하고 싶어

 

내가 사랑받고 싶은 대로

 

아멘

 

나를 사랑하고 싶어

 

내 삶을 사랑하고 싶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래

 

절벽에서 떨어져도
내가 택한 절벽이야

 

고통에 몸부림쳐도
내가 택한 고통이야

 

천국에 간대도
내가 고른 천국이야

 

길을 잘못 든대도

 

뭐 어때?
내가 택한 길인걸

 

똑바로 서야지

 

25초

 

냄새 좋네!

 

- 데리러 갈게
- 다녀오겠습니다

 

에드가르
부탁해

 

안녕, 제시

 

놀랐잖아요

 

미안해요

 

편하게 지내는 건
좋은데...

 

알아요
애들요

 

 

아직 어리니까
조심해 줘요

 

나도 안다니까요

 

고마워요

 

따끈따끈한
소식이 있어요

 

뭔데요?

 

나 결혼해요!

 

결혼?
누구랑요?

 

구스타보요

 

아직도
만나고 있었어요?

 

 

좀 성급한 거 아니에요?

 

5년 전부터
이날만 기다렸어요

 

제시가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해요

 

어디서 살 거예요?

 

폴랑코에 있는 집을
알아보고 있어요

 

애들은요?

 

애들이라뇨?

 

여기서 지낼 거죠?

 

아뇨
왜요?

 

우리랑 같이 살아야죠

 

그 집에 정원도 있나요?

 

네, 전부 있어요

 

좋은 학교는요?

 

이제 알아보려고요

 

방금...

 

애들은 '우리'랑
같이 살 거라고 했죠?

 

당신 포주랑요?

 

네?

 

네 포주 새끼랑

 

같이 살 거냐고 물었잖아

 

- 내 포주요?
- 그래!

 

그러는 넌 뭔데?
더러운 레즈 년아!

 

너랑 붙어먹은 창녀
얘기나 해볼까?

 

포주 새끼 엄마랑
셋이서 떡을 치든 뭘 하든

 

내 애들은 못 데려가!

 

내 애들이야

 

당신 애들?

 

정신 나갔어?

 

걔들은 내 자식이야!

 

자, 10만 달러
멕시코시티를 떠나

 

또 마주치면
개밥 신세 될 줄 알아

 

알아들어?

 

언제 갔어?

 

모르겠어요
전부 자고 있었어요

 

쪽지는 없었어?

 

없었어요

 

제시, 나예요
에밀리아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확인하면 전화 줘요

 

애들을 데리고 튀었어

 

애들이랑 짐까지 싹 챙겨서
폴랑코로 도망갔어

 

더러운 포주 새끼랑

 

어떻게 이래?

 

그래
애들 엄마긴 하지

 

그럼 난?
절대 용납 못 해

 

진정해요

 

걱정 마요

 

진정해요

 

마음을 가라앉혀요

 

먹을 것도 못 사요!

 

돈도 없는데!
그 여자가 다 끊었어요!

 

카드도 안 되고!

 

은행 계좌도 막혔고!

 

애들을 넘보더니
이제 내 돈까지?

 

진정해요

 

감히 내 애들을!

 

- 저런 걸레랑 결혼하다니
- 다 죽여버릴 거야!

 

- 전부 다!
- 내가 미쳤지

 

행동하기 전에
생각이란 걸 하긴 했어요?

 

뭐든 마음대로
할 순 없어요

 

그건 예전의 당신이고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죠

 

어떻게 참고 살아요?

 

그년을 어떻게 믿겠냐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한번 얘기해 볼게요

 

내가 다 해결할게요

 

그건 내 남편 돈이에요!

 

남편이
나한테 남긴 돈이라고!

 

- 내 돈이야!
- 나한테 어떻게 이래?

 

무슨 생각으로
그랬어요?

 

나한테 먼저
말했어야죠!

 

어떻게
내 계좌를 건드렸죠?

 

진정해요

 

걱정 마요

 

남편이 권한을 줬어요

 

- 어떻게 알아요?
- 지켜 주려고요

 

애들 데려와

 

애들 데려오려면
화부터 가라앉혀요

 

- 애들 데려와
- 내 돈 어디 있냐고!

 

화부터 가라앉혀요

 

- 내 애들 데려와!
- 좆 까!

 

먼저 가 볼게요

 

갈 때 불 전부 꺼 줘요

 

잘 가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라
이제 문 닫을 거예요

 

약속하고 오셨어요?

 

 

안내해 드릴까요?

 

아뇨
페레스 씨 보러 왔어요

 

에피파니아?

 

리타죠?

 

이제야 살겠네요

 

뭐가요?

 

만나고 싶어서
목 빠지는 줄 알았어요!

 

열쇠 챙기는 김에
같이 가요

 

- 잘 가요
- 네

 

나예요
여기 앉으세요

 

여기 왔다고
말해도 돼요?

 

 

에피파니아가 왔어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빨리 전화 줘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정말요?

 

뭐라던가요?

 

에피파니아를 만나고

 

15살짜리 소녀가 됐어요

 

들떠 있고

 

빛이 나요

 

나도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정말요?

 

뭐라던가요?

 

동생 같은 존재랬어요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대요

 

제 덕분에요?

 

언제요?
뭐라고 하던가요?

 

가족 일도 그렇고

 

소중한 조카를 만난 것도

 

이 모든 게
리타 덕분이랬어요

 

덕분에 더 똑똑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됐다고요

 

내가 뭐 실수했나요?

 

아뇨
죄송해요

 

원래 과장이
심한 사람이라서요

 

그래도 감동이네요

 

에밀리아 친구는
우리뿐이잖아요

 

징글징글한
팬클럽만 많죠!

 

 

네, 전데요

 

네?

 

어디요?
여기 오셨다고요?

 

잠깐만요

 

페레스 씨 차를
발견했습니다

 

운전기사가 사망했습니다
납치되신 것 같습니다

 

유감입니다

 

진심으로요

 

흰 셔츠, 검은 치마에...

 

모라 카스트로 씨?

 

잠시만요

 

에밀리아!

 

아니
난 에밀리아가 아니야

 

물건은 받았나?

 

받았어요

 

손가락으로
숫자 셀 줄 알아?

 

3천만

 

잘 아네

 

목소리 들려줘요

 

리타

 

네, 에밀리아

 

놈들이 시키는 대로 해

 

네, 그럴게요

 

우연히 여기 온 게 아냐

 

시간이 참...

 

참 빠르지

 

빙고

 

그건 내 대사야
바보야

 

정신 차리자

 

폰치스
라루세시타로 와요

 

덩치 8, 9명쯤 데려와요

 

젠장

 

제발 좀!

 

리타
그대로 쭉 달려요

 

우린 먼저 갈게요

 

이다음에 꺾을 거예요

 

호세
왼쪽 길로

 

불 꺼

 

날 어쩌려고?

 

너한테 뺏긴 돈
돌려받아야지

 

그다음엔?

 

살려 둘 이유가 없지

 

날 죽일 거야?

 

온다

 

불 꺼

 

불 꺼!

 

불 끄라고!

 

일어서서 앞으로 나와

 

왼손 보여줘!

 

아니!
에밀리아부터 보여줘

 

에밀리아부터 보여줘!

 

망할 년

 

왼손부터 들어!

 

말했지!

 

에밀리아 없으면
돈도 없어!

 

알겠어?

 

데리고 나와!

 

좋아
둘은 나 따라오고 넌 엄호해

 

- 알았어
- 자기

 

데려와

 

이리 와

 

그대로 있어!

 

못 들었어?

 

보여주지 않으면
돈도 없어!

 

빨리 데리고 나와!

 

씨발
혼자가 아냐!

 

에밀리아!

 

네가 17살 때
처음 만났지

 

그때는 네 언니 줄리앤과
사귀고 있었어

 

무슨 소리야?

 

줄리앤과 있을 때도
네가 눈에 들어왔어

 

그러다
아수세나에 갔던 날

 

너한테 키스하고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지

 

나한테 키스했다고?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지

 

누구한테 들었어?

 

결혼 선물로
목걸이를 두 개 줬는데

 

네가 말했지

 

그만 말해

 

하나를 잃어버렸다고
했지만

 

언니에게 사과의 의미로
줬다는 걸 알았지

 

결혼식 날
넌 가족이 부끄러워서

 

눈에 띄지 않게

 

교회 뒤편에 모아놨지

 

넌 누구야?

 

에밀리아

 

마니타스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제시카

 

날 용서해

 

날 용서해

 

날 용서해

 

죽기 싫으면 닥쳐!

 

제시카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빨리 타!

 

타라고!

 

씨발 새끼들!

 

세워!

 

뭐?

 

차 세워!

 

왜 그래?

 

차 세우라고!

 

씨발
이거 놔!

 

이게 미쳤나!

 

갑자기 왜 지랄이야?

 

트렁크에 있어

 

마니타스가

 

트렁크에 있다고

 

내 남편이!

 

뭐?

 

트렁크에 있어!

 

차 세워!

 

조심해

 

그거 진짜 총이야

 

- 조심해
- 당장 세워!

 

제시
왜 그래?

 

세워 줘!

 

세울 테니까 진정해

 

응?
진정해

 

리타 님
왔어요

 

엄마는 교통사고 때문에
집에 못 돌아오게 됐어

 

이제부터 나랑 같이 살자

 

이 시를 그대에게 바치네

 

찰나 같던 순간

 

사랑했던 소중한 님아

 

함께 밤 지새우다

 

동틀 녘 떠나간

 

비밀 많던 여인아

 

내 분수에서 목을 축이고
떠나갔네

 

아득한 별처럼 신비롭고

 

그리운 여인아

 

향기처럼 곱고

 

바람처럼 가벼운 자유

 

내게 안겨준 여인아

 

두 팔 벌린 채

 

환하게 빛나던

 

스쳐 지나간 여인아

 

납을 금으로 바꾸는

 

기적을 선보이고

 

세상을 사로잡은 여인아

 

진실을 지키고

 

핍박받는 자를 지키려

 

기꺼이 몸을 내던진
여인아

 

불타오르던 그 눈빛

 

누구보다 우아했던

 

그대 덕에 행복을 알았네

 

영영 떠나버렸어도

 

향기만은 영원할 여인아

 

그대에게 꽃을 바치노라

 

에밀리아 페레스

 

헹가메 파나히를 추모하며

 

자막: 김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