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학원의 부적합자 2 08

[2천 년 전]

 

멈춰라, 꼬맹이
어딜 가려는 거지?

 

저는 마왕님께
볼일이 있어요

알현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마왕님께선 붕어하셨다

만나 뵙는 것은 불가능하다

 

돌아가라

소란을 피워서야
마왕님도 편히 주무실 수 없다

 

자 Ⅱ
~ ,
~
sub by 별명따위

세상의 어느 누구도 깨닫지 못한

미지수의 나 자신에게 자신이 있어

자유롭게 나는 거야

원하는 형태로 그리는 거야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의 운명도 바꿀 기세로

 

마음 속에는 언제나 한 마리의 뱀

오리지널, 그리고 강하면서도 화려하지

네 상식마저도 먹어치워 버리겠지

그리고 거스르는 그 녀석조차도

 

삶의 방식이 적힌 교과서는 없어

본심과 마주해 리미트는 사라져

 

있는 그대로가 좋아

있는 그대로면 돼

청염은 언제나 마음 속에 있어

초기 충동이란 건 잊었던 적은 없어

전선을 향해 어디까지라도 가볼까?

영원한 마음의 그 너머로

반드시 보이게 될 경치까지

 

sub by 별명따위

 

『08 마왕이 없는 마족의 나라』

안녕!

아노슈도 꽃밭에 가는 거야?

그래

 

레노, 한 가지 묻겠다만

뭔데?

한 번 태어난 정령의
소문과 전승을 바꿔서

이름이 같은 정령으로
만들 수는 없나?

뭐?

음, 글쎄…

정령의 근간이 되는 것은

처음 태어났을 때의
소문과 전승이니까

 

내 경우에는 모든 정령들의
어머니라는 게 근간이야

만약 "레노는 정령의 어머니가 아니다"라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면

내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거야

근간에 모순되는
소문과 전승은

그저 수명을 줄이게 되는
일일 뿐이라는 건가

정령은 소문이나 전승이
남아 있다면 그리 쉽게 사라지진 않지만

마족이나 인간처럼
전생하진 않으니까

완전히 다른 정령이
되는 일은 없어

아보스·디르헤비아의 근간은
포학의 마왕

그걸 바꿀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 봤다만

역시 어려운 건가

하지만

나중에 생긴 소문이
그 정령에게 어울린다면

영향을 받기도 해

예를 들면 눈물꽃이 그런 경우야

내 눈물이 정령의 아이를
만든다는 소문이 생겨서

어머니 된 대정령의 전승에
모순되지 않아서

그런 힘이 내게 깃든 거야

 

그렇군

리나하고 관계가 있는 거야?

글쎄다

아직은 조사해 보고
있는 중이다

그렇구나!

무언가 알아내면
가르쳐 줘!

 

신~

 

꽃한테 물을 주자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먼저 그를 상대해 주겠습니다

뭐~?

항상 레이 상대만
해주고 있잖아!

물을 줘 봤자 어차피
시들게 만들 뿐입니다

아,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바보! 바보 신!

정말!
정말이지~!

좋은 걸 가르쳐 줄까?

 

그녀를 위해 나를
금방 처리한다고 하면

기분이 풀어질 거야

 

레노, 당신을 위해 금방
처리할 테니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어!
기다릴게~

열심히 해, 신~

가라~ 해치워 버려!

놀랍군요

중요한 건 전하는 법이야

아뇨

 

당신의 빠른 성장 속도에
놀랐다는 겁니다

아까 보인 기술은
제가 어제 보여드린 것이죠?

싸울 때마다 제 검기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만났을 때와 비교한다면
몰라볼 정도입니다

슬슬 이 검을 돌려주려고!

 

좋습니다

보여드리죠

 

마력이 사라졌어?

 

위험할 뻔했지만

 

어째서?
제대로 막았는데

 

무인검(無刃剣), 비오(秘奥) 그 첫 번째
찰나(刹那)

무인검(無刃剣) 카데나레이오스의 칼날은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고

항상 찰나의 과거를 가릅니다

한순간 전의 나를
베었다는 건가

그래서 아까 마력을
(無)로 만들었던 거야?

 

(無)의 경지에 다다르면
그 검에 숨겨진 진정한 힘

비오(秘奥)에 손이 닿을 겁니다

 

용사 카논에게
그 기술은 통했어?

 

아쉽게도 진 뒤에
만들어진 기술입니다

 

전생 전에 당신에게
보여주게 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전생한다면 다시는 비오(秘奥)에는
다다르지 못할지도 모르니까요

 

또 시드는 거야?

꽃이 사라진다~

그건 어떨까?
모르는 거지~

티티네가 하는 말이
맞다고 봅니다만

 

- 역시 시들었어~

어째서

 

혼내지 않는 겁니까?

뭐?

그치만 내가 하라고
한 거잖아

전에는 화를 내지 않았습니까

그건~

내가 잘못했었어

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라

신은 열심히 물을 주고 있어!

 

애정을 주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미샤, 무언가 별난 일은 없었나?

평소랑 다름없어

- 저기 있지, 저기 있지!
- 가르쳐 줄게!

- 저번에 봤어
- 목 없는 마족!

목 없는?

- 숲을 걷고 있었어
- 무서워~

신의 검에 목이 날아간 치사왕인가

그 마족은 어디로 갔지?

아하르트헤른에서 나갔어

흠, 가볼까

 

치사왕은 뭘 하려 하고 있어?

글쎄다

녀석이 말하길

모든 것은 내가 높은 경지로
오르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만

그렇다면 적 따윈
찾을 필요 없이

내 밑에 붙으면 됐을 것을

 

일그러진 동경

호오?

치사왕이 보고 있는 건 우상

그는 마왕을 통해

자신의 머릿속의 동경을
보고 있어

이상을 강요하고 싶을 뿐인 거야

 

딱히

녀석에게 있어선 굳이
나일 필요는 없다는 건가

똑같이 강하면?

그런 녀석은 없다

결국 내가 그 녀석의 기대에
부응할 수밖에 없다는 건가

 

이 시대의 데르조게이드에는
세계를 잘 아는 자가 있었다

 

치사왕이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있겠지

 

누구?

창조신 밀리티아

이 세계를 만들어낸
창조의 질서이자

함께 벽을 만든 여신이다

 

이 2천 년 전에 있어서
몇 없는 아군이다

착한 신족도 있어?

나는 신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만

극히 일부, 상성이 좋은
신도 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이 세계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만해 주세요!

 

역시나

 

이 녀석은 아제시온의
제7왕위 계승자, 이갈레스다

인간 아이?

저 녀석은 포로였다만
내가 해방해 줬을 거다

지금은 가일라디테로
돌아갔을 거라 생각했다만

 

그 녀석은 마왕님께서
구태여 놓아주셨을 터

어떻게 할 생각이지?

우리 주군께선 잠에 드셨다

용인해 주실 거다

이거 놔 주세요!

저는 그저 아제시온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내 이름은 데비도라

용사 제르가에게 죽은
나의 아이의 원수다

그 몸으로 죗값을 치러라!

 

살려줘…

살려달라고?

그렇게 말했던 마족을
인간의 왕은 어떻게 죽였지?

마족 아이를 화형에 처해버리고

그 비명을 미끼로
유인한 병사들을

몇백 명이나 죽였지?

살려…

너희 인간이 죽인 것이다!

그 인간이!

지금 와서 살려달라는 수치도
모르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아노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를 구한다 한들

우리가 2천 년 후로 돌아간다면
본래 과거로 돌아간다

결국 헛된 꿈이겠지

 

아들과 똑같은 고통을
뼈저리게 느껴 봐라

살려줘…
부탁이야

살려줘…

마왕님!

 

구한다 한들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다만

 

최소한 이 꿈에서조차
구해주지 못한다면

거짓이 돼버리겠지

 

이 녀석, 어디에서 나타난 거지?

 

얌전히 있어라
금방 끝날 거다

 

애송이, 너도 마족이라면
왜 인간을 구하는 거지?

그 녀석은 동포를 무자비하게
죽인 용사 제르가의 혈연이다

데비도라, 이 녀석이
네 자식을 죽였다면

복수를 허락하지

하지만 이갈레스는 우리의 동포를
해치기는커녕

상처 하나 내지 않았다

죄 없는 자를 죽이는 것을
마왕 아노스가 허가했나?

 

아제시온이 증오스러워
죄 없는 아이를 죽인다면

너희는 너희가 증오했던
인간과 무엇 하나 다를 게 없다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아직도 서 있는다고?

 

어째서 반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거지?

너희의 증오는
잘 알고 있다

그 증오의 불꽃은 지금 나를
불태운 작은 불보다도

자신의 몸을 더욱
많이 불태우고 있겠지

 

미워하고 싶다면 미워해라

올바른 상대를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증오하며 죽이면

너희 자손이 다시
누군가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

 

증오는 미래영겁
자식에게 전해지고, 손자에게 전해지고

이 디르헤이드를
검게 불태우겠지

마왕님처럼 될 수는 없다…

땅에 떨어진대도 상관없다!

나는 그렇더라도 인간이 밉다!

 

그 눈은…
살아 계셨던 겁니까

무슨 말이지?

나는 아노슈·폴티코로

지나가던 유랑 예술단이다

 

마왕님께선 유랑 예술단을
좋아하셨지

 

위대한 저의 주군이시여!

당신의 눈을…

저희는 어떻게 해 봐도…

어떻게 해 봐도
지킬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증오를 잊을 수는!

저희의 동포를
해친 인간이

벽 너머에서 뻔뻔히도
웃으며 지내면서

살아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있겠습니까!

 

하잘것없는 작은
모순이어도 상관없다

 

고개를 들라

 

포학의 마왕의 전언이다

"2천 년 후에 만나자"

"근사한 세계가 너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구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분명 헛된 일이 아냐

그렇군

 

정말로 헛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베누즈도노아…
발동했어?

이멸검을 사용할 수 있는 자는
이 시대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이미 전생했고

아보스·디르헤비아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이 시대의 누군가가

내가 2천 년 후에서
올 것을 예측하고 있던 거다

하지만 이걸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본래대로라면 내가 뽑으려 한 시점에서
시간의 질서가 작동해

시간역항(레바론)》이 끝나겠지

하지만 이 과거에서 이미
이멸검이 출현한 상태라면 다르다

 

이 손에 베누즈도노아가 있다면

과거를 바꿀 수 있다

 

마왕님…

마왕님!

 

마왕님…!

토벌군 제3부대는
아제시온으로 퇴각 중

괴물의 습격을 받아

저를 놓아주기 위해서
전멸했습니다!

저는 혼자서 여기까지…!

 

잘 돌아왔구나

 

괴물이라는 건 마족인가?

아뇨, 처음 보는 종족인데

이렇게 생겼었습니다

- 용인가
- 용?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희소한 종족이다

진작에 멸망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만

 

이갈레스

 

나는 2천 년 후에서
시간을 뛰어넘어 돌아왔다

 

믿기지 않나?

 

아뇨, 믿겠습니다!

하지만 너는 아직 완전하게
목숨을 부지한 것이 아니다

 

너를 구하기 위해서는
한 번 죽이고서

다시 이 시간으로
전생시킬 필요가 있다

 

이멸검으로 새로이 태어난 너는

시간을 관장하는 신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겠지

 

두렵지는 않나?

제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은인에게 보답하는 것이

용사로서 어울리는
행동이라 배웠으니까요

그럼 다시 태어나거든
어떤 소문을 퍼뜨려 주었으면 한다

2천 년 후까지 이어질
포학의 마왕

아보스·디르헤비아의 소문이다

잊지 않도록 기억에
새겨두도록 하겠다

 

특이한 존재가 된
네가 퍼뜨린 소문이라면

사라질 일 없이 현대까지
이어지겠지

 

이갈레스, 명예로운
어린 용사여

 

슬픈 숙명을 짊어진
또 한 명의 마왕을 구해다오

이 이갈레스, 반드시 마왕님의
기대에 부응해 보이겠습니다

 

또 만나자

 

이멸검이

이제 데르조게이드의 마력이
남아 있지 않은 모양이다

 

아노스

 

"내 마왕님에게"

"2천 년 후에 만나요"

"다음에는 세 명이서
아마도, 분명, 반드시"

"나는 또 사랑에 빠지겠죠"

 

사랑?

 

신화 시대에도
별난 일이 다 있군

모두 사랑은 하지 않았어?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입으로 내뱉을 만큼
평화로운 시대는 아니었다

 

이걸 적은 자도 그랬겠지

 

왜 그래?

마법이 걸려 있다

 

그렇군

밤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겠군

 

또 레이하고만!
정말!

여전히 신은
휘둘리고 있는 모양이군

신은 사랑을 손에 넣게 돼?

저 사내가 진심으로 바란다면
가능하겠지

그의 근원은 마검

그래도 괜찮아?

마검이라고 해서 타인을
사랑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나?

 

"진심으로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없는 세계라면"

"그런 것은 멸망해 버리면 돼"

창조신 밀리티아는
그렇게 말했다

어떤 신이었어?

상냥하고 기특한 신이었지

신들 대부분은

이 세계에 살아가는
마족이나 인간은 돌아봐주지 않는다

따라서 갖가지 불합리함을
초래하게 되어

비극이 만연하게 되었지

 

하지만 세계의 근간은 그녀의
자애로 가득 찬 질서다

진심으로 바란다면 반드시
대답해 주겠지

믿고 있어?

밀리티아는 한탄해하고 있었다

슬픈 세계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면서

그래서 한 가지
약속을 나누었다

어떤 약속?

손 쓸 도리 없는 비극과
불합리함을 신들이 초래한다면

내가 그걸 멸해버리겠다고

나는 밀리티아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그녀가 만든 이 세계는
결코 불함리함에 지지 않는다는 것을

 

- 아노스
- 뭐지?

세계는 평화로워졌어?

예전보다는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마왕 아노스에게"

"치사왕은 전사자를 모시는
묘지의 저택에 있어"

"그리고 포학이라고 불릴 때까지
계속 싸워온"

"상냥한 마왕의 미래에
부디 평온이 찾아오기를"

"나는 항상 곁에서 지켜보고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쭉"

 

신기해

여기에 온다는 걸 알지 않는 이상
이 문자는 쓸 수 없어

밀리티아겠지

그녀는 세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멸검도?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종하는 건 불가능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만

창조신은 여기에 없어?

그래

아쉬워?

오랜 친구를 만나는 거라면
가장 좋았겠다만

충분할 정도로
선물을 받았다

 

잠시 들르고 싶은 곳이 있다

 

- 무덤?
- 그렇다

알아보겠나, 미샤?

 

이만한 자들을 내가
지켜내지 못했다

 

평화라는 내 꿈에 매료되어

모두 죽을 때까지
싸워주었다

충실한 부하일수록
먼저 떠나가는군

 

그들의 마음에 보답해 주기 위해서
나는 강해져야만 했다

설령 『포학』이라 불리게 되더라도,

잔학한 행위를
하게 되더라도

그리고 나는 마왕으로서
이 땅에 군림했다

하지만 아무리 큰 힘을
손에 넣어도

죽은 자들의 목숨은
돌아오지 않는다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평화는 이루어졌다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우리는 이긴 것이다

 

이루어진다면

이곳에서 너희와 그 한적한
도시를 지켜보고 싶었다

하얀 꽃

 

웃어줘

 

평화로운 시대에서 주군이
어떻게 웃는지

그들은 알고 싶었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여기에 모두의 마음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마음은 지금도 아노스와
함께 있어

 

너희의 도움이 있었기에
나는 평화로운 시대로 갈 수 있었다

 

고맙다

 

결코 헛되이 하진 않겠다

 

불합리한 신

비극은 네 아군이야

밤을 맡겨두고서

철학의 숲을 향해서

웃는 너와 보았던 수많은 별

운명을 고통스럽게 죄여오는 악몽

눈물은 투명한 보물

눈앞의 고독과 함께 너는

세상의 끝으로 사랑을 찾으러 가지만

언젠가 보답받을 거라 믿고 있는다면

바람은 잔잔해져 너를 데려가겠지

 

『2천 년 후에 기도를 담아서』

sub by 별명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