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정연까지 앞으로 53일

6월 하순의 토요일,

오디션까지 일주일도 안 남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배고프네...

 

하루, 슬슬 밥 먹으러...

 

대단해...

 

좋았어,

나도!

 

푸른 오케스트라

그러니까 그건 하며 변명만 하고

하지만 그건 하며 우는소리만 하고

거짓된 가면으로 변한

나는 대체 누굴까?

몇 개나 되는 타이틀이 붙은
나날과의 만남

마치 다른 사람을 살고 있는 듯해

네가 주었던 노래는
내일로 인도해 주었어

기사회생

가슴 속에 그리며

손톱을 물어뜯으며

기다리는 날은 작별이야

보이지 않는 상처까지도

사랑하며 지금 데리고 나가줄게

 

흔해빠진 이 프레이즈도

너와 붙인 멜로디라면

내세에도 사랑받을 수 있는
노래가 될 것만 같아

그런 마음 이어서

선율을 연주해나가네

다다를 수 있을까
큰 함성이 기다리는 미래

 

제10화 초보자와 경험자

 

분위기가 날이 서있어.

그만큼 다들 진지하단 거겠지.

 

하루나 아오노 같은 애들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생각은 들지만...

 

나...

실력이 늘긴 하고 있는 걸까...

 

릿 쨩, 실력 금방 느는데?

 

아직 입부한 지 2개월 좀 지났는데,
그렇게까지 켤 수 있는 건 대단한 거야.

그, 그런가?

뭐랄까, 쾌속열차 같은 느낌.

쾌속?

성장 스피드 말이야.

참고로 난 보통 열차.

 

뭔 말인지 알 것 같아.

오히려 우리는 둔행이라고 해야지.

 

얘,

쾌속과 특급은 어떻게 다르더라?

 

무슨 소리야?

 

이이즈캇치도 둔행이네.

둔행 동료다.

 

야,

아까부터 거기 시끄럽거든!

아직 연습하고 있는 사람 있으니까
밖에서 하지 그래?

 

미안!

죄송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그럼 세컨드 바이올린,

오후 합주 연습을 시작합니다!

 

오늘부터 초보자 1학년들도
합주에 합류합니다.

잘 부탁해!

잘 부탁드립니다!

 

힘내!

 

엄청 긴장돼.

그치?

실수하면 어쩌지...

괜찮다니까!

 

그럼 카르멘, 처음부터.

 

셋, 자!

 

응,

다른 사람들 연주에 따라가고 있어!

이대로만 가면 분명 오디션도...!

 

죄송합니다!

 

1학년, 소리가 안 나잖아!

네!

 

그러면

다음 곡 연습으로 넘어갑니다.

연주 멤버가 아닌 1학년은 각자
개인 연습을 해주세요.

네!

 

최근엔 마지막까지 걸리는 부분 없이
켤 수 있었는데...

 

수고.

 

수고.

첫 합주 연습 어땠어?

진짜 탈탈 털렸어.

나도...

 

다른 사람들 연주에
따라가는 게 고작이라,

연습 내용 기억이 안 나.

 

나도 공감.

그러게.

거기다 있잖아...

연주 중에 미스 내면 엄청 노려봤잖아.

누가?

저기...

그 빡빡한 느낌의...

 

타치바나... 양?

맞아, 맞아!

그 사람, 초보자에게 가혹하잖아.

무섭지.

 

지금은 연습 시간이잖아?

죄, 죄송해요...

쓸데없는 소리 떠들 시간 있으면
연습하지 그래?

아, 네...

 

있잖아,

딱히 다들 너를
나쁘게 얘기할 생각은...!

 

아니 그냥,
할 생각 없으면 집에 가주지 않을래?

솔직히 민폐거든.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지 않아?

난 옳은 말을 한 것뿐이야.

그렇지만,

좀 더 다정하게 말할 수도 있잖아!

 

다정하게?

뭐야, 그게?

그딴 거,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거든.

뭐?

 

너 말이야,

항상 그런 태도인데,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

 

이렇게 된 김에
서로 하고 싶은 말 분명하게 하자.

그럼 말할게.

너,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주제에

오디션 같은 데나 나가고 있을 때야?

 

뭐야, 그게!

그건 내 마음이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너 아까 카르멘 때도

못 켠 부분 있었잖아.

 

오디션 곡 연습하기 전에

좀 더 다른 걸 연습하란 말이야.

-저, 저기...
-그건...!

 

하나하나 완벽하게 하고 나서
다음으로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이것들아!

싸울 거면 내가 보는 앞에서 해!

 

요네자와 선배!

 

너희들,

앞으론 떨어져서 연습해!

 

-네...
-네...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주제에

오디션 같은 데나 나가고 있을 때야?

 

아, 진짜 짜증 나!

사사건건 사람 하는 일에 참견만 하고!

 

내가 뭐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건데.

 

하나하나 완벽하게 하고 나서
다음으로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분명,

그 녀석이 하는 말은 틀리지 않았어.

 

틀리지 않았지만...

너랑 소리를 맞추는 거,
기대하고 있을게.

 

같이 연주하겠다는 약속,
아직 지키지 못했어.

 

먼저 앞서가는 그 사람들을

빨리 따라잡고 싶다,

그렇게 생각해버리게 돼.

 

물론,

그 녀석도...

 

슬슬 집에 가야지.

 

타치바나...

 

아직도 연습하고 있어.

 

역시 잘하네.

 

치카 선배?

수고했어.

 

이제 완전 하교 시간이야.

저기...

 

오늘은 죄송했습니다!

뭐야?

그...

아키네 양이랑 있었던 일...

괜찮아!

나, 딱히 혼내러 온 거 아니니까.

 

타치바나 양은 착실하구나.

 

뭐, 혼내러 온 건 아니지만,

살짝 사정 청취하러 왔어요.

 

이래 봬도 일단은
세컨드 바이올린의 파트 리더니까.

리츠코 쨩과의 사이,

이대로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어요.

 

둘이서 툭하면 싸우니까

무슨 일 있는 걸까 해서.

 

나 같은 애한텐 얘기하기 어려우려나.

그, 그렇지 않아요!

 

그러고 보니 타치바나 양,

하라다 군이랑 같은 중학교였다면서?

 

들었어,

타치바나 양,
중학교 때부터 엄청 잘했다고!

저, 저기...!

 

하라다 선배,
달리 무슨 말씀 안 하셨나요?

 

아니, 특별히는.

 

그런가요...

 

선배...

저, 역시...

 

아키네 양이랑은
사이좋아질 것 같지가 않아요!

 

사, 사이좋아질 수 없다니...

왜?

 

생각이 안이해빠져서요!

 

초보자 주제에

오디션을 볼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나,

살짝 칭찬 좀 받았다고
금방 기고만장해지는 점이나,

솔직히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나요.

 

저 녀석...!

그런가?

 

리츠코 쨩,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있고,

대단한 것 같은데?

성장도 빠르고,

가르쳐 준 걸
순순히 받아들이고 말이지.

치카 선배...!

 

그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뭐라 해야 하나,

아키네 양은...

독선적이라 해야 하나...

 

자기 소리 밖에 안 듣고 있어요!

 

아키네 양,

합주 연습에서 미스가 많잖아요.

뭐, 그렇지.

템포 틀려서 연주 곧잘 멈춰세우고.

 

그건 개인 연습에선 된 게
합주 연습에서 안 돼서예요.

 

아무리 연습해서
자기 혼자 잘해졌어도,

다른 사람들 소리를 듣지 않으면

그건 쓸데없는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오케는 모두의 소리로 성립되는 거니까.

 

나,

실력이 늘긴 하고 있는 걸까...

빨리 그 사람들을 따라잡고 싶어!

 

나...

 

자기 자신밖에 보고 있지 않았어?

 

바보!

혼자서 멋대로 초조해하고,

칭찬 좀 받았다고 안심하고,

자기 자신만 생각했잖아!

 

전부...

저 녀석 말 대로야...

 

그러니까 아키네 양은

주변의 소리를 잘 들으면

좀 더 잘 켤 수 있을 거예요.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타치바나 양,

리츠코 쨩을 잘 보고 있구나.

그렇게나 그 애가 좋아?

 

아니예요!

 

다만,

뭐라 해야 하나...

아키네 양을 보고 있으면

중학교 시절의 제가 떠올라요...

 

그러니까, 저...

 

자자, 그렇게 어깨에 너무 힘주지 마.

 

하지만 기특하네.

타치바나 양처럼 엄하게 대할 수 있고,

주변을 잘 관찰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해야 하나.

 

네가 세컨드 바이올린에 와줘서
다행이다, 싶어져.

 

오케의 꽃은 퍼스트 바이올린이잖아?

 

저, 중학교 때는
퍼스트 바이올린이었으니까,

고등학교에선
세컨드 바이올린 해보고 싶어요!

 

굳이 세컨드를 선택해서
공부하고 싶다고 해줬을 때 기뻤었고,

대단하다 싶었어.

 

그랬었구나.

 

나 스스로도

굳이 따지자면
타치바나 양이 엄하게 대해야 할 측이지.

 

선배는 그렇지 않으세요!

 

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면 엄청 있어.

 

유혹에 져버리는 일이 많아.

하지만

그런 내게도 엄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그 왜, 마라톤 같은 데서 말이야,

다들 목표로 하는 골은 똑같지만,

모두가 다 같이
똑같은 스피드로는 달릴 수 없잖아?

 

노력을 하는 방식이나
성장 스피드란 건

사람마다 각각 다르니까.

발이 빠른 애가 있는가 하면,

느린 애도 있어.

 

중요한 건

골을 목표로
끊임 없이 달리는 거라고 생각해.

 

분명 타치바나 양은
발이 빠른 아이니까,

모두에게 달리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가능할 거야.

 

달리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니...

숨차 하고 있는 애가 있으면 도와주렴.

 

안녕하세... 요...!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정 짓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꺼, 껄끄러워...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

 

릿 쨩, 아침 연습 항상 일찍 오더라.

그렇지도 않아.

나, 아침에 약하니까

일찍 일어나는 게 되는 사람,
정말 존경하거든.

 

그러게.

얘, 너무 시끄럽게 하면...

 

엄청난 박력...

얘, 역시 어제 일도 제대로
사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잘못한 건 우리들이니...

으, 응...

하지만 또... 혼나면...

 

릿 쨩?

 

있잖아.

 

아침부터 제2 라운드 시작?

괘, 괜찮을까?

 

좋은 아침...!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뭔데?

 

카르멘,

잘 못 켜겠는 부분 있으니까
가르쳐 주지 않을래?

 

그래서?

어딜 가르쳐 주면 되는데?

 

여, 여기 말인데!

 

어젠 미안해.

괜찮으면 우리도 같이 가르쳐 줘.

 

그럼 세컨드, 합주 연습 시작합니다!

 

좋았어!

아키네.

 

막 부르네?

너, 합주 때 등 굽히고 있더라.

 

진짜?

분명 보면 쫓는 데 필사적이라

눈치 못 챈 걸 거야.

자세 무너지면 소리도 나빠지니까,

주의해.

 

아, 응.

고마워...

 

너, 합주 때 등 굽히고 있더라.

 

자세, 자세!

 

아키네 양은,
자기 소리 밖에 안 듣고 있어요!

 

지금,

내 눈앞에는 악보가 있어.

 

하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그곳은...

악보에는 없는 세상.

 

소리뿐만이 아니야.

좀 더,

몸의 움직임이나 호흡을 보는 거야.

 

다른 사람들의 소리는
악보에 쓰여있지 않은 걸 가르쳐 줘.

 

오늘 합주, 평소보다 더 잘 켜졌어!

 

잘 됐네.

릿 쨩, 점점 더 잘해지고 있잖아.

 

타치바나!

 

뭐 하는 거야?

 

보는 바와 같이,

군것질.

 

아, 그래?

 

있잖아!

 

그...

오늘 일 말인데...

뭐라 해야 하나...

뭐야?

나, 얼른 집에 가고 싶은데.

 

그게...!

그러니까,

그...

 

하, 한 입, 먹을래?

 

필요 없어!

그러시겠죠...

 

오디션,

 

나가지 말라곤, 안 할게.

 

잘 있어!

 

뭐야, 저 녀석.

엄청 발 빠르지 않아?

아니 근데, 무슨 얘기야?

 

비밀!

 

언젠간 너희 둘도
뛰어서 제쳐버릴 거니까!

 

시작되었어
여기에 모두 함께 있어

두 번 다시 없을 세상이란 느낌이 들어

 

문방구와 시계
번갈아 보고 있어

노트의 괘선이
순식간에 오선보로 변해

태양이 구름에
하늘을 한순간 맡기고

그늘을 머금어 가는
바이올린의 낙서

방과 후의 전혀 상관없는
모든 소리에 마음이 편해져

 

시작되었어
여기에 모두 함께 있어

두 번 다시 없을 세상이란 느낌이 들어

좀 더 켜고 싶어
좀 더 연주하고 싶어

단 한 번뿐인 무한의 음악

이 소리가 좋아

 

넌 선생님으로서

내게 바이올린을 가르쳐 줬지.

그 덕분에 나도 변할 수 있었고,

너도 고등학교 들어와서
변했다고 생각해!

나도...

변했어?

 

제11화
 

제11화
결전 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