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의매생활 04

이쪽, 이쪽!

얼른, 얼른!

 

기다려~

 

얼른 와!

 

의붓 여동생이라는 존재는

 
표현의 차이일 뿐, 타인이다

[7월 16일(목요일)]
표현의 차이일 뿐, 타인이다

[7월 16일(목요일)]
 

 

부모끼리의 갑작스런 재혼

 

그로 인해 생긴 남매 관계는

유전자가 주장하는 친근감은
느껴지지 않고

서로 쌓아온 세월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당연한 거겠지

 

단지

아버지와 아키코 씨가 결혼하고서

아키코 씨의 딸까지 포함해서

4인 가족의 삶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이…
의붓 여동생이라는 타인이

매우 미묘한 포지션에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룸셰어하고 있을 뿐인 타인

―이라는 말로만
치부할 순 없는 존재가 아닐까?

 

하지만

그럼 어떤 존재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다녀왔어
아야세 씨

 

나한테 현대 문학을 가르쳐 줘

 

뭐?

 


sub by 별명따위
지금 눈을 뜨고서, 이것 봐


sub by 별명따위
다시 만났어


sub by 별명따위
도시의 호흡이 오늘도

다시 움직이고 있어

그때 꿨던 꿈의 다음이라면

아직 남아 있어

확인하러 가 보자

 

너는 미소를 띄우며 문을 열어주었어

 
교차할 일이 없었던 두 세계

(보여?)
교차할 일이 없었던 두 세계

(보여?)
겹쳐진다면

 
겹쳐진다면

 

멈추지 않는 나날의 노래를

서로 나누며, 함께 기뻐하며

눈물은 닦으면 되니까

말이 좀 부족해도 괜찮아

지키고 싶어

망가뜨리고 싶지 않은 것

천사들의 노래

전해질 거야

미래까지

 

sub by 별명따위

[아사무라 아야세]
 

 

몇 점이었어?

38점…

그거 참 강렬한 점수네

 

 
왠지 모르게 이렇게 될 것 같은 예감은 들었어

제4화 「경과 대책」
왠지 모르게 이렇게 될 것 같은 예감은 들었어

제4화 「경과 대책」
원래부터 어려워했던 과목이라

분명 이번에도
점수가 잘 안 나오겠지 싶었어

 

다른 교과목은 고득점이었는데

 

등장인물의 마음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왠지 의외 같아

아야세 씨는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타입으로 보였는데

 

그렇게 보여?

적어도 나를 대할 때에는

내 스탠스를 파악하고서
타협해 주려 하고 있어

 

반대야
아사무라 군

반대?

 

남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서로 타협이 필요한 거야

 

그건 그러네

 

하지만 솔직히

이번 결과는 좀 위험할지도…

재시험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여름 방학에 보강을 받아야 한대

 

피하고 싶은 전개네

 

여름 방학에 들어서면
평범하게 알바를 하려고 생각해서

 

미안, 내가 고액 알바를
찾지 못해서

아, 아니

아사무라 군을
탓하는 게 아니라

나도 너무 뻔뻔했다고 생각하고서
반성하고 있어

 

현대 문학 공부

나라도 괜찮다면
협력하도록 할게

 

고마워

 

음…

 

첫 논문 문제는
문제없는 거 아니야?

 

하지만 소설 문제 뒤부터는
공란들이 눈에 띄어

이거, 소설에서 고전하다가
시간이 부족해지는 패턴이 맞아?

마치 보고 온 것처럼 말하네

완전히 틀렸어?

 

정확해

그래서 아픈 데를 찔린 것 같아서
조금 안 기분이 안 좋아졌어

 

미안, 너무 눈치없었을까?

용서했어

그리고 진심으로
가르쳐 주려고 하는 거니까

아픈 데를 서슴없이
짚고 들어온 건데

생각지도 못하게
뚱해져서 미안

 

피차 잘못한 거라고 치자

 

그래서, 특히 아야세 씨가
고전했던 건 이 「산시로」지?

나츠메 소세키의 「산시로」는
자유연애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라서

당시의 사람들보다 현대 사람들이
더 이해하기 쉬운 부분도 있을 거야

그런 거야?
어느 부분이?

반대로 아야세 씨가 어느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항목별로 짚어주는 게 빠를 것 같아

그러니까…

산시로가 생각하는 것

미네코가 생각하는 것

그리고 둘 다 행동의 의미를
전혀 모르겠어

그러니까…

산시로가 미네코에게
반했다는 건 이해하지?

그런 거야?

 

반했다는 건…

그러니까 연애적인 의미로
좋아한다는 거지?

맞아

히로인에게 다른 남자가
접근했을 때의 질투심 같은 거…

쉽게 이해되지 않아?

 

질투…

그는 미네코가 다른 남자와
대화하는 걸 싫어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본인에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진 않았지?

싫다면 그렇다고
주장하면 될 텐데

 

뭐…

좋아하는 상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심리적으로 난이도가 높지 않을까?

 

진심을 숨기고서
말로 표현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그럼 진심을 말하지 못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

첫사랑 상대를 향한 마음이라거나

첫사랑 상대를 향한 마음?

연애감정에 마음이 흐트러져서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했던 경험 없어?

없어

연애 경험 같은 건
전혀 없으니까

그렇구나

 

아사무라 군은 있어?

 

듣고 보니 없을지도

 

흐응, 없구나

 

- 안 돼?
- 딱히

그냥 똑같이 연애 미경험이라고 한다면

현대 문학의 점수와는
상관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만할 것 같아서

 

그러게

 

그럼 감정이입하면서
푸는 건 그만두자

 

감정을 읽지 못하는 건 읽지 못한다고
딱 잘라 생각하고서

찍어서 풀기 작전?

그런 게 아니라

예를 들면, 수식에 대입하는 퍼즐처럼

퍼즐?

아야세 씨, 역사는 고득점이었지?

응, 뭐…
암기하면 되니까

맞아, 그거

현대 문학은 작품과,
그것이 쓰여진 시대 배경을 외워두면

의외로 무엇이 쓰여 있는지
파악하기 쉬워

 

역사를 잘한다면 그 지식을
토대로 풀어본다면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러게

그러는 편이 더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아

우선 연습해 보자

출제되는 패턴은
몇 가지밖에 없으니까

아마도 당일까지는
대응할 수 있을 거야

 

재시험…
합격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어
아야세 씨라면

 

응, 열심히 해 볼게

 

 

응, 마지막 문제도 정답
굉장하네

 

역시 아야세 씨

이걸로 주제가 될 만한
소설을 마스터하면

재시험은 더 이상 무섭지 않을 거야

 

고마워

가르치는 거 정말 잘하더라

아, 그렇지 않아

 

지금 웃었어?

 

글쎄, 잘 모르겠어

 

「산시로」
나츠메 소세키

 

[7월 17일(금요일)]
 

 

안녕, 아야세 씨

안녕, 아사무라 군

아, 오늘 아침은 괜찮아

대충 토스트라도 구워서 먹을 테니까

 

에, 왜?

공부에 집중하고 싶잖아?

 

그치만 약속인데…

 

아사무라 선생님 입장으로서는

재시험을 합격해 주길 바라니까

공부에 집중해 주는 편이
더 기쁠 것 같아

고마워

 

그러도록 할게

별말씀을

하지만 이건 빚이 아니야

응, 알겠어

 

그럼 주스 살 테니까
1,000엔 줄래?

뭐?

 

오빠!

 

뭐야, 나라사카 씨였구나

킁킁~

오늘도 아사무라 집안의
냄새가 나는걸~

 

잠깐, 나라사카 씨
가까운데

나하고 오빠 사이잖아~

그러니까 학교에서
그렇게 부르는 건 좀…

이런 건 평범한
스킨십 같은 거야, 오라방~

안 그래, 오빠 군?

빠야, 빠야~

오라버니!

그 폭 넓은 호칭은 뭐야…

어떤 호칭이 가장
와닿을까 싶어서~

 

오늘도 기운차네

 

시험이 끝났으니까~

참았던 만큼 단숨에
마구 발산해 버려야지~

그러는 걸 보니
재시험은 없는 거야?

없지, 없지~

낙제점을 받은 적이 없는걸

나, 9 교과목 총합
808점이야!

워뗘~!

헤에, 800…

엑!?

아, 방금 놀란 거지?

의외라고 생각했지?

죄송합니다…
솔직히 그 말씀대로입니다

너무하네~

이래 봬도 학년 상위라구?

고등학교에서는 평균 점수
90점 근처를 계속 유지 중이니까!

 

질문이요!

그런 우수한 나라사카 씨한테
가르쳐 주었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으음? 뭔가?
말해 보게나

 

호오~

사키를 위해서 학습 효율을
올릴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에서 왠지 다른 속내가
느껴지는 것 같은데

아니, 아니
좋은 오빠구나 싶어서

 

공부를 가르쳐 주긴 했지만
아야세 씨는 머리도 좋으니까

하는 방법만 익힌다면
내가 도와줄 건 없을 것 같아서

아… 사키는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래서 그밖에 무언가
힘이 되어 줄 만한 게 없을까 싶어서

 

그렇구나

 

하지만 나, 특별한 건
아무것도 안 해

으음…

작업용 BGM을
듣는 정도려나?

그거 좋을지도!

나라사카 씨가 추천하는 장르는?

없어~

 

앱에서 추천해 주는 걸
대충 듣는 것뿐이야

내가 찾아보는 건 귀찮은걸!

아, 그래…?

 

그건 그렇고 아사무라 군
정말 멋진 오빠잖아

당당히 가슴을 펴면 좋은데

이 정도 가지고 좋은 오빠인 척 하는 건 좀…

나는 남동생한테 밥을 해 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누나인 척을 해대는 걸?

남동생이 있구나

있지, 있지~

엄청 많지~

대가족이구나

응, 100명 정도?

뭐?

거짓말, 거짓말~
상식적인 숫자야

 

결국 몇 명이야?

 

우울해 보이네
후배 군

 

그야 주말에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골치 아픈 손님들도 늘어나니까요

얘가, 얘가!

너란 애는 손님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평소에 요미우리 선배가
이런 말을 더 많이 하지 않아요?

모르겠는데요~

 

 

수고하세요~

- 수고하셨습니다

 

정말로 다른 사람들한테는
보여주지 않네요

그 본성

대학에서 다들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지쳤으니까

 

후배 군만이 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거야

이상한 표현은 하지 마세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한 것뿐인데!

 

먼저 가보겠습니다…

 

녹으셨네요

그야 녹지!

가게 안의 인구 밀도가
너무 높아서

에어컨을 켠 건지도
모를 정도였고

무거운 책을 들고서
숙이고, 일어서고를 반복해서

허리에선 비명을 질러대고 있고…

호들갑은…

이제 나이도 지긋해서
근육통은 이틀 늦게 찾아오고

어깨 결리는 건 심하지,
심장도 빨리 뛰고, 숨도 차지

후배 군이 간호해 줬으면 하는구먼~

돌아갑니다

흑흑흑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고
나를 버리는 거구나?

내게 좀 더 상냥하게 대해줘!

지금부터 쓸쓸한
아싸밥을 먹을 예정인데

귀여운 여동생과의
체험담이라도 들려줘!

 

여동생과의 체험담은 아니지만

대신 제 상담 좀 해 주실래요?

오, 그건 그거대로 흥미로워 보이네!

 

흐응~

여동생을 위해서
학습 효율 향상을… 말이지?

 

후배 군은 지금 작업용 BGM이라는
돌파구로 조사해 보고 있구나

특정 장르라거나 와닿는 BGM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요

흠, 흠
그렇구나

그럼 추천할 만한 게 있을지도!

그러니까~
어느 거였지?

아,찾았다

나도 공부에 쉽게 집중할 수 있는
음악이 있었으면 해서

여러모로 찾아봤었어

헤에

자, 후배 군

 

좋은 음질로 확인하고 싶잖아?

 

아, 네…
그렇네요

 

그럼 재생한다?

 

 

[시부야 센터]

 

굉장히 좋아

공부용 BGM으로 시험 삼아
들어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

고마워

그런데 이런 걸
용케 알고 있었네

실은 나도 처음 들어 봤어

알바처 선배가 가르쳐 줬어

아, 그 사람이지?

미인에 박식한 언니

아… 응

괜찮은 정보는 대부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몰라

 

사이가 좋구나

시간이 겹치는 일이 많으니까

 

아야세 씨?

 

아… 아니

음악에 잠깐 빠져 있었던 것뿐이야

그렇구나

 

그 선배, 음악 센스도 좋구나

 

하지만 정작 그 본인의
성격은 천연이라고 해야 할지

유머러스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단 말이지

 

어찌 됐든 재미있어 보이는 분이네

뭐, 그건 보장할게

 

아사무라 군?

 

나, 정말…

아야세 씨한테
받기만 하고 있으니까

 

이런 것밖에 해 줄 수가 없지만
조금이라도 갚아주고 싶어서

 

고마워

오늘 밤부터 들어보면서 해 볼게

 

 

아, 그대로 둬도 괜찮아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까

 

응, 고마워

 

잘 자, 아사무라 군

 

응, 잘 자
아야세 씨

 

어딘가의 누군가였다면

추억조차도 잊혀질 정도였을 거야

지나치는 행인이었다면

약속도 나누지 않아도 됐었을 거야

 

쓰다 말았던 말들과 함께

밤 속으로 빨려들어가며

갈 곳을 잃어버리는 초승달

얇은 문 너머에서

멀리, 저 멀리에서 네가 불렀어

변함없는 목소리로

변함없는 눈동자로

 

아아,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전혀 그런 생각은 없으니까

새삼스레 쏟아진 물방울

나를 타이르며

몰래 내일을 향해 노를 저어

조금씩, 조금씩
괜찮겠지?

 

제5화 「레이트쇼와 진심인 석」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