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보 양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아 09 with Caption Creator 4

오늘부터 2학년인가

 

평소대로인 통학로

 

편의점에 들르면
평소처럼 점원이 놀라고

 

재채기를 하면
"있었어?"라는 반응의 시선이 쏟아져

 

2학년이 됐다 해도
내 세계가 뭔가 바뀌냐고 한다면

그렇지만은 않다

 

평소처럼 존재감이 없는 나이다

 

신학기 바뀐다고 한다면
반배정이 있다는 것

 

새로운 반에 두근대거나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
좀 심호흡을 한다든가

그런 것도 없고

 

반배정을 한다고 해도
내 경우엔 거의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평소처럼 알아봐주지 않고
얘기도 안 걸리며

누군가 찾아주는 듯한…

 

보여?

 

안 보여…

 

아, 같은 반이야!

 

2학년 1반

시라이시 준타

2학년 1반이라…

 

좌석표
교탁

자리는 어디지…

 

시라이시 군 자리는
창문쪽 가장 뒷부분이야

 

부럽다~

주인공 같네

 

안녕, 시라이시 군!

아, 안녕…

 

같은 반이구나

 

반배정을 새로 해도
쿠보 양은 날 찾아준다

 

시간이여 멈춰라, 조금만

시간이여 멈춰라, 조금만
쿠보 양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아
자막제작 : 냥키치

 

시작은 언제였어?

이제 기억 안 나지만

「그것도 괜찮으려나」라는 맥없는 말

언제든 깨달으면 웃고 울고 해

가끔 고집 피우기도 하고

신호가 바뀌면
둘 셋하며 나아가는 행선지(이대로)

말하지 않아도(어디까지나)

갈 수 있어, 분명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따분하다며 한탄해도

언젠가 문득 떠올리는 오늘도

로맨틱한 말도

없어도 돼, 그러니까

시간이여 멈춰라, 조금만

중얼거렸어

오프닝 테마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하나자와 카나

 

놀랐어

제9화 「신학기와 반배정」
자리는 출석번호대로인줄 알았는데

좌석표를 보니까 다른걸…

 

출석번호 순서인줄 알았지?

서프라이즈!

 

선생님 장난꾸러기라니까~

그, 그러게…

- 아, 나기사~
- 쿠보찌~

 

하즈키, 타마~

 

같은 반이 돼서 기뻐!

그러게~

다행이야 다행

 

그럼 시라이시 군에게 문제입니다

어?

내 자리는 어디일까요?

 

내 자리박에 안 봐서─

힌트는~

 

아까 시라이시 군이 본 자리

 

안 봤어

그럼 스페셜 힌트

토끼 필통

 

옆자리?

 

정답!

 

또 1년간

 

아, 아니지

3학년 땐 반배정 없으니까

졸업 때까지 잘 부탁할게

 

잘 부탁해…

어, 왜 그쪽을 보면서 말해?

하늘 예쁘다 싶어서

 

정말이야!

 

안 알아봐주고

말도 안 걸어주며

찾지도 않는 그런 일상

하지만 쿠보 양은 날 찾아준다

"안녕"이라는 그 한마디

쿠보 양과 있으면
내가 상상하지 않는 게 잔뜩 일어난다

그래서 뭐냐는 얘기지만…

 

2학년 잔뜩 즐기자

 

 

왜 놀라?

아니…

 

학교생활을 즐긴다는 건
생각도 안 해봐서…

 

아무것도 아냐

에, 신경쓰여

내 입에서 나온 말로 놀라다니

쿠보 양에게 말하면 웃을테니 비밀로 하자

 

그럼 다행이 같은 반이 된 걸 기념해서

 

올해도 잘 부탁해!

- 잘 부탁해~
- 잘 부탁해~

 

이로써 매일 즐거워지겠어

 

정말로 정말

나만 다른 반이 되면
어떡하지라고 진지하게 생각했다구

 

확실히

하지만 다 같은 반이 돼서 다행이야

 

그러고보니 시라이시는?

다른 반이잖아?

 

같은 반이야

 

시라이시 있었어?

몰랐어

여전히 시라이시를 찾는 걸 잘하네, 나기사!

 

그치만 옆자리인걸

 

아니, 난 옆에 있어도 알아볼 자신 없어

나도

 

헤에, 그런가?

 

뭐, 어쨌든간에
이걸로 졸업 때까지 계속 놀 수 있어!

노는 것만 생각했어?

뭐 어때, 놀자구~

그치?

알았어 알았어

와, 아싸!

 

다녀왔어~

 

어, 왔었네

어서와

 

신학기 첫날 어땠어?

하즈키랑 타마랑 같은 반이야

 

다행이잖아~

 

그래서 소년이랑은?

같은 반이야?

 

어, 시라이시 군?

왜?

그치만 언니가 아는 건
그 셋 정도 뿐이구

그래서 어떤데?

 

같은 반이야

 

다행이잖아~

 

딱히

또 그런다~

 

자, 오늘은 위원회를 정하겠다

 

위원회라

있잖아

 

시라이시 군은 뭐 할 거야?

 

난 남는 거려나

남는 거?

 

봐봐, 나 손 들어도 지명 안 당하고

어…

하고 싶은 위원회도 없고
아무거나 하면 되는데

흐음~

 

작년엔 시라이시 군
환경위원이었지?

화단 담당했었어

 

잘 아시네요

알고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잡초가 나지 않는 화단이라든가

7대 불가사의가 됐었구

 

7대 불가사의?

 

저 화단 아무도 안 돌보는데
왜 꽃이 마르지 않지?

정말 신기해

 

그, 그랬구나…

환경위원 좋아해?

 

아니, 딱히

물주기라든가 잡초뽑기라든가
쓰레기줍기라든가 귀찮고

 

하지만

 

돌본 꽃이 필 때라든가
달성감이 있었고

 

저기 봐봐, 꽃 피었어

예쁘다~

 

존재감이 없어서
눈치채기 힘든 나여서 그런가

 

학교 모두가 꽃 피었다고
깨닫고 멈추는 게 뭔가 엄청 기뻤단 걸 기억해

 

또 되면 좋겠다 싶은데
나한테 선택권은 없지만…

 

그럼 다음
환경위원이 되고 싶은 사람

참고로 고문은 나야

 

환경위원은 따분해

잡초 뽑기나 꽃에 물주기라서
쉬는 시간이 좀 쓰이고…

 

저요

 

오!

 

쿠보는 환경위원을 하고 싶은 거구나

아무도 손을 안 들어서
마음이 꺾일 뻔했어

 

쿠보 말곤 없니?

힘쓰는 일도 있어서
남자가 좋겠는데

 

쿠보 양, 환경위원 하고 싶었구나

의외야

아, 죄송합니다

시라이시 군이 손 들었어요

어?

 

하고 싶은 거 없지?

 

에?

정말이니?

 

시라이시!

 

몰라봐서 미안하구나

아, 쿠보 양─

그러고보니 시라이시는
작년도 했었지?

 

시라이시가 담당한 화단은
항상 깨끗했지

올해도 부탁한다

 

 

좋아, 이외에 아무도 없는 듯하니
환경위원은 이 둘로 결정이다

 

시라이시 군 기뻐보여~

 

쿠보 양은 환경위원 하고 싶었어?

음, 그럭저럭

 

하지만~

어, 뭔데?

 

저번에도 양말 뒤집어서 신지 않았어?

늦잠자서 급하게 나오느라~

 

매점에 새로 들어온
초코메론빵 먹어봤어?

아직 못 먹었어

바로 매진되니까

상당히 쟁탈전을 해야하지?

 

저기 봐봐

 

꽃 피었어

예쁘다~

 

시라이시 군이 돌보는 화단

 

뭔가 좋다 싶어서

 

희한하네

다들 귀찮아하는데

아, 하지만 환경위원 일은
시라이시 군이 더 잘 아니까

 

여러모로 알려줘, 선배☆

 

선배…

환경위원 2명 쿠보 시라이시
기쁘구려~
쿠보 양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아
자막제작 : 냥키치

 

너 위원회 여자랑 해서 좋겠다

체육위원은 남자 뿐이니까

위원회라 하니
쿠보 양 환경위원이랬나?

꽃 돌보기 어울려보여~

 

어, 나머지 한 명은 누구더라?

그리고 시라이시 아냐?

 

아, 시라이시라

쿠보 양이 있어서
환경위원 한 거 아냐?

확실히 일리 있어!

 

그렇게 생각하는 남자도 있겠지

뭔가 미안해

쿠보 양?

 

실제론 내가 멋대로
환경위원 시킨 건데

그거 말야

 

야, 스도는 어떻게 생각해?

 

어?

작년에도 시라이시
환경위원이었잖아

환경위원 하고 싶었던 거 아냐?

 

어?

그게 말이 돼?

그 귀찮은 환경위원을?

선생님들이 녀석의 화단 칭찬했잖아

어울려보여서 좋지 않아?

아, 그러고보니 너도
작년에 환경위원이었던가?

화단 망치지 않음?

 

제대로 돌봤다 싶었는데…

스도가 꽃 돌보기라니
안 어울려~

시끄러

 

내가 환경위원이었단 걸
기억해준 사람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지?

쿠보 양
마음을 읽지 마…

 

시라이시 군은
스도 군이랑 얘기해본 적 있어?

아니, 없어

흐음~

그렇구나 그래

어, 뭔가?

 

아무것도!

그럼 다음 이동 교실이니까
먼저 가 있을게

응…

 

스도 군이라

 

실험 수업 올해 처음인가

누구랑 같은 반일까?

이과실

 

쿠보 양이라 스도 군이랑 같은 반이야

오늘 할 실험에 대해서
조금 확인하고나서 시작할게

노트랑 교과서 펴라

 

음, 화학식은…

 

아, 틀렸다

 

없어

지우개 깜빡했나?

어떡하지…

 

오늘 지우개 다섯 개 들고 있는데

 

응?

 

얘기해본 적도 없으니까

뭐, 이 거리니까
아무래도 내가 안 보이진 않을텐데…

 

쿠보 양이랑 눈 마주쳤어

 

뭔가 꾸미는 얼굴이야!

 

와, 시라이시 군 지우개
잔뜩 들고 있네!

 

몇 개 있어?

 

으, 아…

음, 다섯 개

쪽지시험 있다 들어서

 

좀 많이 들고와서

 

뭐야 그거

아무래도 너무 많이 들고왔잖아

 

스도 군 웃었어

 

야, 시라이시
지우개 빌려줘, 깜빡했어

으, 응

 

땡큐

 

것보다 나, 시라이시랑
얘기해보고 싶었어

어, 나랑?

 

작년에 나름대로
화단 꾸몄었는데…

아무래도 잘 되질 않아서

 

시라이시의 화단 완전 깔끔하고

요령 물어보려 했는데

 

시라이시 준타라고 있어?

아니, 오늘은 못봤는데

 

오늘 시라이시 있어?

난 못봤어

 

아, 스도
어제 시라이시 발견했어

오늘은?

못봤어

 

결국 1년간 못봤어

 

너 찾기 힘들어

미, 미안

그래서 왜 지우개를
다섯 개나 들고 있는데?

그건…

 

왜일까?

에?

재밌는 녀석이네, 너

 

스도 군 좋은 사람이었어

얘기 해서 다행이네

 

쿠보 양, 고마워

어, 무슨 소리야?

 

학교에서 쿠보 양 이외랑
처음으로 즐겁게 대화한 거 같아서

 

쿠보 양?

 

좀 물건을 깜빡한 거 같아

먼저 가 있어!

 

어, 알았어

 

즐거웠구나…

 

화학

화학
기습 당했어……

 

목이 좀 마르네

 

뭔가 마시자

 

그러고보니 물은
음료 원재료에 잘 표기되지 않지

천연수
거기에 확실히 존재하는데
표기되지 않는 게 친근감이 느껴져

 

뭐, 살지 말지는 별개고

어?

FANDA 청춘 레몬

FANDA 청춘 레몬
새로운 맛 나왔네

FANDA 청춘 레몬
레몬인가

새로운 맛은 무심코 사버려

 

시라이시 군 발견~

 

 

천연수

천연수
물……

 

미안해!

아니, 괜찮아

안 미안한 거 같아…

 

탄산 새로운 맛 사려 했는데

새로운 맛?

 

이 청춘 레몬맛?

 

흐음~

 

청춘은 왜 레몬맛일까?

어?

사람에 따라 다른 거 같은데…

확실히

 

저기

 

시라이시 군의 청춘은
무슨 맛이 될 거 같아?

 

어? 갑자기 들어도…

괜찮으니까, 괜찮으니까!

 

청춘이란 말과 거리가 먼 나는

절대 레몬 느낌은 아닐테고

천연수

천연수
물 같은…

 

물이라

웃었어

 

그럼

 

시라이시 군은
뭐든 될 수 있겠어

 

탄산 같은 쏴아거리는 톡 튀는 것도

스포츠드링크처럼 상쾌한 것도

후르츠 같은 것도

 

이외에도 잔뜩

 

골라잡을 수 있어서 고민될 거 같아

 

뭐든이라…

 

천연수

천연수
그 생각방식은 안 가져봤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왕도인 레몬맛이 될 수 있을까?

글쎄…

하지만

 

뭔가, 응…

나랑 정반대란 인상이 있으려나?

시라이시 군이 멀리 보고 있어!

 

음, 요컨대 충실한 청춘이란 거지?

 

우선 친구가 있고

행사도 즐기고

아, 퍼스트키스가
레몬맛과 관련이 있으려나?

 

시라이시 군 어떻게 생각해?

아, 시라이시 군?

 

아니, 들으면 들을 수록
인연이 없다 생각해서

나 친구조차 없고

 

에?

 

에??

 

난?

 

쿠보 양, 친구야?

에…

 

쿠보 양

 

미, 미안…

 

치, 친구라 생각해도 돼?

 

난 그럴 생각이었는데

 

친구

 

뭔가 청춘 같아보여

 

- 친구라…
- 친구라…

 

노을이 지는 교사의 그림자

찾지 못할 청춘의 구석에

조금 만졌을지도, 하지만 바로 사라졌을지도

네가 웃어준다는 것도

예쁘다, 기적이라고 불러도 될까?

이런 나날을 좋아해

이런 나날을 좋아해 좋아해

이런 나날을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그치만 계속 이어지진 않으니까 안는 거야

어렸을 적부터 조금씩 나아간 봄날에

나아가

나아가 나아가

나아가 나아가 나아가 한 걸음씩

지금 희미하면서 확실한 바람이 불어

적어도 나와 너 사이엔
세계가 조금씩 색이 물들어지길

어떤 캔버스를 그릴까?

어떤 미래가 될까?

잘 모르겠지만 믿고 싶어

그럼 내일 보자고 말한다면
내일이 조금 기대가 돼

계절의 속도에 따라 말을 쌓아가는 우리

부디, 부디 행복하도록!

엔딩 테마
「희미하면서 확실한」
DIALOGUE+

쿠보 양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아
자막제작 : 냥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