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横道世之介, A Story of Yonosuke, Yokomichi yonosuke, 2013)

sub2smi by  Michael Archangel

 

〈1987년 도쿄〉

 

〈신주쿠 역〉

 

3월에 태어난 고양이가
울고 있어~~

 

아침부터 밤까지~~

 

나쁜 맘을 먹었었구나~~

 

버려진 고양이와
룸메이트~~

 

창문에서 떨어져도 몰라~~

 

몇 번을 말하게 해~~
야옹, 야옹~~

 

창문 너머엔 벚꽃 나무
놀고 싶구나~~

 

한번 드셔보세요
새로 출시된 껌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

 

청량감을 주는
키스민트입니다

 

새로 출시된 껌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

 

〈요노스케 이야기〉

 

〈제발 알람 좀 꺼! 시끄러워!〉

 

아... 저기...

 

- 이사 온 거야?
-...이사요?

 

아, 이사요...
오늘 나가사키에서 이사 왔어요

 

아, 그렇구나
벌써 입학철이네

 

205호 코구레야

 

저는 요코미치 요노스케입니다

 

본명이야?

 

네, 일단은요

 

드문 이름이네

 

- 나가사키엔 흔한 이름이야?
- 그렇진 않아요

 

저기, 이 집 알람은
계속 울리는 건가요?

 

그렇다니까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죽은 걸지도 모르지

 

- 역시 도쿄에선 그런 일이 흔하게...
- 없어!

 

절대 안 일어나!!

 

앗, 위험해!
내 소고기가!!

 

내 소고기...

 

스튜 만들고 있었거든

 

- 먹고 싶어?
- 그럼, 잘 먹겠습니다

 

진심이야?

 

그럼, 안 먹겠습니다

 

어느 쪽이야

 

네?
아니, 저기

 

어느 쪽이냐고?!

 

아니, 그게...

 

〈호세이 대학 입학식〉

 

그 재능을 펼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됩니다

 

신입생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그런 자각과 노력이야말로
지금부터 미래에 있어

 

사회 진보를 위해 스스로의 역할을
다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게 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 자유와 진보를
교육방침으로...

 

지루하지 않아?

 

 

나 이상한 꿈 꿔서
지금 발기됐어

 

아...

 

미안, 미안
무슨 학부야?

 

경영학부인데요

 

어, 나도! 이름이 뭐야?
난 쿠라모치... 쿠라모치 잇페이

 

요코미치

 

요코미치?
아, 요코미치 뭐?

 

요코미치 요노스케

 

아, 오케이

 

죄송합니다
잠깐 지나갈게요

 

- 어이!
- 아...

 

요코미치는 여기가 1지망이었어?

 

아니,
와세다대에도 넣었는데 떨어졌어

 

어, 진짜? 나도
뭔가 통하는데

 

근데 난 말이야, 내년에 와세다로
한번 더 시험 보려고

 

뭐, 또 시험을 보려고?

 

응, 역시 인생은 길잖아

 

그런 거야?

 

응, 그러니까 말야
여기서 결정할 게 아니랄까

 

- 뭘?
- 그러니깐, 인생을...

 

아, 인생 말이구나

 

저기

 

저기

 

있잖아

 

이거 학생과에 내는 거지?

 

- 학생과에 내면 되는거냐고!
- 응

 

우편으로
보내도 된다고 들었어

 

- 우편?
- 응

 

아, 고마워

 

현역이야?

 

뭐? 아, 응

 

저기, 나는 아쿠츠 유이

 

 

요코미치 요노스케야

 

요노스케?

 

뭔가... 만담가 이름 같아

 

- 저기, 눈
- 눈?

 

세련됐다

 

고마워

 

저기, 요코미치 군 말이야...
끝나고 뭐 할거야?

 

서클을 좀 알아보려고

 

그럼 진지하게 찾을 거 아니면
나도 따라가도 돼?

 

- 응?
- 뭔가 혼자는 엄두가 안나서 말야

 

아, 응

 

정말?

 

대단하다

 

요노스케!
아! 요코미치, 여기야!

 

- 누구야?
- 아니, 그게...

 

- 친구야?
- 아니

 

- 잠깐 친구가 불러서요
- 또 봐

 

고마워, 엄청 물고 늘어져서

 

누구야? 무슨 학부?

 

아, 경영학부

 

똑같잖아

 

여기는...

 

쿠라모치야, 쿠라모치

 

우린 입학식 때 같이 있었어

 

그 어디였지?

 

- 치바 출신이지?
- 아니, 나가사키야

 

삼바 서클에서 들어와달라고
엄청 말하는 거 있지

 

- 들어가지 그래?
- 뭐? 절대 안 들어가

 

이름이 뭐야?

 

아쿠츠, 아쿠츠 유이

 

난 쿠라모치야

 

눈에 풀 같은 거 묻었어

 

눈에 풀 묻었다고

 

아, 이건 그런 메이크업이야

 

그 풀 바른 거 뭐야?

 

어이, 좀 그만하지

 

눈에 들러붙었어

 

끈질기네, 진짜
제발 그만 좀 해

 

뭐예요? 뭐 하는 거냐고요?!
실례잖아요

 

우리 첫 대면이잖아요

 

처음 본 사이라고요, 그렇죠?

 

내가 좀 까부는 버릇이 있어서

 

그게 튀어 나왔다고나 할까

 

아니, 저기
그러지마

 

아프다고
속눈썹 떨어져

 

- 아파
- 아파, 아파

 

시끄러워

 

싫어, 정말!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키요시 형 말이야
이런 책도 읽는 거야?

 

절망

 

뭐?

 

거기엔 타인의 절망이 쓰여있어

 

아, 그래?

 

타인의 절망에 익숙해져

 

정말 큰일이다...

 

숙모가 형 걱정했어

 

소설가는 모두 자살하니깐
그런 건 그만두래

 

오자와 군

 

자네 매스컴 연구회에 들어갔다며?

 

아, 네

 

좋아, 매스컴이란
제 3의 권력이라고 하니깐

 

아, 네

 

함께 세상을 바꾸자

 

아, 네

 

제 1이랑 2는 뭔데?

 

- 있지, 요노스케
- 응?

 

- 춤을 춰
- 뭐?

 

알겠어?

 

젊었을 땐 그냥 춤을 추는 거야
“왜 춤을 추지?”라고 생각하면 안돼

 

춤을 추는 사이에
점점 저쪽 세계로

 

가게 되니깐 말이야

 

저쪽이라니?

 

저쪽은 저쪽이지

 

오자와 군
자네는 알지?

 

네, 알아요

 

머지않아 너도 알게 될 거야

 

자, 어서! 오자와 군도!

 

요노스케도 춤 춰

 

됐어, 괜찮아
춤추고 있어

 

뭐?

 

춤추고 있어, 있다고

 

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삼바잖아

 

난 내년에 와세다에 가야 해
이럴 때가 아니라고

 

- 잘 어울리네, 요노스케
- 응? 고마워

 

너도 괜찮네

 

- 그렇지, 돌아
- 돌아요?

 

돌아봐

 

아니, 이렇게 말이야

 

그래, 그렇게

 

나 정말 이런 합숙은
오기 싫었다고

 

근데 유이가
꼭 가자고 꼬셔서

 

언제부터 이름 부르는
사이가 된 거야?

 

만난 날부터

 

앞으로 여자랑 만나면 그날 바로
이름 부르기로 고교 졸업식 때 결심했어

 

그럼 빨리 친해질 거 아냐

 

그런가?

 

고교 3년간 모든 여자애들을
‘~씨’라고 부른 반성이야

 

- 어이 1학년, 집합이야!
- 네!

 

삼바 추면서 와!

 

1학년, 마지막엔 불 꺼

 

 

이시다 선배 말야
키요데라 선배랑 사귀는 걸까?

 

아, 그런 거야?

 

저기 나 말야

 

뭐야 너?

 

키요데라 선배 좋아해?

 

아니야
이야기가 왜 그렇게 돼?

 

아, 아니야?

 

너 말야,
혹시 숫총각이야?

 

아니야

 

숫총각?

 

아니야

 

- 숫총각이지?
- 아니라고

 

- 뻥 치지마, 너 숫총각이야
- 숫총각 아니라니까

 

- 가게에서 뗐어?
- 웃기지마, 같은 반 애였어

 

이름이 뭔데? 뭔데?

 

별 상관없잖아

 

그러는 너는?

 

아니야, 숫총각 아니야

 

- 그게 얼마 전부터이긴 해도...
- 뭐?

 

샴푸 엄청 묻었잖아

 

아! 키요데라 선배는 아냐

 

알고 있어, 유이지?

 

어? 어떻게 알았어?

 

너랑 어울리는 여자애는
유이 밖에 없잖아

 

사귀는 거야?

 

아니, 사귄다고 할까
그게 애매해

 

- 그게 무슨 말이야?
- 뭐랄까...

 

- 우리 산업학 같이 듣잖아
- 어

 

- 아, 그 수업 재밌어?
- 아니, 진짜 재미없어

 

그러니까, 있잖아

 

처음 만난 날 이후로
서로 좀 어색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친해지려고
같이 차 마시자고 했지

 

그랬더니 걔가 거절을 하는 거야,
나도 엄청 화가 나는 거지

 

몇 번이고 끈질기게 마시자고 그랬지
그러다 같이 차를 마시게 됐어

 

근데 걔가 책장을 샀는데
혼자 조립을 못한다고 그러는 거야

 

그럼 나보고 조립해달라면
말이 되잖아?

 

- 아니, 그건 아닌 거 같은데
- 아냐, 그렇게 돼

 

그래서,
그 녀석 집에 가서

 

키스를 했지, 키스

 

- 뭐? 키스?
- 키스

 

손가락질 하지마

 

- 네 녀석, 중간 과정은 생략했지?
- 안 건너 뛰었어!

 

뭔가 매직컬했다고

 

- 아, 매직컬한 경험 없지?
- 응, 나야 모르지

 

뭔가 엄청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책장에서 키스로 이어지는

 

응, 지금 왔어

 

이제부터야

 

응?

 

알고 있어

 

토모요는?

 

그렇군

 

괜찮아

 

큰소리는 안 칠게

 

응, 그래 알았어

 

이쪽으로!

 

이쪽으로!

 

이쪽으로요
네, 가세요

 

감사합니다

 

이번에 이 녀석이 폐를
끼친 것 같네요

 

저기 죄송합니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저는 여기 점장 한다입니다

 

이 녀석이 중학교 졸업한 뒤부터
돌봐 주고 있어요

 

저기... 정말...
죄송했습니다

 

사과할거면 그렇게
늦게까지 데리고 다니지마

 

아, 그 날은 말이죠
이 녀석 생일이었는데요

 

잔업이 많아서
시간이 꽤 늦어져서요

 

그러니까 따님이 갑자기 찾아 와서
이 녀석도 당황하고요, 그치?

 

- 제 딸이 잘못했단 겁니까?
- 아뇨

 

- 이봐
- 네

 

토모요는 중학교 졸업하면
너랑 살 아파트를 찾겠다고 하던데

 

- 자네 몇 살이야?
- 18살입니다

 

그럼 이제부터가 시작이잖아

 

그런데 이런 데서 인생을 결정해서
어쩌려고 그래?

 

하지만...

 

토모요한테
무슨 얘길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나와 아내는
둘 다 대학생이었어

 

- 상황이 전혀 달라!
- 저기, 아버님

 

- 이 녀석도 바보는 아니니
- 저기, 당신은 조용히 해

 

저기 전 고등학교도
안 나왔지만요

 

하지만 여기서 돈을 모아서
언젠간 정비 공장을

 

그런 말이 아니잖아!
그건 상관없잖아!

 

아버님, 차라도...

 

아무튼 토모요는
아직 중학생이야, 알겠어?

 

이제부터 여러 가지
경험을 해야만 한다고

 

그 녀석에게 자기 인생을 생각할
시간을 줘, 응?

 

- 토모요는?
- 방에

 

- 밥은 먹었어?
- 뭐, 내일쯤이면 먹겠지

 

여기

 

- 밥 먹을래?
- 아냐, 됐어

 

- 오늘 말이야
- 응

 

- 일 때문에 이치가야에 간다고 했잖아
- 응

 

시간 여유가 좀 있어서
대학까지 걸어갔는데

 

학교 건물이 높은 빌딩으로
바뀌어서 깜짝 놀랐어

 

어, 나 그거 인터넷으로 봤어

 

 

있잖아
그걸 보는데, 뭔가 갑자기

 

- 요코미치 군이 생각났어
- 요코미치면...

 

- 요노스케?
- 응, 요노스케

 

전혀 못 만났네
잘 지내고 있으려나

 

그러고 보니 우리, 그 녀석 덕분에
만난 건데 말이야

 

뭐? 그런 거였어?!

 

있잖아, 삼바 서클에서 말이야
기요사토에 간 거 기억나?

 

응, 기억나

 

그때 나 그 녀석한테
너랑 있었던 일 얘기했어

 

- 목욕탕에서
- 뭐라고?

 

- 뭐야?!
- 뭐라 했더라

 

- 잊어버렸어
- 뭐야, 그게

 

- 학생이야?
- 네

 

- 한참 놀 때네
- 네

 

여기입니다

 

들어가시죠

 

어때?
적응 좀 했어?

 

그럭저럭이요

 

너 팁 많이 받았지?

 

주임한텐 말하지마
압수 당하니까

 

- 이시다 선배도 자주 받으세요?
- 가끔

 

근데 계속 받으면
진짜 일할 맘이 없어져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이봐!
- 뭐야, 늦었잖아!

 

- 뭐야, 그건?
- 응? 그거라니?

 

아, 이거?

 

마루이 백화점에서
10개월 할부로 구입했지

 

어서 오세요

 

- 커피요
- 알겠습니다

 

그것보다 여긴 뭐야?

 

아, 여기?

 

비교적 업계 애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야

 

업계? 무슨 업계?

 

모델이라든지
탤런트 지망생이라든지

 

달걀?

 

야, 그렇게 초조해하지마
부끄럽잖아

 

네가 더 부끄럽다

 

나 매스컴 연구부 들어갔다 그랬지?

 

지금도 선배랑 탤런트 사무소
돌아보고 왔어

 

그래서 지금은 소니 레코드에
막 갔다 왔어

 

매니저랑 이야기를 했는데

 

그 사람들이 우리 이벤트에 흥미가 있다는데
할 수 없었다니까

 

키노시타 선배는
지금 천하무적인 것 같아

 

야, 듣고 있어?

 

어라?

 

- 저 사람 분명히
- 분명히, 뭐?

 

아는 사이야?

 

아, 뭐 조금은

 

그래서 말야, 나 선배 권유로
댄스파티 서클을 시작하려고

 

응, 네 얘긴 됐어

 

저 사람 누구야?

 

그러니까 여러 사람이랑 만나는

 

파티 걸이라고 할까나

 

파티 걸이 뭐야?

 

그게, 남자들을 거느리면서

 

여러 파티에
얼굴을 내미는 거지

 

정체 불명의 사람들이야

 

- 남자를 거느린다고?
- 응

 

- 정체 불명?
- 응

 

이름은 카타세 치하루
그럭저럭 유명해

 

야, 얘는 제 동급생에 소꿉친구인

 

- 저기
- 요코미치

 

- 아, 네
- 너, 알바 안 할래?

 

- 예?
- 잠깐 얘 빌려도 돼?

 

- 네?
- 그럼 갈까?

 

 

뭐야, 가게?

 

가게 되었네

 

야, 가는 거야?

 

- 커피 나왔습니다
- 네?

 

뭐야?
왜 그래?

 

가끔은 서클에도 오라고
얼마 후에 퍼레이드야

 

- 퍼레이드? 무슨?
- 뭐기는 삼바지!

 

아, 삼바

 

삼바구나...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냐

 

아, 쿠라모치는?
요즘 전혀 안 보이던데?

 

그게 말이야
우리 집에서 절대 안 나오는 걸

 

왜?
침울해 해?

 

아니
그 반대 일 걸?

 

좋겠네, 쿠라모치는....

 

좋아하게 된 게
동급생이니까 편하잖아

 

뭐? 뭐야?

 

- 무슨 말이야?
- 듣고 싶어?

 

- 아, 아니, 길게 얘기할거지?
- 짧게 할 거야

 

난 다음 수업이 있어서
담에 봐

 

기다려, 야

 

- 야, 안녕 안녕
- 뭐야?

 

실은 좀...
이거 땜에 고민 중이라서...

 

- 점심 먹었어?
- 아니

 

그럼 밥이라도 같이 먹을래?
빌렸던 50엔 갚을게

 

미안, 저기
우리 처음 본 거 아냐?

 

뭐?

 

- 전에 학생식당에서 50엔 빌려줬잖아?
- 안 빌려줬는데

 

아니, 그, 내가 50엔 모자라니까
나에게 빌려주지...

 

- 않았어
- 그래?

 

그거 나 아니야

 

- 아, 그럼, 같이 밥 안 먹을래?
- 뭐?

 

이름이 뭐야?

 

- 뭐, 난 카토인데
- 그래? 난 요코미치

 

카토, 기다려봐! 기다려봐!
나 가방

 

갈까

 

그래서 언제 그 ‘새끼손가락’
이야기 할 거야?

 

- 새끼손가락?
- 응

 

새끼손가락 얘기 같은 거 한 적 없어

 

- 카토
- 응

 

- 내 이야기 제대로 들은 거야?
- 아니, 뭐 그다지

 

그러니까 말이야
그 치하루 씨가 말이야

 

“좋은 남자가 되어 있으렴”
이라고 했어

 

난 진심이었어

 

회사가 이렇게 된 이상

 

난 모든걸 버리고
치하루와 도망치고 싶어

 

물론 지금 당장은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어차피 불행해 질 거라면
난 너와 함께...

 

함께 있고 싶어

 

그만하세요
남동생 앞에서

 

여기랑 여기

 

도장

 

도장이요

 

고마워
덕분에 살았네

 

- 그냥 앉아 있기만 했는데요
- 아냐, 괜찮아

 

- 있어준 것 만으로
- 예

 

- 요코미치 군은 학생?
- 아, 네

 

- 아... 그리고 여기에서 일해요
- 뭐?

 

- 그래?
- 예

 

- 그럼 또 볼 수도 있겠네
- 아, 네!

 

그럼 그 때는
좀 더 좋은 남자가 되어 있으렴

 

좋은 남자요?

 

그래

 

내가 반할 만한 남자

 

저기, 나 너랑 친구도
뭣도 아니니까 말하는데

 

- 뭐? 우리 친구잖아?
- 어, 뭐...

 

그건 그렇다치고...

 

그런 BMW 타는 남자를
농락하는 여자라...

 

- 반할 가치도 없는 것 같은데
- 농락한 게 아니야

 

BMW 남자가 일방적으로
치하루 씨한테 반한 거야

 

- 너 면허는 있어?
- 아니

 

그런 이야긴
면허나 따고 나서 해

 

그럼 난 슬슬 갈게

 

그렇구나...

 

역시 면허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되나

 

- 저기 말이야
- 응?

 

너 진짜 면허 딸 맘 있어?

 

왜?

 

내가 말이야, 운전학원을 다니려는데
친구를 소개하면 할인이 돼

 

둘 다 5%야
크지?

 

우리 친구야?

 

친구잖아

 

친구구나...

 

넌 땀이 안 나네

 

만지지 마!
너 땀 묻히지마

 

- 뭐야?
- 뭐야?

 

아는 사이?

 

- 아... 어제 말 걸더라고
- 왜?

 

뭐 데이트 하자면서

 

- 설마, 말도 안 돼!
- 뭐가?

 

아, 친구도 부른다던데
너도 올래?

 

그러면, 더블 데이트?

 

뭐 사기 치려고
그러는 거 아냐?

 

없어, 없다고
그렇게 좋은 얘기는

 

필요 없으면 거절할게

 

왜! 왜 거절하는데!
싫다는 건 아냐

 

너 말이야, ‘새끼손가락’ 때문에
고민하는 거 아녔어?

 

곤란하구만

 

더블 데이트라

 

너 확실히 잘 해둬라
연락이나 약속장소 같은 거

 

어, 뭐 그럴 건데

 

난 여자애들한테
별로 흥미가 없어서

 

그런 폼나는 말
안 해도 된다고, 응?

 

- 오늘 너희 집에 갈게
- 뭐? 왜?

 

- 에어컨 있어?
- 있어

 

난 없어

 

- 내 알 바야? 비켜, 땀 젖어
- 너, 이게 뭐야

 

- 으악
- 바보냐, 무슨 으악이야

 

아, 저는 삼바 같은 거
하고 있어요

 

아, 그러시군요

 

저기
카토 씨는...

 

- 네?
- 카토 씨요

 

아, 네
카토요

 

어떤 분인가요?

 

어떤 사람?

 

그런 느낌이에요
줄곧

 

줄곧?

 

그건 어떤 느낌인가요?

 

뭐 그게...

 

제가 질문을 하면
뭔가 대답해주고

 

뭐 가끔은 걔가 질문을 하면
제가 대답하고

 

뭐 의견을 구하면
대답해준다 던지

 

이봐!

 

카토, 늦었잖아!
기다렸다고!

 

안녕하세요

 

- 어라, 다른 한 분은?
- 아, 곧 올 거예요

 

- 걘 항상 제시간에 딱 맞춰 와서
- 아, 그런가요

 

뭐야?

 

왔어요

 

고마워요

 

- 평안했지?
- 평안했지?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잘 지내셨습니까?
- 네

 

- 안 평안하면 어쩔 건데?
- 내 알 바냐

 

- 저 사람 아버지 아니지?
- 운전수잖아

 

- 정말 있구나
- 뭐가

 

소꿉친구인 요사노 쇼코예요

 

아, 안녕하세요
전 카토입니다

 

- 카토 님?
- 네

 

아, 저기
요코미치 요노스케입니다

 

좀!

 

멋진 이름이네요
‘요’자 돌림이네요

 

- 뭐, 그럼 갈까요?
- 네

 

실례합니다
4명인데요

 

죄송합니다
지금 많이 붐벼서요

 

각자 떨어져 앉으시면
바로 안내할 수 있는데요

 

어쩔래?
다른데 갈래요?

 

아, 전 따로 앉아도
괜찮아요

 

어쩔래요?

 

저 또한 괜찮습니다만

 

있지

 

저기 무츠미 말이야
카토를 많이 좋아하나 보네

 

무츠미는 잘생긴 분한테 약해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풀 토핑 버거 나왔습니다

 

저기, 쇼코의 아버지는
뭐 하시는 분이야?

 

어... 조금 설명하기
어려운데요

 

- 수상한 일 하셔?
- 아, 수상한 건 아닌데요

 

잔토 처리업자라
부르는 듯해요

 

잔토?

 

바다에 계속 흙을 버려서
메우는 거예요

 

언젠가 도쿄만을
메우는 게 꿈이시래요

 

도쿄만을 메워?
도쿄만에 뼈를 묻는 게 아니라?

 

그렇게 재밌는 말을 한 거야?

 

도쿄만에 뼈를 묻어요?

 

- 오늘 아버님께도 전해드릴게요
- 아냐, 아냐, 얘기하지마

 

그럼 나 진짜로
도쿄만에 묻힐걸

 

잠깐...

 

쇼코
쇼코

 

뭐 동아리는 가입했어?

 

네, 저기
시 모임 동아리요

 

시? 거짓말
난 삼바야

 

삼바요?

 

저기, 쇼코

 

쇼코

 

포크랑 나이프

 

어머

 

케첩

 

요노스케 씨

 

요노스케 씨

 

요노스케 씨 계세요?

 

다행이다, 계셔서

 

- 열어도 괜찮을까요?
-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아! 잠깐만!
잠깐 기다려

 

잠깐만 기다려

 

잠깐만...

 

평안하셨나요?

 

평안하셨어요

 

몇 번 전화를 드렸는데

 

항상 요노스케 씨가
안 계신 거 같아서요

 

어떻게 안거야?
우리 집

 

아, 카토 씨한테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아, 그렇구나

 

갑자기 웬일이야?

 

아, 맞다!
수영장 안 가실래요?

 

수영장? 언제?

 

- 지금 당장이죠, 당연히
- 에이, 그건 무리지

 

기분 좋아진다니까요

 

수영장이라

 

요노스케 씨

 

- 요노!
- 요노!

 

아, 오빠예요
배다른 오빠지만요

 

말해버렸네

 

오빠 카츠히코입니다

 

뭐, 배다른 오빠지만요

 

샴페인 드세요

 

프로슈토 드세요

 

- 자, 건배!
- 건배!

 

왜 네가 여기 있는 거야?!

 

아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뭔 일인지

 

정말 카츠히코 씨 여동생이랑
사귀는 거야?

 

- 그런 거예요?
- 모르지, 그렇게 들은 거니까

 

아니, 사귀는 거 아니에요

 

뭐 그거야
내가 상관할 바 아냐

 

그것보다

 

지난 번 일

 

절대로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 남동생인 척 한 거 말이죠?
- 응! 그니깐 그거!

 

대단해!
요노스케 씨!

 

수영 선수 같은
헤엄을 치는걸

 

요노스케 씨!

 

쇼코!
자!

 

요노스케 씨!

 

발 닿아

 

어라?

 

저 치하루 씨라는 분
오빠 애인이야?

 

네? 아닌데요

 

- 정말?
- 네, 근데 저 분은...

 

뭐?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요노스케 씨 수영
정말 멋져요

 

어떻게 그렇게 잘 하세요?

 

고향이 바다랑 가까워서인가

 

여름엔 매일 수영했으니깐

 

좋네요

 

저도 가보고 싶어요

 

좋은 곳이니까 오면 좋을 거야
아무것도 없긴 하지만

 

네, 그렇게 할게요
저 아직 큐슈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럼 꼭 와보는 게 좋아

 

- 그럼 정말 가도 되나요?
- 응

 

큐슈 고향집,
여름방학 때 가시죠?

 

아 뭐, 응
돌아가긴 하지

 

그러니까 그 때 저도 같이
놀러 가잔 말씀이신 거죠?

 

- 너 시끄러워
- 카토, 이거 봐

 

나 여기서 쓰러진다고

 

뭐야, 너

 

삼바 하는 거 부끄럽다 해놓곤
결국엔 퍼레이드 하고 싶었던 거네

 

그러니깐 보라고!

 

맞지?

 

응, 쓰러졌네

 

이때 내가
‘전 신경 쓰지 말고 가세요’라고 했나 봐

 

- 아... 그러냐
- 쉽사리 그런 말 못하는데

 

의식이 없었어
일사병으로

 

아, 맞다

 

- 너 내일 고향집 가지?
- 응

 

오늘도 우리집에 있을 거야?

 

응, 여기서 출발해서
여기로 돌아 올 거야, 괜찮지?

 

뭐 괜찮긴 한데...

 

근데 그 비디오 보는 거
이제 좀 그만하지?

 

삼바 리듬이 몸에 베이잖아

 

저기, 카토

 

- 카토!
- 또 뭐?!

 

- 치하루 씨 말인데
- 또 그 얘기야?

 

아니, 역시 그...
정부 같은 뭐 그런 건가?

 

오자와는 그런 것 같대

 

나 수박 먹으면 나갈게

 

어디 가?

 

산책

 

- 그럼 나도 갈래
- 안 와도 돼

 

갈거야

 

저기, 어디 가는 거야?

 

모기 있어
돌아가자!

 

아, 진짜!
넌 돌아 가도 된다니까!

 

근데 거긴 가도
공원밖에 없잖아

 

밤에 공원가면 엄청 양키들 많아서
엄청 무섭다고 들었어

 

있잖아

 

내가 전에 여자애들한테
흥미 없다 그랬지?

 

응? 그런 말 했었냐?

 

나 말이야

 

남자 쪽이 더 좋아

 

뭐?

 

알겠냐?

 

그 말은....

 

나한테 고백을...

 

안 해!
너 내 타입 아냐

 

뭐, 그러니까...

 

앞으로 만나기 불편하면
안 와도 괜찮아

 

뭐?

 

- 가면 곤란해?
- 곤란한 건 아닌데

 

넌 아무렇지도 않냐?

 

왜?

 

왜냐니 뭔 말이야?

 

그러니까 이 공원은

 

그런 장소야
나는 그...

 

그런 자극을 찾아서
여기 온 거고

 

- 그럼 내가 가면 곤란하잖아!
- 그래, 곤란하다고!

 

그럼 나...
여기서 기다릴게

 

- 그러니깐 그게 더 이상해!
- 괜찮아, 방해 안 할게

 

자, 다녀와

 

안 갈 거야?

 

시끄러워

 

너 뭐 하는 거야?

 

미안

 

고마워

 

너 진짜 지저분하게 먹는구나

 

큰 쪽

 

 

- 괜찮아?
- 괜찮아

 

- 왜 그래?
- 아니, 딱히

 

왜 그래
기분 나쁘게

 

뭐 대단한 일은
아닌데 말이야

 

뭔데?

 

오늘, 지나가는 사람이
엄청 땀을 흘리는데

 

뭔가 누굴 닮았다 싶었는데
계속 생각이 안 나는 거야

 

그게 지금 생각나서

 

- 정말 별 거 없네
- 그렇다고 했잖아

 

건배

 

- 수고했어
- 수고했어

 

대학 들어가자마자 바로
친해진 친구가 있었는데

 

아, 맞다
걔 착각해서 나한테 말 걸었어

 

뭐야?

 

- 너 걔한테 반했었어?
- 뭐?

 

요코미치한테?
설마

 

근데 걔 이름이 요노스케라고
농담 아니야

 

요코미치 요노스케
뭔가 들은 적 있는데

 

- 잡지같은 데서 본 거 같아
- 착각이겠지

 

이상한 놈이었는데
공주님같은 애한테 붙잡혀가지곤

 

왜?

 

아, 맞네
넌 그 녀석 모르는구나

 

당연하지

 

그렇구나

 

어라?
뭔가 득 본 기분이야

 

그건 또 뭔 말이야?

 

아니, 지금 생각하면

 

녀석이랑 만난 것 만으로도
뭔가 너보다 상당히 득 본 것 같아

 

별 일이네

 

- 네가 그런 식으로 사람 칭찬하다니
- 그래?

 

대학 다닐 때 재밌는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그랬잖아

 

그런 말을 했어?

 

그럼 있었던 거네

 

있었어, 있었어

 

재밌는 녀석이

 

아니, 그... 어랏?

 

- 뭐야?
- 미안

 

오, 키요시 아니냐?

 

학교는 어때?
열심히 해?

 

- 다녀왔습니다
- 여자애랑만 너무 놀면 안 좋아

 

열심히 공부 하라고

 

다녀왔습니다

 

늦었네

 

- 쇼코 씨, 벌써 와 있다고
- 어?

 

요노스케 씨

 

- 어서 오세요
- 어째서?

 

내일 오는 거 아녔어?

 

죄송해요, 오늘 갑자기 오게 돼서
몇 번 전화 드렸는데

 

너, 집에 없었다며?

 

삼바 추다가 쓰러졌다며?

 

뭐야, 그 표정은?

 

쇼코 씨는 요리 마이 하나벼?

 

마이 하나벼?

 

사투리 나왔네

 

- 파리 많이 날지?
- 아, 네

 

그거야 여기는 시골이니깐

 

- 파리 찍찍이는 알아?
- 아, 몰라요

 

도쿄엔 없나 봐?

 

만지면 안 돼!

 

왜?

 

여보
요노스케가 살 안쪘대!

 

아, 그래?

 

- 맛있을 거야
- 감사합니다

 

- 난 눈 감고도 치겠네
- 쇼코 쨩, 먹어 봐

 

- 고등어랑 전갱이야
- 네! 잘 먹겠습니다

 

이토는 칠 거야

 

당신, 이 사람 좋아했어?

 

내가 두 번째로
잘 한다 생각하는 애

 

쳤다

 

맞다니까!
내 예감이란

 

- 아버님, 한 잔 따를게요
- 고맙네

 

어떤 분께서 치신 건가요?

 

- 이토
- 이토 님

 

 

이토 님

 

이토 님!

 

귀엽구만

 

이토 님!

 

대단해요!

 

- 조심해
- 네

 

요노스케 씨

 

- 안녕히 주무세요
- 잘 자

 

- 내일 봬요
- 내일 봐

 

- 요노스케
- 응?

 

- 저 아이랑 결혼할거야?
- 뭐?

 

아주 멋진 아가씨야

 

아직 너무 젊은 때 아냐?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뭐야?

 

- 나도 모른다고
- 모를 리가 없잖아!

 

- 뭐? 그럼 어떤 사이야?
- 저 애는 누구야?

 

- 그냥 친구야
- 친구?

 

아마도...

 

어, 왔다!

 

야, 왔어 왔어
요노스케!

 

여기에 여기에

 

이것 좀 들어줄래?

 

뒤에 좀 봐줘

 

왼쪽 왼쪽

 

괜찮아, 오라고

 

왼쪽 왼쪽

 

왼쪽 왼쪽

 

죄송합니다

 

조심히 와

 

- 뒤에서 기다리세요
- 응

 

괜찮아, 오라고
괜찮다니깐!

 

죄송합니다

 

그냥 가 버렸어

 

돌아 올려나?

 

오겠지

 

- 여기!
- 여기!

 

뒤로 물러나

 

대체 뭐 하는 거냐?

 

최선을 다한 거라고

 

- 어이, 오랜만이야
- 오랜만이야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전 쿠리하라예요

 

평안하신가요?
요사노 쇼코라고 합니다

 

- 코이케입니다
- 코이케 씨요?

 

- 평안하신가요?
- 평안하신가요

 

감사해요

 

쇼코야

 

- 들었어
- 들었어

 

안녕하세요?

 

아, 쇼코 양
제 여자친구예요

 

어머, 평안하신가요?
요사노 쇼코라고 합니다

 

사쿠라, 지금 지로랑
사귀고 있어

 

응, 알고있어
오자와한테 들었어

 

- 아, 그래?
- 응

 

오랜만이야

 

가자

 

- 늦어서 미안
- 괜찮아 괜찮아

 

야, 뭐야?
쇼코랑 싸우기라도 했어?

 

- 왜?
- 그렇지만...

 

조수석에도 안 탔었고

 

조수석에 타면 어지럽대

 

오자와는 잘 지내?

 

뭔가 화려한 슈트 입고서
매스컴 연구회 같은 거 하고 있어

 

그 녀석 TV 아나운서 되고
싶다느니 그랬었잖아

 

- 농담이지?
- 아니, 진짜

 

아, 날씨 좋다

 

- 수영복 예쁘네
- 네?

 

여러분들도 예뻐요

 

그렇군 그렇군

 

아, 저기
있다 있다

 

요노스케 씨!
오래 기다리셨죠?

 

자, 얼른!

 

죄송해요!

 

쇼코는 날아올랐다고

 

- 날아올랐지
- 날아올랐어

 

- 누구 토스가 참...
- 인마!

 

 

사귄 지 오래됐어?

 

아니

 

사귄다고 해야 할지...

 

너야말로 지로랑 사귀잖아

 

아무 상관없잖아
나랑 지로 이야기는

 

요노스케 씨!

 

저쪽 바다에
소라구이가 있대요!

 

뭐? 또 먹게?

 

간다, 가

 

가자

 

드실래요

 

너 오늘은
쇼코 쨩 바래다 줄 거지?

 

아, 어머님
택시 부탁하면 되니 괜찮아요

 

그러면 아깝잖아

 

너 그 김에 할머니한테
물양갱 갖다 줄래?

 

뭐?
방향 반대잖아

 

네가 지금 먹는 우무
할머니가 주신 거라고

 

뭐? 그럼 안 먹는 게
나았을 건데

 

괜찮잖아요, 요노스케 씨
산보 겸 해서 가요

 

뭐? 싫어...

 

요노스케 씨 할머님은
귀여운 분이시네요

 

귀여워? 할머니가?

 

앞치마 라든지...

 

그건 앞치마가
귀엽단 거잖아

 

그 앞치마를 고르신 게
귀여우시다구요

 

아닌가요?

 

밤 바다도 아름답겠네요

 

피곤해?

 

까부느라 피곤한 거에요

 

쿠리하라랑 애들한테
신경 많이 써줬지?

 

그랬네요

 

저도 여자니까요

 

뭐?

 

요노스케 씨
조금도 여자 마음을 모르시네요

 

뭐?

 

저도 요노스케 씨가 예전 여자친구만
신경 쓰시면

 

슬퍼진다구요

 

뭐?

 

사쿠라 씨!

 

옛날에 사귀셨죠?

 

쿠리하라랑 애들이 얘기했어?

 

그런 건 말 안 해도
알 수 있어요

 

저, 요노스케 씨가
그렇게 사쿠라 씨를 신경 쓰니까...

 

- 그렇게 신경 썼나?
- 엄청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슬프다고
의사표시를 했다구요

 

미안, 언제?

 

‘저쪽에 소라구이가 있대요!’라고
큰 소리로 외쳤잖아요

 

 

뭐? 어라...
그게 무슨...

 

저 소라 알레르기 있다고요

 

그런 알레르기가 있어?

 

있다고요
제가 그런걸요

 

세상에는 아직 발견 안 된
알레르기가 있어요

 

미안

 

요노스케 씨

 

저 요노스케 씨 고향에 와서
좋았어요

 

정말?

 

나도 처음엔
어찌 되려나 싶었는데

 

꽤 즐거웠어

 

쇼코가 있어서

 

저기, 쇼코

 

 

저기

 

이걸 입 밖으로 뱉어도 될 지
모르겠지만

 

 

저기, 그...

 

뭐랄까...

 

그게

 

키스해도 돼?

 

자, 그럼 잠깐,
실례 좀...

 

있지, 좀......

 

뭐랄까, 얼굴 각도를
조금만 이 쪽으로

 

- 요노스케 씨
- 네, 네?

 

저 또한
이럴 때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뭔가요?

 

사람 그림자가

 

저 분들, 뭔가요?

 

뭐지, 어부인가?

 

* 뭐지, 어부인가?

 

- 난민이야
- 난민?

 

- 어쩌죠?
- 마을 사람들한테 알려야지

 

- 기다려요
- 뭐?

 

기다려요
요노스케 씨

 

얼른!

 

얼른 가야 돼!

 

하지만, 아기가...

 

요노스케 씨

 

요노스케 씨

 

어찌됐건 도망치자

 

병원!

 

병원에 가야 해요!

 

멈춰라!

 

당신들은 일본인인가?
여기서 움직이지마!

 

저 아기는 어떻게 되나요?

 

이쪽에서 어떻게든 할거야

 

- 보트 피플인가요?
- 응?

 

베트남에서 온 난민이겠지

 

요노스케 씨!

 

아기!

 

무사하대요!

 

그 날 이후, 아기를
제대로 병원에 데려갔대요

 

극도의 탈수증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보호센터에
어머니랑 함께 있대요

 

다행이다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정말 다행이야!

 

쇼코 쨩?

 

전 이번 일로

 

제가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도...

 

요노스케 씨?

 

요노스케 씨

 

전화요

 

여보세요
요코미치입니다만

 

아, 요노스케
엄마야

 

왜!!

 

저기 말이야

 

할머니가 말이야

 

응?

 

아, 요노스케다

 

봐봐, 귀엽지?

 

아, 귀엽네

 

- 아, 어머님 젊으시네
- 어디 어디

 

이거 나야

 

- 잘생긴 남자구만
- 바보

 

뭐든 다 가지고 계셨네

 

역시 맛있네

 

오늘 아침에 들었어
장례식엔 못 갔어

 

괜찮아, 그런 건

 

여기에 더 있게?

 

 

모처럼 여기 왔으니

 

- 나 말이야
- 응

 

- 요노스케 할머니 좋아했어
- 응

 

요노스케랑 헤어진 후에도
뜨개질 배우러 가고

 

뭐? 그랬어?

 

몰랐어

 

근데 가벼웠어
할머니

 

모두가 같이 관을 옮겼지만

 

모두들 엄청 울었어

 

 

엄마가 우는 거
처음 봤어

 

그거야, 당연히 울지

 

내가 죽어도 말이야

 

모두가 울어 줄까?

 

음...

 

나를 떠올리면서 말이야

 

뭐라는 거야?

 

글쎄, 요노스케를 떠올리면
분명 모두들 웃지 않을까?

 

뭐? 왜?

 

어쩐지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

 

어이

 

너 언제 돌아왔어?

 

지난 주에 돌아왔어요

 

주임이 언제 교대할 수 있냐며
화냈다고

 

아, 내일부터라도요

 

좀! 알바만 말고
여기도 얼굴 내밀라고!

 

유일한 1학년이니까

 

그래

 

너 말이야, 시간 있음
누구 권유 좀 해봐

 

유일하다고요?

 

어, 너 몰라?
걔네들 그만 뒀어

 

삼바를요?

 

아니, 대학교

 

- 어이
- 어?

 

너네 고향집에 전화했다고

 

 

그럼 들었어?

 

들었어
대학 관둔 거

 

아, 아니 아니
저기 말이야, 나

 

- 임신 했어
- 뭐?

 

아, 아니, 그 시켰다?
임신 시켰다?

 

아니, 했어 했어
유이가

 

- 콜라 마실래?
- 됐어, 지금은

 

- 어, 틀림 없어?
- 응?

 

아, 응

 

그 녀석이 의사한테도 갔대

 

그럼, 어쩔 거야?

 

음, 저기

 

뭐 근데 녀석도
엄청 놀랐을 거라 생각은 해

 

근데 말이야, 뭔가
묘하게 시원시원해

 

‘나도 결정했어’라느니
그러고

 

뭘?

 

글쎄...

 

- 너 어쩔지 안 물어본 거야?
- 그게, 무서워서 못 물어보겠더라고

 

혹시 그...

 

결혼하게?

 

결혼, 결혼이네...

 

어, 나 결혼하는 거야?

 

어라
나한테 묻지마!

 

아, 그렇네 그렇지

 

- 오케이
- 오케이는 무슨

 

뭐 그치만 뭐랄까

 

생겼으니 할 수 없잖아

 

할 수 없다니
너 말야

 

생긴 거야
무심코 생긴걸 수도 있지만

 

뭐랄까

 

아기는 필사적이라고!

 

뭐?

 

어쨌든 둘이서 제대로
이야기 해보는 게 좋다는 거야

 

- 마주 보면서
- 네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

 

 

그럼 돈 빌려줄래?

 

- 그래
- 뭐?

 

괜찮아?
나 농담이야

 

괜찮아
나 그다지 돈은 잘 안 쓰니까

 

- 돼, 됐어
- 괜찮아?

 

- 괜찮아?
- 응, 괜찮아

 

- 배 안고파?
- 아니, 괜찮아

 

저기, 요코미치 요노스케예요
요노스케요, 요코미치

 

아, 오랜만이네
얼마 만이지?

 

여름 이후 처음이요

 

치 쨩의 친구신가요?

 

엄마야
이쪽에 오셨거든

 

처음 뵙겠습니다
친구 요코미치입니다

 

치하루가 항상 신세를 져서

 

딱히 신세진 적 없다고

 

무슨! 여길 떠나기 전에
만난 네 친구인걸!

 

엄마, 화장실은?
다녀 오는 게 낫지 않아?

 

그런가?
그럼 이만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이거 좀

 

- 조심해
- 응

 

아, 괜찮습니다

 

고향이

 

- 응?
- 고향이요

 

토호쿠의 시골 마을

 

뭐 촌구석이랄 정돈 아니지만
시골이니깐

 

- 전혀 그리 안 보여요
- 무슨 뜻이야?

 

아니, 뭐
인기 많았잖아요

 

글쎄
뭐, 인기가 많긴 했지

 

 

어라?
쇼코하고는?

 

최근 안 만났습니다

 

그래?
그럼 다음에 느긋하게 보자고

 

언제요?

 

느긋하게 언제 만나게요?

 

언제 만날까요?

 

음, 이름은...
유타 군이라 부르면 될까?

 

아, 네

 

나이랑 직업 같은 거
가르쳐 줄 수 있어?

 

저기 19살
학생입니다

 

그래서, 뭐가 고민이야?

 

저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래, 그래
있겠지

 

아, 네...

 

그런데
그 사람이 연상인데요

 

저기 그 사람하고
여러 곳에 가고 싶은데요

 

뭔가, 잘 안돼서...

 

그 여성이 잘
안 가주나 봐?

 

아뇨, 그게 아니라

 

저는 재미있는데

 

그 사람이 재미있어 하는 지
잘 모르겠다고 할까......

 

불안한 거구나

 

뭐, 네...

 

오늘 오후 5시경
야마노테선 요요기 역

 

오늘 오후 5시경

 

치 쨩,
뭔 일 있어?

 

응? 왜?

 

뭔가 전화상담 후에
텐션이 내려간 거 아냐?

 

뭐? 정말?

 

- 잠깐 뭐가 생각나서 그런가
- 어이, 어이, 이봐

 

나 있지, ‘오후 5시’가
뭔가 발음하기 어려워

 

아, 토호쿠 출신이라서?

 

토호쿠를
바보 취급 하는 거야?

 

아니, 아니

 

자, 로고송 끝납니다

 

오늘, 오후 5시경

 

치, 기다렸지?
밥 먹으러 가자

 

 

뭐 먹을래?

 

응?
아무거나 괜찮아

 

왜 이리 짜증내?

 

아니, 딱히
얼른 밖에 나가자

 

뭘로 하지?

 

- 응?
- 저녁

 

오늘 오후 5시경

 

야마노테선 요요기 역에서 일어난
인명사고 속보입니다

 

플랫폼에서 추락한 여성을
구조하기 위해

 

선로에 뛰어내린 남성은

 

한국인 유학생
박승준 씨 26세

 

사진가, 요코미치 요노스케 씨
35세로 판명 되었습니다

 

3명은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 후 사망이 확인되었습니다

 

요노스케 씨!

 

요노스케 씨!

 

멋졌어요!

 

저 그렇게 액티브한
요노스케 씨는 처음 봤어요

 

액티브했어?

 


공격적이었어요

 

와, 설마 쇼코가
올 거라곤 생각 못했어

 

카토 씨한테 물어봤어요

 

나한테 직접 물어도
되었을 건데

 

아, 저기 그게...

 

저희 한동안 격조한 사이였고

 

몇 번
포옹도 하고 했잖아요

 

뭔가 부끄러워서

 

- 저기 요노스케 씨
- 응?

 

- 이 다음에 시간 있으세요?
- 왜?

 

오랜만에 식사라도
같이 할까 싶어서요

 

아니, 오늘은 이 다음에

 

친구 이사를
도와주기로 약속했어

 

그런가요

 

그러면 할 수 없네요

 

아, 그럼
이번 일요일은 어때?

 

아, 좋아요!

 

이번 일요일......

 

그래서 그 쇼코하고 사귀는 거야?

 

- 그 부분이 애매해
- 그 부분이 뭔데?

 

- 아, 그리고 나 일 결정 났어
- 어? 뭔데?

 

뭐 그냥 평범한 중개인
부동산 집

 

수상쩍은 데 아냐?

 

아냐, 아냐
제대로 된 회사야

 

뭐 지금은 사원이
6명밖에 없지만

 

- 경기 좋은 것 같고
- 아~~

 

돈 고마워

 

덕분에 유이 어머니께도
체면이 섰어

 

유이 배 말이야

 

이렇게 커졌어

 

그거 신비롭단 말이야

 

무거워
이거 뭐야?

 

에로 잡지지?

 

멍 때리지 마!

 

요노스케

 

고마워

 

나 말이야

 

열심히 할거야

 

태어날...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라도

 

정말 최선을 다 할거야

 

나 말이야

 

이사 같은걸 부탁할 사람도
너밖에 없었어

 

나 말이야

 

아무튼 유이와 함께
열심히 한번 해 볼 거야

 

요노스케!
‘짝’에 나가자

 

뭐야?

 

그니까 오디션에 합격하면
TV에 나올 수 있다고

 

‘짝’에 나가자고

 

그렇죠, 키요시 씨?

 

요노스케
나 ‘짝’에 나간다

 

그렇구나

 

너 어차피 한가하잖아?

 

그치만 나 이제부터
데이트라고

 

그런 건 딴 날에 해도
괜찮잖아

 

안 괜찮아

 

내가 좀
이제부터 진심이랄까

 

제대로 해볼 맘이니까

 

뭐, 뭐, 뭘?

 

당연히 쇼코지

 

평안하신가요

 

- 평안하신가요
- 평안하신가요

 

저기...

 

훌륭하고 멋진 집이군요

 

기다리고 있어
얼른 들어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쇼코 양

 

그럼, 학생인가?

 

 

쇼코와는 언제부터 사귄건가?

 

아, 그...

 

그러니까 아버님
전에 쇼코가 말씀 드렸잖아요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만남이 아니라

 

저희는 학생끼리...

 

학생이고 뭐고 간에
남자 여자는 남자 여자잖아

 

무슨 공부를 하지?

 

아, 저...
일단은 경영학을

 

경영?

 

네, 아, 하지만
초보, 풋내기지만요

 

앞으로의 목표는?

 

목표?
졸업이요?

 

뭐?

 

조, 졸업...

 

아버님, 그렇게 계속 질문해대면
요노스케 씨가 곤란하잖아요

 

그럼 넌, 전망도 없는 놈과
사귀는 거야?

 

있는 게 당연하죠!

 

요노스케 씨는 제가 지금껏
만난 자들 중 가장 전망이 있다고요

 

그럼, 그걸로 됐군

 

기왕 왔으니
느긋이 즐기다 가게

 

- 이봐!
- 어머!

 

그럼, 느긋하게 쉬세요

 

갑자기 죄송해요
데리고 오라며 막무가내여서...

 

아니, 아...

 

실은 말이야

 

제대로 둘만 있는 곳이
좋을 것 같았는데

 

네?

 

우리 말이야...

 

사귀는 거지?

 

저기, 그게...

 

저기, 요노스케 씨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나는

 

나는 그...

 

쇼코를

 

좋아해

 

저도요

 

응?

 

저도라고요

 

그럼 사귄다고 해도
좋은 거야?

 

 

쇼코

 

쇼코

 

커튼에서 나오지 그래

 

가...

 

응?

 

가 주세요

 

어, 뭐를?

 

어딘가로 가 있어 주세요

 

부끄러워요

 

- 평안하신가요
- 평안하신가요

 

모자 멋지네요

 

아, 감사해요

 

- 들어와
- 실례하겠습니다

 

어머나!
와! 대단해!

 

세이유 마트에서 다 샀어

 

자, 케이크요

 

고마워!

 

대단하네요
요노스케 씨

 

힘 좀 썼어

 

- 혼자서요?
- 응

 

이리 줘

 

감사해요

 

저도

 

오, 좋아 좋아

 

- 여기요
- 오, 좋다!

 

소리 울려도 괜찮나요?

 

옆집 분은
거의 안 계시니 괜찮아

 

그렇군요
다행이다

 

그럼, 메리 크리스마스!

 

잘 부탁해!

 

어머, 끼였어요!

 

대박!

 

누구야?

 

오스칼이요
모르시나요?

 

 

이 사람은?

 

피에르예요
총살 당해요

 

이 사람은?

 

샤를로트예요

 

자살해요

 

어떤 이야기야?

 

어머?
읽어본 적 없으신가요?

 

꼭 읽어 보는 게 좋아요

 

쇼코
대단해, 엄청나!

 

네?

 

어, 어머!

 

쇼코

 

우와! 대단해!
눈이야, 쇼코!

 

와!

 

- 엄청나!
- 엄청나네요!

 

쇼코! 대단해!
눈이 쌓였어!

 

그렇네요!

 

하나, 둘...

 

대단해!

 

쌓였네
눈이 쌓이네

 

어느새...

 

와, 대단하네요

 

언제 이렇게 쌓인 거지?

 

그림 그릴 때인가?

 

대단하네

 

요노스케 씨
모레, 고향으로 가시죠?

 

응, 할머니 성묘도 가고

 

저도 스키 타러 가요

 

그렇구나

 

그럼 한동안 못 만나겠네

 

어? 뭐 하는 거야?

 

그럼, 잠깐 실례...

 

합니다

 

쇼코

 

네?

 

잠깐 불러 본거야

 

- 쇼코
- 네?

 

한 번만 더

 

꺄악
부끄러워!

 

쇼코
다리 괜찮아?

 

어머, 요노스케 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 복 많이 받아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네, 괜찮아요
스키 타다 굴러서

 

왜 바로 안 알려줬어?

 

죄송해요
말하면 걱정하실 것 같아서

 

걱정하지

 

걱정하는 게 내 일이랄까
걱정 시키라고

 

 

만약 내가 다친다면
맨 먼저 쇼코한테 알릴테니 말이야

 

저 이제부터
요노스케 ‘씨’자 빼기로 할게요

 

괜찮나요?

 

응, 좋아

 

 

저기

 

요노스케

 

그럼

 

쇼코

 

 

요노스케

 

쇼, 쇼코

 

 

요노스케

 

쇼코

 

네!

 

요노스케

 

쇼코

 

네!

 

요노스케

 

다녀왔어

 

어머, 어서 오려무나

 

다녀왔어

 

어땠니?

 

지쳤어

 

무슨 편지가 도착했어

 

그, 요코미치 씨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네

 

있잖아
내가 대학생 때 사귀었던

 

요노스케 씨?
밝은 느낌의 분이었지

 

그 어머님 편지야

 

얼마 전에 그 사람이 그리워져서
고향집에 연락했었어

 

요노스케 씨
잘 지내셔?

 

 

피곤하지?
차 내올게

 

〈요사노 쇼코 님 앞
요코미치 요노스케로부터〉

 

〈요사노 쇼코 님 외에
개봉 엄금〉

 

〈토모요〉

 

- 감사합니다
- 몸 챙기세요

 

뺐구나

 

시원하네요

 

쇼코

 

네?

 

오늘 밤 같이 있자

 

아, 그럼
저희 집에 오시겠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단 둘이서

 

어딘가, 그...
호텔이라든가

 

호, 호텔...

 

 

그런, 그 잠시 네?

 

어떻게든 같이 있고 싶어

 

그건 그러니까 즉
그런 건가요?

 

응, 아마도

 

하지만...

 

오늘 깁스를 막 푼데다가
또...

 

또?

 

너무나도 급작스러워요

 


미안해

 

그치만 역시 오늘 밤은
쇼코와 둘이서 있고 싶어

 

아직 당분간은 여기
있을 수 있지?

 

응, 음
다음주 말까지?

 

그럼, 그 다음은 어디 가?

 

탄자니아

 

탄자니아?
어디야?

 

아프리카

 

- 아이, 대단해!
- 학원에서 배웠어

 

그렇지만 정말 잘도 다니네
안 지쳐?

 

뭐, 얼마 전에도 모기장 분배로
옥신각신해서 말야

 

모기장?

 

모기장이 뭐야?

 

좀, 그만 둬

 

이 녀석이 너한테
관심 가진다구

 

아이, 수험 따위 그만 두고
같이 아프리카 가버릴까?

 

잠깐, 가긴 어딜 가?

 

아빠다
잠깐 갔다 올게

 

저기, 쇼코 씨는
처음 좋아하게 된 사람 기억해?

 

뭐?
뭐야, 갑자기

 

기억해

 

어떤 사람이야?

 

뭐랄까...
설명하기 어렵네

 

평범한 사람이야

 

응, 평범

 

평범?

 

너무 평범해서
웃음이 나오는...

 

아, 아이 혹시
좋아하는 애라도 생긴 거야?

 

그러니까 그 사랑하는 게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그럴 시간과

 

그렇지 않을 시간을
확실히 나누고 싶어요

 

 

즉, 밥을 먹고 있을 때

 

키스는 하지 말란 거네

 

바로 그거예요!

 


알겠습니다

 

아, 맞다, 쇼코

 

선물 아니야

 

뭔가요?

 

초콜릿 같은데

 

받은 거예요?

 

아니야! 내가 쇼코 말고
초콜릿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아니요

 

아무튼 우편함에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눈치챘어

 

내건 줄 알고 열었는데

 

거긴 안 돼!

 

아, 여성분?

 

아니, 사람이 사는 기미가 없어서
죽었단 소문이 있어

 

계속 정해진 시간에
알람이 울렸는데

 

머지않아 그것도 안 울리고

 

아마 아무도
안 사는 것 같아

 

즉신불 같네요

 

응?

 

도중에 숨어든 승려가
종을 계속 울리다

 

그 종소리가 끊어질 때

 

지상 사람들은
그가 죽은걸 아는 거예요

 

아, 거긴 여자가 사니까 아니야

 

왜? 왜 그래?

 

요노스케 씨

 

누구야?

 

뭐야?

 

저기 수상한 사람 아니에요

 

이거...
아마도 이거 초콜릿인데요

 

뭐?

 

죄송합니다
207호입니다

 

저기...
우편함에 잘못 들어가서

 

저기 이우치 씨라는 사람이 보냈는데
짐작 가는 분 없나요?

 

나 지금 바빠

 

이, 이우치 씨라 그랬어?
지금?

 

이우치 씨?
초콜릿?

 

나한테!

 

- 잘 부탁 드립니다
- 아뇨, 이쪽이야말로

 

- 잘 부탁하네
- 네

 

사진 한 장만?

 

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눈빛
무로타 케이스케 사진전〉

 

- 그럼 다음에
- 네

 

207호

 

쿠라모치!

 

어, 뭔가 좀...

 

아, 왔다

 

- 괜찮아? 침착하게
- 괜찮다니깐

 

- 요코미치 군, 오랜만이야
- 위험해, 위험해

 

오랜만
양수 터졌어?

 

양수가 터져?

 

아니, 진통이야

 

예정보다 3일 전이라고!
야!

 

아, 미안 미안

 

천천히, 천천히...

 

- 괘, 괜찮...
- 안 아파?

 

문, 문 잠궈

 

- 문 잠궈 줘
- 지금?

 

위험하잖아, 너!

 

- 괜찮아?
- 괜찮아

 

어떻게?
어떻게 잠궈?

 

아, 뭐 됐어
잠그지마

 

내가 먼저 내려갈게

 

아팟!

 

- 저기, 샌들 가져와 줘!
- 샌들!

 

괜찮아, 괜찮아

 

아직이야, 아직이야

 

됐어
이제 됐어, 저 녀석

 

시끄러워, 너!

 

귀엽지?

 

어느 아이야?

 

어머
귀여워라

 

눈매가 당신과 쏙 닮았네

 

제 아이가 아니라 친구

 

〈토모요〉

 

네, 요코미치 집입니다

 

아, 여보세요
나야, 나

 

아, 뭐야?

 

아니
딱히 아무 일 없는데

 

뭐? 돈?

 

아니야

 

아, 맞다
너 귤 도착했지?

 

어, 벌써 다 먹었어

 

- 좀 시지?
- 아, 뭐 괜찮았어

 

아, 그래?

 

쇼코 쨩은 잘 지내?

 

응, 잘 지내
프랑스로 유학 간대

 

프랑스?

 

응, 2주간이지만

 

아, 그래?
그 아이 대단하네

 

그럼 끊을게
지금 설거지 해야 해서

 

감기 조심하고

 

어머, 요노스케 군

 

아, 안녕하세요

 

- 뭔가 오랜만이네요
- 그러게

 

전혀 방에 불을 안 켜서
몰래 이사 갔나 했어

 

정말 잠만 자러 왔네요

 

바빠 보이네

 

그렇네요

 

뭐지? 처음 봤을땐
괜찮으려나 싶었는데

 

뭐랄까,
빈틈이 없어졌달까?

 

- 빈틈?
- 아니, 아직 있는데

 

예전보다 없어진 것 같아

 

저도 조금

 

성장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네

 

날씨 좋네요

 

멋진 카메라네요

 

- 무로타 씨가 빌려줬어
- 무로타 씨?

 

있잖아
그, 초콜릿

 

아, 사진작가 분?

 

아, 쇼코
저기 좀 서봐

 

왜 그러는 거예요?

 

괜찮으니깐

 

- 자연스런 편이 좋죠?
- 응

 

어, 잠깐 착각했어

 

- 얼른 얼른
- 잠깐만

 

- 어서요
- 잠시만, 그대로 있어

 

- 저기 요노스케 씨
- 응?

 

그거 아직 첫 번째 롤인가요?
필름

 

응, 첫 번째야

 

저기... 부탁인데요

 

요노스케 씨가 찍은 사진
맨 처음 보여주실 수 있나요?

 

물론 요노스케 씨
다음이면 괜찮아요

 

괜찮긴 한데
제대로 찍을지 자신이 없어

 

제대로 안 찍혀도 괜찮아요

 

저 요노스케 씨의 작품을 보는
최초의 여자가 되고 싶어요

 

그리 대단할 거 없는데

 

그럼, 귀국할 때까지
현상해서

 

벽장 깊숙이 숨겨둘게

 

- 약속이에요!
- 응!

 

어, 버스!

 

- 서둘러 서둘러
- 요노스케 씨, 괜찮으세요?

 

- 쇼코는 괜찮아?
- 네

 

잠깐

 

괜찮아?

 

아, 죄송합니다!

 

그럼 여기서

 

응? 아냐 아냐
공항까지 같이 갈게

 

저 배웅 받고 그런 거 싫어요

 

제가 요노스케 씨를
배웅하겠어요

 

뭐야, 그게?

 

잘 다녀오세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 요노스케!
- 왜?

 

많이 좋아해!

 

요사노 쇼코 님
얼마 전 전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쇼코 씨와 이야기할 수
있어서 그리웠습니다

 

전화로 이야기한 것
보내드립니다

 

요노스케 물건이니
별거 아닐지도 모르지만요

 

요노스케가 떠나고
3개월이 지나려 하고 있습니다

 

외동아들을 잃었으니

 

물론 당연히 슬프지만

 

언제까지고 울고 있을 수만은
없겠지요

 

울고 있으면
요노스케의 얼굴이 겹쳐보여요

 

항상 태평했던 그 얼굴이...

 

최근 저는요

 

요노스케가 제 아들이라 정말 다행이라
생각할 때가 있어요

 

이런 식으로 말하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요노스케와 만난 게
저에게 있어

 

최고의 행복이 아니었나 하고...

 

시간이 있다면
또 놀러 와주세요

 

둘이서 요노스케 추억 이야기라도
했으면 합니다

 

분명 웃음이 나올 이야기
뿐이겠네요

 

요코미치 요노스케 역/ 코라 켄고

 

요사노 쇼코 역/ 요시타카 유리코

 

쿠라모치 역/ 이케마츠 소스케

 

치하루 역/ 이토 아유미

 

카토 역/ 아야노 고

 

사쿠라 역/ 쿠로카와 메이

 

쇼코 아버지 역/ 쿠니무라 준

 

아쿠츠 유이 역/ 아사쿠라 아키

 

Origin by  Michael Arch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