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최약 테이머 01

그 계집은 이 마을을
불행하게 만든다

 

「별 없음」은 이 세상에
존재해도 될 존재가 아니다

 

『나 홀로 여행을』

 

좋아!

 

발각된 곳은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은신처뿐

 

응? 괴롭냐고?

행복은 포기한 지
이미 오래야

 

나는 필요 없는 아이

나는 버려졌어

 

그러니까 나도

나도 마을을 버릴 거야

 

나도 스킬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달린다거나, 도망친다거나,
숨는 스킬이!

아, 스킬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이렇게 되지도 않았겠구나

 

뭐?

이렇게 태어난 걸 불평해 봤자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고?

내 전생의 기억에서도
그런 경험이 있었을까?

 

"쓰레기장"이다!

 

뭔가 좋은 거 없을까~?

 

뭔가 좋은 건…

응?

 

와, 옷이다!

 

이건…

지도

여행이 편해질지도 모르겠어!

 

이 색은 파란 포션일까?

상당히 변색되긴 했지만
아직 사용할 수 있겠어

 

옷은 전부 필요해

 

나는 필요 없는 아이

필요 없는 아이가 필요 없어진
쓰레기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어떻게 이렇게나
얄궂은 일일까?

 

마침 잘됐군
슬라임에게 무언가 먹이도록 하지

 

저 사람, 테이머야

 

슬라임이 귀엽지 않다고?

어째서 이 전생은 마물에게서
귀여움을 추구하는 거야?

 

어린애의 다리다
그리 멀리까지는 못 갔을 거다

 

문제는 어디로 도망쳤느냐인데

가장 가까운 라토흐 마을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겠지

 

그렇다면 이 근방에 있을 거다

그 페미시아라는 계집은…

나 참, 라토미 마을의 촌장도
호들갑이 말이 아니군

여자애 한 명에게
현상금을 걸다니

 

생사는 묻지 않겠다더군

 

촌장은 나를 죽일 생각이야!

 

슬라임!

 

싫어!

 

귀엽지 않아

싫어!

숲은 마물이 많으니 위험하다고?

그런 건 알고 있어!

 

살았다…

 

오래돼서 그런지
한 병 가지고는 치료가 안 돼

 

귀엽지도 않은 데다가 무서워?

그야 마물인걸

 

정말 뭐라는 걸까?

이 전생은 다른 슬라임 얘기라도
하는 걸까?

 

나았다

더는 쫓아오지 않겠지?

 

와, 예쁘다

 

기분 좋다

이런 건 처음이야

지금껏 숨어 지내서

지금껏…

 

망설이지 말고 단숨에 잘라버리자

그래,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어

점술사 씨도 그랬으니까

 

여행을 할 때에는
남자로 변장하라고 했었어

그러는 편이 위험하지 않으니까

 

「여자애가 혼자서 여행을 하면 파오리」―

그게 무슨 말이야?

 

이름도 바꿔야겠지

 

아빠가 지어준
이 "페미시아"라는 이름은

버릴래

 

어떤 이름으로 할까?

 

아이비…

그게 뭐야?

밟혀도 굳세게 사는
식물의 이름

 

아이비

이게 앞으로의 나
아이비

 

나는 어떻게 될까?

 

미래 같은 걸 신경 써 봤자
어떻게 되는 것이 아냐

하지만 모두 나보다는
의지할 것들이 많아

 

지금의 내게는 아무것도 없어

응, 아무것도 없는 편이 편해

 

귀여워

 

이것도 아니야

마물 일람서에는
실려 있지 않은 걸까?

찾았다!

이름 없는 레어 슬라임

너, 이름이 없구나

 

최약 슬라임
또는 영락 슬라임이라고도 불린다

 

그렇구나

너는 나하고 똑같이
최약이구나

 

아, 그런데 "최약"이라고는
부르고 싶지 않은데

"영락 슬라임"이라고 부를까?

 

정말로 약하구나

 

혹시 일어날 수 없는 거야?

 

이 슬라임은 찌르면
사라질 정도로 약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사라진다

에, 그렇게나?

 

어쩌지?

만져도 괜찮은 걸까?

내가 일으켜 세워줘도
괜찮은 걸까?

 

일어났다

 

다행이다

어디 보자
그리고 이 슬라임은

그 약한 생태 때문에
대략 하루면 사라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너, 하루면 사라지는 거야?

 

좀처럼 조우하지도 못하는 데다가
수명이 짧아서

거의 연구되지 않고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런 건…

 

안 돼!

 

다행이다…

 

누군가가 지켜줘야 해

 

그렇지?

 

그게 아니면 필요 없어?

 

모르겠어

 

모르겠지만 내가
바람막이가 되어줄게

 

하루 만에 사라져 버릴 운명이라면

그때까지 같이 있자

 

하느님은 불공평하지?

행복한 사람도 만드는데
우리 같은 존재도 만드니까

 

이곳 오도구즈의 사람들은

5살이 되면 모두
반드시 스킬을 받을 수 있어

우리 아빠는 2성 목수와
가공 스킬을 갖고 있어

엄마는 2성 재봉 스킬과
1성 수리 스킬

어떤 스킬을 받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별이 몇 개인 스킬인지도
하느님이 주기 나름이야

 

모두 받은 스킬과, 그 별의 개수로
장래가 결정돼

 

나도 5살이 됐을 때
스킬을 얻었어

테임할 수 있는 스킬

 

마물을 테임해서
길들일 수 있는 능력

하지만 「별 없음」

맞아, 나는 별 없는 테이머

마물은 고사하고
작은 동물조차도 테임할 수 없어

 

내가 별이 없다는 걸 알자마자
모두의 태도가 바뀌었어

 

상냥했던 아빠도, 엄마도
나를 보려 하지 않게 됐어

 

밥도, 잘 곳도 사라졌어

 

내가 있을 곳도 사라졌어

 

하지만 나는 한 가지
남들과는 다른 걸 갖고 있어

 

그건 전생의 기억

나, 다른 세계에서
전생한 사람인가 봐

어렴풋하지만 전생의 기억이 있어

대부분 도움이 되진 않지만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속삭일 뿐이야

 

뭐? 가끔씩은 도움이
되는 말도 한다고?

 

상냥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있었어

 

점술사 씨

많은 책을 주면서,
많은 걸 가르쳐 줬어

이 매직백을 준 것도
그 점술사 씨야

열화판이라 성능은 나쁘지만
물건이 잔뜩 들어가는 데다가

넣은 게 가벼워져서
정말 편리해

 

덕분에 숲에서
살아올 수 있었어

그 점술사 씨도 얼마 전에 죽었어

 

정말로 이젠 아무도 없게 됐어

 

나를 봐 주는 사람은
더 이상 아무도 없어

 

마을 사람들은
나를 죽이려 하고 있어

촌장도, 아빠도
모두…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말이야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전부 「별 없음」으로 태어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별 없음」이란 건
그렇게나 잘못한 걸까?

그렇게나 미움을
살 만한 일인 걸까?

 

나, 이 세계에선
필요 없다고 하는 걸까?

 

너도 하루가 지나면
사라지는 운명으로 태어났지?

 

세상은 불공평하지?

 

그렇지?

 

아니야?

뭐, 모르겠어!

모르겠지만 널 만나서 다행이야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지?

 

응, 너는 내 첫 친구야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같이 있자

 

너, 어디야?
어디 있는 거야?

 

너…

 

너, 어디로 간 거야?

 

그럴 수가…

 

세상에서 필요 없다는 말을
들으면 어쩔 수가 없는 걸까?

 

외롭냐고?

그럴지도…

쓰다듬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맞아, 이런 건 익숙해

 

외롭지 않아

원래부터 혼자였으니까

나는 점술사 씨가 말한 대로
왕도로 갈 거야

 

이렇게 지도도 얻었으니까

 

너!

 

살아 있었구나
사라지지 않았구나!

 

하루가 지나면 사라진다는 건
거짓말이었구나

 

기왕 거짓말이라면!

 

찾았다

 

마물을 테임할 때에는

먼저 마물에게
마력을 조금 준다

마물이 받아들이면 빛이 나타나니

그 상태에서 마물에게
이름을 짓는다

 

성공하면 마물에게
테임의 각인이 나타난다

 

별 없는 테이머인데 가능할까…?

 

내가 할 수 있을까?

 

된 걸까?

이름을 지어야겠어

 

푸른색이니까 파랑? 블루?

 

블루 스카이

 

정했어!

 

네 이름은 하늘(소라)!

 

성공했어!

 

네 이름은 소라
내 이름은―

 

그래, 나는 더 이상
페미시아가 아니야

그 이름은 그 마을과 함께 버렸어

밟혀도 굳세게 살아갈 이름

내 이름은 아이비!

소라, 앞으로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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