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당신은 저승님 02

몸이 뜨겁다

숨을 쉬기가 어렵다

심장이 찢어질 것만 같이
피가 몸을 돌고 돈다

 

언제였을까?

수십 명의 적을 상대했을 때에도
비슷한 고양감을 느꼈어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달라

분명히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어째서?

 

대체 무엇이…

그렇게까지 내 몸을 움직인 것인가

 

나는 알고 싶어

 

좋은 아침…

 

우와, 깔끔하게 들어가 있어!

쓰레기는 가급적 적은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모두 잘게 썰어 봤습니다

굉장해, 평소의 절반 가량으로 줄었어!

고마워, 메이드 씨!

 

당신은 저승님.
sub by 별명따위
현관 문을 두드리면서

당신은 저승님.
sub by 별명따위
미끄러지듯 달려오며

방황하며 찾아온 온기는

모르겠어

 

네게서 위험을 없애주고

내게서 불안을 빼앗아 주는

절묘한 밸런스

하지만

 

랏땃땃따

너와 함께라면 춤출 수 있을 것 같아

지금까지 보였던 경치와는 많이 달라

아아, 나는 분명

앞으로도 쭉

어차피 평범해질 수는 없으니까

지켜줄게

예를 들면, 지금쯤

서로 다른 행복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모르는 채여도 괜찮아

 

곁에 있게 해 줘

 

sub by 별명따위

 

2화 『당신은 알고 싶어.』

설마…

[주워 주세요]
이렇게 당당하게 집 앞에 두고 가다니…

대체 우리 집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히토요시 님, 편지가 있습니다

 

"포메라니안이라고 생각해서
펫숍에서 샀더니

실은 장래에 크게 자라는
견종이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어려워서
돈이 많이 보이는 댁에 맡기겠습니다~!

소중하게 키워 줘♥"

엄청 자기 멋대로잖아!

그리고 가벼운 일처럼
말하는 게 엄청 화가 나!

정말이지… 우리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우질 못하는 곳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그치?

 

키우시는 건가요?

뭐? 그치만 그냥 둘 순 없잖아?

이렇게나 작기도 하고

한여름에 바깥에 놔두면
최악의 경우에는 죽을지도 모르니까

달리 키워 줄 만한 사람도, 곳도 없고

 

작아도…

 

살고 싶다고 절실히 바라면

어떠한 존재든, 어떠한 상황에서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동물의 본능이라는 겁니다

동정심 하나만 갖고
구하는 생명은

때로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 강아지는 버려져야 했기에 버려진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

그러한 나약한 존재들은
자신의 힘만으로 강해지지 않으면

언젠가 길바닥에 주저 앉아
죽게 될 운명을 맞이하겠죠

 

가벼운 마음으로 그 생명을 구한다면

그 책임은 언젠가 족쇄가 되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일도 있습니다

 

히토요시 님께선 그 책임을
지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나는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

 

어제 메이드 씨가
내 목숨을 구해준 건

 

동정 같은 게 아니잖아?

 

눈앞에 구할 수 있는
생명이 있다면

생각하기보다도 먼저
몸이 움직이는 건

분명 인간의 본능일 거야!

 

인간의 본능…

 

그리고 나도 홀로 남겨진 녀석의
마음을 이해하니까

 

뭐, 이런 곳에서 계속
서서 얘기하는 것도 뭣하니까

얼른 쓰레기를 버리고서
방으로 들어갈까?

이렇게 더워서야 나도

너도 몸이 익어버릴 테니까

 

너, 사람을 잘 따르는 게 귀엽네!

메이드 씨도 안아 볼래?

아뇨,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아까부터 좀 멀지 않아?

그렇지는…

이거 봐, 푹신푹신해!

 

혹시 메이드 씨

개는 좀 어려워?

 

아뇨, 그…

 

아주 조금…

정말로 아주 조금
어렵다는 의식이 있어서…

귀엽네

 

하, 하지만 명령이시라면…

히토요시 님께서 바라신다면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어려워하는 거야?

 

제게는 스승님에 해당하는 분이 계신데

어릴 적에 훈련이라면서

사나운 들개가 잔뜩 도사리는
산에 두고 가신 적이 있어서…

 

그거야 트라우마가 될 만도 하겠네

 

그러면 역시 돌봐주는 건 어렵겠지?

곤란하네

곤란하네

곤란하네, 곤란하네, 곤란하네…

 

도,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 탓하는 게 아니라!

단지…

얘를 또 외톨이로
만들고 싶진 않아서

메이드 씨가 꾹 참게
만들지도 모르겠구나 싶어서

 

만약 입양해 줄 곳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쉽게 되진 않을 테니까

이 집, 저 집을 전전하게
만드는 것도 좀 그렇잖아

 

히토요시 님

 

역시 저도 안게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메이드 씨, 마음은 고맙지만…

그…

정말로 무리는 하지 않아도 돼

무, 무리는…
결코…

꽤 얌전한 아이인데

어느 부분이 무서운 거야?

 

어느 부분…

무시무시한 발톱

사나운 어금니

날카로운 눈빛!

 

그 언저리일까요…

미안, 나는 그 아이가
떡으로 보여

떡…

떡이라는 건

그 쌀로 만들어지는?

맞아, 맞아

 

응…?

으응…?

 

아니, 내가 다수파 의견이야

 

그, 그건 살짝 문 거야!
진심으로 깨문 게 아니야!

지, 진정해!
던지면 안 돼!

 

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한심해서 죄송합니다

 

아, 혹시 이가 가려운 거야?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하시면!

괜찮아, 괜찮아

 

좋아

그럼 잠깐 외출하자

 

 

동물병원

건강해 보이긴 하지만
한 번 진찰을 받는 게 좋겠다 싶어서

 

메이드 씨는 옆에 있는
숍에 가도 괜찮아?

 

너를 위해 엄청
진지하게 골라주고 있어

기쁘지?

 

고마워, 메이드 씨

부탁한 걸 전부 골라줘서

 

히토요시 님은 정말로 상냥하신 분이세요

응?

 

지금까지 제 세계에는
당신 같은 분은 없었습니다

제가 있던 곳은
실패는 절대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상냥하게 해 주실 때마다

히토요시 님과의 거리를
느끼는 걸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는 요구받은 것을
수행하기만 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바라는 것은
저로서는 처음 겪는 것들뿐이라

몇 번이고 헛돌기만 하고, 실패하고…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히토요시 님께 있어서 어떻게 해야
제가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걸지

 

지금까지 불필요하다고
판단된 적이 없었던 게 아니야

 

내가 있던 세계는

얼마 안 되는 있을 곳을 가지고 쟁탈하는
의자 뺏기 게임 같은 곳이다

우리 같은 권력자의 장기말은

능력만 있다면
나이도, 성별도 상관없어

 

있을 곳을 원한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였어

 

하지만 이곳은 달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해 왔던 건
기껏 해 봐야 얼마 도움도 안 되고…

 

저도 그 강아지처럼
당신과 만났더라면

 

세계는 이렇게나
따스한 것으로 넘치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면

 

당신이 정말로 바라는 무언가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여기에 있어도 될까요?

 

이런 눈부신 세계에
저는 필요 없는 게 아닐까요?

 

혹시 메이드 씨…

어, 어이!

 

말하고 있을 때 잡아당기지 마!

 

메이드 씨는 말이야

분명 이전 일을 그만두고

평범한 아이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

 

살인을 그만둔다?

내게는 그렇게 들렸어

 

잠깐…

 

아아, 얽혔잖아

 

청부살인업자를 그만두고 평범한…

 

생각해 본 적도 없었어

 

살인은 나의 유일한 아이덴티티야

몇 번이고 그렇게 들었고

나 같은 사람을 누군가가
필요로 하기 위해서는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는 것밖에는
길이 없었어

 

하지만 만약

우와!

저녁 노을이 정말 아름답네!

 

만약 죽이는 것 말고도
내가 있을 곳을 찾을 수 있다면

나는 이분을

이 눈부시고 따스한 세계를

더욱 알 수 있을까?

 

나 말이야

처음에 메이드 씨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메이드 씨가 엄청 무서웠지만

에에!?

아니, 내 주변에
살인청부업자는 없으니까!

 

하지만 함께 있으면서,
다양한 곳을 돌아보면서

아니라는 걸 알았어

 

메이드 씨는 실은
엄청 착한 아이!

 

착한 아이

 

착한 아이…

 

히토요시 님

 

평범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뭘 하면 될까요?

뭐?

음… 어려운 질문이네

아, 그래도 하나!

메이드 씨는 실패를
엄청 신경 쓰는 모양이지만

메이드 씨도 그랬잖아?

우리 집에 와서
처음 겪는 일뿐이라고

 

처음 겪는 일이라면
오히려 실패하는 게 평범한 게 아닐까?

 

확실히 이렇게 하는 편이

효율적이고 균일하게
양배추를 썰 수 있어

정신통일도 하지 않아도 돼

 

평범하다는 건 효율적인 것을
말하는 걸지도 몰라

 

오코노미야끼, 어떤 음식일까?

소스가 메인인
음식이라고 들었는데

튀김은 아니라고 하시니까

그런데 양배추는 필요한 음식이구나

 

확실히 양배추는 소스에
어울릴 것 같아

 

말도 안 돼!

내가 뒤를 잡혔다고!?

네, 네놈!

 

역시 평범한 개는 아니었구나!

 

배가 고픈 거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한다

이것도 평범한 것 중 하나겠지

 

다녀왔어

 

왜 그래?

아뇨…

아, 밥을 줬구나!
고마워!

잘됐네~
맛있어?

 

잘 먹네
괜찮아?

배가 엄청 말랑말랑한데~

정말로 말랑거리네

말랑말랑(모치모치)

 

내려왔다

네?

네 이름은 「아게모치타로」!

[떡 맛있어!!!]
 

 

어때?

 

근사한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너도 마음에 들었구나!

 

이해하기 쉽고,

거기에 어딘가 귀기가 서린
느낌이 듭니다

 

그래?

 

양배추를 썰어줬구나
고마워, 도움이 됐어

아뇨, 이 정도는

 

메이드업도~

몸에 배기 시작했네!

 

나머지는 내가 할게

 

왜 그래, 아게모치타로?

놀아줬으면 좋겠어?

그래도 미안해
저녁 먹은 후에 놀자

 

어이, 어이

제가 보고 있을까요?

뭐? 괜찮아?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는 평범해지고 싶습니다

 

히토요시 님께선 말씀하셨습니다

그 강아지는 얌전한 아이라고

하지만 제게는 역시
흉포한 들개와 다르지 않게 보입니다

 

하지만 제 안의 평범함은
히토요시 님이 말씀하시는 게 전부입니다

물론 공포심은 씻어낼 수 없습니다

그래도…

 

믿고 싶습니다!

당신의 말을

 

메이드 씨

 

그럼 나도 메이드 씨를 믿을게!

믿을게! 믿을게! 믿을게!

 

네!
맡겨주십시오!

 

안아봐도 될까요?

물론이지!

 

이게 떡인가요?

예를 들어서 말한 거야!

개지만!

 

작고 따뜻해

 

메이드 씨가 엄청 무서웠지만

하지만 함께 있으면서,
다양한 곳을 돌아보면서

아니라는 걸 알았어

메이드 씨는 실은
엄청 착한 아이!

 

저도 알았습니다

 

왠지 무서웠던 게
부끄럽습니다

 

오코노미야끼, 미미(美味)…!

소스는 소스…

이 반죽…

양배추하고 소스와 어울려서…

갑자기 유치원생 같은 어휘력이 돼버렸어

 

오코노미야끼, 미미(美味)

 

부족하면 한 장 더 구울까?

네!?

 

하지만 수고스럽게 만들 수는…!

 

몸은 상당히 솔직한 것 같지만!

 

좋아하는 것에 관해선
고집을 부리게 되는 건 평범한 거야

 

그러니까 오코노미야끼를 더
먹고 싶다는 것도 평범한 거야!

 

그럼 그 말씀에 따라서…

 

그밖에 더 필요한 게 있다면
이 기회에 말해줘!

필요한 것…

 

아게모치타로하고 사이가 좋아진
메이드 씨에게 특별 서비스야!

 

그렇다면…

저도 히토요시 님께서
이름을 붙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메이드 씨의 이름을?

네!
아게모치타로 같은…

아무래도 메이드 씨한테까지
그런 텐션으로 이름을 붙여주는 건 좀…

음… 갑자기 이름을
붙여달라고 해도…

 

메이드 씨는 생일은 언제야?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매우 추운 겨울이었는데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는 날에 태어났다고

그렇게 들었던 기억이
희미하게 있습니다

겨울!
겨울 태생인가

그럼 「유키(雪) 씨」는 어때?

 

너는 냉혹한 살인귀

슈에
(※"눈 설(雪)"의 중국식 발음)

 

나 말이야

눈을 좋아한단 말이지

하얗고 아름다우니까!

 

왠지 눈이 내리면 두근거리잖아?

 

그리고 눈은 따뜻해

눈이 말인가요?

어딘가에서 알았는데

밭에 눈이 쌓이는 것으로

그 아래의 흙이나 씨앗은
얼지 않고 겨울을 보내다가

봄이 되면 싹을 틔운대

그건 눈이 지켜주면서
따뜻하게 해 준건 아닐까 생각하거든

 

어째서 그때 몸이
떠밀리듯 움직인 것인지

어째서 이 세계를
따스하다고 느낀 것인지

어째서 이분은 이렇게나
내 마음을 움직여 주는 것인지

 

여기에 있으면

이분과 함께 지내면

언젠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유키」…

근사한 이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히토요시 님!

 

유키, 유키…

 

평범하게 웃을 수 있구나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당연한 일상이 저 멀리 보여

천지창조보다도 어려워

인력에 빨려들어가듯 쏙 자리잡은

네가 사는 상자 속

깨지 않은 채 궤도 위에 있고 싶어

잊고 있었어

기쁠 때에도 눈물이 나온다는 걸

슬플 때에는 그것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걸

 

눈부시고 따스한 세계

또 늘었어, 다른 표정들

어디까지가 나일까?

점점 모르게 돼

"좋은 아침"도, "다녀오겠습니다"도

네가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야

흔한 일상이 호박색을 띤 빛을 비춰

 

[오빠]
『개 주웠어』   
『아게모치타로』  
   『너무 귀여워』

 

오빠!

리코야!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