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Name.of.the.Rose.1986.720p.BDRip.3xRus.Eng

 

가련한 죄인의 삶이
막바지에 이르고 보니

 

이제 내 머리는 백발

 

이 양피지에
한 기록을 남기려 한다

 

젊은 날에 체험한 놀랍고도
끔찍한 한 사건의 기록을

 

때는 주후
1327년 말이었다

 

원컨대 주께서
지혜를 주십사

 

그 이탈리아 북부 외딴 곳
수도원에서의 사건을

 

투명하게 그려낼 능력을
허락해 주시길

 

지금도 그 수도원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는 것이

 

온당하고 합당할 터이다

 

부디 이 손끝이 침착하게
그 과거를 기억해내고

 

그 벽을 지나 들어가며
이 심장을 억누르던

 

불안을 되살려주기를

 

말을 할까요?

 

아닙니다

 

엉뚱한 곳만
들여다볼 겁니다

 

하지만...

 

그러다 스스로 알아내면
어떻게 하겠소?

 

저 자를 과대평가
하시는군요, 원장님

 

그런 문제를 조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성스러운 재판뿐이지요

 

호르헤 수도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형제님들이여

 

그런 세속적인 문제는
젊은 형제들께 맡기겠소

 

아드조

 

- 네, 스승님
- 자연을 다루려면

 

먼저 자연에 복종하거라

 

앞마당으로 나가서
왼쪽 성당을 지나

 

오른쪽 안뜰로 들어가면
찾는 장소가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아치 뒤에

 

이 수도원은
처음이라지 않으셨습니까?

 

아까 도착할 때 한 형제가
그리로 급히 들어가는 걸 봤다

 

그런데 나올 때는 더 느긋하게

 

만족한 표정으로 나오더구나

 

고맙습니다, 스승님

 

베네딕트회를 대표해서
영광스럽게도 수도사님과

 

프란체스코회 형제들을
이곳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다른 사절단도
도착했습니까?

 

카잘레의 우베르티노께선
몇 주 전에 오셨고

 

다른 분들은 내일 오십니다

 

오랜 여정으로
피곤하시겠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혹시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됐습니다

 

그럼...

 

그만 쉬도록 하시지요

 

최근에 한 형제께서 하느님의
부름을 받으신 모양이군요

 

네, 안타까운 죽음이었지요

 

아델모 형제는 최고의
사본 채식사였습니다

 

- 오트란토의 아델모요?
- 아십니까?

 

그건 아니지만 그의 작품에
감탄한 바가 있지요

 

그 유머며 희극적 이미지는

 

악명에 가까웠지요

 

- 젊은 형제인 줄 아는데요?
- 맞습니다

 

매우 젊은 형제였지요

 

- 사고였겠지요?
- 네

 

네, 말씀대로 사고였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윌리엄 형제님

 

솔직하게 말씀 드려도 될까요?

 

그렇게 하고 싶으신 듯하군요

 

당신이 여기에
오신다고 들었을 때

 

제 기도에 대한
응답이구나 했지요

 

인간의 정신과 악마의
간계를 두루 꿰뚫는 분이

 

오셔서 다행이라고요

 

아델모 형제의 죽음은 이곳의 양들을
영적인 불안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제 수련 수사 아드조입니다

 

멜크 남작의
막내 아들입니다

 

그럼 계속하시지요

 

우박이 심하게 온
다음날 시체를 찾았는데

 

만신창이로 바위에 내던져진 채
탑 아래에서 발견됐소

 

탑의 창문 밑에서
발견했는데, 창문은...

 

뭐랄까...

 

- 그러니까...
- 닫혀 있는 채였죠

 

- 들으셨군요
- 만약 열려 있었다면

 

추락사인 것으로
단정하셨을 테니까요

 

윌리엄 형제님

 

그 창문은
열 수 없게 되어 있고

 

유리도 깨지지 않았으며

 

탑 위론 올라갈 길도
없습니다

 

그랬군요

 

사인을 자연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에

 

모두들 이 안에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로군요

 

그런 이유로 인해

 

형제님 같은 분의 혜안이
필요한 것입니다

 

원인을 예리하게 규명하고

 

만약에 필요하다면

 

감춰야지요

 

교황의 사절단이
오기 전에 말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전 이미
그 직분을 떠났습니다

 

저도 제 곤경으로 형제님께
짐을 지우고 싶지 않으나

 

제 양떼의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면

 

종교 재판의 도움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드조

 

카잘레의 우베르티노이시다

 

우리 수도회의
영적 지도자 중 한 분이지

 

따라와라

 

성인으로 추앙 받는가 하면

 

한편에선 이단자로
낙인 찍혔지

 

성직자의 청빈을 주장한 저서가
교황청의 비위를 건드려

 

범법자처럼 숨어 지내신다

 

프란체스코 형제들이여

 

지금 즉시
이곳을 떠나시게

 

악마가 이 수도원을
배회하고 있소

 

우베르티노

 

저 윌리엄입니다

 

바스커빌의 윌리엄이요

 

윌리엄?

 

아냐

 

아냐

 

윌리엄은 죽었어

 

윌리엄, 이 사람

 

용서하게나

 

오랫동안 소식을
알 길이 없어서

 

일부러 잊혀지려고
했으니까요

 

곤경에 처했단 소식에

 

성모님께 기적을 간구했다네

 

기도가 응답을
받으셨나 봅니다

 

제 수련 수사인
멜크의 아드조입니다

 

부친께서 제게 교육과
보살핌을 부탁하셨지요

 

어서 여기서
데리고 나가게!

 

못 들었나, 악마가 미소년을
창 밖으로 내친다는 걸?

 

희생된 젊은 수도사는

 

뭔가 여성적이고

 

어딘가 악마적인

 

무엇인가가 있었다네

 

그 눈빛이 마치

 

악마와의 교합을
모색하는 소녀 같았지

 

이곳을 조심하게

 

짐승이 아직도
우리들 틈에 있네

 

이 순간에도 느껴지네
바로 여기

 

이 안에서 말일세

 

난 두렵네, 윌리엄

 

자네와 나도 그렇고

 

논쟁의 결과도 어떻게 될런지

 

친구여

 

우리가 사는 시대 꼴이라니

 

하지만 이 젊은 형제까지

 

두려워하게 만들진 마세

 

아름다우시지 않은가?

 

여자는

 

본성은 사악해도

 

성령으로 고귀해지면

 

가장 거룩한 은총의
통로가 될 수 있지

 

아름답구나...

 

봉긋이 솟은 유방이여

 

- 전 이곳이 싫습니다
- 그러냐?

 

내겐 진정 흥미로운
곳이다, 가자

 

아드조, 반그리스도에
대한 비이성적인

 

풍문에 휘둘려선
안 될 것이다

 

그대신 우리의 두뇌를 동원해

 

이 흥미로운
수수께끼를 풀어야지

 

지상에서 베푸는 자는

 

천국에서 그 백 배를
받을 것이라

 

스승님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당신 자신의 놀라운
지적 능력을 믿으셨다

 

불행하게도 내 두려움은
젊은 상상의 환영만은 아니었다

 

탁월한 채식사였는데
결말이 안 좋았구나

 

가난한 이들에게
저렇게 베푸는군

 

만일에 탑에서
추락한 게 아니라

 

저쪽에서 떨어져 여기까지
굴러올 가능성은 없겠느냐?

 

아드조?

 

그럼 악마는 필요없게 되지

 

그래, 여기
핏자국이 더 많다

 

바로 저기다
저기서 투신한 거지

 

아드조, 듣는 게냐?

 

네, 투신했지요

 

투신이요?
자진을 했단 말입니까?

 

그래, 아니면 왜 폭풍우
속에서 저기를 올라갔겠느냐?

 

- 경치를 감상하러 간 건 아니지
- 그게 아니면

 

살해당했을 수도 있죠

 

시체를 저 위까지
옮겼다는 말이냐?

 

자선용 쓰레기 배출구로
버리는 편이 더 쉬웠을 게다

 

아니, 아니다, 아드조

 

이건 초보적인 거야

 

자진

 

이 수도원을

 

하느님께서 버리신 걸까요?

 

하느님이 편히 생각할 곳이
이 세상에 있더냐?

 

하느님의 권능으로

 

이 세계나 다른 세계의
사악한 영혼은

 

우리 중에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저희 수도원에서 이 논쟁을

 

이젠 아무 두려움 없이

 

열 수 있게 됐음으로
우리 주를 찬양합니다

 

또한 바스커빌의 윌리엄 형제를
보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비록 그가 전에 몸담았던
직분의 경험은

 

본인에겐 부담이 되었으나

 

이곳의 저희들에겐
큰 도움이었나이다

 

바라옵건대 평온과
영혼의 평화가

 

우리의 마음에
다시 있게 하소서

 

수도사는 침묵해야 하니

 

오직 질문을 받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말지어다

 

수도사는 웃지 말지니

 

그것은 바로
어리석은 자들만이

 

웃음으로 제 목청을
높이기 때문이도다

 

스승님?

 

여쭈어 봐도 된다면, 아까

 

원장께서 "직분이
부담이 되었다"고

 

말씀하신 게
무슨 뜻이었는지요?

 

예전엔 수도사가
아니셨습니까?

 

수도사에게도 과거가
있는 법이다, 아드조

 

그만 자거라

 

저는 단지...

 

알겠습니다

 

"지혜가 늘수록 슬픔도 느나니
지식을 늘리는 자는"

 

"슬픔 역시 늘리는 것이로다"

 

이번엔 분명 자진은 아니다

 

- 물을!
- 여기

 

다 내 탓이오

 

당신의 설명을 그렇게
기꺼이 믿지 않았더라면

 

이것은 막을 수 있었을 거요

 

아델모 형제가
자진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 이것이...
- 우박과...

 

이 죽음이 앞서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지의 여부는...

 

우박 뒤에는...

 

두 번째 나팔소리에

 

바다가 피가 됬더라

 

그리고 보라

 

여기 피가 있도다

 

- 요한 묵시록이야!
- 세 번째 나팔소리에

 

불타는 별이

 

물샘에 떨어질 것이라

 

시간을 헛되이 마시오!
종말의 7일이오!

 

쥐방울풀 줄기를 간 것은
설사 치료에 좋고

 

양파는

 

데우고 촉촉하게 해서
소량으로 먹으면

 

남성의 발기 시간을
늘려주지요

 

물론 속세의 사람들
얘기지만요

 

그런데 혹시

 

비소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소, 세버리너스 형제?

 

많습니다, 신경질환에
탁월한 효험이 있지요

 

소량을 합성해서
복용한다면 말이죠

 

소량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오?

 

죽음이죠

 

이 형제는 맡은 일이
무엇이었소?

 

우리 최고의
그리스어 번역사로서

 

아리스토텔레스 전문이었지요

 

그 잘생긴 아델모 형제와는
가까웠소?

 

그럼요, 필사실에서
함께 일했으니까요

 

물론 형제애 같은 거지요
다른 뜻이 아니라...

 

육체의 유혹은 분명 있죠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쪽이든

 

거스르는 쪽이든지요

 

그 둘은 후자는 아니었습니다

 

제 말뜻을 이해하셨다면요

 

인 푸투룸 와서 잡아먹을
드라쿨을 조심해!

 

살바토레 콘 흉칙하지?

 

어린 형제, 페니텐치아지테

 

"페니텐치아지테"라고?
다 들었네

 

스승님

 

그건 무슨 언어였습니까?

 

모든 언어이면서
아무 언어도 아니지

 

아까 반복해서
하신 말은 무엇입니까?

 

페니텐치아지테

 

- 무슨 뜻인지요?
- 그 꼽추는 분명 한때

 

이단자였다는 뜻이지

 

페니텐치아지테는
돌치노 파의 구호였다

 

돌치노 파요?
그들은 누구입니까?

 

그리스도의 청빈을
주장했던 무리다

 

우리 프란체스코회와 같군요

 

모든 이들이 가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부자들을 학살했지

 

알겠지, 아드조

 

영적 희열과 광기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다

 

그럼, 그가 번역사를
죽였을 수도 있지 않나요?

 

아니다, 돌치노 파의 입맛에는

 

살찐 주교와 부자 신부들이
더 맞을 테니까

 

아리스토텔레스
전문가보다는 말이지

 

하지만 네가 옳다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야지

 

눈이 때마침 잘 온 것 같구나

 

눈이 범인의 서명을 기록한
양피지가 됐으니까

 

이 발자국에서
무엇을 알 수 있느냐?

 

그러니까

 

- 다른 것들보다 두 배는 깊네요
- 그래

 

그 사실로부터
알 수 있는 건?

 

- 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입니다
- 맞다

 

왜 그리 무거웠을까?

 

그 이유는...

 

- 뚱뚱해서요?
- 아니면 다른 사람을

 

지고 있었던 것이겠지

 

서명으로 남겨진
이 발자국을

 

잘 기억해두자

 

하지만 이 발자국은
그 항아리에서

 

반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순진하구나, 아드조
시체를 끄느라

 

뒤로 걸어가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되지

 

이 고랑들은 시체
발뒤꿈치에 패인 거다

 

그럼 박학하신
그리스어 번역사께서

 

수수께끼의 범인을
만난 곳은 어디일까?

 

사서 형제님

 

고통스럽게 하느님께
불려간 두 형제가

 

작업하던 것을
볼 수 있겠습니까?

 

의외의 요청이시군요

 

그들이 죽은 상황도
의외였지요

 

저기가 아델모 형제의
자리입니다

 

고맙습니다

 

쌍테 안에 든 유리눈이야

 

당나귀가 주교들에게
성서를 가르치고 있군

 

교황은 여우고

 

수도원장은 원숭이라

 

희극적인 그림에

 

대담한 재능이 있었군

 

수도사는 웃지 말지니 어리석은
자만이 웃음소리를 높인다

 

제 말이 형제의 심사에
폐가 되지 않았기를 바라오

 

사람들이 어처구니없는
일에 웃는 소리를 들었소

 

그러나 당신들
프란체스코회는 웃음을

 

- 관대하게 보지요
- 맞습니다

 

성 프란체스코께서도
웃음이 많으셨지요

 

웃음은 악마의 바람으로

 

얼굴의 근육을 일그러뜨려

 

원숭이처럼 보이게 하지요

 

원숭이는 안 웃습니다

 

웃음은 인간의 전유물입니다

 

죄악도 그렇지요

 

- 그리스도는 안 웃으셨소
- 확실한가요?

 

성서에 웃으셨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안 웃으셨다는 기록도 없지요

 

성인들께서도 희극을 사용해

 

신앙의 적들을 비웃었지요

 

한 예로, 이교도들이 성 마우로를
끓는 물에 집어던졌을 때

 

목욕물이 너무 차다고 하셔서
술탄이 손을 넣었다가 데었지요

 

끓는 물에 잠긴 성인은
치기어린 장난은 하지 않으십니다

 

비명을 참고 진리를 위해
고통을 받으실 뿐이죠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시학제 2권을

 

희극을 진리의 도구로
설명하는데 바쳤습니다

 

- 그 책을 읽으셨소?
- 물론 아닙니다

 

- 오래전 사라진 책이지요
- 아니, 쓰여진 적이 없는 거요

 

신의 섭리는 그런 쓸데없는
일을 용납하지 않으시니까

 

- 그 말씀엔 이의를...
- 됐소!

 

수도원이 슬픔으로 그늘졌는데

 

이런 한가한 말장난은
그 슬픔을 모독하는 거요!

 

용서하십시오, 호르헤 수사님
적절치 않은 발언이었습니다

 

- 번역사의 자리는 어디였나요?
- 여기입니다

 

가자, 아드조

 

아드조, 여기서
무엇을 알아냈느냐?

 

저곳에선 웃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필사실 선반에 장서가
얼마 없던 것을 눈치챘느냐?

 

그렇게 많은 필사사, 주서사,
번역사, 문헌 연구가들이 있는데

 

작업하는 데 필요한 책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이 수도원은 그 많은
장서들로 유명한데

 

어디에 있는 거지?

 

- 절 시험하시는 겁니까?
- 무슨 뜻이냐?

 

외람된 말씀이지만

 

제게 질문하실 때면 이미 답을
알고 계시는 것 같아서요

 

- 책들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 아니

 

하지만 저 위의 탑에는 공기만
있는 건 아닌 게 분명하지

 

우리가 들어갔을 때 사서가
닫던 작은 문을 보셨습니까?

 

- 그래
- 장서관으로 통할까요?

 

스승님, 어서 오세요!
잡았습니다

 

- 그만! 됐다!
- 우리를 죽이려 했습니다!

 

살바토레!

 

제발, 원장님께 그의
과거 얘기는 말아주십시오

 

이곳의 살인사건과는
아무 관련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럼 좀 도와주시지요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나는 스승님이 어떤 연유로
그 이단자 꼽추를 범인에서

 

간단히 제외시켰던 건지
알 수 없었다

 

또 왜 그리 급히
탑에 가려 하셨는지도

 

아마도 장서관에 들어가서

 

서책들을 보고 싶으셨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물쇠가 없어, 예상대로군
안에서 잠긴 게 분명하다

 

어떻게 들어가죠?

 

다른 통로가 있을 거다

 

보름달 같은 얼굴을 한
보조사서께서

 

무엇을 숨기려 하셨던 건지
알아보자꾸나

 

그리스 문자로구나
개미발로 썼나 보다

 

"천박한 인물들과"

 

"그들의 결점에서
즐거움을 취해... "

 

역시나

 

레몬즙으로 쓴 거다

 

궁수좌

 

태양

 

수성

 

전갈좌

 

12궁도를 사용한 암호로 어떤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어디지?

 

누구냐?

 

누구냐?

 

- 내 돋보기!
- 책 위에 있었어요

 

넌 저쪽으로 가라

 

어서 나와, 요것아

 

있는 거 다 알아
냄새가 난다구

 

어서 나오라니까,
내가 무서우냐?

 

꼭 찾아낼 테다

 

누구였을까?

 

새벽처럼 다가온
그 피조물은

 

달처럼 매혹적이고
해처럼 찬란했으며

 

전장에 나가는 군대처럼
무서운 존재였다

 

뭐 하나, 살바토레?

 

사냥터가 여긴가?

 

여기, 피유 그라소
훨씬 큽니다

 

그걸

 

먹나?

 

드릴까요?

 

아니, 됐네

 

자넨 좋은 신자니까
솔직히 말해줘야 하네

 

그럼 아델모가 베링거에게
그 양피지를 준 거군

 

아뇨, 아뇨

 

그 번요...
번역...

 

번역사! 흑인 수도사
베난티오에게 줬군

 

- 그리고는?
- 그리고는...

 

스승님, 어서 오십시오
또 죽었습니다

 

정신을 어디에 둔 게냐?
저렇게 큰 염통이

 

들어갈 만큼 커다란 늑골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있더냐?

 

아뇨

 

못 봤습니다

 

저건 소 염통이다

 

어떤 수도사가
그 소녀에게 준 거겠지

 

몸을 허락하는 대가로

 

소녀라뇨? 무슨?

 

여기서 급히 나가는 걸 봤다

 

- 아주 못생긴 수도사였을게다
- 그건 왜요?

 

젊고 잘생겼다면

 

뭔가를 받지 않고도
육체의 즐거움을 베풀었을 테니

 

이 불쾌한 부엌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우리가 조사하는 일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살바토레의 말을 믿는다면
보조사서인 베링거가

 

이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다
뭐라고?

 

- 아무 말 안 했습니다
- 그래

 

스승님?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안다

 

고해를 받아주시겠습니까?

 

그보다는 친구로서
얘기하는 게 좋겠다

 

스승님

 

스승님께서는...

 

혹시

 

사랑해 보셨나요?

 

사랑? 많이 했지

 

- 정말이세요?
- 물론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오비디우스, 베르겔리우스...

 

그게 아니라 제 뜻은...

 

넌 육욕과 사랑을
혼동하는 거 아니냐?

 

그런가요?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잘 되기만을 바라고

 

행복해지면 좋겠고

 

가난에서 구해주고 싶습니다

 

- 저런
- "저런"이라뇨?

 

사랑에 빠진 게 맞구나

 

나쁜 건가요?

 

수도사에겐 좀 문제가 되지

 

아퀴나스 성인께선 사랑을
미덕의 으뜸이라 하셨잖습니까?

 

그건 신에 대한 사랑이지
신에 대한 사랑 말이다

 

여자에 대한 사랑은요?

 

여자에 대해선
아퀴나스도 거의 모르셨다

 

그러나 성서엔
뚜렷이 나와 있지

 

잠언은 "여자는 남자의
영혼을 유린한다"고 경고했고

 

전도서는 "죽음보다
더 쓴 게 여자"라고 했다

 

하지만...

 

- 스승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글쎄

 

나는 너와 같은 경험이 없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런 불결한 피조물을

 

창조하시면서 아무 미덕도
내리시지 않았을 거란

 

생각은 나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구나

 

사랑이 없다면 삶은 얼마나
평화롭겠느냐, 아드조

 

안전하고

 

평온하고

 

그리고 지루하겠지

 

아름답군요
주님께서 우리의 발길을

 

이 영혼의 피난처로
이끄셨나니

 

저희 프란체스코회 형제들처럼
화해를 원하시기 때문이지요

 

- 가시지요, 형제님들
- 주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 아멘
- 아멘

 

베링거 형제?

 

어딘가에 숨어있겠지

 

그 책과 내 돋보기를 가지고

 

베링거 형제

 

스승님, 보세요, 문이

 

말라키아 형제님, 보조사서인
베링거 형제를 찾고 있습니다만

 

- 여기 있습니까?
- 아뇨

 

그렇군요

 

-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 아뇨

 

- 혹시 윗층 장서관에 있을까요?
- 아뇨

 

저도 장서관을
한번 보고 싶군요

 

- 되겠습니까?
- 아뇨

 

이유는요?

 

저와 보조사서인
베링거 외에는

 

출입을 금지한다는 것이
원장님의 엄명입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무슨 일을 당했나 봐요

 

- 이번엔 물일 거예요
- 뭐라고?

 

우베르티노님이 세 번째
나팔소리라고 했습니다

 

- 묵시록 말입니다
- 그건 우리가 찾는 책이 아니다

 

이게 어디 닭인가?
참새나 다름없지

 

어서 오십시오, 미켈레 형제님
프란체스코회 사절단도요

 

거기, 파에사노! 가!
너도 줄을 서란 말야

 

- 이거 놓게!
- 살바토레, 그만

 

프란체스코회의 존경 받는
쿠스베르트 수도사시네

 

어서 오십시오
긴급히 상의할 일이 있습니다

 

원장을 비롯한
이곳의 수도사들은

 

수도원 안에 마귀가
돌아다닌다고 믿습니다

 

맞다네

 

모두가 이것이 마귀의 짓이길
원한다는 것이

 

제게 보이는 유일한
마귀의 소행입니다

 

우베르티노 형제님이 맞다면요?

 

이번 논쟁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오

 

교황은 우리 수도회를
없앨 생각인 것 같소

 

이단자로 몰아서 말이죠

 

한 형제만 만나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우리는 윌리엄
형제님을 믿겠지만

 

그 믿음을 남용하진 마십시오

 

윌리엄 형제님

 

혹시 그리스어로 된
책도 찾았습니까?

 

아니군요

 

내 생각이 맞았다

 

묵시록도 맞았고요

 

- 당장 얘기 좀 합시다
- 그러려던 참이었지요

 

얘기할 게 많습니다

 

먼저 우리가 시체를
살펴본 후에요

 

목욕물에 라임 잎을 넣으면
통증이 가라앉지요

 

- 왼손잡이였군요
- 그렇습니다

 

여러 모로 다른 이와
반대되는 형제였죠

 

수도원에 왼손잡이
형제님이 더 있습니까?

 

없을 겁니다

 

잉크 자국이죠

 

혀로 글을 쓴 건
아니었겠지요?

 

- 그리스어로군요
- 맞습니다

 

베난티오가 쓴 것이지요

 

사망 직전, 책을 보면서
기록한 내용일 것입니다

 

필체가 바뀌지요?

 

죽어가는 중이었지요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청색 물감 얼룩이군요

 

네, 하지만 독특한 청색이죠

 

사본 채식사 아델모 형제가
만든 물감입니다

 

그가 베난티오 전에
이 양피지를 소지했죠

 

그걸 어떻게 알까요?
그것은 글씨가

 

얼룩의 밑이 아닌 위에
쓰여졌기 때문입니다

 

윌리엄 형제님, 지금 이 수도원은
끔찍한 수수께끼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호한 설명은

 

아무것도 밝혀주지 못하는군요

 

가져오너라

 

누군가 아주 놀라운 비밀을
감추고자 애썼던 겁니다

 

필적은 분명
왼손잡이의 것이지요

 

이곳에서 유일한
왼손잡이는 바로

 

보조사서인
베링거 형제뿐이었습니다

 

그는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시는 것 같은데
말씀하시죠

 

바로 금기의 책들입니다

 

영적으로 위험한
책들 말입니다

 

보조사서가 미소년들을 탐한 건
다 알던 사실이지요

 

잘생긴 아델모가
그런 금서를 읽기 원하자

 

베링거는 책이 있는 곳으로
통하는 '열쇠'를

 

그 양피지에 암호로
써서 주었고

 

- 육체의 대가를 받은 거지요
- 그만 하시오!

 

아델모는 베링거의 육욕의
접근을 허락했지만

 

후에 죄책감에 사로잡혀
울고 절망하며

 

묘지에서 배회하다가
그리스어 번역사를 만났습니다

 

- 그건 어떻게 압니까?
- 목격자가 있습니다

 

그 꼽추가

 

베난티오가 양피지를
건네받는 걸 봤지요

 

아델모는 곧 작은 탑으로 올라가
창 밖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제가 도착한 날, 베링거는
죄많은 육체를 벌하고 있었고

 

베난티오는 양피지에
쓰인 내용을 해독해

 

금지된 장서관에 들어가
책을 찾아내서

 

필사실의 자기 자리에서
그 책을 읽었으며

 

수수께끼 같은
몇몇 구절을 적은 뒤

 

손가락이 검게 된 채로
죽었지요

 

시체를 발견한
보조사서 베링거는

 

의심을 받을까 두려워
돼지우리로 시체를 옮겼지요

 

하지만 증거를 남겼습니다

 

그 책은 번역사의
책상 위에 있었고

 

어젯밤 필사실로 돌아간
베링거는 그것을 읽었고

 

곧 극심한 통증이
자신에게 엄습하자

 

라임 잎으로 목욕을 하려다가
익사한 것입니다

 

그도 손가락이 검었지요

 

세 명이 죽은 이유는
바로 살인을 부르는

 

그 책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장서관 출입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윌리엄 형제!

 

당신은 자만에 눈이 멀었소

 

이성을 신봉하다 보니

 

누구든 볼 수 있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소

 

수고 많으셨습니다

 

당신의 노력은 치하하나

 

이제는 조사를

 

그만두시길
부탁드려야겠습니다

 

다행히도 내일 도착하는
교황님의 사절단 중에

 

마귀의 간계에
정통한 분이 계십니다

 

아마 형제님께서도
너무나 잘 아실 겁니다

 

성스런 종교 재판의

 

베르나르도 귀께서 오시지요

 

스승님

 

베르나르도 귀가 누굽니까?

 

윌리엄! 온 수도원을 다 찾았소

 

미켈레가 당신과
얘기하길 원하오

 

단 둘이

 

- 누가 오는지 아시오?
- 알지요, 베르나르도 귀

 

우베르티노님을
피신시켜야겠군요

 

그건 이미 다 생각했고
걱정되는 건 당신이오, 윌리엄

 

이번 조사는
그만 잊어야 하오

 

- 잘못된 결론도
- 내 결론은 맞습니다

 

윌리엄은 항상
틀리는 일이 없겠지!

 

본인이나 그 누구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든

 

바스커빌의 윌리엄은 언제나
자신이 옳음을 증명해야만 하지

 

전에도 그 허영과
지적 자만 때문에

 

베르나르도와 반목에
빠진 것 아니오?

 

운명을 두 번
시험하진 마시오

 

베르나르도와 또 다투게 되면
황제도 구해줄 수 없을 거요

 

내 육체는 우리의 결합이 가져온
죄의 쾌락을 이미 잊었으나

 

내 영혼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가난과 생활고를
직접 보게 되니

 

프란체스코회 수련사임이
감사할 뿐이었다

 

나는 그녀가 난 저 탐욕스런
수도원이 아니라,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을 육체적 가난과
영적 궁핍에서 구해줄 수도회에

 

속해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원했다

 

잘 있게, 윌리엄

 

자넨 미치광이에
오만하기까지 하지만

 

자네를 사랑하니까
늘 자네를 위해 기도하겠네

 

잘 있게, 젊은이

 

스승에게 나쁜 본보기는
너무 많이 배우지 말고

 

생각이 너무 많아

 

항상 머리 속의 추론에
의지할 게 아니라

 

대신 마음이 지닌
선지적 능력에

 

늘 의지해야 하거늘

 

지성을 멈추도록 하고

 

우리 주님의
상처를 생각하게

 

책들도 모두 갖다 버리고!

 

실로 부러운 면을
갖고 계신 분이다

 

마지막 나팔소리가
곧 울릴 것임을 명심하게

 

다음은 하늘에서 재앙이 내리고
천 마리의 전갈이 올 걸세

 

네, 명심하겠습니다

 

어떤 것이 가장
무섭게 보이느냐?

 

- 다 무섭습니다
- 아냐, 더 자세히 봐라

 

- 저겁니다
- 나도 그렇다

 

그래...

 

먼저 가거라

 

탑의 토대를
이루는 부분이다

 

하지만 장서관에는 어떻게...

 

쥐들은 학자보다도
양피지를 좋아하지

 

따라가자

 

166, 잠긴 필사실 문
167, 168, 169, 170

 

317, 318...

 

그럴 줄 알았다

 

아드조, 이럴 줄 알았어!

 

아드조, 알고 있느냐?

 

지금 우리는 전 기독교계에서
가장 훌륭한 도서관에 있는 거다

 

그 책을 어떻게 찾죠?

 

때가 되면 찾겠지

 

리에바나의 베아투스

 

이건 그야말로 명저다

 

이건 볼로냐의 움베르토가
쓴 주석판이다

 

방은 얼마나 더 있으며
책은 얼마나 더 있을까?

 

이런 책들은 자유롭게
열람하도록 해야 돼

 

너무 귀하고 또 훼손될까봐
금하는 것이겠지요

 

그렇지 않다, 아드조

 

우리의 지식과는 다른 걸
담고 있기 때문이지

 

하느님 말씀의 절대성에
의심을 품도록

 

부추기는 사상들 말이다

 

스승님?

 

의심은 신앙의
적이거든, 아드조

 

스승님?

 

스승님?

 

스승님!

 

기다려 주세요

 

기다리고 있잖나

 

하지만 발소리가 들리는데요

 

발소리라니, 아드조
난 이 아래에 서 있다

 

지금 위에 계세요?

 

어디 있는 게냐?

 

길을 잃었습니다!

 

이런, 아드조...

 

우린 미궁에 갇힌 모양이구나

 

아직도 거기 있느냐?

 

 

어떻게 나가죠?

 

나가기 좀 힘들겠구나

 

나갈 수나 있다면

 

이런 게 바로
미궁의 매력이 아니더냐

 

아드조, 침착해라

 

책을 한 권 펴서
큰소리로 읽어라

 

그 방을 나와서
계속 좌측으로 가거라

 

'사랑은 병이 아니지만'

 

'집착하는 순간
병으로 변한다'

 

'이슬람교의 신학자
아메드 하심은'

 

'상사병을 앓는 이는
치료를 원치 않으며'

 

'그가 꾸는 꿈은 불규칙한
호흡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이 정욕의 우울증은
낭광증과 동일시 되는데'

 

'그것은 늑대 같은 행동을
유발하는 병이다'

 

'환자의 외양은
변하기 시작한다'

 

'시력은 곧 떨어지고
입술은 오그라들고'

 

'얼굴은 농포와 옴으로
뒤덮이면서'

 

'개에 물린 자국
같은 것이 나타나며'

 

'밤이면 늑대처럼 묘지를'

 

'배회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스승님, 등불이 보입니다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있거라

 

누군가 보입니다
멈췄어요

 

뭘 하고 있지?

 

등불을 올립니다

 

몇 차례나?

 

세 번이요

 

나다, 네 등불도 올려봐라

 

저기요!

 

어리석기는

 

그냥 거울이다

 

스승님!

 

- 책, 책들을 구해라!
- 스승님이 먼저죠

 

함정과 거울이 있는 걸 보니
다 온 모양이다

 

그리스어 번역사가 쓴 글귀를
올바로 해독한 것이라면...

 

나는 사본도 없이

 

원장에게 양피지를
넘겨줄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마누스 수프라 이돌룸, 아제 프리뭄
엣 셉티무스 데 콰투오르", 뜻은?

 

"우상 위에 손을 얹고"

 

"4의 첫 번째와
일곱 번째를 누른다"

 

잘했다

 

우상이라뇨?

 

이제 그걸 찾아야지

 

그 4에 대한 건 또 뭐죠?

 

내가 그런 걸 다 알면 파리에서
신학을 가르치고 있겠지

 

다시 한번

 

들리느냐?

 

- 제 이빨 부딪치는 소립니다
- 뭐?

 

제 이빨요

 

두려워할 것 없다

 

그게 아니라
추워서 그럽니다

 

그래, 그만 돌아가자

 

저는 괜찮습니다

 

그게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도 못 풀겠다, 지금은

 

어디 보자

 

미궁을 나가기 위해서는

 

갈림길에서 화살표로 표시한다
아냐, 그게 아니지

 

스승님?

 

지금 생각하는 중이잖니

 

- 갈림길에서 화살표가...
- 스승님!

 

잘했다!

 

고전문학을 공부한
보람이 있구나

 

고마워

 

루시퍼, 어서 오소서

 

베르나르도 대공
이걸 보십시오!

 

몸을 뒤져라

 

원장님, 수도원 안에 있는
악마의 존재를

 

조사하라고 부르셨는데

 

벌써 찾았습니다

 

낯익은 악마 숭배의
도구들이로구나

 

검은 수탉과 검은 고양이!

 

악마가 아니라 음식을
위해 그런 겁니다

 

윌리엄 수도사께서 심문을
맡았던 사건을 기억하시겠죠

 

한 여자가 검은 고양이로
둔갑해서 악마와

 

교합했다고
고백한 사건이었죠

 

대공께서 결론에 이르는 데
나의 그런

 

과거 경험이
필요한 것은 아닐 거요

 

맞소이다,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있으니 말이오

 

마녀! 유혹 받은 수도승!
악마의 의식!

 

내일...

 

이 사건이 이 수도원에서
일어난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과 연관성이 있는지
규명하도록 하겠소

 

저것들을 가둬야
오늘밤 편히 잘 것이다

 

그냥 보고만 계시다뇨

 

그래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책과 사상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할 말이 많으시더니

 

이미 화형은
피할 수 없다, 아드조

 

베르나르도가
마녀라고 선언했으니

 

그렇지 않음을 아시잖아요?

 

잘 알지

 

또한 종교 재판관의
판결을 반박하는 자는

 

이단자가 됨도 안다

 

그 일에 대해 많이
아시는 것 같군요

 

그래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친구로서요

 

별로 할 말은 없다

 

나도 재판관이었다

 

당시만 해도
종교 재판은 처벌이 아닌

 

계도의 수단이었지

 

한번은 어떤 남자가
기소됐는데

 

성서의 내용과 상충되는
그리스 서책을

 

번역했다는 죄로
재판에 처해졌지

 

베르나르도 귀는
이단으로 판결하길 원했고

 

나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그는 이단자를 변호한다며
나를 이단으로 기소했다

 

난 교황님께 탄원을 했지

 

결국 나는 투옥됐고

 

모진 고문에...

 

주장을 철회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죠?

 

그 남자는 화형에 처해졌지

 

난 이렇게 살아있고

 

살바토레 형제

 

이러는 나도
자네만큼 고통스럽네

 

하고 하지 않고는
자네에게 달렸지

 

마음의 문을 열고
영혼의 심연을 보게

 

들여다보라고

 

봅니다!

 

네, 네, 봅니다

 

그러면 말하게

 

동료 형제들 중에

 

살인을 범한
이단자가 누군가?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날 밤, 괴로워 밤을 지샌 건
그녀 때문이었나, 내 자신 때문이었나?

 

난 알 수 없었다

 

새벽에 온 교황의 사절단은

 

논쟁에선 적이 될 터였다

 

하지만 그건 더이상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고귀하신 추기경님,
존경하는 형제님들

 

마침내 오랫동안 기다리던
자리를 갖게 됐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먼 길을 온 것은
거룩한 성모 교회의

 

단합을 해쳐온 논쟁에 끝을
맺으려 하기 위해서입니다

 

전 기독교계의
모든 선한 분들이

 

이 유서 깊은
수도원을 주시하면서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이 입으셨던 옷을"

 

"소유하셨던 것일까요?"

 

존경하는 프란체스코회의
형제들이여

 

우리의 교황 성하께서는
저와 우리 종복들에게

 

권한을 위임하셨소

 

문제는 그리스도의
청빈이 아니라

 

교회가 청빈해야
하냐는 것이오

 

당신들 프란체스코회가 원하는 바는
성직자들이 모든 걸 버리고

 

부를 포기하고

 

수도원은 비축한
금전을 나눠주고

 

비옥한 토지를
농노들에게 넘기는 일...

 

책을 찾았습니다

 

조제실에 있더군요

 

한 약병 뒤에 그리스어 책이
숨겨져 있었어요

 

만지지 말고

 

돌아가서 안에서
문을 잠그고 계시오

 

가능한 빨리 가겠소

 

그러면 교회가
불신자들과 싸우고

 

이단자들과 전쟁을 벌이는 데
필요한 수단을 빼앗게 되오

 

당신들은 잊으셨소, 주님에
대한 그 어떤 기념비도

 

그 끝없는 권능과 영광 앞에서는
퇴색될 수밖에 없는 바

 

교회도 예외는 아니오...

 

어서 서두르십시오

 

살바토레가 자신과 형제님의
죄를 자백했습니다

 

화형을 피하려면
어서 나가십시오

 

고맙소

 

따라오시오!

 

교황청이 하느님의
거처란 말이오?

 

대답하십시오!

 

이번 살인사건들은
화해가...

 

복음서를 보면 그리스도도
전대를 가지셨었소

 

거짓말이오! 아시잖소!

 

주께선 제자들에게
일곱 번 이상 당부하셨소

 

- '금도 지니지 말고...'
- 형제님들!

 

형제님들, 진정하십시오!

 

중대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거 놓으라구!
난 안 죽였어요!

 

나는 곡물저장소에 있었소!

 

난 아무도 안 죽였단 말입니다!

 

그럼 왜 몰래 나가려고 했소?

 

그것은...

 

이미 당신을 다른 혐의로
수배했는데

 

내 생각이 맞은 거지

 

한 사람이 처음부터 바른
방향으로 조사를 했다면

 

몇몇 형제는 아직
여기 살아계셨을 거요

 

"천박한 인물들과"

 

"그들의 결점에서
즐거움을 취해"

 

제발 좀,
지금 생각 중이다!

 

저도 그렇습니다, 스승님

 

마음이 아닌 머리를 쓰면

 

진보가 훨씬 빠를 거다

 

사람보다 책이 중요하세요?

 

내가 그러더냐?

 

사람에게 관심이 없으신
듯해서 말입니다

 

동정심이라곤 없으세요?

 

이런 게 나의 동정심이다

 

동정심이 불 속에서
구해주진 못한다

 

이 자리에 배석하신 형제들께선
순종을 서약했고

 

거부할 시
파문을 각오한 바

 

이단자의 심문에 있어서
저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본 재판을 주재하고

 

평결의 짐을
덜어주실 분으로

 

두 분의 심판관을
지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원장님

 

그리고...

 

바스커빌의 윌리엄 형제님

 

살바토레

 

살바토레

 

살바토레

 

어젯밤의 자백을
다시 말해보겠나?

 

자네와 자네의
공범인 레미지오가

 

돌치노 파의
일원이었다고 했지?

 

고맙네

 

그만 됐네

 

- 용서하십시오
- 그만!

 

레미지오 데 바라지네,
공범의 자백을 부인하겠나?

 

아니오

 

부인하지 않겠소

 

자랑스러우니까!

 

나는 여기서
지난 12년 동안

 

내 뱃속이나 채우고

 

육욕을 채우며

 

굶주린 농노들로부터
십일조를 짜냈소

 

하지만 지금은
당신들이 힘을 줘서

 

내 마음을 다 바쳐
믿던 것을 기억해냈으니

 

고마울 따름이오

 

교회의 재산을 약탈하고
불태운 범죄를 기억해냈는가?

 

그렇소! 당신들이 빼앗은 것을
되돌려 줬을 뿐이오

 

많은 주교와 성직자들도
살육하지 않았나?

 

그렇소

 

내게 기회가 있었으면
당신들도 다 죽였을 것이오!

 

성모 마리아님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제 죄가 큰 줄은 압니다만

 

간청하오니

 

그녀가 제 잘못으로
고통을 받게는 마옵소서

 

성모님...

 

여러 해 전에 스승님을
구한 기적을 행하셨으니

 

저 소녀도 그리
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제 스승님은 항상 무지한 이들이
당하게 된다고 하시는데

 

성모님, 제발 그리 되진
말게 하옵소서

 

저 마녀는 유죄입니다

 

수도사를 유혹했으며

 

이 신성한 수도원에서
악마의 의식을 행한 죄입니다

 

살바토레도 유죄입니다

 

과거의 이단 행위를
자백했으며

 

마녀와 함께 놀아나던 중
체포됐습니다!

 

레미지오도
역시 유죄입니다!

 

자신의 이단 행위를
뉘우치지 않았으며

 

세버리너스의 살해 후
도피하려다 체포됐습니다

 

거짓말이오!

 

난 이 수도원의
그 누구도 죽인 적이 없소!

 

그러므로 청컨대

 

제 판결을 확인해
주십시오, 원장님

 

제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하지만

 

본 재판의 공정한 판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이유는
없는 듯합니다

 

윌리엄 형제께서는요?

 

 

그는 유죄입니다

 

그의 젊은 시절에

 

성서의 내용을
잘못 이해한 죄며

 

또한 부와 재산의
무분별한 파괴를

 

청빈에 대한 사랑으로
혼동한 죄입니다

 

하지만 원장님
이 수도원을 피로 물들인

 

범죄에 대해서는 무죄입니다

 

레미지오 형제는 그리스어를
읽을 줄 모릅니다

 

이 수수께끼 같은 사건은

 

그리스어로 쓰여진, 그리고
장서관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한 서책의 도난이
그 열쇠입니다

 

본 재판의 평결에
이의가 제기된 바

 

살인 자백을 받아내지
않을 수 없겠군요

 

대장간으로 데려가
형구들을 보여주시오

 

무엇이든 자백하겠으니

 

고문만은 말아주시오

 

난 살바토레처럼
견디지 못하오

 

그럼 좋네

 

왜 죽인 건가?

 

왜?

 

이유는 모르겠소

 

- 악마가 시켜서 그랬나?
- 맞소

 

그렇소이다
악마가 시켰소

 

다 악마가 시켰소!

 

아드람멜렉, 루시퍼
지옥의 제왕들이여, 나오소서!

 

알라스토르!

 

아사셀!

 

목자는 의무를 다한 바

 

이제 병든 양은 정화의
불길에 태워질 것입니다

 

레미지오를 화형에
처할 순 있겠지만

 

수도원에서 자행되는 범죄를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희생자는 계속 나올 것이고

 

그들의 손가락과 혀는

 

검게 물들어 있을 것입니다

 

추기경님, 제발

 

저희 프란체스코회 수도사들도
그 발언에 놀랐습니다

 

당신네 교리가 이단자를
보호함으로써 살인에 이르게 했소

 

- 논쟁은 끝났소
- 아닙니다

 

바스커빌의 윌리엄 형제는
과거의 잘못된

 

삶으로 돌아간 듯합니다

 

또다시 종교 재판의
정당한 형벌로부터

 

이단자를 보호하고자 한 이상

 

함께 아비뇽으로 가서
교황 요한 성하의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내가 옳습니다

 

그 책을 찾아 베르나르도 귀의
잘못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그러나 적그리스도는
다시 승리를 거두었고

 

이제 그 무엇도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오늘밤 장작이 타오르면

 

그 불길로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도록 합시다

 

본 수도원이 지닌 임무로
각자 돌아가도록 합시다

 

지식의 보존이란
임무 말입니다

 

지식의 "추구"가 아니라
"보존"입니다

 

지식의 역사에서는
진보가 아니라

 

숭고한 지혜의 반복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전능하신 주님의 은총으로

 

핏빛 눈과 갈라진 발굽의
적그리스도가

 

이 신성한 수도원에서
추방되었고

 

평화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내게 천 마리 전갈의
위력이라고... 그랬소

 

누가 말이오?
혀가 검어요!

 

손가락도 까맣고

 

- 윌리엄 형제가 한 말처럼
- 아드조!

 

- 말라키아 형제입니다
- 말라키아가?

 

- 그렇습니다
- 주님이시여

 

말라키아마저!

 

언제 끝이 날꼬?

 

말라키아

 

베르나르도 대공
윌리엄 형제가 옳았습니다

 

- 분명히...
- 그래! 알았겠지

 

내가 범인이라면
나도 알았을 테지

 

윌리엄 수사를 찾으시오

 

거울을 못 열잖습니까?

 

4(four)의 첫 번째와
일곱 번째 문자를 눌러보자

 

- 그건 네 자뿐입니다
- 라틴어로는 아니지

 

Quatuor라고
거울 위에 쓰여있었지?

 

우상 위를 누르랬는데요

 

라틴어의 idolum이 아니라
그리스어의 eidolon이면

 

이미지나 상을 뜻하지,
우리 모습 말이다

 

- 이쪽입니다
- 아니, 이쪽이다, 아드조

 

여기 Q와 R입니다

 

부디 성공해야 할 텐데

 

어서 와라

 

안녕하십니까, 호르헤 수사님

 

지난 며칠 동안
당신을 기다렸소, 윌리엄

 

저희보다 먼저 오시다니
날아온 모양이군요

 

당신은 이 수도원에 온 뒤로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미궁에서의 지름길은
발견하지 못하셨지

 

그래, 원하는 게 무엇이오?

 

그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리스어 서책을 보고 싶군요

 

희극성을 다루는데
바쳐진 그 책을

 

웃음만큼이나 싫어하시겠죠

 

이 세상에 남은 한 권뿐일지
모르는 것을 보고 싶군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제 2권을요

 

당신이 사서가 됐다면
매우 탁월했을 것이오

 

자, 볼 자격이 충분하오

 

읽으시오

 

그 비밀을 넘겨보시오

 

당신이 이겼소

 

빨리 와!

 

"천박한 인물들과 그들의
결점에서 즐거움을 취함으로써"

 

"희극이 우리의 기쁨을 자극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해 본다"

 

계속하시오, 윌리엄
읽으라니까!

 

스승님, 시간이 없습니다

 

불빛이 너무 어두우면

 

젊은 수련 수사에게
읽게 하던가

 

아끼는 내 제자가 독이 묻은
페이지를 넘기게 할 수는 없지요

 

지금 제가 끼고 있는
장갑을 빌려준다면 몰라도

 

어서 문을!
가둘 작정이다

 

밀어라

 

아니다, 잠깐

 

형제님, 희극에
관한 책은 많은데

 

왜 유독 그 책을
두려워 하시지요?

 

- 아리스토텔레스가 썼으니까
- 아드조, 이쪽이다

 

살바토레, 악마를 부정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받아들이겠나?

 

레미지오 데 바라지네,
악마를 부정하고

 

- 예수 그리스도를...
- 무엇 때문에?

 

평생을 감옥에서 있는 것보다
빨리 죽는 게 훨씬 나은데

 

악마는 바로 당신이야
베르나르도 귀!

 

악마를 부정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받아들이겠나?

 

웃음이 왜 그리
두려운 겁니까?

 

웃음은 두려움을 없애니까

 

두려움이 없이는
신앙도 있을 수 없소

 

악마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하느님은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 서책을 없앤다고 해서
웃음이 없어집니까?

 

물론 아니지

 

천박한 자들은
계속 웃겠지만

 

만약에 이 책을 본 학자들이

 

모든 것에 대해 웃을 수 있다고
주장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

 

하느님까지도 비웃을 건가?

 

세상은 혼돈에 빠지게 될 걸세

 

그러므로 나 자신이
이 말해져선 안 되는 것을

 

봉인하는 무덤이 될 것이네

 

저기, 아치 뒤입니다!

 

아드조!

 

아드조!

 

아드조!

 

- 스승님!
- 어서 나가거라!

 

어서 여기서 나가거라
명령이다!

 

하느님, 구해주십시오

 

저들을 막아

 

마녀를 태워

 

감히 교회에 맞설 테냐?

 

가자!

 

안 돼! 가면 안 돼요!

 

모두 당신 탓이야

 

스승님이 진짜
범인을 찾았어!

 

어서 날 도와다오!

 

도와달라고!

 

살려줘! 안 돼!

 

안 돼, 안 돼!

 

스승님

 

아드조!

 

내 결정을 후회한 적은 없다

 

스승님으로부터 많은
선과 지혜와 진리를 배웠으니까

 

헤어지게 되었을 때
스승님은 돋보기를 주셨다

 

지금은 젊지만 나중에
요긴할 거라고 하시면서

 

아닌 게 아니라, 지금 그것을
코에 걸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스승님은 아버지처럼 정답게
안아주면서 나를 떠나보내셨다

 

그 후로 어떻게
되셨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항상 하느님께
그 영혼을 받아주시고

 

지적 자만으로 행했던 많은 허물을
용서해 주시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하얗게 늙어서도

 

지난 세월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얼굴 중에서

 

그 소녀의 얼굴이
가장 또렷한 게 부끄럽다

 

이 오랜 세월 동안
꿈에서 지울 수 없었던 얼굴

 

속세의 내 유일한
사랑이었던 그녀

 

그럼에도 지금까지
그녀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