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다른 후보를 찾아?

정말로 그런 말씀을 하셨어?

네.

부장님이?

그렇다니까요!

라운지 바에서 니시자와 치프랑
얘기하시는 거 들어버렸어요!

 

새로 후보자를?

보험, 으로서 말씀이실까요?

응.

회장님께선 사사쿠라 류에게
빠져계시지만,

본인이 고개를 끄덕여주지 않아서야
얘기가 안 되지.

회장님께서 카운터 바에
연연하시는 건

 

호텔 다이아몬드 스타의
바 K에 대항하기 위해서겠죠.

정재계의 중진들도 다니는
초일류 바,

그렇게 평가받는 이유는...

 

바텐더 쿠즈하라 류이치 씨의
존재 때문입니다.

미스터 퍼펙트라 불리는 그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바텐더는
제가 아는 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선 일이 진행이 안 돼.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사람을
어떻게든 찾아야지.

 

이제 와서 또 다른 사람이라니.

 

선배?

미안, 유카리 쨩,
그 얘긴 내일 들을게!

 

잠깐만요!

 

별일이네.

일이 연인인 선배가...

 

누군가랑 데이트?

 

바텐더
신의 글라스

 

바 K 바텐더 쿠즈하라 류이치
서훈 기념 파티회장

바텐더인데 훈장을 받다니,

 

쿠즈하라 씨는 굉장한 사람이구나.

일본의 바텐더의 지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린
주역이라고 불리고 있으니까.

그 완벽한 기술 앞에선
손님조차 압도당하지.

그렇기에 미스터 퍼펙트란
별명이 붙어있지.

 

이야, 축하하네.

이거 귀한 발걸음 하셨군요,
쿠루시마 회장님.

돌아가신 라팡의 마스터의 술밖에
드시지 않으셨던 회장님께서 오실 줄이야.

꼭 좀 뭔가 만들어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최근엔 이든홀의 바텐더가
마음에 들어서 말일세.

 

새로 들어온 녀석이던데,

이게 상당히 재밌어서 말이지.

새로운 바텐더, 입니까?

살짝 얼이 빠져있지만 말이지.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두 분이 같이 오셨군요.

실은 이 사람, 내 애인.

 

평소에 손님들 간의 관계를
여쭐 일은 없습니다만,

아마도

무척 사이가 좋은 할아버지와
손녀분 정도쯤 되겠지요.

내가 기저귀 갈아준 게 뻔히 들켰구먼.

정말!

 

주문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깨 결린 데 좋은 걸 하나 부탁하네.

저도요.

네...

살짝 딱딱한 파티가 있었어서 말일세.

왠지 정신적으로 피로해졌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저기, 아직 괜찮은가요?

폐점 시간이라면 신경 쓰지 마시길.

고마워요.

그럼...

 

B&B를 부탁드려요.

 

B&B란 건

브랜디와 베네딕틴을
같은 양 섞을 뿐인 칵테일이죠?

네.

두 개의 머릿글자를 따서

B&B.

어떤 때에 마시는 게 좋은가요?

나이트캡,

 

자기 전에 마시는 술로
적합하다고 하지요.

 

브랜디의 풍미와

베네딕틴의 독특한 단맛.

마시면 단숨에 취기가 돌아

푹 잘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이려나요.

 

드시지요, B&B입니다.

 

바텐더 씨,

이 일은 오래 하셨나요?

8년 정도 됐습니다.

8년?

 

저 손님, 무슨 일일까?

넌 아직 한참 사람 보는 눈이 없구먼.

 

잘 마셨어요.

 

저,

오늘로 일을 그만둘 결심이 섰어요.

 

늦은 시간에 감사했습니다.

 

울고 있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바텐더를 그만둔다니.

저 사람, 바텐더예요?

보통 손님이시라면,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폐점 시간을 신경 쓰거나,

물고 늘어질 듯이 스터러의 움직임을
보거나 하진 않으니까요.

 

정말 용케 눈치채네.

역시 자네는
우리 바에 필요한 인재로군.

그 얘기라면 거절 드렸을 겁니다.

아무래도 고소 공포증인지라.

 

랏츠 호텔의 플로어 바는

최상층이잖아요!

 

사사쿠라 씨,

그, 고소 공포증이란 건...

 

어서 오십시오.

 

아직 괜찮나?

물론입니다.

들어오시죠.

 

올 거라 생각했다네.

 

어째서?

아는 사이신가요?

거래처에서 좀 알던 사이라서 말일세.

그러셨습니까.

 

주문은?

진 피즈를 받아볼까.

알겠습니다.

 

진 피즈는 유명한 칵테일이네만,

누가 생각한 걸까.

 

1888년, 뉴올리언스.

 

임페리얼 캐비넷 살롱,

라모스 씨의 창작인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피즈란?

탄산이 터지는 소리에서
유래한 모양입니다만...

 

피즈 피즈, 로는 안 들리지요?

 

미스터 퍼펙트에게 할 얘기인가?

 

그렇구나.

 

프랑스에서 수련했었으니까,

쿠즈하라 씨에 대해 모르는구나.

 

드시지요, 진 피즈입니다.

 

이 맛은?

마음에 들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맛있네.

다만...

 

이 미묘한 깊은 맛은 뭐지?

 

숙성한 오래된 럼인가?

이건 자네의 오리지널인가?

네.

보통의 레시피로는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프로,

그것도 아마도 일류 바텐더 분께는.

어떻게,

내가 바텐더란 걸?

이유는 두 가지 있습니다.

프로가 새로운 바에 들어와서

역량을 측정하려면 무엇을 주문하는가?

진 피즈입니다.

그래요?

이거다.

 

영원할 영?

그래.

영원할 영 자엔 가로, 세로,

점, 갈고리, 회봉, 삐침,

서예의 모든 요소가 들어있지.

마찬가지로 셰이크 기술부터
술과 과즙의 비율,

탄산이나 얼음을 다루는 것까지

바텐더로서의 기본 기술이
전부 포함된 게

진 피즈란 게지.

또 하나의 이유는?

손님의 오른손 새끼 손가락입니다.

셰이커를 오랫동안 흔들면서 생긴
굳은살이 아닌가 하고.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용케 거기까지 관찰했군.

평가하고 비평한다.

손님께선 항상 일을 위해
마시시는 거라면,

하다못해 본인께서 손님의 입장으로
카운터에 앉으실 때는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싶어서.

즐긴다?

 

자네는 이 내게 추리 게임을
즐기게 해줬단 건가?

건방진 짓을 해서 죄송합니다.

그래서 진 피즈에 럼을 넣은 거군?

아뇨,

이건 와삼본입니다.

 

뭐라고?

 

와삼본이라면, 화과자에 쓰는 그거요?

네.

와삼본은 고급스런 단맛이 특징입니다.

그 풍미가 럼과 비슷해서
착각했단 게군.

 

미스터 퍼펙트가 한 판 따였구먼.

그렇군.

확실히 자네는 재밌는 바텐더야.

하지만...

 

난 진기함을 자랑하는 술을 만들다가

사라져간 바텐더를
몇 명이나 알고 있지.

 

자네가 향후에도
바텐더를 계속할 생각이라면

한 가지만 가르쳐주지.

 

자네의 칵테일은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어.

 

화나버린 걸까?

이런 일을 속에 담아둘 정도의
소인배는 아닐 게다.

그것보다 내게도 와삼본을 넣은
진 피즈를 만들어주겠나?

저도요!

네,

물론이지요.

 

어제 데이트, 어떠셨어요?

데이트?

할아버지랑 외출했었어.

 

그나저나 사이좋으시네요,
할아버지랑.

할아버지가 아버지 대신이었으니까.

내가 어릴 적에
부모님께서 돌아가셔서.

 

그러셨어요?

죄송해요.

아냐.

떠들지 말고 일해.

 

네.

 

자네의 칵테일은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어.

 

사사쿠라 씨,

꽤나 심한 말을 들었는데,

괜찮으려나.

그래서, 선배.

 

남친, 없으세요?

히구치!

네!

 

어라?

 

지금 하는 일에 자신이 없는 거구나.

역시 그만두는 편이 좋을까요?

 

아직 바텐더,
그만두지 않으셔서 다행이네요.

 

당신, 지난번의 그...?

 

실은 그날...

 

처음으로 손님께
B&B를 만들어드렸는데요.

 

드시지요, B&B입니다.

 

어디.

 

아직 멀었으려나.

스터링을 잘 모르는구나.

 

단골 분과 마스터께
그런 말을 들어버려서.

스터링은 얼음을 녹이지 않고
재빠르게,

거기다 고르게 잘 섞는다.

물집이 터지도록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연습해왔어요.

그런데...

 

이 이상, 뭘 어떻게 하란 거야?

 

바텐더가 글라스 안에서
진정으로 섞고 있는 게 무엇인가,

아시나요?

 

술에 대한 상상력입니다.

 

술은 글라스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손님의 입안에 닿을 때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브랜디와 베네딕틴이
손님의 입안에서

이상적인 상태가 되도록
스터링 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

B&B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게 맹점입니다.

아마도 전세계의 바텐더들이

한 번은 저질러 버리는 실수.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뒤입니다.

그 뒤?

 

고작 그런 일에 도망칠 거라면,

 

처음부터 바텐더를
지망하지 않는 편이 낫죠.

 

뭐야?

왜 당신한테 그런 소릴 들어야 해?

분하시면 부디 더 맛있는 한 잔을.

 

난 바 미나미의 바텐더,

카와카미 쿄우코.

언제든지 가게에 와주세요.

 

힘내세요.

 

지금부터요?

 

뭐, 이 비면 손님도 적을 테니.

오너가 괜찮다고 하신다면야.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십시오.

 

여어,

갑자기 미안하군.

아닙니다.

오너... 마키 씨와 아는 사이셨군요.

뭐, 그렇지.

오늘은 아주 살짝
무리한 부탁이 있네만.

무엇이신지요?

실은

자네와 이 사람이
같은 칵테일을 만들어줬으면 하네.

 

손님.

 

저희 바에서는 그런 일은...

첸.

 

가게를 클로즈드로.

 

정말, 대체 뭐야, 할아버지?

재밌는 걸 보여줄 테니
당장 날아오라니.

이 두 사람이 같은 걸 만들 거다.

뭘 마시고 싶으냐?

 

어째서?

 

같은 칵테일을 만든다니...

 

갑자기 그런 얘길 들어도...

 

빨강.

맨하탄 같은 건 어때?

 

칵테일의 왕이 마티니라면

맨하탄은 여왕.

좋네, 그걸로 부탁하지.

한 가지 괜찮으실까요?

 

혹시 제 맨하탄이 더
맛있다고 판정되면,

 

회장님께선 제 술을
드셔주셔야겠습니다.

 

자네 정도의 바텐더가
왜 그런 일에 연연하나?

바텐더로서의 오기와 자존심이려나요.

좋네.

하지만 혹시 자네가 지면?

 

이 자리에서 바 코트를 벗고
은퇴해야겠군요.

그럼 시작할까요?

 

자네는 칵테일에 제일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

밸런스이려나요.

그렇네.

단, 덧셈으로는 안 되네.

곱셈이 되지 않고서야 의미가 없어.

 

스푼의 등은 항상
믹싱 글라스의 바깥쪽에 닿으면서

얼음의 움직임을
거스르지 않고 섞는다.

 

너무 섞으면 얼음이 녹아서 옅어지고,

덜 섞으면 일체감이 나지 않지.

 

미와.

눈을 감고 있거라.

 

됐다.

 

이게?

 

누가 만든 건지 알고 있으면
재미 없으니 말이다.

 

글라스가 다른 것뿐이지,

똑같아 보여.

 

그럼, 마셔볼게요.

이쪽부터.

 

맛있어.

위스키 베이스인데,

무척 맛이 가볍고 깔끔해.

 

이쪽은...

 

저, 이쪽이 더 좋아요.

맛이 둥글둥글해서 맛있었어요.

그건 사사쿠라 군의 맨하탄이다.

그렇구나.

하지만 왜 맛이 다른 거예요?

사람의 혀는

체온보다 플러스 마이너스 25도부터
30도 떨어져있는 온도를

맛있게 느낍니다.

아마도 제가 만든 게 아주 약간

온도로 봤을 때 1도나 2도 높겠죠.

정말, 대체 뭐야, 할아버지?

 

할아버님께 호출받아서
서둘러서 달려온 당신은

땀이 날 정도로 체온이 올라 있었어요.

 

그러니...

 

아주 약간 너무 차갑지 않을
정도로 만들었습니다.

거기까지 생각해서 만드는구나.

미숙하다, 란 건

어떤 의미에선 흐뭇한 광경이군요.

 

칵테일은 기호품이니까
호불호가 있는 건 당연합니다.

문제는 이것을 칵테일이라고,

맨하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아닌가.

사사쿠라 씨 거는
엄연히 맛있는 맨하탄이었어요!

한 번 더 마셔보시길.

 

조금 전과 맛이 달라.

 

실례하겠습니다.

 

이건...

알겠나?

그게 완벽한 맛일세.

 

손님 비위를 맞추다가

칵테일로서의 완성도를
목표로 하지 않게 되었을 때,

바텐더로서의 타락이 시작되지.

바텐더는 항상 손님이 압도당할 만한

완벽한 맛을 목표로 해야 하네.

 

자신의 미숙함을 깨달았으면
돌아가게나.

 

사사쿠라 씨!

 

잠시만요!

 

젊다는 건 참 좋구먼.

미숙하단 것은

숙성의 가능성을 품고 있으니까요.

그에게 카운터 바를
맡기실 생각이십니까?

글쎄다, 과연 어떨지.

자아,

약속하셨습니다, 회장님.

주문은?

 

어디 보세나...

 

저기, 잠깐 기다려!

오늘은 져버렸지만,

지난번엔 이겼잖아.

그리고 처음엔 당신 게 더 맛있었고.

 

다음엔 분명 잘 될 거야!

문외한은 이해 못해!

 

뭐야!

사람이 걱정해주는데!

 

그 사람의 칵테일은
단순히 섞는 게 아니야.

맨하탄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술을 만들어 낸 거야.

그래서 조금 정도 시간이 지나도

맛이 무너지지 않아.

미스터 퍼펙트, 라.

오늘은 완패였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바텐더의 기술은 경험과
노력으로 갈고 닦을 수 있지?

하지만,

손님을 만족시키고 싶다는 마음은

간단히는 갈고 닦을 수 없어.

당신은 날 위한 한 잔을 만들어줬어.

그 마음은
쿠즈하라 씨에게도 지지 않았어.

 

맞지?

 

고마워.

넌 의외로 좋은 녀석이구나?

 

갑자기 그런 진지한 얼굴로
칭찬하지 마!

 

부끄럽잖아!

기껏 다 말랐는데!

 

제4화 바의 숨겨진 맛, 마티니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