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꿈꾸는 남자는 현실주의자 01

기다려, 아이카~
기다려 주세요!

싫어!

다가오지 마, 끈질기다구!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답할 필요는 없잖아~

 

이렇게나 끈질기지 않다면
이렇게 대답하지도 않았어!

뭐? 내가 그렇게나 끈질겨?

끈질겨

이제 그만 좀 해!

에에, 싫어~

싫은 건 오히려 나라구!

 

내 이름은 사죠 와타루
평범한 남고생이다

특징이 있다고 한다면

교내에서 반쯤은 스토커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이름은 나츠카와 아이카

내게 있어서 지상 최강의

하늘이 2개
아니, 3개나 내려준 완벽 미소녀!

나는 그녀에게 반했다

그래서 언젠가 그녀와
사귈 수 있을 날을 꿈꾸며

평소부터 열렬한
어프로치를 빠지지 않고 해왔다

 

자, 잠깐…
괜찮아?

아, 응

 

끈질기게 따라다니니까
그런 일이 생기는 거잖아

더 이상 나한테
다가오지 마

 

그러네

 

그럴게

 

꿈꾸남자

sub by 별명따위

 

sub by 별명따위

 

『좋아해. 사귀어 줘』

 

어제 부 활동…

응, 어떻게든

오, 사죳찌
안녕~

그래, 안녕

 

사죳찌, 아침부터 평소 행실에
천벌이 내려졌다며?

천벌?
아아

케이, 괜찮다니까

계속 그랬다간 아이찌한테
더 미움받는다?

케이도 참, 이제 괜찮다니까

응, 그러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사죳찌, 열이라도 있어?

아니, 딱히

에에, 하지만~

자리에 앉으렴

 

어머, 사죠 군

내가 침착하게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별일인걸

그럼까?

그렇거든

항상 나츠카와 양 꽁무니만
쫓아다니니까

이야~

 

잠깐, 따라다니지 말라니까!

아, 아니
화장실 가고 싶은 것뿐인데

 

그, 그래?

 

왜 그러는 거야, 사죠!

너희, 무슨 일 있었어?

싸우기라도 했어?

 

딱히, 싸우는 거야
항상 있는 일이잖아?

어, 응…
그러고 보니 그러네

하지만 평소에는
나츠카와 씨가 화내는 걸로 끝나잖아?

하지만 너는 개의치 않고
질척거렸잖아

뭐…

"뭐…"라니, 너…

여느 때와 같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

왠지 이상하단 말이야

 

저기

 

내가 아이카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홀딱 빠져놓고!

그렇지?

좋아해
포교하고 싶어질 만큼

어이, 어이
이 타이밍에 염장질을…

포교?

 

저, 저기…

 

불렀어?

뭐… 뭐?
잘못 들은 거 아냐?

응…
그렇지

어, 어디 가는 거야?

뭐? 식당에 있는 매점인데

 

- 실화냐!
- 뭐가?

평소였다면

"아이카, 아이카~
같이 먹자~"

"오늘 싸온 도시락도
엄청 맛있어 보이잖아"

"에, 설마 한 입
먹게 해준다거나?"

―같은 소리를 지껄였는데!

가, 갈 거면 얼른 가!

그러다 살 시간도 없어진다?

어, 응

 

저 녀석, 괜찮은 거 맞아?

너무 차여서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냐?

 

굳세게 살아야 한다

 

왠지 좀~

 

저기

 

사죠 군…이지?

 

사, 사람 잘못 본 거 아냐?

잘못 볼 리가 없잖아~

 

오… 오~
잘도 알아봤네!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안다는
사죠 와타루!

알아본 보상으로
생강절임을 주지!

뭐? 필요 없어~

 

그래서 누구심까?

뭐~?

뭐, 모르겠지

옆반인 아이자와 레나입니다☆

아이자와 레나 씨…는
왜 굳이 저한테?

왜라고 생각해?

와, 벌써부터 귀찮아

아, 너무해~

 

사죠 군, 또 봐

 

사죠, 이 녀석!

항복!

항복, 항복, 항복, 항복!

 

뭐, 뭐야?

진짜로 프로레슬링 놀이를
하는 건 누나만으로도 충분한데

손님이다, 손님
널 기다리고 있다더라

안녕~
사죠 군

아, 어제 봤던

아이자와 씨?

아이자와 씨였던가?

이상한 텐션이었던…

너무해!
그게 싫었다는 거야?

싫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귀여운 애가
말을 걸어서 깜짝 놀랐어

이눔 자식!
나츠카와라는 여자가 있는데!

나츠카와는 여신이니까

그럼 이 아이는 누군데!

 

그러니까…
뭐지?

글쎄, 뭘까?

이눔 자식…!

자, 잠깐…!

잠깐, 사죳찌!

아, 미안…

 

아, 저기…
아이카 씨?

 

뭔데?

아, 아니
아무것도…

 

나, 당번이라서

 

아주 잘나셨네요
사죳찌

 

아이찌나 도와주고 올게

큰일이다~
이거 왠지 오해를 사버린 걸까?

저기 있죠, 아이자와 씨?

"레나"라고 불러도 돼

 

그래서, 왜?

 

자!

이얍!

 

나이스 리시브~

 

사죠, 그리로 갔다!

 

어이, 사죠!
뭘 하는 거야!

미안, 미안

 

엄청 꼴불견이잖아

 

아시다냐
무슨 일이냐

바람둥이인 여자의 적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참이지~

여자의 적이라니…

 

한눈이나 팔고
엄청 잘나셨던데

아니, 그건…

뭐~
상대는 그 아이자와 씨니까

제아무리 사죳찌라고 해도
혹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

"그"라니?

아이자와 씨는 2학년 남친하고
쭉 러브러브한 걸로 유명한 애야

내 정보망에 따르면
중1 때부터 사귀었대

저, 정보망?
갑자기 무서워지는데!

아, 근데 너는 스파이가
어울려 보이니까!

춉!

 

우리보다 1학년 위인
2-B였던가?

단발에 날렵한 느낌의
꽤 훈남 느낌이 나는 선배

 

애당초 왜 그런 걸
찍은 거야

 

역시 시노미야 선배지!
혼나고 싶어~!

개공감~

엄청 욕을 퍼부어주거나
말 없이 노려봐 줬으면 좋겠어

참고로 부회장도
비슷한 계열 같지 않아?

오오, 벗이여!

아리무라는?

나는~

1학년의 나츠카와겠네

 

뚱한 얼굴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니,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동~감이야

 

왜 내 얼굴을
보면서 공감을 하는 거냐?

그게, 특수한 타입이
바로 눈앞에 있지 뭐야~

어엉?

어엉~?

그만해

 

왠지 사죳찌, 이상하단 말이지

 

뭐가?

알았다

보아하니 아이자와 씨가
신경 쓰이는 거지?

 

너…

뭐, 그렇지만

 

저기 말이야
둘한테 질문이 있는데

 

뭔데?

질문?

 

사죠 군~

 

아, 혹시 바쁜 와중이었어?
미안~

 

저기, 무슨 일이야?

응?

사죠 군하고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딱히 볼일은 없다는 거야?

음~ 뭐, 그러려나?

그럼 이야기를 해볼까?

아이자와 씨가 전남친하고
헤어진 이유를 가르쳐 줘

뭐… 뭐~?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그보다 느닷없이
그런 걸 물어보기야?

잠깐… 케이!

괜찮잖아, 괜찮잖아~!

어차피 지금은 사죳찌를
노리고 있는 거지?

 

뭐~?

그게… 그건…

역시 나한테 못난 점이 있어서?

거짓말, 갸륵하기도 해라!

역시 아이자와 씨와 헤어진
전남친은 보는 눈이 없네!

 

하지만 이젠 사죳찌가
있으니 걱정 없겠지?

그런 전남친은 헤어지길 잘한 거야!

케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야 그렇잖아

아이자와 씨 같은
착한 아이가 있는데도 말이집

정말 말도 안 돼!
최악이야!

…말아줘

 

전남친을 너무 나쁘게
말하지 말아줄래?

 

잠깐…

 

아, 큰일이다
괜찮아?

싫어

아…

죄, 죄송합니다

 

미안했다

 

왜 사죠 군이 사과해?

그러고 보니 그것도 그런데

설마 그런 무신경한 말을
할 줄은 몰랐어

 

사죠 군은 나와 있을 때에는
나츠카와 씨에 대한 얘기는 별로 안 하지?

여자와 있을 때에는 다른 여자
얘기는 하면 안 된다고

연애경험을 통해서 배워서 말입죠…

연애를 하고 있구나

글쎄다

그 연애가 결실을 맺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하지만 좋아하는 거지?
나츠카와 씨를

 

알아보겠어?

모르는 사람이 없지

그렇겠지

 

하지만 이제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너무 차여서 마음 한구석에
냉정한 내가 있는 것 같아

 

그렇구나, 그랬던 거구나

 

아이자와는?

연애했던 걸…

아, 미안!

사과하자마자 민감한
질문을 해버렸어

 

엄청 타입

뭐?

―이라고 하더라구

그래서 헤어졌어

아…

아아~

말하는 걸로는

그런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하지만 싫었어

아아, 응…

그래서 나도 한번 똑같은 걸
느껴보라는 식으로…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착각하고, 헛돌고…
최악이야

헛돈다라…

 

저기 말이야, 아이자와!

나, 아이카하고 만나기 전에
다른 여자한테 심하게 차인 적이 있어

뭐? 사죠 군이?

맞아, 중학교 때 얘긴데

 

"너 같은 수수한 놈이"

"무슨 주제로?
그 면상으로?"

아무튼 지독하게 차였어

거기에 남친이 나타나서
나한테 죽빵을 날리지 뭐야

 

죽빵을 맞고서 날아간 나는

뒤에 걷고 있던 아이카의 가슴에
얼굴을 처박게 됐어

뭐?

아이카는 비명과 함께
내 뺨을 날려버렸지

뭐!?

나는 반했어

왜!?

아이카는 우리의
사정을 물었어

그리고 남의 호의를
바보 취급하는 건

인간으로서 최악의 행위라고
그 녀석들한테 화도 냈어

그 후로 나는 아이카 말고
보이지 않게 됐어

 

그, 그래…

뭐, 거짓말이지만

 

하지만 아이카라면
그렇게 할 거야

처음은 첫눈에
반한 거였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이유는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 줬을 때의
그 상냥함을 잊지 못해서 그런 거겠지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

 

그래서 나는 아이카의
팬이 된 거야

응…? 어…
팬?

나츠카와 아이카는 모든 인류의 아이돌!

희망, 여신!

그래서 나는 아이카를
최애로 여기겠다고 지금 정했어!

잠깐, 잠깐!

사죠 군은 나츠카와 씨하고
사귀고 싶은 게 아니었어?

 

이 이상은 민폐니까

그렇다고 이 마음의 열정이
식어버리는 건 아냐

사귀지 못한다면 그런 대로
방법은 있어

앞으로는 차인 입장으로서

나츠카와를 멀찍이서
응원하며 행복을 바라야지

그건 그거대로 역겨울지도 모르지만

응, 조금 역겨울지도 모르겠네

 

그렇구나

그런 방식도 있는 거구나

 

왠지 조금 기운이 생겼어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시다한테는 내가
한 마디 해놓을게

그러지 말아줘!

아시다 씨는 나츠카와 씨를
지킨 것뿐이라고 생각해

지켰다고?
나츠카와를?

응, 아마도 나한테
사정이 있다는 걸 알았던 걸 거야

더는 이상한 짓은
하지 않을게

 

- 아이자와!
- 응?

아리무라 선배 말고도
남자들은 대개 그런 존재야

 

알고 있어~!

 

안녕, 아이찌

 

아, 안녕

저기 봐

 

레나찌하고 남친

사이를 되돌렸나 봐

그런 것 같네

 

아아~ 안타까워라!

 

사죳찌

아이찌 말고도
아이자와 씨한테까지 차이고

 

그러네

 

이야~ 좋은 꿈이었어

그게 뭐야?

좋은 추억이 생기면
그걸로 됐다는 거야?

사정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그럼 정체를 밝히기 전에
한껏 즐겨주려고 한 거지

그게 뭐야

아이자와 같은
언뜻 말괄량이 같은데

애정과 애교가 융합한 듯한 존재는
남자의 이상이거든

그런 애하고 얘기를 나누는 시간은
포상 같은 거지!

우와, 소름

그래도 잘 수습됐으니까 된 거잖아?

너는 그걸로 되는 거야?

 

미운털이 박히는 건
별개라 치고

애당초 기대 같은 건
하지도 않았으니까

 

이해가 안 돼

그야 그렇겠지

그렇겠지~

왜 그래, 사죳찌
평소랑 다르지 않아?

 

달랐던 건 오히려
지금까지의 나였어

뭐야, 사죠
똥 씹은 표정으로

드디어 나츠카와한테
진심으로 미운털 박혔냐?

지금 이혼 조정 중이니까
다물고 있어

이혼이라니!

 

- 뭐야, 그게~
- 치정극이래냐?

시끄러!

 

슬슬 사귀어 줘도 되잖아?

 

나는 바보냐?
전혀 어울리지도 않잖아

 

에엑!?

 

실례합니다…

어, 그러니까…
저기 앉아

그… 갑자기 들이닥쳐서 미안해

아, 응

그런데 우리 집은 어떻게 알았어?

부 활동에서 남아 있던
남자애한테 물어봤어

무슨 할 얘기…라도 있는 거지?

아무 일도 아닌데
갑자기 찾아오진 않겠지

그… 지금 집에
아무도 없는데

 

아니, 물론 이상한 의미로
한 소리가 아니라!

 

알고 있어

 

너, 무슨 일 있었어?

나?
어딘가 이상했어?

이상한 건… 평소랑 똑같은데

이상하지 않으니까
이상하다고 해야 할지…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너는 평소에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오히려 들이댄다고 해야 할지…

아, 아무튼 역겹잖아?

그 말에 동의하라고?

그치만 요즘은 전혀
끈질기게 굴지도 않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쫓아오지도 않고

어쩐지 사리분별이 좋다고 해야 할지!

저, 저기 말이야
아이카

 

왜?

 

좋아해, 사귀어 줘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타이밍에 내가
수긍해줄 리가 없잖아?

응, 알고 있었어

뭐?

 

미안했어, 나츠카와

지금 와서 무슨…

뭐? 나, 나츠카와?

 

아무리 거부해도, 쫓아버려도
꺾이지 않는

집요하게 쫓아오는 남자

보통 생각해 보면
엄청 역겹겠지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야…

다녀왔어~

진짜 지쳤다!

저기, 무슨 마실 거라도…

우왓! 와타루가
여자애를 데리고 왔어!

근데 엄청 귀엽잖아!

 

설마 네 여친은 아니겠지?

아니야

잠깐 볼일이 있어서
들른 것뿐이야

 

바래다 주고 올게

"바래다 주고 올게"!?

일일이 참견 좀 하지 마!

저기, 학생회의?

맞아, 귀찮지만

 

그런 게 부회장이라 미안하다

 

몰랐어

 

아까…

응?

 

아까 "그야" 다음에
하려고 했던 말이 뭐야?

뭐?

 

아까 누나가 돌아오기 전에
하려고 했던 말…

 

지금까지 잔뜩
민폐를 끼쳤으니까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겠다고
전하고 싶었어

 

앞으로는 그냥저냥
반 친구로서 잘 부탁할게

 

"잘 부탁할게"라니…

 

그렇게 됐으니까 나츠카와의
친구 중에 나하고 어울릴 만한 애 없어?

뭐?

 

어… 어라?

 

최악이야!

 

어이, 나츠카와

시끄러워, 바보!

 

저기, 저기, 저기~

사죳찌, 아이찌하고
자리가 떨어져 버렸네

충격이야?
충격?

뭐, 아쉽기는 하지만

 

기죽지 마~

그래도 뭐, 이걸로 나츠카와한테
민폐를 끼치지 않겠어

나츠카와라니… 민폐라니…?

뭐, 이제 슬슬
물러날 때라고 생각했어

어느 의미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납득해 버렸네

 

그럼 최소한 책임은 져야지

뭐? 왜?

사죳찌가 달라붙어 있어서

아이찌한테 다가가지 못한
애들이 잔뜩 있으니까

뭐?

 

그래, 포교하자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