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y.Vengeance.2005

살아있는 천사라지요?

 

안에서는 다들 '친절한 금자씨 '라고
부른다잖아요

 

둘, 셋, 넷!

 

내 나아갈 길에 높은 담과

 

깊은 함정 많도다

 

나약한 내가 능히 넘을 수 없으니
누구의 도움 있을까?

 

주님의 숨결이 나를 불어
담을 넘게 함이요

 

주님의 손바닥, 다리가 되어
함정을 건너게 함이로다

 

함정을 건너게 함이로다

 

넣어줬잖아요, 겨울 옷...

 

고생 많았죠? 13년 반...

 

정말 대견합니다

 

원모와 구슬치기를 했는데요
제가 졌거든요

 

그래서 원모가요
대마왕 구슬을 땄거든요

 

빨리 집에 간다고 뛰어갔는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오늘 오후 자수한
이 모 여인에게서 범행 일체를...

 

이금자는 '동부이촌동 박원모
어린이 유괴사건'의 범인으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그녀 나이 스무 살이었다

 

사람들은 이금자의 어린 나이와
잔인한 범행 수법

 

뻔뻔할 정도의 천진함에
충격을 받았다

 

심경은...

 

범인 이 모 씨가 박원모 군을
감금했던 장소입니다

 

범인은 원모 군이 너무 울어서
베개로 입을 막으려다 그만...

 

그러나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은
그 미모였다

 

황색 언론들은 그녀를
올리비아 핫세와 비교하며 떠들었고

 

어느 지각 없는 감독은
이금자 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섰다가

 

여론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 해 가을엔
물방울 무늬 원피스가 유행했다

 

텔레비전에서 전 봤습니다

 

금자씨의 그 마녀처럼
사악한 얼굴 너머에 깃든 천사의 존재를

 

천사... 그것은 사실일까요?

 

과연 제 안에
천사가 깃들어 있을까요?

 

정말 그렇다면 제가 그토록
사악한 행위를 하는 동안

 

천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전도사의 말씀을 듣고
저는 늘 그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내 안의 천사는 오직 내가 부를 때만
자기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을요

 

어디 계신가요?
나와주세요?

 

저 여기 있어요

 

이렇게 천사를 부르는 행위...

 

이것을 바로 우리는
' 기도'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실 교도소야말로
기도를 배우기에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우리 모두가
죄인 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두부처럼 하얗게 살라고 다시는
죄 짓지 말란 뜻으로 먹는 겁니다

 

너나 잘 하세요

 

손님 받아라

 

김양희이고요
5년 받았습니다

 

미결 때 들었는데
경주여자교도소에 가면

 

얼굴에 빛이 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몸 팔다 왔지?

 

그 여자 별명은 '마녀'라고 했다

 

들어가 앉아

 

삼촌 넥타이 안 하잖아

 

여기선 필수야

 

얼마나 높은 분들이
내려 오시는 줄 아니?

 

아후, 답답해
야! 좀 풀어줘 봐

 

기둥서방이에요

 

목을 조르고 있을 때는
기분 진짜 좋았는데

 

- 차라리 내가 죽을걸...
- 그럼 죽어

 

그리고 새로 태어나
필요하면 몇 번이고

 

기도는 이태리 타월이야

 

껍질이 벗겨지도록
박박 밀어서 죄를 벗겨내

 

그럼 아기 속살로 변해
알았지?

 

금자 언니는 지나간 자기의 생을
애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계단 밑이라 좀 시끄럽긴 해도

 

여기 살던 사람들
다 잘 돼서 나갔다

 

나 봐, 야매로 동네 아줌마들
머리 만져주다가

 

3년 만에 진짜 가게 냈잖아요

 

그러니까 언니도 기대해

 

입던 건데 급한 대로 일단 입어요

 

더 좋은 것들 해주고 싶었는데
알죠, 내 맘?

 

근데 힐은 없니?

 

사실은 나 사랑했던 거 아니지?

 

그냥 그런 척만 한 거지?

 

너무 많이 변했어요

 

예전엔 항상 눈웃음치고
말도 조근조근 잘 했잖아

 

벌써 작전 개시?

 

천만에, 작전은 이미
13년 전에 시작됐지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는 금자였다

 

안녕히 가세요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요
도대체...

 

제발 용서를
원모 어머니, 용서를...

 

금자는 손가락이 다 없어질 때까지
용서를 빌 작정이었다

 

한빛아파트 9동 802호인데요

 

여기 손가락이 잘라졌어요

 

금자는 교도소에서
13년 동안 노동해서 번 돈을

 

몽땅 수술비로 써야 했다
그리고 6일 후

 

당분간은 오전까지만 일하세요

 

내가 저혈압이라
새벽에는 불편하니까

 

근식아, 인사해라
네 사수다

 

이금자라고, 내가 얘기했지?

 

안녕하세요

 

내가 예쁘다고 그랬잖아

 

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그냥 금자씨

 

이금자...

 

처음 들어왔을 땐 갓난애처럼
걔 줄창 울기만 했지

 

아, 이게 아주 우울했던 거라

 

씨발년!

 

질질 짜고 지랄이야, 재수없게!

 

언젠가 어떤 남자가 가르쳐준 대로
금자씨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엎드려
심호흡을 다섯 번 한다

 

뭘 봐! 이 씨발년들아!

 

손 올리고 바닥에 엎드려
씨발, 너!

 

만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나는 죽을 것만 같았는데

 

사실은 만성 신부전 때문이었지만

 

하여튼 죽을 거 같았거든

 

그런데 갑자기 이 년이
지 신장을 떼어주겠다고 나서는 거야

 

아니 그게 무슨 교복에 달린
주머니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떼어주는 게 아니잖아

 

씨발년

 

질질 짜고 지랄이야, 재수없게...

 

여보, 금자가 왔어

 

아, 그나저나
얘 왜 이렇게 변했대?

 

우리 마누라가
엎드리라고 하시잖아!

 

그때 알았다 아임니까

 

아아, 나는 여신하고 결혼을 했구나

 

이 사람 하고 라면
어딜 가도 무섭지 않았어

 

여보, 그렇지?

 

그런데 우리...
같이 가진 못했어얘

 

왜 부부 감옥은 없는 거야?

 

그거는 천국이지
감옥 아이라

 

이거 고마워서 우짜노

 

여보, 우리 금자 너무 너무
위대한 작전을 준비 중이거든

 

도와줄 수 있지?

 

어디서 난 겁니까?
거 되게 오래된 거네

 

금자 동무, 난 틀렸어

 

- 어서 몸을 숨기시요
- 예, 이것만 닦고요

 

닭고기는 좀 있다가 먹고

 

조심하라, 개한텐
닭 뼈 주는 거 아냐!

 

저기 노란 책 좀 갖다 달라

 

치매에 걸린 남파간첩 고선숙은
교도소의 골칫거리였다

 

금자가 그녀를 돌보겠다고
자원했을 때

 

소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를 밟지 않으려고 피해가면서
저기 여간첩이 죽었구나

 

수근거리는데
가슴에 품은 긍지로 인해

 

나는 죽을 수도 없었어

 

사는 것도 투쟁이라고 하셨잖아요
안 죽기 투쟁

 

이 꽃을 너에게 준다

 

동지에겐 원수가 있으니

 

어머나!

 

밤 늦게 어딜 이렇게 돌아 다녀요

 

나루세 가서 물어봤어요

 

선생님, 정말 이러시기에요?

 

아, 글쎄 개나 소나
집 찾아오는 거 싫단 말이에요

 

알았으니까 내일 뵈요

 

금자씨, 왜 이렇게 변했어요?

 

이런 사람 아니잖아요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요

 

교회 나오세요, 예?

 

저 개종했어요!

 

간통이지?

 

- 어머!어떻게 아셨어요?
- 낯짝에 써있다, 이년아

 

기어오세요

 

벗기세요

 

잘 보이세요?

 

인사들 나누세요

 

안녕...

 

안녕?

 

이 씨발년이
바로 그 유명한 '마녀'다

 

간통한 지 남편과 상대 여자를
죽인 다음 먹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제일 운 나쁜 사람은 아니야

 

딱 5분만 빨아주고 울어버리자

 

빼빼 마른 년들은 질색이야

 

그러니까 이금자 그 년
밥 좀 많이 먹으라 그래

 

자기 스타일 변했네

 

왜 이렇게 눈만
시뻘겋게 칠하고 다녀?

 

친절해 보일까 봐

 

남자 사진 갖고 와서 주문하면
만들어 주는데

 

반응이 좋아, 하나 해줄까?

 

은으로 해줄 수 있어?

 

그 새끼는 찾았어?

 

 

죽였어?

 

아직

 

왜?

 

바빴어

 

맛있는 걸수록 뒀다 먹는
그런 맘?

 

 

- 이거요
- 볼 줄 아시네요

 

주인아저씨가 일본에서
공부하셨다고 맞죠?

 

이건 저 분이 만드셨어요

 

너무 변해서 몰라 보겠네

 

- 누구야?
- 누구예요?

 

예쁘대?

 

전에 내 담당 형사

 

내가 딱 네 나이 때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스무 살이고
네가 여섯 살 일 때

 

내가 딱 여섯 살 먹은 애를
잡아다 죽였다

 

세상에!

 

걱정 마
먹지는 않았으니까

 

어떻게 먹어!

 

사람 죽인 손으로 만든 거를

 

내가 죽였다니까요

 

도대체 몇 번을 얘기해야 돼요?

 

그럼 그 구슬이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봐

 

예?

 

아까 네가 보긴 봤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한 구슬 있잖아

 

원모가 제일 아끼던 대마왕 구슬

 

무슨 색이야?

 

연두색

 

아니 죽여 놓고 안 죽였다는
사람은 있어도

 

안 죽이고 죽였다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왜 사람 말을 못 믿어요?

 

살인자 말이라고
안 믿는 거예요?

 

- 예수 천국
- 예수 천국

 

- 불신 지옥
- 불신 지옥...

 

사탄아, 물러가라!

 

뭐해?

 

어떻게 했는지 기억 안 나?

 

그렇지

 

게다가 난 교도소에서도
살인을 했어

 

혹시 근식은 바보가 아닐까
생각해보는 금자였다

 

말씀은 알겠는데요

 

관련 법규상 그런 부분을
알려드릴 수는 없거든요

 

대신에 입양 사후
관리 프로그램이 있는데

 

입양됐는지 만이라도
알 수 없을까요?

 

통지 못 받으셨어요?

 

교도소에 있었거든요

 

여러분에게 열아홉 살 금자를
보여주고 싶다

 

누구나 돌아볼 만큼 예쁘지만

 

전혀 까다롭지는 않았던
소녀 이금자

 

불쌍하게도 소녀는
지금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하지만 결국 늦든 빠르든

 

모든 여자에게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식으로 마음을 추스린다

 

백 선생님?
저 금자예요, 이금자

 

왜 작년에 교생 나오셨을 때
제가 맨날 구두 닦아드렸었는데

 

모르셨구나

 

저보고 섹시하다 그러셨잖아요

 

네, 맞아요!
기억나시죠? 예?

 

예, 뭐, 별일은 아니고요

 

선생님, 제가 임신했는데요

 

임신이요

 

아니요, 임신!

 

 

저 선생님한테 가서 살면
안 돼요?

 

예?

 

엄마 집은 좀 그래요
그렇다고 아빠한테 갈 수도 없고요

 

걔는 등치만 컸지
아빠 노릇하려면 멀었어요

 

아가야, 걱정 마
이 엄마가 있잖니

 

열아홉 소녀는 중얼거렸던 것이다

 

'타이밍'이라고
잠 안 오는 약이 있어예

 

예전에 동경에서 막 돌아와 가지고
큰 제과점 공장장 할 때

 

일이 많을 때면 직원들 앞에서
제가 먼저 타이밍을 먹었습니다

 

다들 절 싫어했습니다

 

그거 먹고 자전거 탈 때는
조심해야 됩니다

 

안녕하세요?

 

- 밥은 먹었어?
- 예

 

금자씨
웬일이야. 이 시간에

 

가불 좀 해주세요

 

가불은 불가

 

부모님 계시는
경주로 내려갔습니다

 

여자 교도소에
자원봉사를 나가게 된 건

 

다리를 절어서
장가 못 가면 어떡하느냐고

 

하도 걱정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3년째 되는 해
어떤 유괴범이 만든

 

산딸기 무스를 맛보았을 때
저는 거의 죽고 싶었습니다

 

죄수들에게 주어지는 재료란
초라한 것이지예

 

그런데 이금자는 그걸 가지고

 

왕이나 먹을 법한 케이크를
만들어 냈습니더

 

3개월 치요

 

그거 알아요, 변한 거?

 

결국 저는 경주 생활을 정리하고
상경했습니다

 

나루세를 차릴 수 있는
힘이 났거든예

 

뭐 하는 거예요?

 

계좌번호요

 

저는요, 가정도
일찍 꾸리고 싶고요

 

결혼은 좀 존경할 수 있는 분하고
하려고 그러거든요

 

죄를 지었다 지었으면...

 

반성하고 응?

 

다신 안 그런다 딱 결심하고, 응?

 

뭐 그런 거 아니겠어, 인생이?

 

이거 저거 풍부하게
경험도 해보고 말이야

 

안 그래, 금자씨?

 

나 사람 하나 더 죽일라 그런다

 

네?

 

너 내가 섹시하다고 생각하니?

 

네... 아, 아니요

 

네...

 

저는 얘기를 좀 했으면 싶은데

 

얘기는 그럼 좀 있다가 할까요?

 

저 겁주려고 이러시는 거죠?

 

정 떨어지라고 이러는 거죠?

 

넌 여자가 이러면 정 떨어져?

 

아뇨

 

하세요

 

난 괜찮았는데 넌 어땠니?
좋았니?

 

별로라던데?

 

그럴 리가...

 

세상엔 좋은 유괴하고
나쁜 유괴가 있다고 그랬어, 백 선생이

 

예?

 

아이를 잘 데리고 있다가
건강하게 돌려주는 건 좋은 유괴랬어

 

어차피 부잣집이니까
몸값 조금 뜯어내도 망하는 거 아니고

 

며칠 속이 타겠지만 감동적으로
다시 만나면 더 화목한 가정이 된댔어

 

그래 놓고 원모를 죽였어
백 선생이...

 

애가 자꾸 우니까

 

5분만 더 울면
죽여버리겠다고 겁을 줬어

 

근데 정말 죽였어

 

살았으면 딱 지금
네 나이였을 텐데 죽였어

 

근데 경찰이 목격자를 찾아냈어

 

내가 원모 데리고
목욕탕 간 걸 봤대

 

어느 날, 시장에 다녀왔더니
딸애가 없었어

 

백한상한테서 전화가 왔지

 

내가 다 뒤집어쓰고 자수하지 않으면
내 딸도 죽는다고

 

그러니까 유괴범이
유괴범 아이를 유괴한 거야

 

재미있지?

 

재미있잖아

 

가운데 제일 큰 게 집 열쇠인데

 

저것 좀 부탁해
안 꺼지게

 

다른 거 건드리면
머리에 빵꾸 낸다

 

어디 가세요?

 

너는 엄마가 없어

 

너는 엄마가 있어

 

금자씨

 

안 돼! 안 돼!

 

금자씨, 금자씨

 

금자씨

 

대포 같은 소리가 날 겁니더
화염도 크고

 

아, 이게 워낙 원시적인
디자인이 돼가

 

야! 이런 건 뭐 하러?
후련하게 잘 쏴지면 그만 아니냐?

 

예뻐야 돼
뭐든지 예쁜 게 좋아

 

유효 사거리가 짧으이
바싹 붙어야 됩니데이

 

심장 뛰는 소리 들리고
이마의 땀방울이 보이면 좋고

 

골프하고 똑같아요
폼 좋은 거 평생 안 갑니꺼?

 

연습할 데는 있어예?

 

음?

 

내일은 소풍 가자

 

그래, 소풍

 

젠장...

 

오래 전부터 금자는
원모를 직접 만나

 

용서를 빌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을 갖고 있었다

 

원모가 제니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몹시 서운해 했을 것이다

 

주말은 가족과 함께
멍멍이도 데리고 그렇죠?

 

오빠!

 

오빠

 

아빠!

 

제니야!

 

여보...

 

여보

 

이따 친구들 하고
약속이 있는데

 

저녁은 차려 놓고 갈게요

 

괜찮죠?

 

절대 밥은 네가 사면 안 된다

 

 

야, 박꽃뱀

 

이 남자 피 빨아 먹고 사는 년아

 

너 같은 년한테
딱 맞는 일이 있거든

 

발바닥이 얼마나 가려운 덴 줄 알아!

 

내가 뭐라 그랬어

 

내가 뭐라 그랬어
뭐라 그랬어!

 

발바닥 긁으면 간지럽잖아

 

안 긁으면 가렵고
긁으면 간지럽고

 

안 긁으면 가렵고
긁으면 간지럽고 안 그래?

 

꽃, 꽃뱀년아, 안 긁으면 가렵고
긁으면 간지럽고!

 

내가 원래 위가 튼튼했거든?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미안, 독하지?

 

괜찮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뭐

 

고맙다, 금자야
넌 정말 친절한...

 

내가 포동포동한 애들만 좋아하는 거
너 다 이해하지?

 

저도 어서 밥 많이 먹고
꼭 포동포동해 질게요

 

그러니까 언니도 밥 많이 먹고
약도 많이 먹고, 아

 

빨리 죽어

 

- 락스를 먹였다고?
- 응?

 

- 얼마 동안이나?
- 3년

 

아으, 뱃 속이 깨끗해졌겠네

 

- 아, 친절한 금자씨
- 아이고 잘했네

 

그 후로 이금자는 '마녀'라는
별명을 물려 받았지만

 

여전히 '친절한 금자씨'로
불리기도 했다

 

누구나 친절한 금자씨를
도와주고 싶어했고

 

누구도 마녀 이금자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오늘 밤이야

 

더 이상은 못 해
아무리 네 일이라도

 

나보다 먼저 출감한 절도범 노수경이
백 선생이 있는 학원을 알아냈다

 

얼마 후 명문대를 졸업한
김성은이 출소하자마자

 

그 학원에 취직을 했다

 

성은은 내게 백 선생이 차를
바꾸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백 선생은 아름다운 자동차 딜러
박이정의 방문을 받았다

 

주님의 사업에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여보세요?

 

여보

 

저녁 안 드셨어요?

 

당신 오면 같이 먹지, 뭐

 

먼저 드시지 않고요

 

기다릴 테니까...

 

어서 와요

 

야, 이 인간이 아직 밥을
안 먹었대거든?

 

내가 가서 빨리 먹일 테니까

 

괜찮아, 괜찮아...

 

바이

 

금자씨!

 

- 왜 죽이려고 그런데?
- 좋아서 죽이겠어? 당신...

 

금자는 순간 호흡을 멈추고
악착 같이 참았다

 

다급한 상황에서도

 

금자는 자기 총의 유효사거리를
결코 잊지 않았다

 

영한사전 어디 있니?

 

내가 당신을 용서한다고
생각하지 마

 

난 아이를 버리는 엄마들은
다 감옥에 가야 한다고 생각해

 

어렸을 땐 당신을 찾아가
복수하는 상상을 하곤 했어

 

하지만 당신을 죽이는 장면은
상상할 수가 없었는데

 

그건 당신 얼굴을
모르기 때문이었어

 

기왕 이렇게 됐으니깐

 

복수까진 몰라도
적어도 납득할만한 설명은 해 줘

 

미안하다고
한 번 말하는 걸로는 부족해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미안하다고 해

 

관대하지 않은 당신의 딸 제니

 

좌회전

 

너 가졌을 때가
생각 나, 제니

 

배가 불러오니까

 

지갑이 불룩해진 것처럼
기분이 좋았었는데

 

근데 네가 돌도 되기 전에

 

엄마는 감옥에 가야 했기 때문에
너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어

 

넌 누구한테나 잘 웃어주는
예쁜 아이라서

 

어느 집에 가든지 모두가
널 좋아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엄마는 알고 있었어

 

이제 이 사람하고 볼 일이 끝나면

 

널 다시 호주로 보내려고 해

 

엄마의 죄는 너무 크고
너무 깊어서

 

너처럼 사랑스러운 딸을
가질 자격이 없거든

 

넌 아무 죄도 없는데

 

네가 엄마 없이 자라게 해서

 

근데, 그것까지도
내가 받아야 할 벌이야

 

잘 들어 둬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해

 

하지만 죄를 지었으면
속죄해야 되는 거야

 

속죄, 알아?

 

'어토운먼트'

 

그래, 어토운먼트해야 되는 거야

 

큰 죄를 지었으면 크게

 

작은 죄를 지었으면 작게

 

알았지?

 

이 아저씨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야?

 

죽이려고?

 

왜?

 

엄마를 죄인으로 만들었으니까

 

엄마가 무슨 죄를 지었는데?

 

이 사람이 어떤 아이를 죽였는데

 

엄마가 도와줬어

 

내가 걔네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얘기해줄까?

 

그래, 그래도 나와 있어서
행복하지 않았어?

 

행복했어

 

죄 지은 사람이
그래선 안 될 만큼

 

제니...

 

아 임 쏘리

 

아 임 쏘리...

 

아 임 쏘리...

 

정말로 아 임 쏘리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일어나세요
출근해야죠

 

선생님! 일어나세요
출근해야죠

 

선생님...

 

금자야, 너 눈 화장이 그게 뭐야

 

그 아이들이 왜...

 

야! 여기 또 있다!

 

여보세요?

 

그때 진범을 밝혔으면
안 죽었을 애들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이런 맘 아시잖아요?

 

4명이에요!

 

- 오늘 못 나간다 그랬잖아요
- 그게 아니라

 

- 누가 찾아왔어요
- 누가요?

 

- 그게 그게, 글쎄
- 누구라고 말 안 해요?

 

무슨 말이 통해야지요

 

아노... 니혼고와 데끼마셍까?

 

엄마!

 

빨리 데리러 와주세요, 엄마

 

오늘 밤부터는 전국에 추위를
몰고 올 눈이나 비가 내릴 텐데요

 

특히 내일까지 중부 지방에는
최고 7cm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돼

 

아침에 대설 주의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엄마, 빨리 와

 

엄마, 집에 가고 싶단 말이야
빨리 와

 

돈 크라이, 돈 크라이

 

빨리 와

 

힘드시더라도 이 남자의 얼굴을
잘 봐두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95년에 살해된
세현입니다

 

아빠...

 

96년 은주입니다

 

- 숨막혀 죽겠어요
- 응, 금방 끝나

 

무섭단 말이에요

 

살려주세요, 아저씨

 

그래, 조금만 기다려

 

2000년 유재경

 

진정하세요

 

아가, 아가...

 

백한상은 강남의
영어학원 교사였습니다

 

거기서 희생자를 고르고
사건을 저지른 다음에

 

다른 학원으로 옮겨갔죠

 

언제나 자기 반 아이들은
피했기 때문에

 

한번도 경찰의 용의선상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아이들을 몹시 귀찮아 해서

 

유괴하자마자 비디오로 찍어놓고
곧바로 죽이곤 했습니다

 

범인과 협상하는 동안

 

여러분께서 전화로 들으셨던
아이들의 음성은

 

이미 죽은 다음에 비디오에서
복사한 것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두 가지 있습니다

 

법적인 처벌을 원하신다면

 

저기 계시는 최 반장님께
인도할 것이고요

 

좀더 신속하고
개인적인 처형을 원하신다면

 

바로 여기서 당장 가능합니다

 

그 놈한테도 자식이 있나요?

 

임신시킬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그 돈을
다 갖다가 뭐했대요?

 

저축을 했습니다

 

물론 그 돈은 여러분께
모두 돌려 드릴 겁...

 

새끼도 없는 놈이 뭣에다 쓸라꼬
그 짓을 저질렀냐꼬?

 

요트를 사려고 했답니다

 

어짜피 경찰은 머
곤봉만 들었다 뿌이지

 

범인도 몬 때리잡았다 아입니꺼

 

경찰에 넘기봤자
재판만 죽으라꼬 할끼고

 

마 그 기자새끼들은...

 

금자씨한테 맡기는 게 어떨까요?

 

감옥에도 갔다 왔으니까
상대적으로 쉬울 것 같은데

 

비겁해요
우리 아이들이잖아요

 

그러면 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
안 하고 싶은 사람은 안 하고

 

자율적인 방향으로...

 

아예 그 새끼한테 '여기서 죽을래
재판 받을래' 물어보죠?

 

자율적으로...

 

쪼매 전에는 경찰한테
넘겨뿌리자카드만

 

그담새는 금자씨한테 맡기자 카드만

 

인자는 마 혼자 빠지겠다고?
도대체 우짜자는 긴대요?

 

원모네도 다수결을
따라주셔야 합니다, 아시죠?

 

이 사람은 심장이 약해서

 

나도 약해요, 심장

 

그럼 원모아버지만 하세요

 

한 집에서 한 분만
참여하시면 되겠죠

 

괜찮으시죠?

 

나중에 원모 엄마가
우리 다 고발하면 어떡해요?

 

자기 남편이 껴 있는데
어떻게 그러겠어?

 

이혼할 수도 있잖아?

 

증거를 남기면 되잖아요

 

우리 다 사진을 찍어둘까요?

 

나중에 아무리
양심의 가책을 느껴도요

 

가책?

 

저런 새끼 죽이는데
무신 양심의 가책?

 

잡아놓고 안 죽이마
그기 양심의 가책이야 알아요?

 

제가 한 말씀 드릴게요

 

전 교도소에서도
살인을 한 사람입니다

 

13년간 준비해서
백한상을 잡은 것도 저고요

 

만약에 여러분 중에
누군가가 밀고를 한다면

 

더 이상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한 명씩 들어가는 걸로 할까요?

 

아니면 한꺼번에 들어갈까요?

 

무슨 하나씩 해?
짜드르 한꺼번에 해 뿌리지

 

이렇게 사적인 문제를
딴 집하고 같이 할 이유가 없어요

 

아빠, 안 그래?

 

혼자 들어가면 무섭지 않을까요?
위험할 수도 있고

 

변소 간다고 생각해

 

어차피 혼자 볼 일이야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합시다
까짓 거

 

뭐 꼭 통일할 필요 있나?
갈비탕 집 온 것도 아니고

 

재경 아빠

 

뭐! 이혼한 마당에
꼭 부부 동반해야 돼?

 

어차피 이제 남남 아니야?

 

저기요

 

한꺼번에 하는 건
너무 쉬운 거 같아요

 

여보!

 

나 우황청심원 가져왔거든?

 

당신은 그때 금자씨 손가락도
못 만졌잖아, 응?

 

어, 그럼...

 

원모 아버지는 안 하시고...

 

은주 할머니도 혼자 하시고

 

세현네 따로 재경이네하고
동화네는 같이 하시고요

 

- 이렇게 하면 됐나요?
- 네!

 

가입시더, 고마!

 

잠깐! 저 잠깐만요!

 

들어가는 순서를
정해야 되지 않을까요?

 

세현 아부지, 그것 갖고 되겠어요?

 

쓰고 드릴까?

 

저야, 뭐...

 

괜찮은데

 

원모 엄마...

 

다들 보세요

 

이렇게 하면 찌를 때

 

날 끝이 위로 미끄러지면서
잘 안 들어갑니다

 

그럼 손이 미끄러지면서
다칠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항상
이렇게 잡아주세요

 

아니면 아예 이렇게...

 

찍으시든지

 

왜 그랬어요?

 

이렇게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왜 도대체...

 

세상엔 완벽한 사람은
없는 거예요, 사모님

 

이칸다꼬...

 

죽은 아가 살아 돌아오는 건
아이잖아, 여보

 

그쟈?

 

다들 짱짱한 집안이신 거 같은데요
저거 보세요, 동화 엄마

 

세무가죽에 피 튀길까 봐
부츠 벗고 하는 거

 

이 상황에서 이해가 돼요?

 

저희는요

 

그 놈의 영어학원도
엄마가 호텔 청소하면서 보낸 거거든요

 

몸값 못 맞춰서
온 데 다 손 벌리고 다녔어요

 

결국 은행에 집 넘어가고
친척들 사이에서도 왕따 되고

 

우리 며느린 자살하고
아들은 이민 갔어

 

여기 그런 사정 없는 집이
어디 있나?

 

아빠!

 

우리가 끝이 아니잖아

 

은주 할머니도 계시니까

 

아빠

 

아, 뭣들 해요
좀 잡아요

 

세현 아부지, 정신 차리세요

 

세현 아부지, 정신차려요 네?

 

저 죄송한데요

 

잠깐만 물러서 주시겠어요?

 

고맙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생일...

 

미안합니다

 

꼭 생일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생일이라고 치지, 뭐

 

생일 축하합니다

 

돈은 계좌로 넣어주나요?

 

저희 번호

 

불란서에서는...

 

이렇게 말이 끊어질 때는
천사가 지나가는 거라고 그러던데

 

눈 오는갑네!

 

자유로 난리 났다

 

집에까지 어떻게 가지?

 

- 언제 이렇게 쌓였대?
- 길이 얼어버리겠네

 

원모야...

 

내가...

 

솔솔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똑똑똑 구두 소리
어딜 가시나

 

한번쯤 뒤 돌아...

 

제니 정말 보낼 거예요?

 

볼 만도 한데

 

예?

 

발걸음만 하나 둘
세며 가는지

 

빨간 구두 아가씨
혼자서 가네

 

이금자는 어려서
큰 실수를 했고

 

자기 목적을 위해
남의 마음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영혼의 구원을
끝내 얻지 못했다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금자씨를 좋아했다

 

안녕

 

금자씨

  NC Start=5688453>

 

저 죄송한데요

 

잠깐만 물러서 주시겠어요?

 

고맙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생일...

 

미안합니다

 

꼭 생일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생일이라고 치지, 뭐

 

생일 축하합니다

 

돈은 계좌로 넣어주나요?

 

저희 번호

 

불란서에서는...

 

이렇게 말이 끊어질 때는
천사가 지나가는 거라고 그러던데

 

눈 오는갑네!

 

자유로 난리 났다

 

집에까지 어떻게 가지?

 

- 언제 이렇게 쌓였대?
- 길이 얼어버리겠네

 

원모야...

 

내가...

 

솔솔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똑똑똑 구두 소리
어딜 가시나

 

한번쯤 뒤 돌아...

 

제니 정말 보낼 거예요?

 

볼 만도 한데

 

예?

 

발걸음만 하나 둘
세며 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