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아버님,

어버님,

크리스 오라버님,

렌 오라버님...

 

만나고 싶었어요!

 

다들... 사랑해요...!

사랑하고 있어요.

엘리제?

왜 그래, 리제?

불쌍하게도, 힘들었나보구나.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여보!

벌이 너무 엄격하다고!

 

다소 지나쳤던 모양이군.

미안하다, 엘리제.

 

더는 울지 마.

크리스 오라버님...

혼약을 앞둔 숙녀는
남앞에서 우는 게 아니야.

 

저기...

그 혼약 말입니다만...

그 일이라면 이미 폐하와도
이야기가 다 되어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너와 린덴 황태자의 혼약은
탄생제 때 널리 발표할 거다.

 

전부 네 바람대로다.

아뇨, 저기...

아버님,

솔직히 여쭙겠습니다.

아버님께선 엘리제가

황태자님과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저 같은 것이

황제 폐하께서 정하신 일에 참견하는 건
황송한 일입니다만,

저는 그 혼약에 반대합니다.

형님, 무슨 소릴...!

 

엘리제?

렌 오라버님은 변함없구나.

 

옛날엔 이 독설이 정말로 싫었는데,

이번엔 오라버님 말대로야.

 

이거 봐, 역시 너무 심했던 거야.

 

엘리제가 형님에게 받아치질 않다니,
보통 일이 아니야.

첫 번째 인생이 후회로 점철된 건

나 자신의 탓.

 

하지만...

 

황태자님께선 내 억지 때문에
불행한 시간을 보내시게 됐어.

 

이대로 탄생제를 맞이할 수는 없어.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가능한 한 정보를 모아서,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파악해야 해!

 

외과의사 엘리제

 

크세프 원정으로 인해

둘째 오빠 크리스 사망.

새어머니 에밀리 병사.

트레스탄 가의 모반 사건.

황후 엘리제를 감싼 죄로

아버지 엘, 첫째 오빠 렌, 처형.

그로 인해

클로렌스 가문,

멸문...

 

1차 크세프 원정군,

원인불명의 전염병으로 인해 전멸.

추정 사망자, 4만 7천 명.

 

민체스터 황제,

지병 악화로 인해 병사.

 

크세프 전쟁 후,

동방이 기원인 유행병으로 인해,

남부 3 도시 폐쇄.

 

사망자 4만 명.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라서

병과 관련된 문제가 많았구나.

 

아가씨,

차를 내어왔습니다.

 

딸기 타르트구나!

고마워, 마리!

 

왜 그래?

 

아뇨, 저기...!

감사 인사를 들을 줄은
생각 못 했는지라,

저기,

조금 놀라고 말아서요...

 

그야 그렇겠지.

왜냐면,

과거의 난...

사소한 일로 화내고,

주위에 대한 화풀이는 일상다반사.

 

린덴 황태자가 즉위한 뒤로는

한층 더 최악의 황후가 돼서,

10년 후에...

 

죄, 죄송합니다!

 

보여봐.

 

다행이야,

파편은 남지 않은 모양이야.

하지만 상처는 물로 씻는 게 좋을 거야.

그, 그그, 그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가씨께 수고를 끼쳐드릴 것 없이,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깨끗히 씻은 뒤엔
청결한 천을 감도록 해.

상처가 벌어지지 않도록 말이야.

너무 꽉 묶으면 안 돼.

 

듣고 있어, 마리?

아, 네, 네.

 

감사합니다, 아가씨!

 

정말로 감사합니다.

 

역시 난 이 세계에서도
의사로서 살아가고 싶어.

내 의학 지식으로 구할 수 있는
목숨이 있다면 구하고 싶어.

그걸 위한 방법은 하나뿐.

 

내일은 정면 승부야.

 

엘리제 드 클로랜스이옵니다.

 

후작, 엘리제 공녀, 잘 와주었네.

 

벤트 경도 그간 격조하였습니다.

 

자, 이리 앉도록.

네, 폐하.

 

갑자기 불러내고 말아 미안하군.

오랜만에 공녀의 얼굴을 보게 되어
기쁘구나.

 

저희야말로
변함없이 다정하셔.

폐하를 알현하기를 고대했사옵니다.
변함없이 다정하셔.

폐하를 알현하기를 고대했사옵니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 황궁 생활 중

엘 후작,
폐하의 다정함에

엘리제는 점점 더 아름답게 자라는군.
과거의 난 얼마나 구원받았었는지.

 

그런데...

 

부탁하마, 엘리제.

반드시 어엿한 황후가 되거라.

폐하!

 

그때, 난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했어.

 

아닙니다,
지금, 몸은 괜찮으신 걸까?

어리광 많은 여식이라
지금, 몸은 괜찮으신 걸까?

애를 먹고 있사옵니다.
지금, 몸은 괜찮으신 걸까?

지병은...

 

오늘은 왠지 공녀의 상태가
평소랑 다른 것 같군.

 

그, 그렇사옵니까?

탄생제로 다가오고 있으니,

공녀께서도 생각하시는 게
있으시겠지요.

 

그렇다고 한다면,

황후로서 맞아들이는 게
더더욱 기대되는군.

얼른 말해야 해.

 

저기, 폐하,

간곡히 드릴 말씀이 있는지라...

 

실은...

늦어서 송구스럽습니다.

 

린덴 황태자 전하...

 

옛날엔 저 무뚝뚝한 면에도 반했었지.

 

하지만...

 

차를 내어왔습니다.

독서에 방해된다.

 

그리고 이상한 착각은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군.

난 그저 아바마마의 명을 받아
그대와 결혼한 것뿐이다.

 

어째서 저분께선
저리도 차가우신 거지?

반드시 돌아보게 만들 거야!

어떤 수를 써서라도!

 

전부 내 탓인데, 정말 바보였지.

꽤나 시간이 걸린 모양이구나, 린덴.

네.

재정부와 크세프 원정에 대한
예산안의 논의가

길어져버렸는지라.

크세프 원정...

왜 그러느냐?

아, 아닙니다!

 

이번 원정에 대해
뭔가 신경쓰이는 점이라도?

있으면 말해보거라.

 

그때는 세상물정 몰라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이라면 알 수 있어.

크세프 원정은 실패로 끝날 거야.

그것도 무참할 정도로.

 

그리고 그 전쟁으로

크리스 오라버님은 목숨을...

 

그리 깊이 생각말고,

뭔가 있으면
주눅들지 말고 말해보거라.

말해도 돼?

어떻게 그런 걸 아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로 볼지도 몰라.

 

하지만 이걸로 희생자를
줄일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럼,

외람되나마
제 의견을 아뢰도록 하겠사옵니다.

그래, 말해보거라.

 

이 전쟁에서 주의해야만 하는 것은

대륙 동부의 몬셀 왕국의 참전입니다.

몬셀 왕국?

 

엘리제 공녀님,

우리가 원정시에
걱정해야만 하는 상대는

프레스가드 공화국.

지정학적으로

몬셀 왕국이 크세프 반도의 전쟁에
참전할 이유는 전무합니다.

아니요, 이유는 있습니다.

 

그것은?

몬셀 왕국 현 군주인

이글린트 백작의 영향입니다.

 

그는 국왕으로
인정받고 계시지 못한 분.

큰 정당성을 얻고 싶다면

종주국인 프레스가드 공화국의
승인을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 점에 주목한 프레스가드 공화국이

이글린트 백작의 정당성을
인정해주는 대신에

우리를 위협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군.

 

몬셀 왕국의 병력은 2만 남짓.

그대는 그 정도의 병력이

서쪽 대륙 최강이라 불리는
우리 브리티아 제국을 위협할 거란 건가?

아니요.

하지만, 혹시 우바키 산맥 방향으로

몬셀 왕국군이 진격해온다면 어떨까요?

 

우바키 산맥은

우리가 있는 서쪽 대륙 본토의

로마노프 령에서 크세프 령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

그 우바키 산맥을 빼앗기면

크세프 반도에 들어간 제국 원정군은

보급로가 끊겨 고립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결과는 단 하나뿐,

원정군의 전멸.

 

국제 정세에 정통하고

각국 간의 관계를
여기까지 파악하고 있을 줄이야.

 

송구스럽사옵니다!

심로하시게 해드렸지요?

저 같은 문외한이 장황하게...

아니,

공녀의 조언은 훌륭한 것이었네.

 

다만,

요즘들어 피로해지기 쉽고

기분도 썩 좋지 않은 날이
지속되서 말이지.

 

폐하,

혹시 장시간 주무셔도
피로가 풀리지 않으십니까?

그래, 그렇지.

지나치게 목이 말라,

물을 많이 드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으십니까?

그렇지.

요의를 느껴 깨신 적은?

 

그래, 그것도 있었다만.

 

그때...

 

깊고 빠른 호흡을 반복하고,

산소 결핍증으로 혼수 상태로 빠진
폐하의 몸에선

케톤 냄새가 났어.

 

그리고 방금 문진에서 알게 된
여러 증상들로부터 유추되는

황제 폐하의 지병은...

 

Diabetes mellitus,

 

당뇨병.

이 병이 틀림없어.

 

공녀여, 방금 그 질문은 대체?

어떻게 그렇게
내 몸에 대해 잘 아는 거지?

제가 최근 읽은 의학서에서

폐하와 같은 증례를 보았습니다.

의학서?

네.

진단명까진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혈액 속의 당의 농도가
과도하게 올라간 것이 원인이라고.

그건 한 번 벤 자작과
이야기를 해봐야겠군.

벤 자작은 뛰어난 의사니까,

지금의 단서로
당뇨병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 거야.

이걸로 폐하의 지병에 관해서는
일단락 났네.

 

그렇게 되면

남은 건...

 

실은 오늘,

제가 폐하께
간곡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늘의 공녀로부터는
유익한 이야기들만 듣고 있군.

다음은 어떤 이야기인가?

 

황송한 말씀이오나,

저와 황태자님과의 혼약을

없었던 일로 해주실 수 없겠사옵니까?

 

혼약을 없었던 일로?

어떻게 된 거냐, 엘리제?

결혼이란 것은
어린아이 장난이 아니란 말이다!

 

왜 그러느냐?

아들과의 혼약을 절실히 바라던 건

다름 아닌 공녀이지 않았나?

네,

하지만 깨달았습니다.

 

황태자비는 제국의 퍼스트 레이디,

장차 제국의 어머니가 될 존귀하신 분,

저 같은 미숙한 계집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을.

 

분수에 맞지 않은 꿈을
꾸고 말았사옵니다.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린 죄,

그에 따라 황실과
폐하의 위엄을 해친 죄,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이거면 됐어.

이걸로 난...

이유는 그것뿐인가?

 

고개를 들라.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엘리제!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거짓말을 하고 있는 눈은 아니군.

 

조금 전의 이야기,

의학서를 읽고 있다는 것도
그 마음의 드러난 결과인 게로군.

 

그렇다면,

내기를 하지 않겠느냐?

 

내기... 말씀이시옵니까?

 

시험에 합격하여 의사가 되어,

황후보다도 가치가 있는 일을
할 수 있단 걸 증명해보여라.

 

증명해낸다면
그대가 생각하는 길을 가거라.

허나 증명해내지 못하는 그날엔

우리 제국의 황후가 되는 미래에
전력을 다해 마음을 기울여줘야겠다.

 

기한은 언제까지인가요?

공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그 이상 기다릴 수는 없느니라.

 

내 성인,

즉, 6개월 이내.

 

빠듯한 내기야.

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오랜만의 재회에
신경도 써주지 못하고 미안했구나.

 

둘이서 정원이라도 산책하고 오거라.

 

어째서,
그러한 무모한 내기를 수락했지?

 

의사는

제국 최고의 전문직.

시험은 어렵고,

아무리 고위 귀족이라 해도
아무런 특권도 얻을 수 없을 텐데.

네, 전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반드시 의사가 되어보이겠습니다.

 

저는 인생이 끝나는 그때까지

가능한 한 많은 목숨을 구하고 싶습니다.

 

저, 저기, 전하,

지금까지의 일들,

진심으로 사죄드리는 바입니다.

 

어릴 적부터 전하께는
많은 폐를 끼치고 말아,

 

제 분수도 모르는 억지 탓에

바라지도 않은 혼약 얘기까지,

정말로 죄송합니다!

 

혼약을 바라지 않았다고 누가 말했지?

 

차일드 후작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3 황자 전하와
빈번히 만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동향은 파악해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차일드 가는 안 그래도

클로랜스 일족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네.

너무 자극하진 마라.

네.

하해와 같은 배려 감사드리옵니다.

 

폐하!

조금 전의 건, 깊이 사죄드리옵니다.

엘리제는 제가 단단히 혼내겠사오니.

무슨 소릴 하는 게냐.

그렇게 어엿하게 성장해주어

난 정말로 놀랐느니라.

공녀님께 병원에서 일하실
기회를 드리면 어떨까요?

며칠쯤 고생을 한다면

금방 포기하시리라 봅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어느 병원에서 배우게 할까요?

클로랜스 일족도 병원을 하나
가지고 계시잖습니까.

테레사 병원,

거기서 교육을 받게 하는 겁니다.

 

이번 일은 제가 책임지고

폐를 끼쳐드리지 않도록 임하겠습니다.

전하께서 저를 싫어하시고 계신데,

억지를 부려버린 것을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전하,

화나셨어.

 

아니,

이걸로 됐어.

첫 번째 인생에서는
억지로 같은 길을 걸으려다,

당신을 괴롭게 하고 말았어.

 

하지만,

이번 인생은 달라.

 

저는 당신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잘 가요,

부디 행복한 인생을.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

 

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