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아, 기대되는군!

설마 그 엘리제 공녀님이 이 정도로
우수한 재능을 감추고 계셨을 줄이야!

얼굴을 뵙는 게 기대되지 않나,
그레이엄 교수!

네.

 

혹시 클로랜스 공녀가
정말로 그 처치를 시행했다면...

로제에 비견될 만한
재능의 소유자일지도 몰라.

 

잠들었던 모양이네.

 

밀이 침대로 옮겨다 준 걸까.

 

공녀님, 면회 손님께서 오셨습니다.

 

오라버님들인가?

 

들어오세요.

 

어째서?

 

어째서 여기 있는 거지, 로제?

 

그, 그레이엄 선생님!

 

이런 식으로 들키다니,

더는 변명할 방법이 없어!

 

신분을 숨겼던 것을
깊이 사과드립니다!

제가 클로랜스 일족의 엘리제입니다.

 

역시 그랬었군요.

닮았다고는 생각했는데.

설마 본인이셨을 줄이야!

 

자, 그것보다 고개를 들어주십시오.

오늘은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저희가 폐하의 오해를
풀어드리고 왔습니다.

공녀님의 기관절개술은
불경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훌륭한 공적이라고요!

 

무얼 그렇게
침울한 얼굴을 하고 계십니까.

공녀님께선 무죄가 되셨고,
여기서 나가게 되신 거라고요!

가, 감사합니다.

 

그레이엄 선생님...

많이 놀라셨겠지.

 

불가능이라고들 말한 것들마저도
분명 넘어서 갈 수 있을 거야

Believer

 

외과의사 엘리제

돌아가고 싶은 그 나날들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너는 어떤 길을 선택할 거야?

사람은 누구나가 그런 후회와
마주해나가면서 오늘도 살아가고 있어

기적이 일어난다고 한다면
그것을 두 번 다시 놓지 말아줘

(Believer)

양보할 수 없는 것 지금 끌어안고
몇 번이고 계속 도전하자

이루고 싶은 마음의 개수만큼
사람은 강해질 수 있어

운명(숙명)에 저항하는 힘을
몇 번이고 계속 믿어나가자

불가능이라고들 말한 것들마저도
분명 넘어서 갈 수 있을 거야

Believer

 

현재 심음에 문제는 없으니,

경과를 보면서
약의 투여를 진행하겠습니다.

 

클로랜스 공녀님,

뭔가 궁금하신 점은 없으십니까?

 

조, 존댓말?

 

조금 전의 환자분의 보고서입니다.

 

감사합니다.

 

저기,

이전처럼
좀 더 스스럼없이 말씀해주세요.

아니요,

저와 공녀님은 지위가 다른지라.

 

혹시,
신분을 숨긴 것에 대해 화나셨나?

 

사정을 설명하고 싶지만...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지금의 치료를
계속하는 게 중요해.

알겠습니다, 계속하겠습니다.

내가 클로랜스 일족인 걸 알고 있는 건
알겠습니다, 계속하겠습니다.

내가 클로랜스 일족인 걸 알고 있는 건
역시 그레이엄 선생님께 여쭤보길 잘했네요.

그레이엄 선생님뿐이니...
역시 그레이엄 선생님께 여쭤보길 잘했네요.

 

로제.

 

오후부터 잘 부탁해.

 

어라?

못 들었어?

그레이엄 선생님께선
오전 중에 퇴근하셔서

오후 진찰은 나와 같이 할 거야.

 

네...

그럼 나중에 봐.

 

그레이엄 선생님과 얘기해보는 건
내일 해야겠네.

 

실례합니다,

그레이엄 선생님 못 보셨나요?

그러고 보니 한 번도 못 뵈었네.

쉬시는 거 아닐까?

 

선생님, 오늘도 안 계셔.

 

저기, 그레이엄 선생님은...?

 

휴가 신청을 내신 모양이더라고.

한동안 결근하신대.

 

그렇군요.

 

하지만 별일이란 말이지.

큰 학회에 출석하시는 것도 아닌데.

애당초,
오전 중에 퇴근하신 날의 선생님,

뭔가 상태가 이상하셨지.

 

로제랑 진찰하며 다니는 것도
공부가 되지만,

그레이엄 선생님께 혼나지 않는 날이
며칠이나 계속되니,

뭔가 그...

긴장이 풀린단 말이지.

 

선생님, 어떻게 되신 걸까.

무슨 일 있었던 걸까?

 

분명 내가 원인이야!

 

고마워.

 

네.

그레이엄 선생님의 제자로

로제라고 합니다.

선생님을 뵙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어머, 그것 참 잘 오셨어요.

유모인 요델이랍니다.

자, 어서 들어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의학서가 이렇게나 많이.

거기다 수없이 되풀이해서 읽었어.

얼마나 선생님께서 노력하셨는지가
전해져 와.

 

로제 님,

 

여기, 이것 좀 드셔요.

감사합니다

 

도련님을 불러봤는데,

방에서 전혀 안 나오시네요.

네.

며칠이나 틀어박혀계셔서.

 

가끔 이런 일이 있죠.

 

연일 병원을 쉬셨죠?

다른 분들께 폐를 끼치진 않았으려나요.

휴가 신청을 내셨으니, 괜찮아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래요!

병원에서의 도련님이
어떻게 하시나 듣고 싶네요!

들려주시지 않겠어요?

어떤 식으로 지내고 계신지라든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라든가,

저에겐 전혀 안 가르쳐주시니까요.

다들 선생님을 잘 따라요.

그래요?

네.

지시도 항상 적절하시고,

곤란해하는 견습 의사들은 다들,

제일 먼저 그레이엄 선생님께
여쭤보러 가요.

 

굉장히 많이들 의지하세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쁘네요.

 

옛날엔 말이죠...

 

매일 밤만 되면 엉엉 울고,

재우는 것도 고생이었어요.

 

그레이엄 선생님이?

지금의 선생님으로부터는
상상이 안 가는걸.

 

그런 도련님을
지금은 다른 분들이 의지해주고 있다니,

어머, 어머,
차 과자를 내어오지 않았네요.

지금 가져올게요.

 

괜찮으세요?

네,

나이가 나이라서 여기저기 아프네요.

 

왜 그러시죠?

 

그레이엄 선생님!

 

선생님, 그레이엄 선생님!

 

무슨 소란이지?

 

그레이엄 선생님...

 

요델!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대화하다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어디 아픈 곳은 없나?

 

하복부 부근을 아파하셨어요.

 

왜 그러지?

서혜부가 부풀어있어서...

 

탈장?

 

딱딱해져서 되돌아가질 않아.

 

서혜 헤르니아 감돈?

 

증상으로 봤을 때,

장의 괴사가 시작됐을지도 모릅니다!

 

한시라도 빨리 처치를 하지 않으면,

장관 천공, 복막염을 일으켜서

생명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도!

 

도, 도련님...!

 

미안해.

내가 보고 있지 않아서...

 

로제.

네.

병원에 도착하면
즉시 수술을 시행할 거야.

도와줘.

네.

 

다음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가!

그 편이 가까워!

네!

 

지금부터
서혜 헤르니아 수복술을 실시하겠다.

메스.

네.

 

겸자.

 

네.

 

거즈.

 

네.

 

반드시 살려낼 거야.

조금만 더 버텨.

 

봉합 완료.

 

무사히 끝났어.

고마워.

네.

 

피곤하군.

조금 쉬지.

그럼 수술 보고서는 제가 써놓을게요.

 

헤르니아 바로 위 부분을
절개한 뒤에

장관의 색조 변화나
혈류를 관찰해서...

 

내가 쓰지.

 

그나저나,

오늘은 무슨 일로 저택에 왔지?

 

사과드리러 찾아뵈었어요.

제가 신분을 숨겼던 것에 화나셔서,

그래서 휴가를 내신 거죠?

 

화나?

네.

교수실에서, 이렇게,

눈썹을 치켜올리고,
하아, 하며 한숨을 쉬셨죠?

하아?

 

아, 아아...

그건...

 

네 글자에 놀란 것뿐이야.

너무 지저분해서
읽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말이야.

 

그, 그러셨었군요...

뭘 착각한 거지?

난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쉬었던 것뿐이야.

 

네게 자극받아서 말이지.

 

제게요?

그래.

너는 언제나 열심히 하잖아.

 

처음 널 데려간 병동이 있었지?

 

거기는 병원 안에서도

가장 가혹하다고들 하는 장소였어.

지저분한 환경을 보고
금방 뛰쳐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도망치지 않았어.

 

신분을 숨기고
의사를 목표로 하는 것도,

독학으로 의학을 배우는 것도,

둘 다 간단한 길이 아니야.

그 높은 마음가짐을 본받고 싶어.

 

아니에요, 그런...

실력도 확실하고 말이지.

 

긴급했던 기흉 환자의 처치도,

 

비장 적출 수술도,

 

지난번의 기관절개술도
너라서 할 수 있었던 일이야.

 

나로선 할 수 없어,

아카데미에서 죽어라 공부하고

반복해서 의학서를 읽어왔는데도.

 

주변에선 나 보고
재능이 있다고들 하지만,

난 그저 노력하는
평범한 이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게는

날 때부터 가진 재능이 있어.

솔직히 부럽다고 생각해.

 

아마도 내가 너에 대해 품은 마음은,

질투와 존경...

 

둘 다 있겠지.

 

선생님은 왜 의사가 되려고 하셨나요?

 

가족을 잃었기 때문이야.

 

20년 전...

 

내게는

부모님과 형님과 누님,

그리고,

어리고 귀여운 남동생이 있었어.

 

엄마, 이거 봐봐!

 

행복의 클로버!

 

아빠, 돌고래가 잔뜩!

 

매일이 행복한 나날이었어.

 

하지만...

 

데려가지 마!

 

도련님, 안 됩니다!

 

사망자 15만 명을 낸

로레지 역병 사건으로,

내 가족도 감염됐거든.

 

죽는 순간에
곁에 있어주는 것조차 할 수 없었어.

 

도련님은 어떡하고?

급여가 안 나오는데.

우리도 생활이 있잖아.

 

병이 내 소중한 것을

전부 빼앗아가버렸어.

 

몰락 귀족이 된 내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게

요델이었어.

 

그녀는

가족 같은 존재였어.

 

한 번은,

요델이 몸이 안 좋아진 적이 있었어.

 

그때 생각했어.

 

이 이상 병에게

내 소중한 걸 빼앗기지 않겠다고.

 

가족의 죽음이,

소중한 사람의 존재가,

의사가 되자고
그렇게 결의하게 만들었어.

 

선생님.

왜 그러지?

저는 선생님의 노력을 존경해요.

 

고마워.

 

아름다워.

 

맞아, 그레이엄 선생님.

 

클로랜스 공녀님이 아니라,

로제라고 불러주세요.

전 선생님의 제자니까요!

 

응...

 

왜 부끄러워하는 거야.

 

리제!

 

리제!

축하해!

황실 장미 훈장을 받게 됐어!

 

황실 장미 훈장?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야!

기관절개술이 인정받은 거야!

 

이런 명예로운 칭호를 받게 되다니!

 

숨 막혀요.

 

도련님?

 

아픈 데는 없나?

 

괜찮습니다, 걱정을 끼쳐드렸군요.

죄송합니다.

 

내가 눈치채지 못한 게 잘못이야.

하지만 몸이 안 좋을 때는 꼭 말해.

네.

 

가족이니까.

 

네!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일상이 돌아와서 기쁜 거예요.

뭐?

한동안 선생님께 혼나지 않아서,

뭔가 좀 허전했거든요.

뭐야, 그게.

 

여깄네.

 

이쪽, 이쪽.

 

선생님, 잠깐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

의무실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래.

 

그럼 나중에 보지.

네, 도련님.

 

선생님, 얼른요!

지금 가지.

 

잘됐네.

응, 꼭 좀
그레이엄 선생님께서 조언을...

 

지난날

 

그저 바라는 건... 당신의 행복.

 

어두운 방 희미해져가는 세계의 초점

차곡차곡 쌓인 책들 틈사이에
끼어있는 후회의 책갈피

더는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아

얽혀서 풀리지 않아

운명 속을 자유롭게 헤엄쳐서
당신을 만나기 위해 살아가

 

봄이 지나가는 소리를
결코 놓치지 않고 듣는 영원에

난해하다 해도 몇 번이고
난해하다 해도 몇 번이고

그저 바라는 건... 당신의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