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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 황 석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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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찬 란
제공/배급: ㈜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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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타퍼 리는
향년 78세로 긴 투병 끝에

딸 애니의 집에서
4월 3일 별세하셨습니다

고(故) 마틴 리의
사랑받는 아내였으며

애니 리 그레이엄과
고(故) 찰스 리의 어머니이자

피터와 찰리의
다정한 할머니였으며

닥터 스티븐 그레이엄의
장모님이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킹스톤 장례식장에 모시며

장례식은
토요일 오전 10시에

스프링 블로섬 묘지에서
진행됩니다

피터

일어나렴
피터, 일어나

정장 가져왔다

네 동생은 어젯밤에
방에서 잤니?

몰라요

아무튼 일어나

찰리, 세상에
일어나!

어젯밤에
얼마나 추웠는데

이러니까 폐렴 걸리지

괜찮아요

빨리 내려오렴
우리 늦었어

엄마는
벌써 차 탔어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힘이 나네요

어머니도
감동하셨을 거예요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모르셨을 테니

어머니는 비밀이 많고
말수도 적은 분이셨죠

당신만 아시는 의식들
당신만 아시는 친구들

당신만 아시는
불안감까지

솔직히 이런 얘기도
불편해하실 거예요

마음을 알기가
어려운 분이었죠

무슨 생각 하시는지
짐작이 가더라도

감히 말씀드리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건강하실 땐
정말 다정하고

마음이 따뜻한
분이셨어요

그리고 고집이
굉장히 세셨죠

제가 어머니를
닮은 모양이에요

늘 옳은 분이라고
생각해야 했죠

어머니가
뭔가 착각하셨을 때

그렇게 보이더라도
제가...

틀린 거였어요

땅콩 안 들어있지?

- 네
- 그래

땅콩 들었어?
알러지약 놓고 왔어

아니래

안녕, 렉시!
착하지

다들 신발 벗어

찰리, 신발 벗어

기분이 이상해

그래

더 슬퍼야 하나?

편하게 있어도 돼
괜찮아질 거야

작은 세상
애니 리 작품

좀 어때?

그냥 작업하고 있어

머리 좀 식히려고

아직도 요양원 때문에
고생하고 있어?

이거랑 유치원

이건 마감이
7개월 남았댔나?

6개월 반

금방이네

제목은 정했어?

들어오세요

아들, 잘 자라

주무세요

기분은 좀 괜찮니?

네, 괜찮아요

좀 슬프다거나?

그래, 알았다

알아

- 잘 자라
- 주무세요

사랑한다

이건 누구니?

할머니야?

할머니가
너 진짜 아끼셨어

갓난쟁이일 때도

자기가 밥 먹인다고
고집을 피워서

얼마나 짜증 났는데

내가 손자였으면
좋았겠다고 했어요

난 어릴 때
선머슴 같았어

치마, 인형, 핑크색
다 싫었지

이제 나는
누가 돌봐줘요?

엄마가 안 돌봐줄까 봐
걱정이세요?

엄마 죽으면

그땐...

아빠가 돌봐주지

오빠도 있고

넌 아기일 때도
운 적이 없어

그거 알아?

태어날 때도
안 울었지

오늘 울고 싶었어?

엄마는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는데

사토니

잘 자렴

엄마 물건

사랑하는 딸 애니에게,
말할 수 없었다만

상실에 절망하지 말고
날 미워하지 말렴

그럴 가치가 있었음을
알게 될 게다

우리의 희생은
큰 상으로 돌아올 테니

사랑하는 엄마가

엄마?

방금 작업실에서
기겁했어

왜?

말하기 싫어?

다 했니?

거의요

장난감은 시험 끝나고
만지면 안 될까?

- 네
- 그래

- 깜짝이야
- 방금 뭐야?

영웅은 자신의 결점에
당한다고 했을 때

헤라클레스의 결점은?

- 교만함요?
- 그래, 이유는?

희곡 내내
전조가 제시되는데

전부 다
무시해 버리니까요

흥미로운 의견이구나
자기를 과신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소포클레스는...

쉬는 시간에
마리화나 빨까?

헤라클레스는
선택권이 없었어

선택권이 있었다면
더 비극이었을까?

덜 비극이었을까?

- 덜요
- 그래, 이유는?

찍었어요

어떻게 생각하니
피터?

어느 부분요?

더 비극 같아요

모두 필연적인 일이라면
인물들은 희망이 없잖아요

희망이 없으면
아무 기대도 없고

가망 없는 체스판의
말 같은 존재니까요

영혼 발현의 판단 기준

- 나 왔어
- 어서 와

엄마 방에
들어갔었어?

아니

문이 열려 있어서

여보세요

황당한 소리 해서
미안해

- 괜찮아
- 고마워

아빠, 묘지예요

무슨 일로?

물어볼게

여보세요?

네

무슨 말씀이세요?

무덤이 훼손돼요?

겨우 1주일 됐는데요

네, 그럼요
그래야죠

그렇게 하죠
다시 걸어도 될까요?

- 들어가세요
- 뭐래?

정산할 게 남았나 봐

영화나 보고 올게

그래

본인이 짐이라는
얘기만 하셨대요

나는 아니라고 했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의 모임

그래도 자기가
짐이라고 하셨어요

처음 오신 분들의
얘길 들어볼까요?

처음이신 분도 좋고

두 번째이신 분도
편히 말씀하세요

네

- 하실 말씀이...
- 아니에요

괜찮아요
부담 갖지 마세요

제 이름은 애니예요

안녕하세요, 애니

1주일 전에
엄마가 돌아가셔서

얘기나 하려고
와봤어요

이런 자리는
피하는 편인데

몇 년 전에
억지로 왔다가

그때도...

도움이 돼서

엄마는 연로하셨고
말년에 쇠약하셨어요

가족들과의 관계도
소원한 편이어서

충격이 크진 않았죠

하지만 저는...

엄마를 사랑했어요

해리성 인격장애로
말년까지 고생하셨고

치매도 있었고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
굶어 돌아가셨어요

우울증이 심하셔서

아무것도 안 드셨다는데
끔찍했던 모양이에요

그리고 우리 오빠...

우리 오빠는
조현병이 있었고

엄마 방에서
16살에 목을 맸어요

엄마가 자기 몸에
누굴 넣으려고 했다나

그게 엄마 인생이었죠

요양원 가시기 전엔
우리 집에 사셨는데

그전엔 대화도
없었어요

했다가 안 했다가
엄마 마음이었죠

사람을 어지간히
괴롭혔어요

그래서 남편이 반강제로
연락을 끊게 했죠

딸 임신하기 전까진
그렇게 지냈어요

첫째 때는 근처에도
못 오게 해서

딸은 보게 해줬더니
애를 채가더군요

나는...

또 죄책감이 들었어요

아픈 후로는
아예 딴 사람이었고

끝까지 가족들에게
죄책감도 없었죠

가족들에게 스트레스를
더 주긴 싫어요

가족에게 기대기도...

어려운 환경이고

나는 그냥...

다 엉망이 됐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게 내 탓이란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 탓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내 탓이 돼요

뭘 잘못했다는
생각이 드시는데요?

모르겠어요

이쪽에서 컨벤션이라도
열리는 건가요?

네?

아침에 비슷한 옷 입은
사람과 얘기했거든요

당신이 찾는
사람 같은데요

얘길 했다고요?

뭐라던가요?
어디로 갔죠?

이거 왜 이래요?
건드리지 마세요!

대답하라니까!

내가 왜요?
당신이 뭔데 그래요?

당장 말 못 해?

군인 인식표를
차고 있었어요

내일 아론의 집에서 파티해
마리화나 챙겨와라!

작가님, 작업 진척도를
알 수 있을까요?

사진이라도 보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기...

오늘 저녁에
차 써도 돼요?

왜? 어디 가게?

학교 친구들이
바비큐 파티하재요

저녁 나가서 먹어?

아뇨, 먹고 나가요

- 거기서 먹어도 돼
- 아뇨, 먹고 갈게요

그냥 애들 만나러
가는 거라

술은 안 마셔?

마시고 싶어도
못 사는데요

술 마실 거냐고
물어본 것뿐이야

안 마신다고
대답한 건데요

동생 데려갈래?

가고 싶대요?

물어봤니?

찰리

찰리!

뭐 하는 짓이야?
맨발로 나오고

너 바보야?

신발도 코트도 없이
어딜 나와?

할머니 보고 싶어요

뭐? 이젠 엄마한테
화났어?

이따가 파티나...
양말 벗어

오빠랑 파티나 가

무슨 파티?

학교 친구들이랑
파티한대

- 생각 없어요
- 뭐가 생각 없어

- 너도 가
- 왜요?

재밌을 거야
애들이랑 놀다 와

누구랑?

오빠랑 놀든지
애들이랑 놀든지

- 알았어요
- 그래, 가

- 데려가
- 알았어요

그러니까 진짜로
술은 안 돼

진짜 마실 생각
없었다니까요

안녕

안녕

파티 재밌어?

왜? 재밌으면
너도 오게?

응, 재밌어?

그냥 그래

너 담배 피워?

진짜 좋은
마리화나 있는데

- 저쪽 방에 물담배 있어
- 잘됐네

- 여기서 잠깐 기다릴래?
- 싫어

찰리, 2분만 기다려
갔다 와서 그림 그리자

제발, 찰리...

저기 봐
초콜릿 케이크 준다

- 아무나 못 먹잖아
- 파티인데 먹어도 돼

- 아는 사람도 없어
- 다 똑같아

그냥 가면 줄 거야

떨어지기 전에
빨리 가져와

얘들아

피터가
마리화나 가져왔어

아래층에 있는 애
여동생이야?

응, 찰리

걔 섹시해?

지난주엔
날 그리더라

- 그래?
- 응

저능아처럼 그렸던데

원래 그림이 그래

부재중 전화
엄마

오빠

찰리

왜 그래?

괜찮아?

숨이 안 쉬어져

무슨 소리야?

목이 붓고 있나 봐

조금만 참아
병원 다 왔어

찰리!

괜찮아

괜찮아

애들 왔나 보네

그래

목재 사러 갈 건데
뭐 사다 줘?

난 됐어
조심히 다녀와

알았어
20분이면 와

맙소사! 맙소사!

안 돼, 안 돼...

나도 죽을래

죽을 거 같아!
나도 죽을래!

찰리!

자자스

너네 베키랑
페북 친구 사이냐?

베키랑 친구?

페북 친구지

걔 글 봤냐?

뭔지 알겠다

- 거의 10초마다 올리더라
- 그러니까

그리고 걔 브라...
나 좀 피우자

- 브라이언?
- 걔랑 여자친구

여친을
골 때리게 부르던데

공주라고 부르더라

씨발 공주래

미친 새끼

못 봐주겠더라
"공주 데리러 공항 감"

그 음식 뭐더라
쿠스...

쿠스쿠스

"쿠스인지 뭔지
공주랑 먹음"

- 너 할 거야?
- 걔 여친이 누구지?

무슨 골 빈
대학생이던데

나도 골 빈 대학생
만나고 싶다

야, 너 괜찮아?

목이 좀 이상해

목이...
붓는 거 같아

마리화나 때문이겠지

진정해

손 좀 잡아줘

쫓아와서 미안해요

안 들어가요?

네, 뭘 깜빡해서요

그래요, 미안해요

몇 달 전에
본 기억이 나서요

내 정신 좀 봐
난 조안이에요

안녕하세요

좀 괜찮아졌어요?

네?

어머님 돌아가시고...

네? 그게 아니라...

우리...

우리 딸이 죽었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잠깐 들어갈래요?

커피라도 한잔해요

정말 죄송한데...

진짜 가야 돼요

내 아들도 죽었어요

정말 유감이에요

애가 몇 살이었어요?

13살요

저런...

너무 딱하네요

우리 아들과 손자는
익사했어요

4개월 전에

손자는 7살이었죠

세상에!

여기 두어 달째
나오고 있는데

도움이 됐어요

물론 마음이
편해지진 않지만

덜 외롭게
느껴지더라고요

네

좀 주책맞지만...

얘기할 사람 필요하면

연락해요

필요할 거예요

연락해요

네

정말 감사해요

그래요

잘 가요

- 여보
- 왔어?

- 자야겠어
- 어디 갔었어?

극장 갔었어

가서 잘래

그래, 금방 갈게

그래

금방 올게

담요 가져가면서
뭘 금방 와

잠이 안 와

밖에 추워

히터 있잖아

알았어

진짜 괜찮아?

너무 추우면 들어와

못 자겠어서 그래

의심하는 분들을 위한
공개 의식

갤러리에 연장한다고
전화할까?

젠장

조안
555-0192

조안

애니, 왔네요

좀 일찍 왔죠?

마침 잘 왔어요
들어와요

현관 매트 있잖아요

귀엽죠?

어머니도 비슷한 걸
갖고 계셨거든요

그래요?
재미있네요

들어와서 앉아요

처음에 무슨...

이상한 냄새가 나요

그다음엔...

시체에...

시커먼...

타르 같은

피가...

근데 머리가 없어서
얼굴도 안 보여요

그러다 사라져요

근데 걔 손에
그 작은 손톱이...

아들과의
관계는 어때요?

피터요?

세상에...

전 몽유병이 있어요

최근 몇 년은
괜찮았는데

몇 년 전엔
정신을 차려보니

피터와 찰리의 침대
옆에 서 있더군요

걔들 방이었어요

근데 걔들이...

페인트 시너를
뒤집어쓰고 있었어요

저도 그랬고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 손에는
성냥 상자와

빈 시너 깡통이
들려 있었죠

성냥을 켜면서
잠이 깼는데

피터도 깨어나서
비명을 질렀어요

정신을 차리자마자
바로 성냥을 껐죠

저도 피터만큼이나
충격이 컸어요

몽유병이었다고 해도
애들이 믿질 않았어요

진짜 몽유병이었는데!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