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41,590 --> 00:00:43,655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2 00:00:43,756 --> 00:00:46,755 답해 주겠다고는 약속 못 하네 3 00:00:47,690 --> 00:00:50,922 바로 그게 제가 궁금한 점입니다 4 00:00:51,690 --> 00:00:55,022 가는 동안 저와 대화하셔도 되나요? 5 00:00:55,523 --> 00:00:57,922 규칙이 있을 것 같은데요 6 00:00:58,157 --> 00:01:00,089 이리 답하면 어떤가 7 00:01:00,190 --> 00:01:04,222 끝까지 한마디도 않는 객은 극히 드물다네 8 00:01:04,324 --> 00:01:06,990 이 여정에 오른 인간들은 9 00:01:07,090 --> 00:01:10,423 기이하고 난데없는 고해 욕구를 느끼지 10 00:01:10,556 --> 00:01:15,256 늘 수사학적 가치가 있는 얘기라고는 못 하지만 11 00:01:15,424 --> 00:01:18,356 허심탄회하게 말이나 해 보게 12 00:01:18,556 --> 00:01:24,156 다만 자네의 이야기만이 남다를 거란 착각은 말게 13 00:01:25,257 --> 00:01:32,124 살인마 잭의 집 14 00:01:32,224 --> 00:01:33,490 첫 번째 사건 15 00:01:33,590 --> 00:01:39,488 그럼 12년에 걸쳐 벌인 다섯 가지 무작위 사건을 16 00:01:39,756 --> 00:01:42,256 중심으로 말씀드려 보죠 17 00:02:08,857 --> 00:02:11,722 왜 잭을 들고 여기 서 있냐고요? 18 00:02:12,324 --> 00:02:14,156 이 고물이 고장 났어요 19 00:02:14,723 --> 00:02:17,324 잭 갖고 있으면 빌려줄래요? 20 00:02:17,424 --> 00:02:19,056 미안하지만 없어요 21 00:02:19,756 --> 00:02:21,256 - 없어요? - 네 22 00:02:21,357 --> 00:02:23,089 - 정말요? - 네 23 00:02:24,590 --> 00:02:27,722 잭은 누구나 있는 줄 알았는데 24 00:02:28,390 --> 00:02:29,589 난 없어요 25 00:02:30,090 --> 00:02:33,189 그럼 내 차 상태라도 봐줄래요? 26 00:02:34,324 --> 00:02:37,389 됐어요 차는 살펴봐 봤자죠 27 00:02:38,157 --> 00:02:40,522 망가진 건 잭이잖아요 28 00:02:40,923 --> 00:02:42,156 이거 봐요 29 00:02:45,023 --> 00:02:49,589 이런 상황에 부닥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30 00:02:49,923 --> 00:02:52,889 글쎄요 그렇다면 31 00:02:53,857 --> 00:03:00,056 내가 '서니' 수리점에 들러 출장 서비스 보내 줄게요 32 00:03:00,324 --> 00:03:03,422 여기에서 8km 정도 가면 돼요 33 00:03:03,590 --> 00:03:05,089 수리점이라뇨? 34 00:03:05,224 --> 00:03:07,022 솜씨 좋은 철공소예요 35 00:03:07,257 --> 00:03:08,589 철공소요? 36 00:03:09,723 --> 00:03:12,156 잭을 고치라는 얘기군요? 37 00:03:13,490 --> 00:03:16,089 그건 서니가 오면 얘기해 봐요 38 00:03:17,023 --> 00:03:19,555 같이 타고 가면 안 돼요? 39 00:03:20,057 --> 00:03:21,256 부탁해요 40 00:03:44,423 --> 00:03:46,756 이런 실수한 것 같아요 41 00:03:49,057 --> 00:03:51,922 - 실수요? - 차 얻어 탄 거요 42 00:03:52,423 --> 00:03:56,589 엄마가 낯선 사람 차는 타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43 00:03:59,324 --> 00:04:01,056 거기까진 몰랐네요 44 00:04:02,190 --> 00:04:04,555 연쇄살인범은 아니겠죠? 45 00:04:05,356 --> 00:04:07,889 미안하지만 좀 그래 보여요 46 00:04:09,157 --> 00:04:11,822 차 있는 곳으로 돌아갈까요? 47 00:04:12,423 --> 00:04:15,322 아니에요 내 몸은 지킬 수 있어요 48 00:04:16,656 --> 00:04:20,089 미안해요, 살인마래서 기분 상했죠? 49 00:04:22,023 --> 00:04:23,189 아뇨 50 00:04:24,423 --> 00:04:27,422 그쪽이 뭐라든 신경 안 씁니다 51 00:04:30,556 --> 00:04:32,689 차 분위기 때문일 거예요 52 00:04:33,257 --> 00:04:36,856 사람 납치할 때 쓸 것 같은 밴이잖아요 53 00:04:37,323 --> 00:04:39,589 시체 나르던 차 같아요 54 00:04:40,923 --> 00:04:45,589 정말 연쇄살인범이라면 날 처리하기는 쉽겠어요 55 00:04:45,723 --> 00:04:49,023 저 나무들 옆에 시체를 묻으면 돼요 56 00:04:49,224 --> 00:04:54,355 하지만 2m 정도는 파야 여우가 파헤치지 못하죠 57 00:04:55,757 --> 00:04:57,322 난 뭘 할까요? 58 00:04:58,757 --> 00:05:02,023 당신의 완전 범죄를 막기 위해서요 59 00:05:03,390 --> 00:05:04,422 아, 맞네요 60 00:05:04,990 --> 00:05:09,056 이 잭을 집어 들고 당신 머리를 쳐야겠어요 61 00:05:09,523 --> 00:05:12,756 이 정도 무기면 타격이 꽤 크겠죠? 62 00:05:15,024 --> 00:05:16,922 내가 검시관도 아니고 63 00:05:17,024 --> 00:05:19,422 아주 크게 다칠 거예요 64 00:05:40,256 --> 00:05:41,756 이거 가져가야죠 65 00:05:41,923 --> 00:05:43,722 얘기 잘해 봐요 66 00:05:44,490 --> 00:05:47,255 갈 때도 태워 달라면 너무한가요? 67 00:05:47,390 --> 00:05:50,056 솜씨가 좋다니 금방 나올 텐데 68 00:05:52,223 --> 00:05:55,922 주인 서니가 태워다 줄 수 있을 거예요 69 00:05:56,024 --> 00:05:59,422 낯선 사람 차에 또 타기 싫어서 그래요 70 00:06:01,390 --> 00:06:03,756 나도 낯선 사람이에요 71 00:06:03,890 --> 00:06:07,589 여기까지 잘 왔잖아요 갔다 올게 잠시만요 72 00:06:19,924 --> 00:06:21,089 서니? 73 00:06:22,490 --> 00:06:23,656 잭이군 74 00:06:24,390 --> 00:06:25,390 잘 지내죠? 75 00:06:25,490 --> 00:06:30,322 트랙터를 고치던 중인데 이 분이 참 끈질기네 76 00:06:30,590 --> 00:06:32,056 말도 마요 77 00:06:42,390 --> 00:06:43,756 큰 실수 하셨네 78 00:06:44,990 --> 00:06:49,422 연쇄살인범을 못 잡는 건 범인과 피해자 사이에 79 00:06:49,557 --> 00:06:52,255 연결 고리가 없어서예요 80 00:06:52,390 --> 00:06:57,489 나랑 있는 걸 서니한테 보인 게 실수라는 뜻이죠 81 00:07:11,423 --> 00:07:16,589 솔직히 이런 고물과 씨름하고 있기에는 나도 82 00:07:17,256 --> 00:07:19,089 중요한 볼일이 많아요 83 00:07:19,190 --> 00:07:21,589 솜씨 좋은 곳이라면서요 84 00:07:21,823 --> 00:07:26,856 서니가 그쪽 수다 때문에 집중을 못 했나 보죠 85 00:07:27,423 --> 00:07:29,323 약속 때문에 가야겠어요 86 00:07:29,423 --> 00:07:31,756 약속? 무슨 약속? 87 00:07:34,156 --> 00:07:37,155 그건 댁이 알 바가 아닐 텐데요? 88 00:07:38,423 --> 00:07:40,656 날 내버리고 가려고요? 89 00:07:40,757 --> 00:07:43,722 맞아요 그러려던 참이에요 90 00:07:45,057 --> 00:07:48,389 다른 연쇄살인범이 또 지나가겠죠 91 00:07:48,757 --> 00:07:51,422 그 차로 다시 철공소에 가요 92 00:07:52,523 --> 00:07:56,823 차 주인 손에 먼저 죽지 않는다면요 93 00:07:59,356 --> 00:08:02,189 애원해도 안 태워 줄 거예요? 94 00:08:02,323 --> 00:08:03,989 진짜 마지막이에요 95 00:08:04,990 --> 00:08:06,489 제발 부탁해요 96 00:08:21,156 --> 00:08:22,957 했던 말 취소할게요 97 00:08:23,057 --> 00:08:26,155 연쇄살인범처럼 보인다는 거요 98 00:08:26,757 --> 00:08:30,722 절대 그런 짓을 할 만한 그릇이 아니에요 99 00:08:31,423 --> 00:08:34,889 살인자라기에는 너무 좀스럽잖아요 100 00:08:51,423 --> 00:08:54,589 이런, 자네 위험한 친구였군 101 00:08:54,690 --> 00:08:57,823 잭으로 그 여자를 후려친 건가? 102 00:08:58,056 --> 00:09:02,355 하지만 살인 얘기라면 셀 수 없이 들었다네 103 00:09:03,056 --> 00:09:07,889 그런데 뜬금없이 등장한 이 남자는 대체 뭔가? 104 00:09:07,990 --> 00:09:09,722 글렌 굴드입니다 105 00:09:10,190 --> 00:09:13,422 우리 시대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죠 106 00:09:14,390 --> 00:09:16,255 예술을 만듭니다 107 00:09:20,890 --> 00:09:26,823 그래서, 성질 긁는 여자의 얼굴을 잭으로 친 행위가 108 00:09:26,924 --> 00:09:28,323 위대한 예술이다? 109 00:09:28,423 --> 00:09:31,222 내가 그리 봐줘야 하는 건가? 110 00:09:31,657 --> 00:09:34,990 버지 씨, 더 설명할 기회를 주십시오 111 00:09:35,090 --> 00:09:39,255 잭에 얽힌 이야기에 빛을 보강하고 싶습니다 112 00:09:39,390 --> 00:09:42,923 옛 성당은 어둠 속에 신만이 보도록 113 00:09:43,056 --> 00:09:45,756 숭고한 예술품들을 숨겨 놨고 114 00:09:46,423 --> 00:09:51,723 누가 뭐라든 그 뒤에는 위대한 건축가가 있었죠 115 00:09:52,690 --> 00:09:54,756 살인도 마찬가지입니다 116 00:09:58,423 --> 00:10:00,589 성당 얘기가 나오면 117 00:10:00,890 --> 00:10:05,089 모두가 최고로 치는 게 고딕 양식 건축입니다 118 00:10:05,256 --> 00:10:08,657 이 양식에서는 이전의 둥근 아치 대신 119 00:10:08,757 --> 00:10:11,255 우아한 뾰족아치를 썼죠 120 00:10:11,724 --> 00:10:15,923 이는 다름 아닌 정역학의 공학 기술입니다 121 00:10:16,056 --> 00:10:18,589 덕분에 건축물에 가해지는 122 00:10:18,690 --> 00:10:21,823 다양한 힘을 버텨낼 수 있게 됐죠 123 00:10:21,989 --> 00:10:26,489 뾰족아치를 도입하면서 건물을 더 높이 올리고 124 00:10:26,590 --> 00:10:29,589 채광량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125 00:10:30,090 --> 00:10:33,989 하지만 핵심은 건축 자재 절감이었어요 126 00:10:34,190 --> 00:10:37,556 자재가 건물을 만든다고 봅니다 127 00:10:37,657 --> 00:10:40,923 건축 자재가 지닌 고유한 의지를 128 00:10:41,056 --> 00:10:46,255 그대로 따른 건축물이 가장 아름다운 법입니다 129 00:10:47,056 --> 00:10:50,089 다시 말해 잭이 건축 자재처럼 130 00:10:50,223 --> 00:10:53,856 고유 의지로 여자를 쳤다는 건가? 131 00:10:55,256 --> 00:10:57,222 예술은 다양하니까요 132 00:10:58,423 --> 00:11:03,422 형편없는 변명치고는 아주 편리하고 특이하군 133 00:11:03,857 --> 00:11:08,589 자네가 기술공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만 134 00:11:09,724 --> 00:11:11,889 저는 기술공입니다 135 00:11:19,423 --> 00:11:22,556 어머니는 기술을 배우는 것만이 136 00:11:22,657 --> 00:11:25,989 자수성가할 길이라고 여기셨죠 137 00:11:26,590 --> 00:11:29,856 하지만 제 꿈은 건축가였습니다 138 00:11:35,256 --> 00:11:38,922 여자와 잭 사건 직전에 대지를 사서 139 00:11:39,257 --> 00:11:44,256 공사 전체를 도맡아 튼튼한 집을 짓기로 했죠 140 00:11:45,056 --> 00:11:51,189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직접 집을 설계했습니다 141 00:11:57,056 --> 00:12:00,222 기술공과 건축가라 142 00:12:00,423 --> 00:12:04,222 중증 강박 장애 환자가 보일 뿐이네만 143 00:12:04,357 --> 00:12:10,089 '오르드눙 츠방 잭' 독일어로는 듣기 괜찮군 144 00:12:10,690 --> 00:12:12,256 그럴지도 모르죠 145 00:12:12,357 --> 00:12:16,657 어려서도 강박 행동으로 고생한 건 사실입니다 146 00:12:16,757 --> 00:12:19,823 청소 상태에 극도로 예민했고 147 00:12:19,923 --> 00:12:23,889 완벽하게 깨끗해야만 방을 나설 수 있었어요 148 00:12:23,990 --> 00:12:28,989 높은 청결 기준 때문에 냉동 창고 일도 힘들었죠 149 00:12:29,257 --> 00:12:31,522 냉동 창고? 150 00:12:31,690 --> 00:12:34,322 프로스펙트 가에 있었는데 151 00:12:34,423 --> 00:12:37,656 거리 표지판이 계속 부러진 채라 152 00:12:37,757 --> 00:12:40,656 완전한 거리명은 다들 몰랐어요 153 00:13:09,590 --> 00:13:13,823 창고를 살 때 전 주인이 밑지는 장사라면서 154 00:13:13,923 --> 00:13:16,256 남은 피자를 얹어 줬지만 155 00:13:16,357 --> 00:13:20,889 팔 형편이 안 되다 보니 감당 안 되게 많더군요 156 00:13:21,856 --> 00:13:24,589 한번 먹어 봤는데 형편없었죠 157 00:13:26,990 --> 00:13:31,356 피자, 피자! 피자라면 언제든 좋지 158 00:13:38,923 --> 00:13:41,922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 하나는 159 00:13:42,056 --> 00:13:44,389 뭘 해도 안 열렸어요 160 00:13:53,990 --> 00:13:57,889 망할 신경증에 강박 행동투성이군 161 00:13:57,990 --> 00:14:01,589 위대함을 꿈꾸는 한심한 망상까지 162 00:14:19,090 --> 00:14:20,589 경찰은 어땠나? 163 00:14:20,723 --> 00:14:24,422 여러 번 낌새를 챘을 것 같은데? 164 00:14:28,090 --> 00:14:31,589 아니었어요 운이라면 운이겠죠 165 00:14:32,424 --> 00:14:34,755 차를 숨기려 했습니다 166 00:14:37,223 --> 00:14:39,222 하지만 짜증스럽게 167 00:14:39,890 --> 00:14:43,656 도로에서 차체가 언뜻 보이는 곳이었어요 168 00:14:46,257 --> 00:14:50,922 기발한 은닉처였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169 00:14:51,023 --> 00:14:54,423 작은 개울이 주 경계였더라고요 170 00:14:54,524 --> 00:14:58,389 주 경찰은 방침상 조사할 수가 없었죠 171 00:14:58,524 --> 00:15:02,755 관할권이 아니니까요 경찰 의심은 안 샀어요 172 00:15:02,923 --> 00:15:06,922 서니가 제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173 00:15:07,057 --> 00:15:11,389 이후에도 몇 번 봤는데 늘 별말 안 하더군요 174 00:15:12,090 --> 00:15:19,589 두 번째 사건 175 00:16:43,324 --> 00:16:44,588 나가요 176 00:16:48,589 --> 00:16:49,588 안녕하세요? 177 00:16:50,324 --> 00:16:51,356 안녕하세요 178 00:16:52,723 --> 00:16:53,889 누구시죠? 179 00:16:54,756 --> 00:16:55,922 경찰입니다 180 00:16:58,223 --> 00:16:59,123 무슨 일 있나요? 181 00:16:59,223 --> 00:17:03,689 아뇨, 다행히도 아직은 아무 일도 없습니다 182 00:17:03,923 --> 00:17:09,389 칼슨 슈퍼마켓에서 자주 물건 사시는 것 압니다 183 00:17:10,090 --> 00:17:11,990 거기서 사고 났어요? 184 00:17:12,090 --> 00:17:15,922 그건 아니지만 미리 방지해야죠 185 00:17:16,723 --> 00:17:21,489 주민의 사업장과 시설이 안전하기를 바라니까요 186 00:17:23,157 --> 00:17:26,222 칼슨 슈퍼마켓도요 187 00:17:27,157 --> 00:17:29,989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188 00:17:30,324 --> 00:17:32,755 경찰 배지를 보여 주세요 189 00:17:34,756 --> 00:17:36,256 이해합니다 190 00:17:38,090 --> 00:17:42,755 안타깝지만 오늘은 그게 조금 어렵겠네요 191 00:17:42,856 --> 00:17:47,589 물론 압니다 부인 표정에 쓰여 있어요 192 00:17:47,756 --> 00:17:52,423 경찰 배지가 없다니 예감이 영 안 좋으시겠죠 193 00:17:52,523 --> 00:17:53,389 맞아요 194 00:17:53,490 --> 00:17:56,256 그게 실은 좋은 일입니다 195 00:17:58,489 --> 00:18:01,922 경찰국에는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196 00:18:02,023 --> 00:18:05,488 제 개인적으로도 아주 좋은 일이죠 197 00:18:06,257 --> 00:18:09,889 그러니까 제 배지는 198 00:18:10,489 --> 00:18:13,589 세공업자 손에 있어요 199 00:18:13,690 --> 00:18:16,722 네, 지금 세공 중이에요 200 00:18:17,690 --> 00:18:20,488 반짝반짝하게 광을 내고 201 00:18:22,090 --> 00:18:27,522 문구를 추가하고 있죠 제가 승진했거든요 202 00:18:31,090 --> 00:18:32,889 - 그렇군요 - 네 203 00:18:33,224 --> 00:18:36,856 그럼 지금은 뭐가 되신 거죠? 204 00:18:36,990 --> 00:18:40,223 지금은 계급이 뭐예요? 205 00:18:41,257 --> 00:18:44,156 그건 함부로 말씀 못 드려요 206 00:18:44,257 --> 00:18:47,089 기밀 사항이라서요 하지만 207 00:18:47,224 --> 00:18:49,423 여기서라면 괜찮겠네요 208 00:18:50,590 --> 00:18:52,655 꽤 높아졌어요 209 00:18:54,390 --> 00:18:56,056 몇 계단 뛰어올랐죠 210 00:18:58,090 --> 00:19:00,022 - 잠시 안에서 - 안 돼요 211 00:19:00,257 --> 00:19:01,922 배지를 못 봤잖아요 212 00:19:04,023 --> 00:19:05,522 브라보, 브라보! 213 00:19:05,890 --> 00:19:10,156 훌륭해요, 그게 바로 저희가 원한 반응입니다 214 00:19:10,257 --> 00:19:13,589 거절하신 거죠? 제가 일진이 좋네요 215 00:19:14,357 --> 00:19:17,390 보안이 중요하다고 늘 말은 하지만 216 00:19:17,490 --> 00:19:19,989 실제로는 어떻게 하고 있죠? 217 00:19:20,090 --> 00:19:22,490 거절이 정답이에요 218 00:19:22,590 --> 00:19:24,889 옳은 답을 하셨어요 219 00:19:25,257 --> 00:19:29,589 아무나 집에 들이지 않으시는 게 당연하죠 220 00:19:29,690 --> 00:19:33,722 경찰이니 어쩌니 해도 믿으시면 안 돼요 221 00:19:34,690 --> 00:19:36,856 신분 증명부터 해야 222 00:19:37,224 --> 00:19:41,589 - 배지로요 - 배지로요, 맞습니다 223 00:19:44,823 --> 00:19:46,124 {\an8}24년 근속 제리 밀러 224 00:19:46,224 --> 00:19:49,722 그렇다면 몇 가지 225 00:19:50,857 --> 00:19:53,689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226 00:19:55,324 --> 00:20:00,689 부군께서 돌아가신 지 정확히 얼마나 되셨죠? 227 00:20:01,923 --> 00:20:05,422 이제 막 6개월이 조금 넘었어요 228 00:20:05,923 --> 00:20:10,189 남편이 죽은 지 그건 왜 물으세요? 229 00:20:10,523 --> 00:20:14,388 그게, 부인의 유족연금 때문에요 230 00:20:16,090 --> 00:20:18,822 제 동료한테 전화 한 통만 하면 231 00:20:18,923 --> 00:20:24,323 본부에 연락해서 연금을 상당액 더 드릴 수 있어요 232 00:20:24,423 --> 00:20:27,756 현재 지급액의 두 배도 가능할 겁니다 233 00:20:30,023 --> 00:20:31,256 잠깐만요 234 00:20:33,656 --> 00:20:38,389 경찰서에서 제 연금을 두 배로 늘려 준다고요? 235 00:20:38,490 --> 00:20:39,856 죄송합니다 236 00:20:41,590 --> 00:20:44,056 제가 부인을 속였어요 237 00:20:44,423 --> 00:20:45,889 사실은 238 00:20:46,390 --> 00:20:51,089 의심하시는 것처럼 전 경찰관이 아닙니다 239 00:20:51,224 --> 00:20:52,355 뭐라고요? 240 00:20:52,723 --> 00:20:54,856 보험사 직원이에요 241 00:20:56,090 --> 00:20:59,589 아까 배지 어쩌고 했던 얘기들은 242 00:20:59,990 --> 00:21:04,490 정부 지침이 내려와서 의무적으로 한 거예요 243 00:21:04,590 --> 00:21:08,555 무슨 통계를 내는 데 쓴다더라고요 244 00:21:09,690 --> 00:21:12,023 - 이제 와요, 글렌? - 클레어 245 00:21:12,257 --> 00:21:14,723 - 친구예요 - 글렌, 사람 좋죠 246 00:21:14,823 --> 00:21:16,756 - 아세요? - 그럼요 247 00:21:17,857 --> 00:21:21,355 어쨌든 연금 인상에 관심은 있으시죠? 248 00:21:22,923 --> 00:21:24,756 두 배로 준다면요 249 00:21:25,090 --> 00:21:27,555 몇 분만 시간 내주세요 250 00:21:27,656 --> 00:21:32,422 알았어요, 들어오세요 망할 문이 자주 끼어요 251 00:21:32,690 --> 00:21:36,655 연금을 배로 준다는데 뭔들 못 하겠어요? 252 00:21:39,356 --> 00:21:40,422 젠장 253 00:21:42,190 --> 00:21:43,756 뭐 잘못됐어요? 254 00:21:45,757 --> 00:21:48,089 치 떨리게 굴욕적이군 255 00:21:50,356 --> 00:21:53,889 사람을 문전 박대해서 저 밖에다가 256 00:21:54,323 --> 00:21:56,023 세워 놓다니 257 00:21:56,723 --> 00:22:03,389 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이런 꼴을 당해야 하지? 258 00:22:03,523 --> 00:22:05,823 저기 죄송한데 무슨 259 00:22:05,923 --> 00:22:10,322 댁이 그 치욕을 알아요? 이건 끝이 없잖아요 260 00:22:10,823 --> 00:22:14,990 기가 막혀서 원!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261 00:22:15,090 --> 00:22:16,656 - 아뇨 - 아니지 262 00:22:17,723 --> 00:22:21,889 - 차라도 좀 드려요? - 됐어, 됐어요 263 00:22:29,757 --> 00:22:32,656 이런, 제기랄 264 00:22:33,423 --> 00:22:34,589 돌겠군 265 00:22:36,024 --> 00:22:37,756 뭐 하는 짓이야? 266 00:23:22,490 --> 00:23:24,089 안 돼 267 00:23:24,924 --> 00:23:26,489 이건 아니지 268 00:23:30,189 --> 00:23:31,255 자... 269 00:23:32,323 --> 00:23:34,155 머리 뒤에 받쳐 270 00:23:37,924 --> 00:23:39,188 미안해 271 00:23:47,557 --> 00:23:49,556 정말 미안해 272 00:23:54,924 --> 00:23:57,756 이걸 어떻게 다시 수습하지? 273 00:24:01,723 --> 00:24:04,756 어떻게 해야 해? 뭘 도와줄까? 274 00:24:05,356 --> 00:24:07,355 뭘 해야 좀 낫겠어? 275 00:24:08,423 --> 00:24:10,422 - 말해 봐 - 말이... 276 00:24:10,890 --> 00:24:13,089 말이 안 나와? 알았어 277 00:24:28,223 --> 00:24:29,589 잠깐 기다려 278 00:24:29,757 --> 00:24:32,823 뭘 좀 가져왔는데 마음에 들 거야 279 00:24:34,824 --> 00:24:36,255 도넛 좋아해? 280 00:24:46,390 --> 00:24:47,923 먹어 봐 281 00:24:51,256 --> 00:24:52,756 들어간다 282 00:24:55,256 --> 00:24:57,589 맞아 캐모마일 차야 283 00:24:58,323 --> 00:24:59,756 몸에 좋지 284 00:25:20,857 --> 00:25:22,489 내가 못 살아 285 00:29:16,423 --> 00:29:18,922 {\an8}강박 장애 286 00:29:19,023 --> 00:29:21,855 강박 장애가 있는 살인범이라 287 00:29:21,990 --> 00:29:24,256 정말 터무니없군 288 00:29:24,823 --> 00:29:27,256 자네한테는 안됐네, 잭 289 00:29:27,357 --> 00:29:31,356 무엇보다 자네의 그 청결 강박증 290 00:31:35,590 --> 00:31:36,889 젠장! 291 00:33:26,723 --> 00:33:28,189 맙소사 292 00:33:53,756 --> 00:33:55,423 차에서 내려 주세요 293 00:34:09,490 --> 00:34:11,589 안을 살펴봐도 될까요? 294 00:34:15,357 --> 00:34:19,156 - 거절하면 범죄예요? - 됐으니 문 여세요 295 00:34:26,590 --> 00:34:31,256 죄송했습니다, 가벼운 침입 사건이 있었어요 296 00:34:31,756 --> 00:34:35,922 보고 들으신 게 있는지 여쭤보고 싶은데요 297 00:34:36,057 --> 00:34:39,022 글렌 말로는 클레어랑 계셨다고? 298 00:34:39,424 --> 00:34:42,589 가벼운 침입이라고 하셨습니까? 299 00:34:44,590 --> 00:34:50,555 안타깝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300 00:34:51,856 --> 00:34:53,089 클레어가 301 00:34:53,990 --> 00:34:55,589 사라졌어요 302 00:34:57,257 --> 00:34:59,922 - 클레어가 사라져요? - 네 303 00:35:01,257 --> 00:35:06,589 제가 밴에서 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304 00:35:07,257 --> 00:35:11,488 그게, 제가 클레어를 왜 찾아왔느냐면 305 00:35:12,190 --> 00:35:16,922 고인이 된 남편과 한동안 같이 철도 일을 했었어요 306 00:35:17,023 --> 00:35:18,922 그런데 제가 수집가라 307 00:35:19,023 --> 00:35:20,555 모으고 있는 게 308 00:35:22,090 --> 00:35:24,589 '트랙스'라는 잡지 과월호예요 309 00:35:24,723 --> 00:35:30,689 철도 회사 간행물인데 알고 보니 제리도 310 00:35:31,923 --> 00:35:35,989 저처럼 그 잡지를 구독했더라고요 311 00:35:36,090 --> 00:35:38,822 저만큼 팬이기도 했죠 312 00:35:38,923 --> 00:35:41,990 그래서 클레어가 안에 들어가 313 00:35:42,090 --> 00:35:46,490 챙겨 줄 과월호가 몇 권 있나 보겠다면서 314 00:35:46,590 --> 00:35:48,389 밖에 있으랬어요 315 00:35:48,523 --> 00:35:50,989 어쨌든 안전이 최고잖아요 316 00:35:51,090 --> 00:35:54,822 저같이 불쑥 나타난 괴짜는 경계해야죠 317 00:35:56,990 --> 00:36:01,422 그런데 그 이후 몇 번째 두드려도 답이 없어요 318 00:36:01,823 --> 00:36:03,056 알았어요 319 00:36:04,357 --> 00:36:08,889 여기 그대로 계세요 제가 살펴보고 오죠 320 00:36:24,723 --> 00:36:26,989 클레어 에드예요 321 00:36:30,023 --> 00:36:32,589 - 문 열려 있을걸요 - 네? 322 00:36:33,257 --> 00:36:35,422 아닐 수도 있고요 323 00:36:59,656 --> 00:37:02,089 클레어 안에 있어요? 324 00:37:06,257 --> 00:37:07,522 클레어? 325 00:37:14,324 --> 00:37:15,957 - 위에 있어요? - 아뇨 326 00:37:16,057 --> 00:37:18,056 뒷문으로 나갔겠죠 327 00:37:18,423 --> 00:37:21,256 그러면 저도 눈치챘을 거예요 328 00:37:21,890 --> 00:37:25,422 이거 정말 정말 이상하네요 329 00:37:25,690 --> 00:37:29,655 제 생각에는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 같아요 330 00:37:29,757 --> 00:37:31,089 안 여쭤봤어요 331 00:37:31,190 --> 00:37:34,722 그게 사실은 소리를 들었거든요 332 00:37:34,823 --> 00:37:38,489 여기 거실에서 무슨 소리가 났어요 333 00:37:38,590 --> 00:37:40,489 - 소리요? - 네, 소리요 334 00:37:40,590 --> 00:37:43,156 물론 확신할 수는 없지만 335 00:37:43,323 --> 00:37:47,089 누군가와 다투는 소리처럼 들렸어요 336 00:37:47,190 --> 00:37:48,389 다퉈요? 337 00:37:48,923 --> 00:37:51,756 안 돼요 얼른 내려놓으세요 338 00:37:52,024 --> 00:37:54,489 그런 조사는 경찰에서 해요 339 00:37:54,590 --> 00:37:55,589 알겠습니다 340 00:37:56,190 --> 00:37:58,389 이 집에서 나가 주세요 341 00:37:58,523 --> 00:38:00,322 - 뭐라고요? - 당장요 342 00:38:01,823 --> 00:38:05,555 그렇게 할게요 이의는 있지만요 343 00:38:06,190 --> 00:38:12,322 제 의견이 경찰 수사에 유용할 거로 생각해요 344 00:38:12,923 --> 00:38:17,522 세금 내는 시민으로서 제 헌법적 권리도 있고요 345 00:38:17,890 --> 00:38:18,922 뭐요? 346 00:38:19,657 --> 00:38:24,422 말을 끝까지 들어 주세요 도와 드리려는 거예요 347 00:38:24,556 --> 00:38:27,156 - 1분 드립니다 - 제 권리로서 348 00:38:27,257 --> 00:38:33,422 여기 이 거실을 완벽하게 조사하시기를 권합니다 349 00:38:34,757 --> 00:38:39,056 돋보기로 자세히 보세요 알아들으셨어요? 350 00:38:39,990 --> 00:38:43,156 - 나가요 - 수고하십시오, 경관님 351 00:39:56,024 --> 00:40:00,056 자네 얘기 속 경찰들이 유난히 허당인 것 같은데 352 00:40:01,024 --> 00:40:02,856 그게 요점인가? 353 00:40:03,256 --> 00:40:04,389 아닙니다 354 00:40:05,857 --> 00:40:07,990 곧 요점이 나올 겁니다 355 00:40:08,090 --> 00:40:10,255 어서 빨리 알고 싶군 356 00:40:20,090 --> 00:40:21,556 위대한 비! 357 00:40:23,657 --> 00:40:27,856 저의 긴 도주 흔적을 말끔히 지워 줬습니다 358 00:40:30,090 --> 00:40:34,556 제가 독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359 00:40:34,690 --> 00:40:39,155 그렇다고 한다면 현재 상황만 봐도 정말 360 00:40:39,256 --> 00:40:41,222 미친 소리가 되겠죠 361 00:40:41,323 --> 00:40:44,923 하지만 그날 제가 맞닥뜨린 그 비는 362 00:40:45,057 --> 00:40:50,089 더없이 사나웠던 그 비는 제게 축복과 같았습니다 363 00:40:51,057 --> 00:40:54,389 살인은 일종의 해방과 같았고요 364 00:40:55,024 --> 00:40:57,722 절대자의 보호를 받는 듯했죠 365 00:41:01,723 --> 00:41:06,656 현실 속 자네는 섬뜩하게 뒤틀린 사탄에 불과했네 366 00:41:15,590 --> 00:41:20,088 그런데 알고는 있었나? 더 나아가 납득되던가? 367 00:41:20,190 --> 00:41:23,556 자네 같은 자를 규정하는 말 말이네 368 00:41:23,723 --> 00:41:27,490 스스로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나? 369 00:41:27,590 --> 00:41:29,088 {\an8}이기주의 370 00:41:29,190 --> 00:41:30,724 {\an8}천박함 371 00:41:30,824 --> 00:41:32,657 {\an8}오만함 372 00:41:32,757 --> 00:41:34,989 {\an8}충동성 자아도취 373 00:41:35,089 --> 00:41:36,989 저도 바보는 아닙니다 374 00:41:37,089 --> 00:41:37,989 {\an8}지능적임 375 00:41:38,089 --> 00:41:39,724 {\an8}부조리함 376 00:41:39,824 --> 00:41:41,074 드문 경우로군 377 00:41:41,175 --> 00:41:42,833 {\an8}기만, 감정 기복 우월한 언변 378 00:41:42,934 --> 00:41:45,428 사이코패스는 자신이 그렇다는 걸 부인할 텐데 379 00:41:48,490 --> 00:41:49,856 전 인정합니다 380 00:41:50,423 --> 00:41:54,389 일례로,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죠 381 00:41:55,256 --> 00:41:58,823 감정을 가장하려 갖은 애를 썼습니다 382 00:41:59,223 --> 00:42:02,222 군중 속에 섞이기 위해서요 383 00:42:03,390 --> 00:42:04,589 이게 미소군 384 00:42:06,990 --> 00:42:10,055 그래, 그래 물론 그렇겠지 385 00:42:16,323 --> 00:42:17,722 실망이야 386 00:42:19,090 --> 00:42:20,255 아주 387 00:42:21,156 --> 00:42:22,389 아주 실망했어 388 00:42:49,223 --> 00:42:51,055 웬 갈대인가? 389 00:42:52,056 --> 00:42:54,589 전 아주 예민한 아이였습니다 390 00:42:55,223 --> 00:42:57,723 놀이 공포증이 심했죠 391 00:42:57,824 --> 00:43:00,089 숨바꼭질을 예로 들면 392 00:43:00,190 --> 00:43:01,389 숨어야 할 때는 393 00:43:01,924 --> 00:43:04,389 늘 겁에 질려 달렸습니다 394 00:43:04,757 --> 00:43:07,656 갈대밭에 들어가 몸을 숨겼죠 395 00:43:08,156 --> 00:43:11,756 단순히 겁에 질린 아이 같지만은 않군 396 00:43:11,924 --> 00:43:15,923 설명하기 힘든 목적이 있는 아이처럼 보여 397 00:43:16,056 --> 00:43:19,923 갈대밭에 가는 건 숨는 행위인 동시에 398 00:43:20,023 --> 00:43:22,988 추적자를 유인하는 행위지 399 00:43:23,090 --> 00:43:27,055 밟고 지나간 갈대가 꺾여 흔적이 남거든 400 00:43:28,256 --> 00:43:33,322 따라와서 잡아 보라는 아이의 심리였을까? 401 00:43:33,423 --> 00:43:36,356 혹은 더 근본적으로 자네라는 402 00:43:36,590 --> 00:43:38,889 인간의 심리였을까? 403 00:43:40,757 --> 00:43:44,723 그 비 때문에 조금은 실망하지 않았나? 404 00:43:45,056 --> 00:43:49,756 위대한 비가 흔적을 지워 잡힐 수가 없게 됐잖나 405 00:43:50,256 --> 00:43:52,189 오히려 놀랐습니다 406 00:43:52,690 --> 00:43:55,589 제가 평생에 걸쳐서 해 온 일이 407 00:43:56,056 --> 00:43:59,656 그 비가 아니었다면 결국 처벌로 끝났겠죠 408 00:44:18,390 --> 00:44:22,823 마을 남자들이 낫으로 풀을 베는 게 좋았습니다 409 00:44:29,757 --> 00:44:33,155 '풀의 숨결'이라는 소리가 들렸어요 410 00:44:34,090 --> 00:44:35,756 남자들이 박자를 맞춰 411 00:44:36,090 --> 00:44:40,922 낫을 휘두를 때 내쉬고 낫을 거둘 때 들이쉬었죠 412 00:45:04,023 --> 00:45:08,256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생명력이 느껴졌습니다 413 00:45:08,390 --> 00:45:10,556 풀의 숨소리 같았어요 414 00:46:34,590 --> 00:46:35,922 그만해요 415 00:46:39,990 --> 00:46:41,256 하지 말라고요 416 00:46:43,223 --> 00:46:44,422 그만해! 417 00:46:47,757 --> 00:46:48,989 그만! 418 00:47:11,157 --> 00:47:14,855 경험이 쌓이니 목을 제대로 느긋하게 419 00:47:15,257 --> 00:47:17,089 조를 수 있게 됐죠 420 00:47:25,390 --> 00:47:27,089 대단하군, 잭 421 00:47:27,423 --> 00:47:30,523 확실히 영악하고 거친 친구야 422 00:47:31,390 --> 00:47:34,589 여느 범죄자들이 다 그렇지만 423 00:47:55,090 --> 00:47:58,755 사실 살인을 몇 건 더 저지르면서 424 00:47:59,157 --> 00:48:01,656 강박 장애가 완화됐습니다 425 00:48:01,856 --> 00:48:04,156 점점 과감하게 됐죠 426 00:49:13,923 --> 00:49:16,922 사진이 영 흡족하지 못해서 427 00:49:17,023 --> 00:49:19,755 다시 찍기로 마음먹었습니다 428 00:49:55,690 --> 00:49:58,588 젠장, 젠장! 429 00:50:24,257 --> 00:50:25,157 망할! 430 00:50:25,257 --> 00:50:28,323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계시로 431 00:50:28,424 --> 00:50:31,989 뭔가에 홀리듯 아줌마를 차로 쳤습니다 432 00:50:32,690 --> 00:50:35,390 이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433 00:50:35,490 --> 00:50:37,589 시체를 살인 현장에 가져가 434 00:50:37,690 --> 00:50:40,390 더 나은 사진을 찍으려던 참이라 435 00:50:40,490 --> 00:50:42,922 상황이 훨씬 위태로워졌죠 436 00:50:43,190 --> 00:50:47,089 피가 철철 흐르는 시체 한 구가 새로 생겨 437 00:50:47,223 --> 00:50:50,156 꽁꽁 언 시체와 함께 실었습니다 438 00:50:50,257 --> 00:50:51,522 빌어먹을! 439 00:51:00,223 --> 00:51:05,324 그 부인을 죽여야 했던 이유를 설명해 주겠나? 440 00:51:05,424 --> 00:51:07,522 말로 하기는 어렵지만 441 00:51:07,756 --> 00:51:11,655 피로 인한 광란 상태라 할 수 있을 겁니다 442 00:51:11,756 --> 00:51:14,989 닭장에 들어간 족제비의 심리죠 443 00:51:15,190 --> 00:51:15,957 {\an8}양과 범 444 00:51:16,057 --> 00:51:18,555 블레이크의 시를 아십니까? 445 00:51:18,856 --> 00:51:21,223 양과 범에 관한 시인데요 446 00:51:21,489 --> 00:51:24,056 대강은 나도 알지 447 00:51:25,756 --> 00:51:30,089 하지만 강의를 하겠다면 사양하지 않겠네 448 00:51:32,656 --> 00:51:35,755 신은 양과 범을 동시에 창조했죠 449 00:51:37,723 --> 00:51:39,655 양은 결백함의 표상이고 450 00:51:39,756 --> 00:51:42,089 범은 야만성의 표상인데 451 00:51:42,190 --> 00:51:44,922 각각 완벽하고 불가결합니다 452 00:51:45,057 --> 00:51:48,589 피와 살생이 삶인 범은 양을 죽이고요 453 00:51:49,257 --> 00:51:52,423 예술가의 본능도 마찬가지입니다 454 00:51:52,857 --> 00:51:56,589 악마가 성서를 읽듯 블레이크를 읽었군 455 00:51:57,023 --> 00:51:59,656 자진해서 죽는 양은 없잖나 456 00:51:59,756 --> 00:52:03,989 아무리 위대한 예술을 위해서라고 해도 말일세 457 00:52:04,424 --> 00:52:08,722 대신 예술 속에 영생할 영광을 부여받게 되죠 458 00:52:08,823 --> 00:52:10,822 예술은 신성합니다 459 00:52:14,257 --> 00:52:17,923 빨간 밴을 아직 쓰는군 피투성이겠어 460 00:52:18,023 --> 00:52:22,589 잡히고 싶은 게 아니라면 약간 무모한 것 아닌가? 461 00:52:24,756 --> 00:52:27,056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462 00:52:27,556 --> 00:52:29,990 바꿀 여력이 없었습니다 463 00:52:30,090 --> 00:52:34,022 일이 계속해서 술술 풀리기도 했고요 464 00:52:35,923 --> 00:52:39,722 숨지 않는 것이 최선의 은신일 때가 있죠 465 00:52:54,556 --> 00:52:59,922 그런데 말씀드렸듯이 강박 장애가 약해져서 466 00:53:00,324 --> 00:53:03,755 위험한 줄 알면서도 침실과 차의 피를 467 00:53:03,890 --> 00:53:06,490 일부러 지우지 않았습니다 468 00:53:06,590 --> 00:53:09,755 그 정도가 되니 꽤 자유롭더군요 469 00:53:14,057 --> 00:53:18,056 우연에 지나지 않았던 추가 살인과 시체가 470 00:53:18,523 --> 00:53:22,223 제 설정 사진에 유머를 가미해 줬습니다 471 00:53:22,490 --> 00:53:25,022 결과물이 만족스러웠죠 472 00:53:31,656 --> 00:53:34,922 교양... 살인마 473 00:53:36,923 --> 00:53:38,922 교양 살인마? 474 00:53:39,090 --> 00:53:42,722 어련하겠나 자아도취가 끝이 없군 475 00:53:50,723 --> 00:53:53,722 지역 신문에 사진을 보냈어요 476 00:53:53,823 --> 00:53:58,157 절도나 살림 소식보다 실종 소식을 유독 많이 477 00:53:58,257 --> 00:54:00,922 다루는 신문이었습니다 478 00:54:01,723 --> 00:54:05,156 좀 더 신랄한 기사를 써 줄 것 같았죠 479 00:54:06,157 --> 00:54:11,756 하지만 저를 사로잡은 건 현상한 사진이 아니라 480 00:54:11,990 --> 00:54:13,889 필름이었습니다 481 00:54:16,757 --> 00:54:20,822 열 살 때 알았습니다 필름을 통해서는 482 00:54:20,923 --> 00:54:25,756 빛에 내재한 악마적인 속성이 보이더군요 483 00:54:25,923 --> 00:54:27,422 빛 속의 어둠이요 484 00:55:15,923 --> 00:55:18,989 참회할 생각은 없는 건가, 잭? 485 00:55:19,723 --> 00:55:23,922 내가 맡은 인간들은 대개 온갖 것에 회개를 하던데 486 00:55:25,590 --> 00:55:27,355 후회는 안 합니다 487 00:55:27,690 --> 00:55:30,223 얼마를 가야 하든 상관없어요 488 00:55:30,390 --> 00:55:32,656 이런 생각은 해 봤습니다 489 00:55:33,224 --> 00:55:38,089 가로등이 늘어선 길에 한 남자가 걸어갑니다 490 00:55:39,057 --> 00:55:43,756 빛에 붙어 서면 그림자는 가장 짙지만 가장 작죠 491 00:55:43,890 --> 00:55:48,255 걷기 시작하면 그림자가 앞쪽으로 생겨납니다 492 00:55:48,356 --> 00:55:52,822 걸을수록 커지는 동시에 옅어지면서요 493 00:55:52,923 --> 00:55:56,657 그때 다음 가로등이 뒤쪽에 만든 그림자는 494 00:55:56,757 --> 00:56:02,156 반대로 점점 짧아지면서 한도까지 짙어집니다 495 00:56:02,256 --> 00:56:05,989 남자가 다음 가로등의 밑에 설 때까지요 496 00:56:06,090 --> 00:56:09,990 첫 번째 가로등 밑에 서 있는 남자가 497 00:56:10,090 --> 00:56:11,989 살인 직후의 저입니다 498 00:56:12,090 --> 00:56:15,089 제 힘을 실감하고 만족한 상태죠 499 00:56:15,256 --> 00:56:20,822 앞에서 커지는 그림자는 제가 느끼는 쾌감입니다 500 00:56:20,924 --> 00:56:23,656 하지만 고통도 동반됩니다 501 00:56:23,757 --> 00:56:28,589 다음 가로등 빛에 생긴 그림자처럼 저를 따르죠 502 00:56:28,723 --> 00:56:32,322 그러다 두 가로등의 중간을 지나면 503 00:56:32,423 --> 00:56:36,589 쾌감을 압도할 정도로 고통이 커집니다 504 00:56:36,757 --> 00:56:39,889 발을 내디딜 때마다 쾌감은 삭고 505 00:56:39,990 --> 00:56:42,556 따라오는 고통은 극심해지죠 506 00:56:42,890 --> 00:56:48,489 못 견딜 정도의 고통에는 행동밖에 답이 없습니다 507 00:56:48,590 --> 00:56:52,255 그래서 극한 상태로 다음 가로등을 만나 508 00:56:52,390 --> 00:56:54,355 또 죽이게 되는 겁니다 509 00:56:55,757 --> 00:57:00,056 특별한 인간이 되고 싶은 자네 마음은 알겠네만 510 00:57:00,490 --> 00:57:03,756 인정하게 너무 포괄적인 비유야 511 00:57:03,857 --> 00:57:06,556 온갖 중독에 다 해당하지 512 00:57:06,657 --> 00:57:10,589 알코올 중독자의 금주 실패도 비슷하잖나 513 00:57:12,657 --> 00:57:14,856 그러면 가족은 어떤가? 514 00:57:15,590 --> 00:57:20,422 {\an8}가족 515 00:57:22,024 --> 00:57:25,490 하는 일의 특성상 가족을 거둘 만한 516 00:57:25,590 --> 00:57:27,556 여유는 없었겠군 517 00:57:27,924 --> 00:57:30,023 네, 그건 왜요? 518 00:57:30,423 --> 00:57:35,255 글쎄, 가족이 있다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519 00:57:35,590 --> 00:57:39,489 약간의 인간성이 발현될지도 모르니까? 520 00:57:39,590 --> 00:57:44,589 때로 덜 영악한 자신을 변화시키기도 하잖나 521 00:57:44,824 --> 00:57:46,722 결핍을 느끼도록 522 00:57:46,824 --> 00:57:49,589 가족이 없다고 결핍이라뇨? 523 00:57:49,690 --> 00:57:52,657 아닙니다 제 생각은 달라요 524 00:57:52,757 --> 00:57:58,088 가족 개념이 제 역작에 영감을 주기는 했지만요 525 00:57:59,089 --> 00:58:04,756 세 번째 사건 526 00:58:24,089 --> 00:58:28,088 자, 모자를 나눠줄게요 항상 쓰고 있어야 해요 527 00:58:28,223 --> 00:58:30,355 - 고마워요 - 안전 수칙이죠 528 00:58:36,757 --> 00:58:40,423 - 저기 올라가도 돼요? - 당연히 가야지 529 00:58:40,523 --> 00:58:42,989 웃어, 투덜아 재미있을 거야 530 00:58:43,089 --> 00:58:44,923 그럴 리 없어요 531 00:58:45,256 --> 00:58:47,756 너를 위해 다 같이 온 거잖아 532 00:58:47,890 --> 00:58:49,923 나는 싫다고 했어요 533 00:58:50,657 --> 00:58:52,089 무기 보여 줄까? 534 00:58:54,190 --> 00:58:56,722 조지 이게 소총이란 거야 535 00:58:57,190 --> 00:58:58,889 위력이 엄청나 536 00:58:59,090 --> 00:59:03,422 수백 미터 떨어져 있는 목표물도 맞힐 수 있어 537 00:59:03,757 --> 00:59:05,355 큰 동물도 잡지 538 00:59:07,857 --> 00:59:10,556 커다란 동물도 죽여 봤어요? 539 00:59:11,423 --> 00:59:12,656 그렇긴 한데 540 00:59:12,990 --> 00:59:15,155 별로 자랑거리는 아냐 541 00:59:15,256 --> 00:59:18,889 나라면 동물 죽인 거 자랑스러울 텐데 542 00:59:18,990 --> 00:59:21,722 그게 우리가 다른 점이란다 543 00:59:22,757 --> 00:59:24,689 이건 산탄총이야 544 00:59:25,924 --> 00:59:28,022 활강총이라고도 하는데 545 00:59:28,657 --> 00:59:30,856 소총보다는 둔하지만 546 00:59:31,056 --> 00:59:35,522 사냥감이 가까이 있거나 움직일 때는 효과적이지 547 00:59:36,757 --> 00:59:39,756 - 원하면 만져 봐 - 그래도 돼요? 548 00:59:41,256 --> 00:59:42,255 좋아 549 00:59:42,590 --> 00:59:45,756 - 우리 사냥하러 가요? - 아니 550 00:59:47,156 --> 00:59:49,689 사냥은 기분 나쁜 일이야 551 00:59:52,490 --> 00:59:55,756 한때는 자주 했지만 그만뒀단다 552 00:59:56,056 --> 00:59:56,923 왜요? 553 00:59:57,724 --> 01:00:00,422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554 01:00:01,857 --> 01:00:06,322 내가 저 나무의 까마귀를 쏘려고 한다고 쳐보자 555 01:00:06,724 --> 01:00:09,589 그런 걸 살처분이라고 하는데 556 01:00:09,989 --> 01:00:13,656 쉽게 말하면 내가 결정한다는 소리지 557 01:00:13,857 --> 01:00:17,255 어떤 동물을 숲에 살려둘지 558 01:00:18,590 --> 01:00:22,389 까마귀는 쓸모가 없으니 살처분할 수 있어 559 01:00:22,490 --> 01:00:25,089 유용한 사냥감들을 위협하는 560 01:00:25,757 --> 01:00:28,022 동물처럼 보이니까 561 01:00:29,023 --> 01:00:29,889 살처분도 562 01:00:31,056 --> 01:00:33,556 참 혐오스러운 말이지 563 01:00:33,690 --> 01:00:36,723 인종 청소와 어감이 비슷하잖아 564 01:00:37,657 --> 01:00:41,089 그렇게 역겹고 뒤틀린 사냥 행태가 565 01:00:41,590 --> 01:00:46,089 마음이 불편할 정도로 의례적으로 용인돼 왔어 566 01:00:47,156 --> 01:00:49,255 몰이사냥도 그래 567 01:00:49,724 --> 01:00:53,889 몰이꾼들이 숲 전체의 동물들에게 겁을 줘 568 01:00:56,390 --> 01:01:00,155 유럽에서 주로 했던 사냥물 전시 행사는 569 01:01:00,256 --> 01:01:02,756 동물들에 대한 모욕이야 570 01:01:03,923 --> 01:01:07,255 정해진 곳에 사냥물들을 늘어놓지 571 01:01:07,523 --> 01:01:09,823 탑에 올라가고 싶어 엄마 572 01:01:09,923 --> 01:01:11,356 - 기다려 - 그래 573 01:01:12,090 --> 01:01:13,422 올라가자 574 01:01:23,090 --> 01:01:24,556 좋아 쏴 볼래? 575 01:01:31,757 --> 01:01:35,589 내가 조준할게 너는 방아쇠를 당겨 576 01:01:39,257 --> 01:01:40,356 당겨! 577 01:01:42,757 --> 01:01:44,089 정말 잘했다 578 01:01:51,357 --> 01:01:53,356 이 정도 큰 동물은 579 01:01:53,523 --> 01:01:56,657 여기 급소를 쏴야 잡을 수 있어 580 01:01:56,757 --> 01:01:58,556 폐가 있는 부위지 581 01:01:59,724 --> 01:02:04,022 여기에 보이듯이 뒷다리를 맞히면 안 돼 582 01:02:04,757 --> 01:02:08,089 이 정도 부상에는 멀리 도망치거든 583 01:02:08,757 --> 01:02:11,723 그래서 추적견을 쓰는 거야 584 01:02:12,390 --> 01:02:15,322 핏자국을 따라가게 훈련시키면 585 01:02:15,590 --> 01:02:18,222 도망친 동물을 잡을 수 있어 586 01:02:20,557 --> 01:02:24,822 독일어로는 추적견에 피라는 뜻도 있단다 587 01:02:25,657 --> 01:02:29,155 축하한다, 조지 동물을 맞혔구나 588 01:02:31,390 --> 01:02:35,556 자네한테 맞는 가족을 찾아냈었다고? 589 01:02:35,757 --> 01:02:40,256 맞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싶어요 590 01:02:43,823 --> 01:02:47,089 하지만 동물들이 훨씬 단순했죠 591 01:02:47,668 --> 01:02:49,348 무슨 뜻인가? 592 01:02:49,690 --> 01:02:52,073 순서가 중요하단 겁니다 593 01:02:52,390 --> 01:02:55,889 어미 사슴은 보통 큰 새끼와 나란히 뛰고 594 01:02:55,990 --> 01:02:58,222 작은 새끼가 뒤를 따르죠 595 01:02:58,357 --> 01:03:01,489 사냥꾼은 뒤쪽의 사슴부터 쏩니다 596 01:03:01,590 --> 01:03:06,222 가장 어린 사슴이 죽어도 다른 두 사슴은 살지만 597 01:03:06,323 --> 01:03:11,022 어미 사슴부터 쏘고 나머지 둘을 놓치면 598 01:03:11,223 --> 01:03:14,056 새끼들은 살아남지 못하니까요 599 01:03:14,156 --> 01:03:17,657 그래서 큰 새끼 사슴을 두 번째로 쏘고 600 01:03:17,757 --> 01:03:19,656 끝으로 어미를 쏘죠 601 01:03:23,990 --> 01:03:25,356 숙이고 있어! 602 01:03:31,590 --> 01:03:32,356 거기 서! 603 01:03:32,890 --> 01:03:33,889 조지! 604 01:03:35,754 --> 01:03:36,755 조지! 605 01:03:38,023 --> 01:03:40,823 제 가족은 순서를 틀리더군요 606 01:03:40,923 --> 01:03:45,222 저는 늘 사냥 윤리를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607 01:03:46,190 --> 01:03:49,922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신사라고 봅니다 608 01:03:52,223 --> 01:03:54,489 신사라니 진심인가? 609 01:03:55,390 --> 01:03:58,689 '교양 살인마'로는 모자랐나? 610 01:04:21,590 --> 01:04:23,356 안 돼! 611 01:04:28,557 --> 01:04:30,589 안 돼, 안 돼! 612 01:05:10,524 --> 01:05:13,322 조지가 별로 식욕이 없나 보군 613 01:05:15,424 --> 01:05:17,855 그래도 파이는 좋아하겠지 614 01:05:25,090 --> 01:05:29,022 내가 어릴 때도 파이는 안 질리더라고 615 01:05:30,923 --> 01:05:32,922 시키는 대로 하지? 616 01:05:33,923 --> 01:05:36,922 애한테 파이 좀 떠먹여 줘 617 01:05:39,524 --> 01:05:42,322 녀석이 내 말은 통 안 듣잖아 618 01:05:48,524 --> 01:05:51,655 즐거운 소풍이 돼야 했었는데 619 01:06:47,723 --> 01:06:49,588 그래도 오늘 좋았어 620 01:06:53,090 --> 01:06:54,922 멋진 하루였지 621 01:06:58,257 --> 01:07:00,323 좋아하는 숫자 있나? 622 01:07:02,756 --> 01:07:04,089 뭐든 괜찮아 623 01:07:05,589 --> 01:07:07,523 누구나 하나는 있잖아 624 01:07:14,723 --> 01:07:16,022 12요 625 01:07:16,756 --> 01:07:17,855 열둘이라 626 01:07:20,390 --> 01:07:22,356 훌륭한 숫자군 627 01:07:25,923 --> 01:07:27,922 정말 멋진 숫자야 628 01:07:30,057 --> 01:07:31,589 소풍은 끝났어 629 01:07:34,157 --> 01:07:35,555 가 봐도 좋아 630 01:07:37,923 --> 01:07:39,922 애들은 내가 맡지 631 01:07:47,623 --> 01:07:48,556 하나! 632 01:07:52,134 --> 01:07:53,256 둘! 633 01:07:55,656 --> 01:07:56,722 셋! 634 01:07:59,023 --> 01:08:00,056 넷! 635 01:08:02,257 --> 01:08:03,389 다섯! 636 01:08:05,224 --> 01:08:06,356 여섯! 637 01:08:08,856 --> 01:08:09,989 일곱! 638 01:08:12,424 --> 01:08:13,423 여덟! 639 01:08:15,590 --> 01:08:16,389 아홉! 640 01:08:18,257 --> 01:08:19,323 열! 641 01:08:19,923 --> 01:08:21,156 열하나! 642 01:08:23,424 --> 01:08:24,522 열둘! 643 01:08:55,257 --> 01:08:56,755 추격전이 됐군 644 01:08:59,057 --> 01:09:00,589 바로 그겁니다 645 01:11:09,356 --> 01:11:12,156 내 찬사나 박수를 바라나? 646 01:11:12,257 --> 01:11:16,989 너무 비판적이셔서 애석할 따름입니다 647 01:11:17,190 --> 01:11:20,889 제 행실이 아닌 작품을 봐주세요 648 01:11:21,090 --> 01:11:22,589 전시물 전체를요 649 01:11:22,690 --> 01:11:25,390 싫네 이건 아니야 650 01:11:25,490 --> 01:11:28,990 끈질기게 내 생각을 조종하려 하는군 651 01:11:29,090 --> 01:11:34,056 그런데 어린아이까지? 가장 예민한 사안 아닌가 652 01:11:34,723 --> 01:11:37,689 저 역시 예민한 존재입니다 653 01:11:39,857 --> 01:11:43,355 시트에 주름만 잡혀도 잠을 못 자는걸요 654 01:11:46,257 --> 01:11:50,156 사냥이 은유하는 건 결국 사랑이라네 655 01:11:50,256 --> 01:11:52,722 그게 자네 논리의 약점이지 656 01:11:52,823 --> 01:11:55,922 당시에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657 01:11:56,057 --> 01:11:58,657 태양과 달의 계시라고 할까요 658 01:11:58,757 --> 01:12:02,422 새 예술 작품에의 참여를 요구하며 659 01:12:02,523 --> 01:12:04,656 제 공격성을 부추겼죠 660 01:12:14,556 --> 01:12:16,255 일식이 시작이었고 661 01:12:20,190 --> 01:12:22,989 세인트 헬렌스 화산의 분화는 662 01:12:23,090 --> 01:12:25,255 제 집터에서도 보였습니다 663 01:12:25,390 --> 01:12:28,490 벽돌 사용을 막 포기한 참이었죠 664 01:12:28,590 --> 01:12:31,856 완전히 잘못한 선택이었습니다 665 01:12:32,757 --> 01:12:35,389 그래서 자재를 바꿨습니다 666 01:12:36,590 --> 01:12:38,656 신성한 자재로요 667 01:12:39,823 --> 01:12:41,355 사랑이라네, 잭 668 01:12:41,857 --> 01:12:44,255 사랑 또한 예술이야 669 01:12:44,356 --> 01:12:46,255 친밀함도 그렇지 670 01:12:51,556 --> 01:12:54,890 살인마 '아이스맨'은 피해자와 친밀했죠 671 01:12:54,990 --> 01:12:55,889 잭! 672 01:13:46,256 --> 01:13:48,923 {\an8}교양 살인마의 이중 살인 673 01:13:49,057 --> 01:13:51,589 {\an8}교양 살인마 또다시 범행 674 01:14:51,089 --> 01:14:52,189 버지 씨? 675 01:14:52,557 --> 01:14:54,589 나 여기 있네, 잭 676 01:15:04,924 --> 01:15:07,355 몸이 안 좋습니다 677 01:15:10,890 --> 01:15:13,422 입에서 신맛이 나요 678 01:15:14,223 --> 01:15:18,222 위스키 마실 술집이라도 알려 달라는 건가? 679 01:15:21,657 --> 01:15:24,923 이곳의 산성이 느껴지나 보군 680 01:15:26,423 --> 01:15:28,756 이쯤 내려오면 그렇지 681 01:15:30,890 --> 01:15:34,656 안됐지만 익숙해져야 할 거야 682 01:15:53,924 --> 01:15:57,322 투덜이 둘째를 창고에 놔뒀습니다 683 01:15:58,657 --> 01:16:03,022 사후경직이 끝날 때까지 눕혀 놓고 기다렸죠 684 01:16:04,190 --> 01:16:07,422 작은 투덜이를 위한 계획이 있었어요 685 01:16:09,156 --> 01:16:11,189 그게 무슨 소리인가? 686 01:16:13,724 --> 01:16:17,189 박제술에 뛰어난 사람들이 있죠 687 01:16:17,356 --> 01:16:19,756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 688 01:16:20,090 --> 01:16:23,255 동물의 표정과 자세를 조정해서 689 01:16:24,356 --> 01:16:26,756 멋진 장면을 연출해 내요 690 01:16:39,523 --> 01:16:43,255 제가 알아냈는데 사후경직이 끝난 후 691 01:16:43,490 --> 01:16:46,255 시체가 얼기 전에 작업을 하면 692 01:16:46,523 --> 01:16:50,055 표정과 자세를 조정할 수 있더군요 693 01:16:50,256 --> 01:16:55,155 그걸 철사, 핀,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한 다음 694 01:16:55,924 --> 01:16:59,923 시체가 언 후 제거하면 믿음 가는 인간이 695 01:17:00,190 --> 01:17:02,389 탄생하는 거예요 696 01:17:03,256 --> 01:17:06,689 투덜이도 더는 투덜이가 아니게 되죠 697 01:17:07,223 --> 01:17:09,824 추구하던 바가 그거였나? 698 01:17:09,924 --> 01:17:12,956 완전히 믿음이 가는 인간? 699 01:17:13,056 --> 01:17:17,723 딱히 감상적이지 않아도 이리 해석할 수 있겠군 700 01:17:18,490 --> 01:17:22,756 사랑에 대한 열망이 엿보인다고 말이네 701 01:17:24,256 --> 01:17:27,155 저도 연애는 해 봤습니다 702 01:17:27,757 --> 01:17:32,089 네 번째 사건 703 01:17:46,023 --> 01:17:49,055 목발은 어쩌다 짚게 된 건가, 잭? 704 01:17:49,156 --> 01:17:51,723 다치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705 01:17:52,256 --> 01:17:55,823 무해한 사람으로 위장할 때 유용하죠 706 01:17:55,923 --> 01:17:59,522 짐을 들고 가거나 목발을 짚고 있다가 707 01:18:00,090 --> 01:18:02,356 사람들이 도와주러 오면 708 01:18:02,757 --> 01:18:05,323 무기로 위협해 차에 태웁니다 709 01:18:05,423 --> 01:18:08,422 그게 사랑과 무슨 상관인가? 710 01:18:10,423 --> 01:18:13,422 각별한 감정을 느꼈던 여자예요 711 01:18:13,590 --> 01:18:17,155 사이코패스치고는 과한 격정이었죠 712 01:18:27,056 --> 01:18:28,256 이게 미소군 713 01:18:40,856 --> 01:18:41,922 이봐 714 01:18:46,490 --> 01:18:47,888 말 좀 해 봐 715 01:18:49,090 --> 01:18:50,422 못 하겠어 716 01:18:51,523 --> 01:18:53,256 그렇게 보는 거 싫어 717 01:18:59,657 --> 01:19:01,256 내가 보는 게 싫어? 718 01:19:05,023 --> 01:19:06,089 그렇군 719 01:19:44,323 --> 01:19:46,922 이러면 나랑 얘기할 수 있겠지? 720 01:19:53,190 --> 01:19:55,723 어쩌다 당신을 만났나 몰라 721 01:19:57,423 --> 01:19:59,389 날 떠나려는 거야? 722 01:20:00,090 --> 01:20:02,589 떠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723 01:20:03,557 --> 01:20:05,723 나는 너 안 떠나 724 01:20:07,390 --> 01:20:09,022 지금 여기 있잖아 725 01:20:17,157 --> 01:20:18,656 느껴져? 726 01:20:21,590 --> 01:20:25,055 나 여기에 있어 전화선 반대쪽 끝에 727 01:20:30,923 --> 01:20:32,723 잠깐 끊어 봐 728 01:20:43,390 --> 01:20:44,089 여보세요? 729 01:20:44,257 --> 01:20:46,089 거기 누구시죠? 730 01:20:50,423 --> 01:20:52,589 누군지 다 알면서 731 01:20:55,923 --> 01:20:58,189 난 절대로 너 안 떠나 732 01:20:59,856 --> 01:21:01,556 이제 어떡할래? 733 01:21:05,023 --> 01:21:07,356 한잔해도 될 것 같지 않아? 734 01:21:09,590 --> 01:21:10,755 좋아 735 01:21:11,424 --> 01:21:14,156 칵테일 마시러 곧장 갈게 736 01:21:25,890 --> 01:21:27,089 '심플'? 737 01:21:29,723 --> 01:21:33,523 그 애칭 싫다니까? 내 이름은 재클린이야 738 01:21:34,390 --> 01:21:35,722 재클린? 739 01:21:37,223 --> 01:21:41,489 단순한 네 부모한테 그런 상상력도 있었어? 740 01:21:43,223 --> 01:21:45,423 재클린이라니 분명히 741 01:21:45,923 --> 01:21:48,755 신문 십자말풀이에서 따왔을걸 742 01:21:49,257 --> 01:21:52,423 나한테 네 이름은 단순한 '심플'이야 743 01:21:54,823 --> 01:21:55,822 이봐 744 01:21:57,257 --> 01:21:58,889 넌 가슴이 훌륭해 745 01:21:59,590 --> 01:22:02,256 사람이 왜 늘 그렇게 얄팍해? 746 01:22:06,023 --> 01:22:07,589 얄팍하다고? 747 01:22:08,023 --> 01:22:09,989 그건 아닌 것 같은데 748 01:22:11,690 --> 01:22:14,755 사자와 호랑이의 차이점을 알아? 749 01:22:18,590 --> 01:22:21,922 - 호랑이의 줄무늬? - 사는 곳은? 750 01:22:24,490 --> 01:22:25,722 아프리카인가? 751 01:22:30,923 --> 01:22:34,189 건축가와 기술공의 차이점은 어때? 752 01:22:37,090 --> 01:22:39,156 건축가는 집을 설계해 753 01:22:41,357 --> 01:22:42,822 기술공은? 754 01:22:48,756 --> 01:22:50,556 집을 설계하지? 755 01:22:51,990 --> 01:22:53,922 차이점이라니까? 756 01:22:55,157 --> 01:22:58,489 기술공은 음악을 읽고 건축가는 연주해 757 01:22:58,589 --> 01:23:03,489 이러면 단순한 머리로도 조금은 이해가 되려나? 758 01:23:06,589 --> 01:23:09,156 사람이 왜 늘 그렇게 잔인해? 759 01:23:10,490 --> 01:23:12,423 나도 완전 바보는 아니야 760 01:23:12,823 --> 01:23:16,323 '완전'의 정의가 뭐냐에 따라 다르겠지 761 01:23:21,090 --> 01:23:22,457 평범한 대화는 안 돼? 762 01:23:22,557 --> 01:23:25,389 당신이 하는 일이라든가 763 01:23:25,490 --> 01:23:28,056 내가 하는 일이라 764 01:23:28,856 --> 01:23:34,588 바보도 알아들을 정도로 쉬운 얘기, 심플? 765 01:23:36,223 --> 01:23:37,356 맞아 766 01:23:42,324 --> 01:23:43,588 사람을 죽여 767 01:23:46,357 --> 01:23:47,423 그래? 768 01:23:52,656 --> 01:23:55,755 지금까지 60명을 죽였어 769 01:23:57,890 --> 01:24:00,156 연쇄살인범이야 심플 770 01:24:02,424 --> 01:24:03,855 당신 진짜 이상해 771 01:24:04,690 --> 01:24:06,189 내가 이상해? 772 01:24:07,324 --> 01:24:10,222 왜, 61명이나 죽였다고 해서? 773 01:24:11,756 --> 01:24:14,022 아까는 60명이라며 774 01:24:17,656 --> 01:24:20,922 네가 문고리만큼 멍청한 게 아니면 775 01:24:21,890 --> 01:24:24,822 정보 갱신이라는 말은 알겠지? 776 01:24:26,990 --> 01:24:30,989 1시간 전에 60명이 맞는 수였다고 해서 777 01:24:31,190 --> 01:24:36,555 몇 분 후에 훌쩍 61명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어 778 01:24:36,656 --> 01:24:39,089 나,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779 01:24:40,390 --> 01:24:42,423 책은 당신만큼 못 봤어도 780 01:24:42,523 --> 01:24:44,389 심플, 왜 이래? 781 01:24:44,923 --> 01:24:46,855 너 좆나게 멍청해 782 01:24:48,723 --> 01:24:52,589 말 잘 듣는 애인처럼 매직펜이나 갖다줘 783 01:24:52,923 --> 01:24:55,089 매직펜 좀 갖다주겠어? 784 01:24:57,357 --> 01:24:58,822 빨간색, 검은색 785 01:24:59,489 --> 01:25:01,389 뭐든 괜찮아 786 01:26:45,023 --> 01:26:46,856 당신 정말 이상해 787 01:27:02,590 --> 01:27:05,489 - 저기요, 경관님 - 네 788 01:27:05,757 --> 01:27:11,156 제 친구가 너무 이상해요 자기가 60명을 죽였대요 789 01:27:11,356 --> 01:27:13,655 아니 61명인지도 몰라요 790 01:27:13,757 --> 01:27:15,189 술 드셨어요? 791 01:27:18,023 --> 01:27:20,022 - 네 - 적당히 하세요 792 01:27:21,523 --> 01:27:24,422 이 여자가 지금 한 말 모두 793 01:27:25,857 --> 01:27:27,389 사실입니다 794 01:27:30,523 --> 01:27:33,022 제가 60명을 죽였어요 795 01:27:33,890 --> 01:27:35,422 60명을요! 796 01:27:36,423 --> 01:27:37,823 연쇄살인범이죠 797 01:27:37,923 --> 01:27:39,922 도와주세요 798 01:27:40,656 --> 01:27:44,589 게다가 아주 끔찍한 인간이에요 799 01:27:45,923 --> 01:27:47,089 이 여자에게 800 01:27:51,423 --> 01:27:52,922 재클린에게 801 01:27:57,923 --> 01:28:00,323 괜찮으시면 친구분을 802 01:28:00,423 --> 01:28:03,256 안으로 다시 데려가시겠어요? 803 01:28:03,390 --> 01:28:07,223 음주가 위법은 아니지만 술 좀 끊으세요 804 01:28:41,590 --> 01:28:43,422 다시는 날 안 보겠지 805 01:28:45,356 --> 01:28:47,422 만회할 방법이 없군 806 01:29:02,556 --> 01:29:04,322 용서해 줄 수 있어? 807 01:29:06,390 --> 01:29:07,355 그래 808 01:29:11,723 --> 01:29:13,589 용서할게 809 01:29:19,223 --> 01:29:22,089 잡아 안으로 들어가자 810 01:29:27,924 --> 01:29:29,722 약을 먹는 게 좋겠다 811 01:29:30,423 --> 01:29:33,222 친구한테 괜찮은 약이 있어 812 01:31:14,490 --> 01:31:15,556 나가려고? 813 01:31:20,590 --> 01:31:23,522 약을 받아 오려던 것뿐이야 814 01:31:31,757 --> 01:31:34,589 내 열쇠 당신이 가져갔어? 815 01:31:34,723 --> 01:31:37,589 난 아무 약이나 먹는 사람이 아니야 816 01:31:41,557 --> 01:31:44,989 이런 대접이나 받을 사람도 아니지 817 01:31:48,723 --> 01:31:50,889 열쇠는 내가 보관하겠어 818 01:31:53,590 --> 01:31:55,689 그거 나쁜 버릇이야 819 01:31:56,223 --> 01:31:58,489 툭하면 밑으로 내빼잖아 820 01:31:58,590 --> 01:32:01,389 분위기 좋을 만하면 꼭 초를 쳐 821 01:32:02,657 --> 01:32:03,656 안 그래? 822 01:32:06,990 --> 01:32:09,522 목발 없이도 잘 걷네? 823 01:32:14,590 --> 01:32:17,823 아까 밑에도 목발 없이 내려왔어 824 01:32:34,356 --> 01:32:37,556 '교양 살인마'가 당신이었구나? 825 01:32:42,490 --> 01:32:44,589 비명을 지르고 싶다면 826 01:32:45,757 --> 01:32:48,089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827 01:33:06,757 --> 01:33:09,055 그걸 비명이라고 질러? 828 01:33:09,824 --> 01:33:11,355 살려 줘요! 829 01:33:11,590 --> 01:33:12,756 사람 살려! 830 01:33:14,323 --> 01:33:15,723 사람 살려요! 831 01:33:16,056 --> 01:33:20,422 여기요, 사람 살려요! 살인마가 집에 있어요! 832 01:33:20,824 --> 01:33:24,089 교양 살인마라고요! 살려 줘요! 833 01:33:25,156 --> 01:33:26,222 사람 살려! 834 01:33:33,357 --> 01:33:36,055 이봐, 이봐 835 01:33:50,190 --> 01:33:51,522 무슨 소리 들려? 836 01:33:52,423 --> 01:33:53,989 기척이 있긴 해? 837 01:33:55,090 --> 01:33:57,856 도와주러 오는 소리가 들려? 838 01:34:02,256 --> 01:34:04,155 대단한 이웃사촌이군 839 01:34:04,857 --> 01:34:06,589 창문 열고 해 볼래? 840 01:34:06,923 --> 01:34:09,489 그냥 내 열쇠만 돌려줘 841 01:34:11,223 --> 01:34:13,489 열쇠만 주면 돼 842 01:34:13,890 --> 01:34:15,589 열쇠 줘 843 01:34:16,523 --> 01:34:18,556 사람 살려! 844 01:34:19,090 --> 01:34:21,723 살려 줘요! 845 01:34:22,923 --> 01:34:25,689 살려 주세요! 846 01:34:26,990 --> 01:34:30,189 제발 나 좀 살려 줘요 847 01:34:44,557 --> 01:34:46,823 내가 오해하는지 몰라도 848 01:34:48,023 --> 01:34:49,823 지금까지 봐서는 849 01:34:51,590 --> 01:34:53,922 불조차 켜지는 곳이 없군 850 01:34:54,889 --> 01:34:57,256 아파트도 계단도 조용해 851 01:34:57,757 --> 01:34:59,322 왜 그런지 알아? 852 01:35:00,423 --> 01:35:03,922 이 망할 놈의 동네에는 853 01:35:05,523 --> 01:35:07,422 이 망할 놈의 나라에는 854 01:35:09,523 --> 01:35:14,356 이 망할 놈의 세상에는 도와주려는 놈이 없거든 855 01:35:19,657 --> 01:35:21,322 마음껏 소리 질러 856 01:35:22,423 --> 01:35:25,155 성탄 전야까지 실컷 질러 봐 857 01:35:25,757 --> 01:35:28,089 돌아오는 대답이라고는 858 01:35:28,856 --> 01:35:32,256 귀청을 찢는 이 정적뿐일 테니까 859 01:35:46,590 --> 01:35:48,422 얘기 좀 해 860 01:35:50,056 --> 01:35:52,222 얘기해야 할 때가 있고 861 01:35:52,757 --> 01:35:55,222 침묵해야 할 때가 있지 862 01:35:55,690 --> 01:35:57,256 입 벌려 863 01:35:57,923 --> 01:35:59,322 입 벌리라고! 864 01:36:33,657 --> 01:36:35,055 좋아, 심플 865 01:36:35,257 --> 01:36:37,756 아니, 미안 재클린 씨 866 01:36:38,490 --> 01:36:39,589 이제 867 01:36:40,757 --> 01:36:45,189 네가 직접 칼을 선택할 시간이야 868 01:36:46,257 --> 01:36:48,523 고개만 끄덕이면 돼 869 01:36:51,257 --> 01:36:52,322 싫어? 870 01:36:55,190 --> 01:36:56,755 그럼 이건 어때? 871 01:36:57,990 --> 01:37:00,922 이것도 싫어? 알았어 872 01:37:02,657 --> 01:37:04,389 그렇다면 이건? 873 01:37:10,257 --> 01:37:11,389 이거 참 874 01:37:14,157 --> 01:37:16,589 흥미로운 선택이야 심플 875 01:37:27,723 --> 01:37:28,755 그게 876 01:37:31,056 --> 01:37:35,589 교양 살인마한테는 꽤 오랫동안 거슬리는 게 877 01:37:37,357 --> 01:37:38,855 한 가지 있었어 878 01:37:40,023 --> 01:37:43,022 놈은 거기에 자극받았지만 879 01:37:44,390 --> 01:37:46,256 너는 별로일 거야 880 01:37:48,424 --> 01:37:50,089 그런데 솔직히 881 01:37:51,157 --> 01:37:54,256 그 생각만 하면 꽤 화가 치밀었지 882 01:37:55,190 --> 01:37:58,889 왜 늘 남자가 잘못이라는 거야? 883 01:38:01,157 --> 01:38:03,089 어디를 가든 884 01:38:04,424 --> 01:38:09,055 무슨 죄라도 짓고 돌아다니는 기분이야 885 01:38:11,590 --> 01:38:16,189 어린애 하나 해친 적이 없는 놈도 마찬가지지 886 01:38:19,490 --> 01:38:22,256 그렇게 생각하면 솔직히 서글퍼 887 01:38:27,923 --> 01:38:31,222 어쩌다 지독한 불운을 만나서 888 01:38:33,090 --> 01:38:36,556 남자로 세상에 태어난다는 건 889 01:38:38,223 --> 01:38:40,755 죄인으로 태어난다는 뜻이야 890 01:38:42,756 --> 01:38:45,089 얼마나 부당한지 생각해 봐 891 01:38:47,490 --> 01:38:49,356 여자는 늘 피해자잖아? 892 01:38:53,357 --> 01:38:57,089 남자는 언제나 범죄자고 893 01:39:21,923 --> 01:39:24,855 말씀드렸지만 여기는 사유지예요 894 01:39:27,357 --> 01:39:28,356 나가십시오 895 01:39:33,223 --> 01:39:36,588 왕의 말들과 왕의 신하들 모두 896 01:39:36,756 --> 01:39:40,356 '심플'을 다시 붙일 수 없었다 897 01:39:42,023 --> 01:39:44,655 왜 그리 다들 어리석었을까? 898 01:39:45,424 --> 01:39:46,423 누가요? 899 01:39:47,257 --> 01:39:51,556 자네가 죽인 여자들이 모두 너무 우둔하잖나 900 01:39:53,823 --> 01:39:55,389 남자도 죽였습니다 901 01:39:55,490 --> 01:39:58,588 그럼 우둔한 여자들만 거론하는 건 902 01:39:58,690 --> 01:40:01,523 여자가 다 어리석다는 소리인가? 903 01:40:03,090 --> 01:40:06,157 무작위로 택해 말씀드렸습니다만 904 01:40:06,257 --> 01:40:09,755 여자에 대한 우월감을 과시하고 싶나? 905 01:40:10,090 --> 01:40:12,822 그게 자네를 흥분시키는군? 906 01:40:12,923 --> 01:40:15,222 아니 더 쉬울 뿐입니다 907 01:40:15,324 --> 01:40:18,423 힘 얘기가 아니라 작업이 수월해요 908 01:40:18,990 --> 01:40:20,157 더 협조적이죠 909 01:40:20,257 --> 01:40:22,323 자네의 살인에? 910 01:40:22,556 --> 01:40:23,722 말하자면요 911 01:40:25,090 --> 01:40:27,256 교양 살인마의 이론이죠 912 01:40:27,756 --> 01:40:32,089 그건 교양 살인마께서 이론가라는 뜻인가? 913 01:40:32,590 --> 01:40:36,489 제가 놈을 이렇게 설명했다면 믿으시겠죠 914 01:40:36,590 --> 01:40:41,589 '잭은 목소리를 듣습니다 환청이 명령을 해대요' 915 01:40:41,690 --> 01:40:43,722 '미친 게 분명합니다' 916 01:40:43,856 --> 01:40:46,755 문자화된 진단은 혐오스러워요 917 01:40:48,424 --> 01:40:52,555 부당한 말이로군 문자가 명확하잖나 918 01:40:52,690 --> 01:40:56,822 문자가 우리를 돌보고 선악의 경계를 만들지 919 01:40:56,923 --> 01:40:58,840 종교를 전수해 920 01:40:58,940 --> 01:41:01,522 종교는 인간을 망쳐 왔어요 921 01:41:01,656 --> 01:41:05,489 당신의 신은 인간 안의 야수를 부정하고 922 01:41:05,590 --> 01:41:08,589 우리를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923 01:41:08,690 --> 01:41:10,755 수치심을 가르쳤죠 924 01:41:10,856 --> 01:41:15,555 평생 제대로 된 글을 읽어 본 적이 없나 보군 925 01:41:15,690 --> 01:41:17,423 원치도 않았겠지 926 01:41:27,656 --> 01:41:31,922 수집한 시체는 대부분 죽고 바로 얼렸습니다 927 01:41:32,057 --> 01:41:34,755 하지만 몇 구는 의도치 않게 928 01:41:34,857 --> 01:41:39,256 어느 정도는 부패가 진행된 다음에야 929 01:41:39,390 --> 01:41:41,755 얼릴 수 있었습니다 930 01:41:41,923 --> 01:41:45,323 부패에도 선악이라는 게 있을까요? 931 01:41:45,990 --> 01:41:48,989 사람들은 부패가 자연 현상이고 932 01:41:49,090 --> 01:41:51,488 결국에는 물질 반응이며 933 01:41:51,590 --> 01:41:54,256 지구 생명의 근간이라고 하죠 934 01:41:54,390 --> 01:41:57,157 그러니 선도 악도 아니라고요 935 01:41:57,257 --> 01:42:01,488 따라서 인간의 자질과 궁극적 목적을 밝히려면 936 01:42:01,590 --> 01:42:06,056 살아 있는 상태에서의 인간을 봐야 한답니다 937 01:42:06,157 --> 01:42:11,022 하지만 교양 살인마의 의견은 전혀 다릅니다 938 01:42:11,602 --> 01:42:15,276 인간의 궁극적 목적은 죽음 이전이 아닌 939 01:42:15,445 --> 01:42:18,499 사후에 놓여 있다고 주장합니다 940 01:42:19,157 --> 01:42:22,490 인간의 모든 것을 물질로 환원하고 941 01:42:22,590 --> 01:42:25,989 생명을 잃는 과정을 예술이라며 942 01:42:26,090 --> 01:42:28,422 높은 가치를 매기고 있군 943 01:42:28,690 --> 01:42:32,422 당신은 무자비하고 꽉 막힌 노인입니다 944 01:42:32,990 --> 01:42:36,655 도덕적 잣대로 생명의 예술성을 죽이죠 945 01:42:36,890 --> 01:42:38,422 해방을 원합니다 946 01:42:38,533 --> 01:42:42,585 예술은 불가해할 정도로 방대하니까요 947 01:42:42,685 --> 01:42:44,589 예를 들어도 될까요? 948 01:42:44,736 --> 01:42:47,889 내가 막는다고 자네가 안 하겠나? 949 01:42:52,423 --> 01:42:55,922 어떤 절차로 인간이 부패하는지는 950 01:42:56,023 --> 01:42:58,589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951 01:42:58,756 --> 01:43:01,589 디저트 와인은 조금 압니다 952 01:43:02,723 --> 01:43:06,757 오묘한 단맛을 내는 최상품을 만들기 위한 953 01:43:06,857 --> 01:43:10,089 다양한 방법이 자연 속에 있습니다 954 01:43:10,890 --> 01:43:14,388 자연 발효 방식은 흔히 셋으로 나뉘죠 955 01:43:14,523 --> 01:43:17,922 서리, 건조 956 01:43:18,423 --> 01:43:21,555 매혹적이고 신비한 이름의 957 01:43:21,757 --> 01:43:23,655 '귀부 곰팡이' 958 01:43:23,757 --> 01:43:28,722 {\an8}고귀한 곰팡이 959 01:43:30,023 --> 01:43:32,466 첫 번째 방식은 독일에서 쓰는 960 01:43:32,566 --> 01:43:34,835 '아이스바인'의 생산법입니다 961 01:43:35,525 --> 01:43:38,961 절차는 단순합니다 포도를 따지 않고 962 01:43:39,061 --> 01:43:41,655 서리를 맞도록 방치합니다 963 01:43:41,757 --> 01:43:45,056 납작해지기 전까지 여러 밤을 놔두죠 964 01:43:45,157 --> 01:43:49,422 이러면 와인의 당도가 극적으로 높아집니다 965 01:43:50,057 --> 01:43:53,657 이 과정을 이겨내고 적당히 부패하려면 966 01:43:53,757 --> 01:43:56,810 포도가 좋아야 해서 모험이 필요하죠 967 01:43:57,074 --> 01:44:01,193 게다가 첫날밤의 서리도 불안 요소입니다 968 01:44:01,423 --> 01:44:05,655 첫서리가 정확하게 기대만큼 내려야 해요 969 01:44:06,057 --> 01:44:09,223 두 번째 방식은 '트로켄베렌'으로 970 01:44:09,323 --> 01:44:11,823 역시 포도를 따지 않되 971 01:44:11,923 --> 01:44:15,989 건포도에 가깝게 마를 때까지 기다립니다 972 01:44:16,490 --> 01:44:21,389 세 번째는 소테른 와인의 핵심 생산법이라고 하죠 973 01:44:21,857 --> 01:44:26,056 곰팡이의 번식을 통해 포도의 풍미를 심화하고 974 01:44:26,190 --> 01:44:30,156 당도를 급격히 올리는 자연 발효입니다 975 01:44:30,523 --> 01:44:32,822 이 세 가지 방식은 모두 976 01:44:32,923 --> 01:44:37,522 자연의 예술품 일부로 포도를 살린 채 분해하죠 977 01:44:38,390 --> 01:44:41,322 인간도 마찬가지로 처리하면 978 01:44:41,423 --> 01:44:43,589 같은 과정이 관찰됩니다 979 01:44:43,690 --> 01:44:48,756 난 여전히 사랑 없이는 예술도 없다고 말하겠네 980 01:44:48,990 --> 01:44:51,256 그건 논쟁거리가 아니야 981 01:44:51,590 --> 01:44:54,422 포도에 대한 자네의 얘기는 982 01:44:54,523 --> 01:44:57,555 자연 부패 방식을 설명했을 뿐이지 983 01:44:57,857 --> 01:45:01,256 자네의 논리대로 부패가 구원이면 984 01:45:02,356 --> 01:45:04,422 집은 왜 짓는 건가? 985 01:45:05,490 --> 01:45:10,957 자네의 첫 번째 집이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 986 01:45:11,057 --> 01:45:13,323 흡족했다는 소리는 말게 987 01:45:13,423 --> 01:45:17,822 허물기 위해 지었다고 주장할 텐가? 988 01:45:18,657 --> 01:45:21,223 아뇨 성에 안 찼을 뿐입니다 989 01:45:21,323 --> 01:45:24,922 유감스럽게도 딱 세 번을 더 허물었죠 990 01:45:25,057 --> 01:45:28,089 공사를 시작하면 회의적이 됐어요 991 01:45:28,657 --> 01:45:32,223 꿈꾸던 그대로 집을 짓기가 어렵더군요 992 01:45:32,323 --> 01:45:35,223 자재가 제 마음 같지 않았습니다 993 01:45:35,323 --> 01:45:37,889 제가 설계한 집은 그때 이미 994 01:45:37,990 --> 01:45:42,389 모든 게 평범함을 넘어 따분해 보였습니다 995 01:45:42,490 --> 01:45:45,889 그런 걸 예술에서는 '열등 모방'이라지? 996 01:45:46,857 --> 01:45:49,656 자네의 재능이 거기까지인 거야 997 01:45:50,024 --> 01:45:53,355 만고의 예술가라는 자네도 별수 없군 998 01:45:53,990 --> 01:45:56,255 당신이 시를 쓴 목적도 999 01:45:56,356 --> 01:46:00,189 가장 유명한 전작의 파괴 아니었습니까? 1000 01:46:00,690 --> 01:46:04,589 '아이네이스'는 통치자의 의뢰를 받아 1001 01:46:04,690 --> 01:46:07,590 내가 그 관념을 미화한 시라네 1002 01:46:07,690 --> 01:46:11,322 더는 예술이라고 못 할 정도로 1003 01:46:11,556 --> 01:46:15,188 미화가 작품의 격을 떨어뜨린다면 1004 01:46:16,256 --> 01:46:20,355 반대로 파괴와 해체가 예술을 창조할 수도 1005 01:46:20,823 --> 01:46:22,589 있는 것 아닙니까? 1006 01:46:23,723 --> 01:46:26,522 슈페어는 '폐허 가치 이론'을 1007 01:46:26,890 --> 01:46:29,657 그리스, 로마를 조사해 만들었고 1008 01:46:29,757 --> 01:46:34,255 더 약하고도 강한 자재로 자기 건축물을 세웠죠 1009 01:46:34,924 --> 01:46:40,489 천년 후 미학적으로 완벽한 폐허가 되도록요 1010 01:46:41,057 --> 01:46:44,990 다행히도 그 건물들은 공사 후 몇 년 못 가서 1011 01:46:45,090 --> 01:46:47,722 산산이 부서졌지 1012 01:46:48,024 --> 01:46:51,656 오만함이 천벌을 받은 거야 1013 01:46:51,757 --> 01:46:54,556 낡은 표현인지는 모르겠네만 1014 01:46:55,024 --> 01:46:56,589 예술가는 냉소적으로 1015 01:46:56,757 --> 01:47:00,889 인간이나 신의 안녕은 관심 밖에 둬야 합니다 1016 01:47:01,024 --> 01:47:04,589 폐허 가치 이론만 봐도 이는 분명합니다 1017 01:47:04,690 --> 01:47:06,889 다음 주제도 그렇습니다 1018 01:47:07,024 --> 01:47:08,856 '우상의 가치'요 1019 01:47:26,757 --> 01:47:28,089 슈투카입니다 1020 01:47:28,223 --> 01:47:31,155 단연코 가장 아름다운 비행기죠 1021 01:47:31,256 --> 01:47:35,556 무엇보다 디테일이 무섭도록 섬세합니다 1022 01:47:35,657 --> 01:47:37,656 제 말뜻을 아시겠죠? 1023 01:47:38,223 --> 01:47:41,923 전혀 모르겠네 관심 가졌던 적도 없어 1024 01:47:42,024 --> 01:47:44,322 그래도 얘기해 보게 1025 01:47:44,423 --> 01:47:46,290 급강하 폭격기인데 1026 01:47:46,390 --> 01:47:50,756 급강하 순간 조종사가 정신을 잃는다고 합니다 1027 01:47:50,857 --> 01:47:53,556 그게 무슨 디테일이란 건가? 1028 01:47:53,723 --> 01:47:56,724 환상적입니다 독보적이에요 1029 01:47:56,824 --> 01:47:59,490 급강하 소리를 들어 보세요 1030 01:47:59,590 --> 01:48:01,756 날카로운 굉음이군 1031 01:48:02,089 --> 01:48:05,756 형편없는 설계의 소산인 것 같네만 1032 01:48:05,857 --> 01:48:07,422 설계 결함이라니 1033 01:48:07,590 --> 01:48:08,724 아닙니다 1034 01:48:08,824 --> 01:48:12,722 오히려 이 굉음은 의도한 거였어요 1035 01:48:12,824 --> 01:48:16,123 이착륙 장치에는 사이렌도 붙였죠 1036 01:48:16,223 --> 01:48:20,355 심리전을 위해 일부러 설계에 넣은 겁니다 1037 01:48:21,256 --> 01:48:25,088 소리를 들은 이들이 절대 잊을 수 없게요 1038 01:48:25,657 --> 01:48:29,023 혈관의 피를 차갑게 식히는 소리죠 1039 01:48:29,423 --> 01:48:31,756 일명 '예리코의 나팔'입니다 1040 01:48:33,256 --> 01:48:38,656 가학적이군, 하지만 자네 눈에는 걸작이겠지 1041 01:48:38,757 --> 01:48:39,989 그럴 리가요 1042 01:48:40,089 --> 01:48:42,689 걸작 그 이상입니다 1043 01:48:43,056 --> 01:48:44,589 우상이에요 1044 01:48:45,089 --> 01:48:49,389 슈투카와 그 기능을 고안한 사람들은 1045 01:48:49,490 --> 01:48:51,389 우상을 창조했어요 1046 01:48:51,490 --> 01:48:53,089 제 결론은 이겁니다 1047 01:48:53,223 --> 01:48:56,889 세상이 부패의 미를 알려 하지 않는 것은 1048 01:48:58,090 --> 01:49:01,457 그들에 대한 불신과 같은 맥락이에요 1049 01:49:01,557 --> 01:49:06,589 아니, 진정한 우상을 만든 우리에 대한 불신이죠 1050 01:49:07,924 --> 01:49:10,222 우리를 극악 취급해요 1051 01:49:14,090 --> 01:49:18,222 세상을 뒤흔들었고 앞으로도 뒤흔들 1052 01:49:18,323 --> 01:49:22,556 그 모든 우상이 제게는 호화로운 예술입니다 1053 01:49:35,090 --> 01:49:36,422 고귀한 곰팡이죠 1054 01:49:36,689 --> 01:49:37,458 그만하게! 1055 01:49:39,217 --> 01:49:40,824 적그리스도 같으니 1056 01:49:40,924 --> 01:49:43,389 내가 인도한 인간 중에 1057 01:49:43,490 --> 01:49:48,055 자네만큼 철저하게 타락한 인간은 없었네! 1058 01:49:50,423 --> 01:49:56,055 이제 대량 학살에까지 생각이 미친 모양인데 1059 01:49:56,156 --> 01:50:00,923 부헨발트 수용소에 관해 한마디 해도 되겠나? 1060 01:50:01,090 --> 01:50:05,589 예술과 사랑을 보는 내 자세를 강조하고 싶네 1061 01:50:06,056 --> 01:50:10,389 그 강제 수용소 한복판에 나무가 한 그루 있었지 1062 01:50:10,523 --> 01:50:12,156 흔한 고목이 아닌 1063 01:50:12,256 --> 01:50:15,323 참나무였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네 1064 01:50:15,423 --> 01:50:19,141 괴테가 젊은 시절 그 나무 아래서 1065 01:50:19,241 --> 01:50:22,972 인류 역사에 남을 주요 작품을 몇 편 썼지 1066 01:50:23,423 --> 01:50:24,557 괴테가 1067 01:50:24,657 --> 01:50:29,077 걸작이니 우상의 가치니 말하는 건 자네 자유지만 1068 01:50:30,015 --> 01:50:35,656 이처럼 인본주의와 존엄성과 문화와 선은 1069 01:50:35,757 --> 01:50:38,089 믿음과는 역설적이게도 1070 01:50:38,490 --> 01:50:41,255 인류에 대한 가장 잔혹한 범죄가 1071 01:50:41,357 --> 01:50:46,723 한창 자행될 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었다네 1072 01:50:48,190 --> 01:50:52,255 작가가 허구 속에서 저지르는 잔혹 행위는 1073 01:50:52,357 --> 01:50:57,589 문명사회에서 못 하는 범죄의 내적 열망이라죠 1074 01:50:57,724 --> 01:51:00,155 예술로 해소하는 거라고요 1075 01:51:01,023 --> 01:51:02,556 저는 동의 못 해요 1076 01:51:03,023 --> 01:51:05,656 천국과 지옥은 하나입니다 1077 01:51:06,423 --> 01:51:10,222 영혼은 천국에 육체는 지옥에 속하죠 1078 01:51:10,690 --> 01:51:13,422 영혼은 이성이고 육체는 1079 01:51:14,056 --> 01:51:18,556 예술과 우상 같은 온갖 위험의 온상이에요 1080 01:51:22,190 --> 01:51:24,389 호기심 얘기로 끝낼까요? 1081 01:51:26,223 --> 01:51:28,823 늘 어이없다고 생각한 것이 1082 01:51:28,923 --> 01:51:31,489 살인마의 전리품 얘기인데 1083 01:51:31,590 --> 01:51:32,422 여기요 1084 01:51:34,690 --> 01:51:39,922 실은 저도 유혹에 빠져서 심플의 남은 한쪽 가슴을 1085 01:51:40,023 --> 01:51:42,422 안 버리고 가공했어요 1086 01:51:43,023 --> 01:51:45,322 그 역시 작은 우상이죠 1087 01:51:46,090 --> 01:51:47,422 감사합니다 1088 01:51:48,889 --> 01:51:52,589 다섯 번째 사건 1089 01:52:14,890 --> 01:52:17,055 당장 뒈지고 싶어? 1090 01:52:18,923 --> 01:52:22,256 - 아뇨 - 그럼 시키는 대로 해 1091 01:52:24,757 --> 01:52:26,189 명령에 따르라고 1092 01:52:28,990 --> 01:52:30,089 수갑 풀어 1093 01:52:32,090 --> 01:52:33,489 열쇠 놔 1094 01:52:34,923 --> 01:52:36,589 뒤로 돌아 1095 01:52:38,823 --> 01:52:39,855 수갑 채워 1096 01:52:40,757 --> 01:52:41,556 채워! 1097 01:53:03,990 --> 01:53:05,189 맙소사 1098 01:53:18,923 --> 01:53:20,256 무릎 꿇어! 1099 01:53:24,223 --> 01:53:25,756 너무 추워요 1100 01:53:26,357 --> 01:53:28,755 한 명은 기절도 했었어요 1101 01:53:29,756 --> 01:53:31,089 얼어 죽겠어요 1102 01:53:31,223 --> 01:53:33,822 죽겠다고요! 1103 01:53:37,490 --> 01:53:39,589 엄살은... 추운데 뭐? 1104 01:53:41,323 --> 01:53:43,855 설명을 좀 해야겠군 1105 01:53:47,756 --> 01:53:51,222 2차 대전 때 동부전선의 독일군이 1106 01:53:51,923 --> 01:53:56,755 대규모 처형 집행 중에 탄약이 부족하게 됐어 1107 01:53:56,923 --> 01:54:01,722 그래서 죄수 여러 명을 총알 하나로 처형하는 1108 01:54:01,823 --> 01:54:04,422 특별한 실험에 착수했지 1109 01:54:04,990 --> 01:54:07,755 그 기발함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1110 01:54:09,690 --> 01:54:13,755 나도 작은 실험을 직접 수행해 보려고 해 1111 01:54:14,490 --> 01:54:16,589 이게 내가 쓸 탄이야 1112 01:54:18,923 --> 01:54:21,055 풀 메탈 재킷 탄 1113 01:54:21,257 --> 01:54:26,423 탄두가 강해 너희 머리를 모조리 관통할 수 있어 1114 01:54:26,590 --> 01:54:30,423 사냥용 기본 총알로는 그렇게 못 하지 1115 01:54:33,056 --> 01:54:34,889 잠깐만요 선생님! 1116 01:54:34,990 --> 01:54:37,256 잘못 아신 것 같습니다 1117 01:54:37,390 --> 01:54:39,990 - 아무렴 - 아니, 탄요 1118 01:54:40,090 --> 01:54:41,822 그게 아니에요 1119 01:54:42,590 --> 01:54:45,356 그건 FMJ탄이 아닙니다 1120 01:54:45,490 --> 01:54:48,156 제가 군인이라 잘 압니다 1121 01:54:52,357 --> 01:54:53,423 젠장 1122 01:54:54,856 --> 01:54:58,089 네 말이 맞군 그냥 사냥탄이야 1123 01:55:02,424 --> 01:55:04,855 상자 라벨이 잘못됐어 1124 01:55:05,090 --> 01:55:06,423 빌어먹을! 1125 01:55:08,923 --> 01:55:12,722 미안하지만, 신사분들 잠깐 나갔다 와야겠어 1126 01:55:14,590 --> 01:55:16,022 아무래도 썩 1127 01:55:17,023 --> 01:55:19,089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군 1128 01:55:20,090 --> 01:55:22,156 죽지들 마 알았지? 1129 01:55:54,723 --> 01:55:58,855 여태껏 조용히 다녔는데 소리 좀 쳐야겠어 1130 01:55:59,257 --> 01:56:01,855 여기에 뭐라고 적혀 있지? 1131 01:56:03,257 --> 01:56:07,189 - 30구경 06... - 30구경 06 모델, 맞아 1132 01:56:07,424 --> 01:56:09,589 FMJ라고도 쓰여 있지 1133 01:56:11,357 --> 01:56:13,222 그런데 열어 보면 1134 01:56:15,557 --> 01:56:17,822 이번에는 제대로 가져와 1135 01:56:17,923 --> 01:56:21,389 풀 메탈 재킷인지 확인하란 말이야 1136 01:56:21,756 --> 01:56:25,722 껍데기에 적힌 대로 들어 있는 걸 달라는 게 1137 01:56:25,823 --> 01:56:27,655 그렇게 과한 요구야? 1138 01:56:28,656 --> 01:56:32,588 저도 보여요 말씀하신 대로네요 1139 01:56:33,190 --> 01:56:37,489 상자 라벨이랑 내용물이 안 맞아요 1140 01:56:37,589 --> 01:56:39,922 - 바로 그거야 - 하지만 1141 01:56:40,057 --> 01:56:44,423 이것만 봐서는 제가 알 도리가... 1142 01:56:45,589 --> 01:56:50,089 저희 가게에서 사신 물건이 맞는지 1143 01:56:51,524 --> 01:56:53,722 내 장비는 늘 여기서 사 1144 01:56:54,690 --> 01:56:56,089 20년 단골이지 1145 01:56:56,756 --> 01:57:00,722 격주로 오다시피 드나들잖아 1146 01:57:01,257 --> 01:57:02,423 왜 이래, 알? 1147 01:57:04,023 --> 01:57:05,922 영수증 좀 보여 주세요 1148 01:57:06,590 --> 01:57:08,089 - 영수증? - 네 1149 01:57:08,190 --> 01:57:09,823 영수증 따위 없어 1150 01:57:09,923 --> 01:57:12,156 애초에 주기는 했나? 1151 01:57:12,256 --> 01:57:14,089 나 바쁜 사람이야! 1152 01:57:14,190 --> 01:57:15,989 그럼 새로 사지 1153 01:57:16,556 --> 01:57:19,089 확실히 FMJ탄이어야 해 1154 01:57:22,157 --> 01:57:26,722 좋아요, 그렇다면 신분증부터 보여 주세요 1155 01:57:27,424 --> 01:57:28,589 이러지 마, 알 1156 01:57:28,690 --> 01:57:32,722 어쩔 수 없어요 법이 정한 일이라 1157 01:57:32,890 --> 01:57:35,823 - 이러면 어때? - 의심은 아닌데 1158 01:57:35,923 --> 01:57:37,990 FMJ탄 한 개만 줘 1159 01:57:38,090 --> 01:57:40,855 그래도 신분증을 1160 01:57:42,823 --> 01:57:45,323 한 발로... 뭐 하시게요? 1161 01:57:45,424 --> 01:57:48,057 - 알 바 아니잖아 - 그렇죠 1162 01:57:48,157 --> 01:57:52,256 멍청한 질문 안 해서 여기서 거래한 거야 1163 01:57:52,390 --> 01:57:53,589 죄송해요, 잭 1164 01:57:54,590 --> 01:57:55,989 죄송해요 1165 01:57:56,324 --> 01:58:01,324 가게 문 닫고 집에나 가 오늘 제정신이 아니군 1166 01:58:01,424 --> 01:58:02,755 죄송해요 1167 01:58:09,990 --> 01:58:11,423 좆 까, 알! 1168 01:58:53,556 --> 01:58:58,423 알이 완전히 맛이 갔어요 FMJ탄 한 통 줘요 1169 01:58:59,857 --> 01:59:02,256 어제 경찰이 왔었어 1170 01:59:02,656 --> 01:59:06,356 알에게 갔다가 나를 찾아왔더군 1171 01:59:06,756 --> 01:59:10,522 너를 잡는다고 경광등을 울려 댔지 1172 01:59:11,923 --> 01:59:14,422 이제 다 끝났어, 잭 1173 01:59:16,490 --> 01:59:17,856 뭐가 끝나요? 1174 01:59:19,390 --> 01:59:21,755 네가 한 짓을 경찰이 알아 1175 01:59:26,990 --> 01:59:29,256 내가 뭘 했는데요? 1176 01:59:29,590 --> 01:59:31,056 강도질 1177 01:59:32,690 --> 01:59:36,223 강도라뇨? 정신 좀 차려야겠네요 1178 01:59:36,857 --> 01:59:41,156 난 강도질한 적 없어요 별 헛소리를 다 듣네 1179 01:59:43,257 --> 01:59:46,388 경찰을 부를 거야, 잭 1180 01:59:47,890 --> 01:59:49,422 총 이리 줘 1181 01:59:51,324 --> 01:59:53,589 나는 총 안 갖고 다녀요 1182 01:59:53,757 --> 01:59:56,422 나 참 말도 안 돼 1183 01:59:56,523 --> 01:59:58,356 일단 앉아, 잭 1184 02:00:11,757 --> 02:00:13,589 나, SP요 1185 02:00:15,356 --> 02:00:17,589 롭을 바꿔 주시오 1186 02:00:22,890 --> 02:00:26,589 연락되면 바로 이리 오라고 전해요 1187 02:00:28,590 --> 02:00:30,722 잭을 잡았으니까 1188 02:00:38,823 --> 02:00:41,089 당신한테 잡혀서 기뻐요 1189 02:00:45,590 --> 02:00:47,722 모르고 있을 것 같지만 1190 02:00:49,556 --> 02:00:52,156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1191 02:00:55,823 --> 02:00:58,756 당신한테는 의미 없을지 몰라도 1192 02:00:59,990 --> 02:01:03,422 나한테 SP는 중요한 사람이에요 1193 02:01:07,590 --> 02:01:10,689 끝났다고 생각하니 마음 편하네요 1194 02:01:17,490 --> 02:01:19,422 과거의 날 구원하고 1195 02:01:19,990 --> 02:01:24,922 남의 물건 훔치지 않게 영향 준 사람이 있었는데 1196 02:01:26,257 --> 02:01:29,756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어요 1197 02:01:31,057 --> 02:01:32,756 그 큰 사슴 기억해요? 1198 02:01:33,923 --> 02:01:37,156 내가 나흘 공들인 걸 SP가 잡았죠 1199 02:01:40,657 --> 02:01:43,589 놈이 내 구역에 들어왔잖아 1200 02:01:43,690 --> 02:01:45,589 누가 뭐랬어요? 1201 02:01:45,857 --> 02:01:47,989 당신은 늘 명사수였죠 1202 02:01:49,224 --> 02:01:53,389 그러니까 총구라도 저리 치워 줄래요? 1203 02:01:54,157 --> 02:01:56,389 마음이 좀 안 좋네요 1204 02:01:58,723 --> 02:02:00,722 아무 데도 안 갈게요 1205 02:02:02,024 --> 02:02:04,489 나라는 놈 알잖아요 SP 1206 02:02:09,890 --> 02:02:10,989 그래 1207 02:02:12,423 --> 02:02:13,989 너를 알지 1208 02:02:17,224 --> 02:02:20,222 나한테 거짓말한 적은 없어 1209 02:02:20,523 --> 02:02:21,589 그럼요 1210 02:02:31,590 --> 02:02:35,355 네가 도망쳐 봐야 나만큼 빠르겠나? 1211 02:02:36,923 --> 02:02:39,255 문도 못 열고 죽을걸 1212 02:02:45,323 --> 02:02:46,889 내가 무슨 짓을 1213 02:04:23,757 --> 02:04:25,923 놈을 잡았군 SP 1214 02:04:27,924 --> 02:04:29,222 이제 내가 맡지 1215 02:05:10,256 --> 02:05:11,923 이거면 되겠어? 1216 02:05:13,723 --> 02:05:16,255 풀 메탈 재킷 탄이 맞지? 1217 02:05:18,912 --> 02:05:20,155 네 1218 02:05:20,437 --> 02:05:24,689 풀 메탈 재킷 소총탄이 맞습니다 1219 02:05:26,090 --> 02:05:28,156 제발 이러지 마세요 1220 02:05:28,256 --> 02:05:31,023 - 됐어 - 제발 살려 주세요 1221 02:06:21,223 --> 02:06:22,255 안 되잖아 1222 02:06:23,657 --> 02:06:25,089 초점이 안 맞아 1223 02:06:25,824 --> 02:06:27,255 너무 가깝군 1224 02:08:32,390 --> 02:08:33,689 완벽해 1225 02:08:40,205 --> 02:08:41,389 잭 1226 02:08:49,539 --> 02:08:50,723 잭 1227 02:09:11,690 --> 02:09:15,189 - 누구지? - 버지라고 부르게 1228 02:09:21,724 --> 02:09:23,723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1229 02:09:26,557 --> 02:09:27,922 목적이 뭐야? 1230 02:09:28,757 --> 02:09:31,656 날 부른 건 자네 같아 보이는데 1231 02:09:39,923 --> 02:09:43,756 몰랐겠지만 한동안 자네와 함께했다네 1232 02:10:00,056 --> 02:10:03,589 그래서 나를 막으러 오셨나? 1233 02:10:05,823 --> 02:10:11,389 아무것도 막을 생각 없네 질문이 하나 있을 뿐이야 1234 02:10:13,756 --> 02:10:15,422 무슨 질문이지? 1235 02:10:16,257 --> 02:10:19,855 집을 짓는 일은 어떻게 된 건가? 1236 02:10:22,056 --> 02:10:25,055 집을 지으려던 것 아니었나? 1237 02:10:33,524 --> 02:10:34,589 맞아 1238 02:10:38,856 --> 02:10:40,489 그게, 나도 1239 02:10:44,756 --> 02:10:45,922 노력했지 1240 02:10:47,223 --> 02:10:49,022 하지만 잘 안 풀렸어 1241 02:11:05,090 --> 02:11:09,722 경찰이다, 잘 보이도록 손을 들고 밖으로 나와라 1242 02:11:14,856 --> 02:11:18,656 그 집의 완성은 보기 어려울 것 같군 1243 02:11:18,756 --> 02:11:20,922 다른 집은 어떤가? 1244 02:11:24,223 --> 02:11:28,922 기술공이니 생각해 보게 건축가라고도 했잖나 1245 02:11:36,190 --> 02:11:41,089 자재에 관해 흥미로운 이론을 갖고 있다면서? 1246 02:11:41,756 --> 02:11:44,755 자재마다 고유한 의지가 있다고? 1247 02:11:45,257 --> 02:11:47,356 자네만의 자재를 찾게 1248 02:11:48,223 --> 02:11:50,189 자재의 의지에 맡겨 1249 02:12:43,590 --> 02:12:46,089 작고 멋진 집이군, 잭 1250 02:12:49,390 --> 02:12:51,423 분명 쓸모가 있겠어 1251 02:13:09,257 --> 02:13:11,022 들어오겠나, 잭? 1252 02:13:46,390 --> 02:13:52,523 에필로그: 하강 1253 02:13:59,157 --> 02:14:00,655 난 여기 있네 1254 02:14:01,823 --> 02:14:02,989 잭 1255 02:14:10,923 --> 02:14:12,755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1256 02:14:13,223 --> 02:14:15,889 답해 주겠다고는 약속 못 하네 1257 02:14:17,057 --> 02:14:20,256 바로 그게 제가 궁금한 점입니다 1258 02:14:21,523 --> 02:14:24,189 가는 동안 저와 대화하셔도 되나요? 1259 02:14:25,257 --> 02:14:27,655 규칙이 있을 것 같은데요 1260 02:14:28,590 --> 02:14:29,922 이리 답하면 어떤가 1261 02:14:30,023 --> 02:14:33,755 끝까지 한마디도 않는 객은 극히 드물다네 1262 02:14:33,890 --> 02:14:36,157 이 여정에 오른 인간들은 1263 02:14:36,257 --> 02:14:39,522 기이하고 난데없는 고해 욕구를 느끼지 1264 02:14:39,690 --> 02:14:44,589 늘 수사학적 가치가 있는 얘기라고는 못 하지만 1265 02:14:45,090 --> 02:14:46,790 허심탄회하게 말이나 해 보게 1266 02:14:46,890 --> 02:14:51,856 다만 자네의 이야기만이 남다를 거란 착각은 말게 1267 02:16:29,923 --> 02:16:33,022 - 저 소리 들리세요? - 들리지 1268 02:16:33,890 --> 02:16:37,922 소리의 진원지는 알고 싶지 않을 걸세 1269 02:16:41,556 --> 02:16:43,722 저는 전부 알고 싶습니다 1270 02:16:44,857 --> 02:16:49,856 수천 년에 걸쳐 인간은 지옥의 위치를 알려 했지 1271 02:16:50,257 --> 02:16:54,756 개중에는 지옥의 소리를 추적하는 방식도 있었네 1272 02:16:55,324 --> 02:16:59,990 하지만 비명과 곡성을 추적해서는 헛수고야 1273 02:17:00,090 --> 02:17:06,056 무수한 인간들이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가 섞이면 1274 02:17:07,390 --> 02:17:09,822 지금 이 소음이 되거든 1275 02:17:09,923 --> 02:17:13,823 윙윙거리는 소음이 점점 강렬해지는 건 1276 02:17:13,923 --> 02:17:18,223 고통받는 영혼에 다가가고 있다는 뜻이지 1277 02:18:50,024 --> 02:18:51,089 버지 씨? 1278 02:18:51,490 --> 02:18:53,422 나 여기 있네, 잭 1279 02:19:03,890 --> 02:19:06,156 몸이 안 좋습니다 1280 02:19:09,823 --> 02:19:12,322 입에서 신맛이 나요 1281 02:19:13,090 --> 02:19:16,756 위스키 마실 술집이라도 알려 달라는 건가? 1282 02:20:56,657 --> 02:20:59,422 저기가 천국의 들판이라네 1283 02:21:02,890 --> 02:21:05,255 여기서는 갈 수가 없지 1284 02:23:07,090 --> 02:23:10,923 지옥의 최하층까지 내려가는 용암이네 1285 02:23:18,056 --> 02:23:21,489 자네가 갈 곳은 여기가 아니야 1286 02:23:22,757 --> 02:23:25,856 영 말이 안 되는 소리 같지만 1287 02:23:26,256 --> 02:23:29,155 여기보다는 두 층 위라네 1288 02:23:36,323 --> 02:23:39,823 여기에 데려온 건 내 나름의 호의였어 1289 02:23:40,490 --> 02:23:45,556 어쨌든 자네 얘기 덕에 무료함을 달래기도 했고 1290 02:23:45,657 --> 02:23:48,656 자네의 호기심도 이해하니까 1291 02:24:05,423 --> 02:24:09,389 볼 만큼 다 봤으면 이제 돌아가세 1292 02:24:13,857 --> 02:24:15,922 저 계단은 뭡니까? 1293 02:24:16,990 --> 02:24:18,856 반대편의 계단요 1294 02:24:20,590 --> 02:24:25,255 지옥을 벗어나서 위로 올라가는 길이지 1295 02:24:27,824 --> 02:24:30,689 보다시피 한때는 다리가 있었네 1296 02:24:31,357 --> 02:24:33,756 내가 오기도 전이었지 1297 02:24:42,156 --> 02:24:46,155 벽을 타고 돌아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1298 02:24:49,690 --> 02:24:51,089 이렇게 돌아서 1299 02:24:52,423 --> 02:24:54,823 다리 반대편으로요 1300 02:24:56,657 --> 02:25:00,422 시도한 자들은 많지만 분명히 말해서 1301 02:25:01,423 --> 02:25:03,989 성공한 경우는 없었네 1302 02:25:13,757 --> 02:25:15,922 권하고 싶지는 않아 1303 02:25:16,523 --> 02:25:20,422 하지만 선택은 온전히 자네 몫이네 1304 02:25:29,090 --> 02:25:30,556 도박을 해 보죠 1305 02:25:47,390 --> 02:25:48,922 잘 가게, 잭 1306 02:25:50,156 --> 02:25:51,589 가십시오 버지 씨 1307 02:32:22,857 --> 02:32:25,823 자막/ 서영지 번역/ 박효정 1308 02:32:25,923 --> 02:32:28,922 자막제작 스튜디오210 1309 02:32:29,057 --> 02:32:32,056 자막제공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