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8}[서정적인 음악]
[새가 지저귄다]
[물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
[풀벌레 울음]
[애쓰는 신음]
[숨을 내뱉는다]
[놀란 신음]
[지혜 내레이션]
어린 시절에 강 위에 떠 있던
커다란 무지개를 본 적이 있다
[신기해하는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야, 가!
[지혜 내레이션]
무지개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이야
사람이 죽으면 무지개 문을 지나서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엄마는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셨다
난 엄마가 재혼을 하길 바라지만
[당황한 숨소리]
[후!]
[지혜 내레이션]
혈액형은 O형
일곱 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기합]
[지혜의 기합]
[기합]
[숨을 크게 내뱉는다]
[남자의 씩씩대는 숨소리]
[당황한 목소리로]
[씩씩댄다]
[만족스러운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지혜 내레이션]
엄마는 편지들을 꺼내 보실 때마다
그때 맡았던 냄새와
깨알 같던 글씨들
[기침]
그 속에
엄마의 첫사랑이 있다
[서정적인 음악]
[전화벨 소리]
여보세요?
(수경)
아침부터 웬일이니?
(수경)
야, 너 나 또 들러리 서게
(수경)
정말?
(수경)
[지혜 내레이션]
[수경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수경이는 어느 날 연극반
내게 부탁해 왔다
[키보드를 탁탁 친다]
수경이 대신 그에게 메일을 보냈다
'오늘은 벤치 아래 앉아서
'마치 그림엽서를 보는 듯했죠'
등등
음~ 유치해
다시 써?
[웃음]
옛날
그때 엄만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천국으로 가는 거란다
엄만 그렇지 않은가 보다
내 이름은 지혜
괜찮아요?
엄마와 아빠의 편지와
일기가 들어 있는 상자다
눈물을 흘리셨다
[후]
[기침]
지혜니?
나야, 수경이
오늘 상민 오빠랑 미술관에 들렀다가
연극 보러 가는데 같이 갈래?
하려고 그러지?
어, 아니야, 바보야
상민이 오빠가 보자는 거야
정말이라니까?
내가 상민 오빠를 알게 된 건
수경이 때문이다
상민 오빠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난 거의 두 달 동안이나
책을 보는 오빠를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