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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예쁜 공주가 살았습니다'

 

'하지만 공주는
무서운 마법에 걸려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첫 키스만이
풀 수 있는 마법이었죠'

 

'공주는 성에 갇혔고'

 

'불을 뿜는 무시무시한 용이
공주를 감시했습니다'

 

'끔찍한 감옥에서 공주를 구하고자
용감한 기사 여럿이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용이 지키는'

 

'성의 가장 높은 탑
맨 꼭대기 방에서'

 

'공주는 진정한 사랑이 나타나
첫 키스를 해주기를 기다렸습니다'

 

백날 기다려 봐라

 

이거 완전히...

 

"슈렉"

 

- 가자!
- 출발!

 

- 저긴 것 같아
- 좋아, 가서 잡자!

 

신중해
저놈이 어떤 줄 알아?

 

사람 뼛가루로
빵을 만들어 먹는대

 

그건 거인이지

 

오거는 한술 더 떠

 

사람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거든

 

- 엄마야!
- 간도 빼 먹고

 

눈알까지 쪽쪽
빨아 먹어!

 

- 토스트랑 먹으면 죽이지
- 물러서, 괴물아!

 

저리 가!
빈말 아냐!

 

좋아

 

이제 너희가
도망갈 차례야

 

또 오기만 해봐!

 

'지명 수배
동화 캐릭터'

 

이건 꽉 찼어
끌고 가!

 

- 앞으로 가, 어서! 일어나!
- 다음!

 

이리 내놔!
다시는 하늘을 못 날 줄 알아

 

마녀 현상금은
은화 20냥이야, 다음!

 

- 일어나! 가자!
- 엄청 짜군

 

- 앉아!
- 조용히 해!

 

우리가 너무 작아요

 

살려주세요
다시는 고집 안 부릴게요

 

새 당나귀 될 테니
한 번만 봐주세요!

 

- 시끄러워
- 다음!

 

- 뭐지?
- 나무 인형입니다

 

난 인형이 아녜요
사람이에요

 

귀신 들린 인형은
5실링이야

 

- 가져가
- 아빠! 살려주세요!

 

- 부탁이에요!
- 다음, 뭐지?

 

말하는 당나귀예요

 

좋아, 10실링 주지
증명할 수 있다면 말이야

 

자, 말해봐

 

말할 줄 안다며?

 

얘가 좀
긴장했나 봐요

 

평소엔 수다쟁이거든요
말해, 이 멍청아!

 

- 됐어, 경비!
- 잠깐만요, 말할 거예요!

 

말한다고요

 

나 말할 수 있어요
수다 떠는 걸 좋아하죠

 

나 같은 수다쟁이는
세상에 없을걸요

 

- 쫓아내
- 잠깐만요!

 

진짜 말해요!
말할 수 있다고요!

 

이야! 하늘을 나네!

 

- 하늘을 나네!
- 하늘을 나네!

 

말을 하네!

 

그래, 멍청아!
말만 하는 게 아니라 하늘도 날아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란 얘기는
들어봤을지 몰라도

 

하늘을 나는 당나귀는
처음 봤을걸

 

잡아!

 

쫓아라!
놓치면 안 돼!

 

잡아라!
이쪽이야! 이리 와!

 

넌 오거구나!

 

그래서?

 

파콰드 영주님의
명령에 따라

 

너희 둘을 체포해

 

지정된 거주 지역으로
옮겨도 될까요?

 

진짜?
너 혼자서?

 

있잖아

 

좀 전에 진짜 멋졌어
끝내줬다고!

 

나... 말이야?

 

그래, 너

 

진짜 죽여줬어
저 녀석들

 

잘난 척하더니만
너한텐 꼼짝도 못하잖아!

 

도망가기 바쁘더라

 

기분 진짜 째진다

 

- 기분 좋았다니 다행이구나
- 풀려나니 참 좋다

 

그럼 친구들이랑
파티라도 하지 그래?

 

난 친구가 없어
혼자 돌아다니는 건 싫고

 

그래! 그거야!
너랑 같이 다닐래

 

넌 험상궂고
녹색에 싸움을 잘하니

 

우리가 함께하면
당할 자가 없을 거야

 

와! 진짜 무섭다

 

고깝게 듣진 마

 

함성이 안 통하면
입 냄새로 공격해도 되겠다

 

박하 사탕 좀 먹어

 

완전 시궁창이야!

 

너 때문에
코털 타는 줄 알았어

 

예전에...

 

상한 딸기를 먹었거든

 

독한 방귀를
온종일 붕붕 뀌어댔어

 

왜 날
따라다니는 거야?

 

이유를 말해주지

 

난 혼자거든

 

내 곁엔
아무도 없어

 

내 문제는
모두 해결됐고

 

아무도 날
조롱하지 않지만

 

친구가 필요해

 

노래 뚝!

 

이러니 친구가 없지

 

이렇게 솔직하다니
역시 넌 진정한 친구야

 

잘 들어, 당나귀야
날 자세히 봐, 내가 누구야?

 

- 멀대?
- 틀렸어! 난 오거야

 

횃불과 쇠스랑을 들고
물리쳐야 할 상대

 

내가 무섭지 않아?

 

전혀

 

- 진짜?
- 진짜진짜

 

네가 좋아
이름이 뭐야?

 

슈렉

 

슈렉? 내가 왜
널 좋아하는지 알아?

 

누가 뭐라든
상관하지 않잖아

 

그래서 좋아
존경스러워, 진짜 멋져

 

저기 좀 봐
저렇게 후진 데서 누가 살지?

 

바로 나

 

진짜 죽인다!
끝내줘, 감각 있네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멋지게 장식했어

 

이 바위 죽인다
진짜 끝내줘

 

"접근 금지
오거 조심 - 위험"

 

친구랑 어울리는 걸
싫어하나 봐?

 

난 혼자가 좋아

 

나도 그래
그것까지 닮았네

 

난 눈치 없이
달라붙는 애들

 

정말 싫어

 

같이 있어봤자
어색한 침묵만 흐르거든

 

- 여기서 지내도 돼?
- 뭐라고?

 

여기서 지내도 돼?
부탁이야

 

- 되고 말고!
- 진짜?

 

- 아니
- 부탁이야! 돌아가기 싫어!

 

괴물 취급받는 기분 넌 모를 거야
어쩌면 알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우린 단결해야 해
여기 있게 해줘!

 

- 부탁이야! 부탁해!
- 알았어! 알았다고!

 

- 오늘 밤만이야
- 고마워!

 

- 어딜... 안 돼! 안 돼!
- 재미있을 거야!

 

밤새 수다 떨자

 

아침에 내가
와플 만들어 줄게

 

내 자리는 어디야?

 

밖에!

 

그렇구나
괜찮아

 

아직 서로
잘 모르잖아

 

그러니 떨어져 자는 게
가장 안전하지

 

나갈게

 

잘 자

 

난 밖이 좋아, 당나귀잖아
엄마도 날 밖에서 낳았어

 

이렇게 밖에서
혼자 놀지, 뭐

 

나 혼자

 

난 혼자야
내 곁엔 아무도 없어

 

밖에 있으랬잖아

 

밖에 있어

 

친구들, 농장은 아니고
대체 어디지?

 

집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 침대 좋네
- 잡았다

 

치즈가 있어

 

맛이 형편없네

 

- 네가 소리질렀어, 고더?
- 어떻게 알았어?

 

그만 해!
우리 집에서 뭐 하는 거야?

 

뭐야!

 

안 돼
식탁에서 시체 치워

 

그럼 어디다 둬?
침대는 이미 찼는데

 

뭐?

 

여긴 습지야, 표지까지 세워놨잖아
난 무시무시한 오거라니까!

 

어떻게 해야
날 가만 내버려둘래?

 

뭐야, 이럴 수가

 

안 돼! 안 돼!

 

대체...

 

- 그만
- 밀지 마

 

내 습지에서
대체 뭘 하는 거야?

 

습지! 습지! 습지!

 

엄마야

 

좋아, 꺼져
모두 꺼지란 말이야!

 

어서 가!
여기서 나가!

 

- 서둘러!
- 안 돼!

 

거기 서
이리 나와

 

나 보지 마
내가 부른 거 아냐

 

누가 불러서
여기 온 게 아냐

 

- 뭐?
- 등 떠밀려 왔어

 

- 누구한테?
- 파콰드 영주

 

자꾸 훅 하고 불더니
결국엔 우릴 쫓아내더라고

 

알았어

 

파콰드라는 자가
어디 사는지 아는 사람?

 

나, 나 알아

 

쟤 말고
아는 사람 없어?

 

- 아무도 없어?
- 나! 나!

 

- 아무도?
- 내가 안다니까!

 

내가 알아!
나, 나!

 

알았어
할 수 없지, 뭐

 

동화 거시기들은
모두 잘 들어

 

이곳을 곧 떠나게 될 테니
짐 풀지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파콰드를 만나서

 

너희가 있던 곳으로
모두 데려가라고 할 거야!

 

너! 따라와

 

좋았어
바로 그거야

 

진정한 친구 슈렉과 동키
바람을 가르며 모험을 떠나다

 

마음에 들어!

 

다시 여행을

 

- 같이 불러, 슈렉
- 이봐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어

 

노래 부르지 말랬지?

 

- 휘파람은?
- 안 돼

 

- 콧노래는?
- 알았어, 해

 

됐어
이제 실토하겠지

 

'달려, 달려, 달려
죽을 힘을 다해 달려'

 

'넌 날 잡지 못해
난 생강빵맨이야!'

 

- 넌 괴물이야
- 괴물은 내가 아니라 너야

 

너희 동화 캐릭터들은
완벽한 내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어

 

말해!
나머진 어딨지?

 

차라리 날 먹어!

 

난 너희한테
공정하려고 했어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해, 아니면...

 

단추는 안 돼
젤리 단추만은 안 돼

 

그럼 말해
누가 놈들을 숨겼지?

 

알았어, 말할게
머핀맨이라고 알아?

 

- 머핀맨?
- 그래

 

그래, 알아
드루리 가에 살지?

 

머핀맨과 결혼한 여자야

 

- 머핀맨?
- 그렇다니까!

 

머핀맨과 결혼한 여자군

 

영주님! 찾았습니다

 

뭘 꾸물거려?
가져와

 

- 마법의 거울아...
- 아무 말도 하면 안 돼!

 

안 돼!

 

안녕?

 

거울아, 거울아

 

듈락보다 완벽한 왕국을
본 적이 있느냐?

 

까놓고 말해서
영주님은 왕이 아니잖아요

 

셀로니어스

 

- 방금 뭐랬지?
- 그러니까 아직은 아니라고요

 

하지만 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주와 결혼한다면요

 

계속해봐

 

그러니 아무 걱정 마시고

 

지금부터 소개해드릴 공주들 중
한 분을 골라 보세요

 

그럼 시작합니다!

 

공주 1 번

 

정신적인 학대 피해자로
현재 겁나먼 왕국에 감금돼 있죠

 

초밥을 좋아하고
틈만 나면 온탕을 즐깁니다

 

심술쟁이 두 언니를 위해
요리하고 청소하는 게 취미고요

 

신데렐라를 소개합니다

 

공주 2번은
일명 망토 소녀로

 

동화 나라에 살죠

 

남자 7명과 동거 중이지만
헤프진 않습니다

 

차디찬 입술에 키스하는 순간
생생하게 살아날 거예요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백설공주!

 

마지막으로
앞서 두 후보에 버금가는

 

공주 3번입니다
일명 빨강 머리 공주로

 

용의 감시를 받으며
뜨거운 용암 한가운데에 살죠!

 

그렇다고 포기하진 마세요
성격이 죽이거든요

 

피냐콜라다와
비 맞는 걸 좋아하죠

 

구하기만 하면 영주님 겁니다
피오나 공주!

 

자, 1 번으로 하시겠어요?

 

아니면 2번?
그도 아니면 3번?

 

- 2번! 2번!
- 3번! 3번!

 

- 2번! 2번!
- 3번!

 

3번? 1 번? 3번?

 

3번이오!
3번을 고르세요!

 

알았어, 3번!

 

파콰드 영주님
피오나 공주님으로 당첨

 

피오나 공주라...
완벽해

 

이제 나 대신
공주를 구해낼 자를...

 

그런데 공주한테
문제가 하나 있어요

 

- 구해낼 거야
- 해가 지고 나면...

 

조용! 피오나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고야 말겠어

 

이 듈락에도 드디어
완벽한 왕이 생기는 거야!

 

대장, 정예팀을 조직해라

 

마상 시합을 열어야겠다

 

"랜슬럿 파킹럿
다시 말해 랜슬럿 주차장"

 

저기가 듈락이야

 

기억한댔잖아

 

그럼 저 건물이
파콰드 영주의 성이겠군

 

맞아

 

성이 저렇게 큰 걸 보니
그건 무지 작나 봐

 

같이 가, 슈렉

 

서둘러, 늦었어

 

이봐, 거기!

 

기다려
안 잡아먹어

 

난... 난 그냥...

 

조용하네

 

너무 조용해

 

- 다들 어디 갔지?
- 저것 봐!

 

"안내"

 

"당기세요"

 

듈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완벽한 마을이죠

 

이곳 규칙을
몇 가지 말씀드릴게요

 

말썽 없이 줄을 잘 지키면
모두가 평안해요

 

듈락은 완벽한 곳이죠

 

잔디밭엔 들어가지 말고
신발과 얼굴은 깨끗이

 

듈락은, 듈락은

 

듈락은 완벽한 곳이죠

 

"듈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또 해보자!
- 안 돼, 안 돼! 안 돼

 

용감한 기사들이여

 

그대들은 듈락에서
가장 뛰어나다

 

오늘 그대들 중 한 명은...

 

계속 흥얼거리면
엉덩이를 때려줄 거야

 

미안

 

우승자는 영광스럽게도...
아니지, 특권이지

 

아름다운 피오나 공주를
구하게 될 것이다

 

사나운 용을
물리치고 말이야

 

만에 하나
우승자가 실패하면

 

2등이 임무를
물려받게 된다

 

2등이 실패하면 3등
그런 식으로...

 

그대들 중 일부는 죽겠지만
난 기꺼이 희생을 감수할 것이다

 

"박수"

 

마상 시합을 시작해라!

 

저건 뭐야?

 

- 엄청 못생겼군!
- 말이 너무 심하잖아

 

당나귀한테 말이야

 

맞아
기사들, 계획이 변경됐다!

 

오거를 죽이면
우승자가 된다! 죽여라!

 

- 죽여라!
- 이봐! 왜 이래! 진정해

 

어서 죽여!

 

같이 한잔하면서
대화로 푸는 게 어때?

 

괴물을 죽여라!

 

싫어? 알았어

 

간다!

 

젠장

 

슈렉, 이리 데려와! 어서!

 

좋았어!

 

의자!
의자로 내리쳐!

 

좋았어!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목요일까지 출연해요!
송아지 고기 드셔보세요!

 

명령을 내릴까요?

 

아니
더 좋은 생각이 있어

 

듈락 백성들이여
오늘 시합의 우승자다!

 

- 뭐라고?
- 축하한다, 오거

 

위대하고도 고귀한 임무를
떠맡게 됐다

 

임무? 난 이미 할 일이 있어
내 습지를 돌려줘

 

- 네 습지?
- 그래, 내 습지!

 

네가 동화 캐릭터들을
거기로 쫓아냈잖아!

 

맞아, 좋아, 오거
거래를 하자

 

이 임무를 완수하면
네 습지를 돌려주지

 

예전 모습 그대로?

 

독버섯 하나까지 그대로

 

- 무단 침입자들은?
- 다시는 귀찮게 안 할 거야

 

어떤 임무인데?

 

그러니까 용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해내면
습지를 돌려준다 이건데

 

처음부터 그 습지는
파콰드 게 아니라 네 거잖아

 

- 안 그래?
- 있잖아

 

말 못하는 당나귀가
더 나은지도 모르겠어

 

이해가 안 돼, 슈렉
왜 오거처럼 안 했어?

 

파콰드 목을 조르고
성을 점령해

 

그놈 뼛가루로
빵이나 만들어 먹으면 좋았잖아

 

그러게 말이야

 

마을 사람들 목을
죄다 잘라

 

창에 끼우고

 

칼로 비장을 잘라
그 즙을 마실 걸 그랬지?

 

그러길 바라?

 

아니

 

넌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 알려진 게 다가 아냐

 

- 다가 아니라면?
- 아니라면?

 

어디 보자
오거는 양파와 같지

 

- 냄새가 고약해?
- 맞아, 아니!

 

- 눈물 나게 하는구나?
- 아냐!

 

햇빛을 쬐면
갈색으로 변하면서

 

작고 하얀 털이 나

 

그게 아냐!
층이 있다고!

 

양파는 여러 층으로
돼 있잖아

 

오거도 그래!
양파처럼 층이 있어

 

알겠어?
둘 다 층이 있다고

 

둘 다 층이 있구나

 

그런데 모두가
양파를 좋아하는 건 아냐

 

케이크! 케이크는 다들 좋아해!
게다가 층으로 돼 있지

 

다들 좋아하든 말든
관심 없어

 

난 지금 오거를
케이크에 비유한 게 아냐

 

파르페도 다들 좋아해

 

파르페 먹자는데

 

거절하는 사람 본 적 있어?
진짜 맛있거든

 

그만 해! 이렇게 멍청하고 성가시니
평생 짐이나 나르며 살지!

 

오거는 양파와 같다니까
더는 토 달지 마

 

잘 가
이따 보자고

 

파르페만큼 맛있는 건
세상에 없을 거야

 

차라리 콧노래를 불러

 

화장지 있어?
침 좀 닦아야겠다

 

파르페 얘길 했더니
군침이 돌아서 말이야

 

슈렉! 너야?

 

다음부턴 방귀 뀌려면
경고부터 해

 

- 입을 벌리고 있었단 말이야
- 장담하는데

 

그게 내 방귀면
넌 벌써 죽었어

 

유황이야

 

- 거의 다 왔나 봐
- 유황 좋아하네

 

핑계 대지 마

 

내가 장담하는데
유황이 아니었어

 

어떤 황도 아니었다고

 

크기는 마음에 드는데
위치가 별로다

 

슈렉?

 

아까 오거한텐
층이 있댔잖아

 

그래

 

고백할 게 있는데

 

당나귀는 층이 없어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지

 

잠깐만, 당나귀한테도
감정이 있구나

 

당연하지

 

그래서 너무 높아
겁난다는 거야?

 

겁까지는 아니고
약간 우려가 된다 이거지

 

용암에 빠질까 봐!

 

걱정 마, 동키
내가 옆에 있잖아

 

내가 도와줄게

 

한 번에 한 발자국씩
천천히 가는 거야

 

- 진짜?
- 진짜진짜

 

좋아
용기가 샘솟는다

 

계속 가

 

- 내려다보면 안 돼
- 알았어, 내려다보지 마, 보지 마

 

내려다보지 마
그냥 계속 가는 거야

 

슈렉! 내려다봤어!

 

더는 못하겠어!
돌아가게 해줘!

 

- 반이나 왔잖아
- 이쪽 반은 안전하거든!

 

이럴 시간 없어
돌아가려면 돌아가

 

- 슈렉! 멈춰!
- 진짜...

 

- 난 여기서 춤이라도 추겠다
- 하지 마!

 

미안한데
내가 뭘 어쨌게?

 

- 이거?
- 그래, 그거!

 

이거? 더 해달라고?
알았어

 

안 돼, 슈렉!

 

- 그만! 멈춰!
- 더 해달라며? 하고 있잖아

 

무서워 죽겠어
슈렉, 무서워 죽겠어

 

잘했어, 동키
잘했어

 

간단하네

 

불을 뿜는
골칫거리는 어딨대?

 

성 안에, 우리가
구해주길 기다리고 있지

 

난 용을 말한 거였어

 

떨리냐?

 

아니, 그런데...

 

좋아
나도 안 떨려

 

겁이 난들
창피할 것 없어

 

낯선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겁나게 마련이거든

 

낯설고 위험한
상황 말이야

 

불을 뿜고
기사들을 잡아먹는 용이라잖아

 

조금 겁을 낸들

 

겁쟁이는 아냐

 

난 겁쟁이가 아니거든

 

동키, 두 단어로 말할게

 

입 다물어

 

저쪽에 가서
계단이 있나 찾아봐

 

계단?
공주를 찾는 거 아니었어?

 

공주가 있는 가장 높은 탑
맨 꼭대기 방에 가려면 계단을 통해야지

 

- 거기 있다고 누가 그래?
- 책에서 읽었어

 

좋아, 넌 용을 맡아
난 계단을 찾아볼게

 

계단을 찾으면
엉덩이를 차줘야지

 

좋았어
정신 못 차릴걸

 

안 봐줄 거야

 

본때를 보여줄 거라고
난 계단 전문이거든

 

계단 분야 고수지
여기 어디 계단 없나?

 

실력 발휘할 기회인데

 

공주가 있는 곳은 알았고
그렇다면...

 

용이다!

 

동키, 조심해!

 

잡았다!

 

안 돼, 안 돼!

 

이빨 엄청 크네

 

하얗고 윤이 나

 

이런 얘기
먹잇감한테 늘 듣겠지만

 

치아 미백했어?

 

미소가 기가 막혀

 

이거 혹시
박하향 아냐?

 

그뿐만이 아냐

 

너... 여자구나!

 

나도 참
당연히 여자지

 

이렇게 예쁜데 말이야

 

왜 그래?
눈에 뭐 들어갔어?

 

너랑 좀 더
얘기 나누고 싶지만

 

내가 천식이 있거든

 

우린 궁합이
좀 안 맞는 것 같네

 

슈렉!

 

안 돼!
슈렉! 슈렉!

 

- 일어나!
- 왜?

 

네가 피오나 공주야?

 

맞아

 

용감한 기사가 구해주길
오랫동안 기다렸어

 

잘됐네, 가자

 

잠깐만, 이름 모를 기사

 

우리의 첫 만남이잖아

 

가슴 떨리고
낭만적이어야 하는 거 아냐?

 

- 그렇지, 그런데 시간이 별로 없어
- 기다려, 뭐 하는 거야?

 

내게 구애한 다음

 

밧줄을 타고 내려가
말에 올라야 하는 거 아냐?

 

공상할 시간
무진장 많았구나

 

이 순간을
이렇게 낭비할 순 없어!

 

서사시를 들려줘

 

발라드는?
소네트는?

 

- 5행 희시는? 뭐든 해줘!
- 됐다고 봐

 

그럼 최소한 이름이라도
알려주지 않을래?

 

슈렉이야

 

슈렉 경이라...

 

감사의 표시로
이걸 받아줬으면 해

 

고마워!

 

용 안 죽였어?

 

죽일 계획은 세웠지
자, 가자!

 

이건 아니잖아!

 

돌격해 들어와 검을 뽑고
깃발을 휘날려야지

 

다른 기사들은 그랬어

 

그래, 그러다
불에 타 뒈졌잖아

 

그 말이 아니잖아

 

잠깐, 어디 가?
출구는 저쪽이야

 

목숨은 소중하거든

 

무슨 기사가 이따위야?

 

희귀종이지

 

진정하고 숨 좀 돌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상대를 탐색해야지
내가 좀 고리타분하거든

 

무조건 육체관계부터
갖는 건 싫어

 

게다가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한 상대한테
정착할 준비 말이야

 

엄청 큰 일이잖아
이봐, 이건 성희롱이야

 

야, 뭐 하려고?

 

좋아, 우리 진정하고
한 번에 하나씩 진행시키자

 

처음엔 단순히
친구로 지내는 거야

 

펜팔 친구 말이야

 

난 여행을 많이 다니지만
엽서라면 언제든 환영이니까...

 

저기, 나도
여기 있고 싶지만...

 

하지 마! 그건 내 꼬리야!
은밀한 부위라고!

 

꼬리를 자르는 건
결코 허락할 수...

 

그건 왜?

 

이러지 마
안 돼!

 

안 돼!
이러지 마! 안 돼!

 

- 안녕, 공주!
- 당나귀가 말을 하네!

 

얜 입을 다무는 게 어렵지
말은 기똥차게 해

 

두 사람
출구로 돌진!

 

용은 내게 맡겨

 

달아나!

 

네가 해냈어!

 

날 구했다고!
진짜 대단해, 정말...

 

멋있어, 정말...

 

좀 특이하긴 한데

 

용기가 넘치고
마음이 순수해

 

크게 신세 졌어

 

용감한 기사에 어울리는
용감한 말이구나

 

들었는지 몰라?
나더러 용감한 말이래

 

말이라 불렀다고

 

싸움은 끝났어

 

이제 투구를 벗어도 돼

 

- 싫어
- 왜?

 

투구를 오래 써서
머리가 눌렸거든

 

괜찮아, 누가 날
구해줬는지는 봐야잖아

 

안 봐도 돼

 

그럼 키스는
어떻게 할 거야?

 

뭐라고?
키스 얘긴 없었어

 

보너스인가 봐

 

아냐, 운명이야
동화를 안 읽나 보구나

 

용한테 붙잡혀
탑에 갇힌 공주는

 

용감한 기사한테 구출돼

 

진정한 사랑의
첫 키스를 나누게 돼

 

슈렉이랑?
너 지금... 잠깐

 

잠깐만, 슈렉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그게... 그래

 

슈렉이 진정한 사랑이래!

 

왜 웃어?

 

난 네 타입이 아냐

 

아니긴
네가 날 구했잖아

 

그러지 말고
투구를 벗어

 

있잖아
안 그러는 게 좋겠어

 

- 잔말 말고 벗어
- 싫어

 

- 벗어
- 싫어!

 

- 당장!
- 알았어!

 

화내지 마
그렇게 소원이라면야

 

넌 오거잖아

 

왕자인 줄 알았구나

 

실은 그래

 

세상에, 뭔가 잘못됐어
날 구한 게 오거라니 말도 안 돼

 

공주, 사실 날 보낸 건
파콰드 영주야

 

영주는 너와
결혼하고 싶어해

 

그런데 왜
직접 안 왔어?

 

좋은 질문이야
만나면 직접 물어봐

 

진정한 사랑이 날 구해야 해
오거나 애완동물이 아니라

 

언제는 말이라더니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어서 가자

 

미안하지만
내 알 바 아니거든

 

파콰드 영주한테 전해
날 구하려면 제대로 구하라고 말이야

 

여기서 기다릴게

 

야! 난 심부름꾼이 아냐
배달만 할 뿐이야

 

내 몸에 손만 대봐

 

- 내려놔!
- 가자, 동키

 

알았어

 

당장 내려놔
아니면 후회할 거야!

 

공주 체면이 있지!
당장 내려놔!

 

좋아, 다음 질문
어떤 여자가 날 좋아하는데

 

난 걔가 별로야

 

그런데 상처 주기 싫거든

 

그랬다간 잡아먹힐 테니까
어떻게 할까?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사실대로 말해

 

진정한 사랑인지 아닌지는
만나는 순간...

 

야!

 

빨리 듈락에
도착하면 좋겠어

 

네 마음에 들 거야
진짜 근사해!

 

내 남편 될 사람은?
파콰드 영주 말이야, 어떻게 생겼어?

 

긴 말 필요 없고

 

옷 만들 때 보통 사람에 비해
옷감은 적게 들 거야

 

글쎄, 영주더러
그릇이 작다는 사람도 있지

 

그만 해
둘 다 그만 해

 

너희는 질투하는 거야
아무리 노력해도

 

파콰드 영주만큼
위대하진 못할 테니 말이야

 

그래, 공주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어

 

내일 만나면
얼마나 '위대' 한지 잘 봐

 

내일?
듈락이 그렇게 멀어?

 

- 어디서든 자고 안 갈 거야?
- 아니, 그랬다간 더 오래 걸리게?

 

- 계속 걸어
- 그러다 숲에서 도둑을 만나면?

 

잠깐만, 슈렉!
공주 말대로 자고 가자

 

정신 차려, 이 숲에
나보다 무서운 게 어딨다고

 

당장 잘 곳을 찾아!

 

- 어이! 이리 와봐
- 슈렉, 여긴 좀 심하잖아

 

그래도 명색이 공주인데

 

괜찮아, 아늑하게
몇 군데만 손보면 돼

 

손본다고? 어딜?

 

문을 달아야지
자, 그럼 잘 자

 

내가 들어가서
잠자리 동화 읽어줄까?

 

잘 자라니까!

 

슈렉, 뭐 해?

 

그냥...
야, 그냥 장난이야

 

그리고 저거
저건 스로백이야

 

밀밭 3개 거리만큼
침을 뱉은 유일한 오거지

 

그래, 그렇구나

 

별점 좀 쳐줄래?

 

별로 알 수 있는 건
미래가 아니라 이야기야

 

저기 봐, 방귀쟁이 블러드넛이야
장기가 뭐였는진 말 안 해도 알겠지?

 

소설 좀 작작 써라

 

소설이 아냐
봐, 저건 블러드넛

 

저건 방귀 냄새를 맡고
달아나는 사냥꾼 무리야

 

내 눈엔
그냥 점 같아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닐 때가 있어

 

관두자

 

슈렉, 우리 습지를
되찾고 나면 뭐 할 거야?

 

우리 습지?

 

우리 임무를
끝내고 나면 말이야

 

우리?
동키, '우리' 가 아냐

 

'나' 야
'내' 습지라고

 

습지를 되찾으면
3m짜리 담장부터 쌓을 거야

 

심하다, 슈렉
나 완전 상처받았어

 

왠지 알아?

 

네가 누구 때문에
담장을 쌓는 건지 알거든

 

- 설마, 진짜?
- 혹시 나한테 비밀 있어?

 

됐어, 동키

 

넌 양파다 이거지?

 

아니, 알 것 없으니까
그만 가서 자

 

- 말해봐
- 무슨 말을 하라고?

 

- 비밀이 뭐야?
- 비밀 같은 건 없어

 

- 있잖아
- 동키, 나 화낸다

 

누구 때문에 담장을 쌓는데?
그것만 말해

 

모두 다! 됐어?

 

비밀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는군

 

미치겠네!

 

왜 그래, 슈렉?
왜 세상과 담을 쌓는 거야?

 

담을 쌓는 건
내가 아냐

 

세상이라고

 

다들 날 보자마자
'사람 살려! 달아나!' 하잖아

 

'멍청하고 못생긴
거인 오거다!'

 

날 알지도 못하면서
단정부터 지어

 

그러니 차라리
혼자 살겠다는 거야

 

있잖아

 

난 너 처음 만났을 때
멍청하고 못생겼단 생각 안 했어

 

알아

 

그래, 하늘에
당나귀 별은 없어?

 

있지, 개비란 별인데
작고 성가셔

 

어떤 건지 알겠다
밝게 빛나는 큰 별 맞지?

 

- 저건 달이지
- 그렇구나

 

다시, 다시 틀어

 

거울아, 거울아
공주님을 보여다오

 

완벽해

 

그렇지
아주 좋아

 

- 계속해, 좋다니까
- 동키, 일어나

 

- 뭐?
- 일어나

 

- 왜?
- 잘 잤어?

 

계란 요리
어떻게 할까?

 

- 잘 잤어, 공주?
- 뭐 하는 거야?

 

사실 우리가
출발이 안 좋았잖아

 

화해하고 싶었어
어쨌든 날 구한 건 너니까

 

고마워

 

먹어, 중요한 날인데
힘을 비축해야지

 

- 슈렉!
- 왜? 잘 먹었단 뜻이야

 

숨기는 것보단
밝히는 게 낫잖아

 

공주 앞에서 잘한다

 

- 고마워
- 둘이 잘 논다

 

내가 생각한 공주랑은
좀 다른 것 같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단정부터 지으면 안 되겠지?

 

좋았어!

 

공주!

 

잠깐만
뭐 하는 거야?

 

가만있어
내가 구해줄게!

 

저 녹색

 

- 괴물한테서
- 이봐!

 

그 공주는 내 거야!
딴 데 가서 알아봐!

 

저리 가, 괴물아!
나 지금 바쁜 거 안 보여?

 

웃겨, 네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명령이야?

 

이런! 실례를 범했군
내가 누군지 가르쳐 줄게

 

메리멘!

 

부자를 털어
가난뱅이에게 주지

 

- 조금만 털어
- 난 욕심이 없거든

 

예쁜 처녀들도 구해줘
완전 전문가야

 

- 남자 중의 남자, 무슈 후드
- 춤춰

 

난 정정당당한 싸움과
짓궂은 아가씨가 좋아

 

다시 말해
후드가 좋아하는 건...

 

돈이지

 

맞아

 

숲 속의 오거가
아가씨 엉덩이를 만져

 

- 못된 놈
- 못된 놈

 

미녀와 야수를 보면
난 무척 화가 나

 

머리 끝까지
화가 나

 

검을 들고
네 심장으로 돌진할 거야

 

모두 날 잘 봐
이제 곧 시작할 테니까

 

- 진짜 못 들어주겠다!
- 감히 어딜...

 

갈까?

 

같이 가

 

잠깐만

 

- 어떻게 된 거야?
- 뭐가?

 

좀 전에 말이야!
끝내줬어!

 

어디서 배웠어?

 

혼자 힘으로 살려면

 

이런 것도 배워 둬야지
안 그러면...

 

- 엉덩이에 화살을 맞았어
- 뭐?

 

- 그러네
- 세상에, 내 잘못이야

 

- 정말 미안해
- 무슨 일이야?

 

- 슈렉이 다쳤어
- 슈렉이 다쳤다고?

 

이제 슈렉은 죽었어

 

동키, 난 괜찮아

 

이건 말도 안 돼
아직 한창인데 죽다니

 

다리 올리고
고개 돌려서 기침해

 

- 하임리히법 아는 사람?
- 동키! 진정해

 

슈렉을 돕고 싶으면
숲에 가서

 

빨간 가시가 돋친
파란 꽃을 찾아와

 

파란 꽃, 빨간 가시
알았어, 파란 꽃, 빨간 가시

 

파란 꽃, 빨간 가시

 

죽으면 안 돼, 슈렉
빛이 보여도 따라가지 마!

 

- 동키!
- 동키!

 

맞다
파란 꽃, 빨간 가시

 

- 파란 꽃, 빨간 가시
- 꽃은 뭐 하게?

 

동키를 따돌리려고

 

가만있어
화살을 빼내야겠어

 

야! 좀 살살해

 

- 미안한데 빼내려면 어쩔 수 없어
- 제발, 살살

 

가만있어

 

차라리 고문을 해

 

가만있으라니까

 

- 잠깐, 타임아웃
- 손 좀...

 

좋아, 이게 싫으면
어떻게 빼낼 작정이야?

 

파란 꽃, 빨간 가시
파란 꽃, 빨간 가시

 

내가 색맹만 아니면
벌써 찾았을 텐데!

 

파란 꽃, 빨간 가시
파란 꽃, 빨간 가시

 

조금만 참아, 슈렉!
금방 갈게!

 

아파

 

알았어, 거의 다 됐으니까
이제 조금만...

 

아무 일도 없었어
우린 그냥...

 

둘만 있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을 하지

 

그런 거 아냐!
그런 마음 조금도 없거든

 

공주는 그냥...

 

뭐야?
그거 피야?

 

야!

 

다 왔어, 공주

 

네가 살 곳 말이야

 

- 저게 듈락이야?
- 알아

 

슈렉 말이
성이 크다는 건

 

파콰드 영주의 거시기가...

 

그만...

 

- 그만 가자
- 그래, 저기, 슈렉?

 

저기...
동키가 걱정이야

 

- 뭐?
- 잘 봐

 

- 안색이 안 좋아
- 무슨 소리야? 난 말짱해

 

다들 그러다가

 

갑자기 뒈지곤 하잖아

 

- 죽는다고
- 공주 말이 맞아

 

안색이 형편없어
어디 앉을래?

 

- 차를 좀 끊일게
- 말은 안 했지만

 

실은 목이 아파
고개를 돌릴 때마다, 봐

 

- 봤지?
- 배고픈 사람?

 

- 저녁거리를 구해올게
- 장작을 구해올게

 

어디 가?
발가락에 감각이 없어!

 

발가락 자체가 없잖아!

 

나 좀 안아줘

 

맛있네
진짜 맛있어

 

- 뭘 요리한 거야?
- 숲쥐

 

숲쥐 구이지

 

설마

 

진짜 맛있다

 

스튜로 만들어도 맛있어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숲쥐 스튜는 내가 끝내주지

 

내일 저녁엔
이런 거 못 먹겠지?

 

언제든 습지로 놀러와

 

내가 다 만들어줄게

 

습지 두꺼비 수프
생선 눈알 타르타르, 말만 해

 

그럴게

 

- 공주?
- 왜, 슈렉?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그거 먹을 거야?

 

낭만적이네
해가 지고 있어

 

해가? 이런!
밤이 깊었네, 자야겠어

 

- 뭐?
- 잠깐

 

눈치챘어

 

- 어둠을 무서워하는구나?
- 맞아!

 

바로 그거야, 너무 무서워
그만 들어가볼게

 

창피할 것 없어
나도 전엔 그랬는데...

 

아니지, 지금도 그래

 

- 잘 자
- 잘 자

 

진짜 눈치챘어

 

무슨 소리야?

 

시침 떼긴, 나도 동물이야
본능이란 게 있다고

 

공주랑 너랑
둘이 눈 맞았잖아

 

헛소리 그만 해
파콰드한테 데려다줄 거야

 

정신 차려
암내가 진동하는구먼

 

- 가서 네 사랑을 고백해
- 난...

 

고백할 사랑 같은 것도 없지만
설사 고백한다 한들

 

그게, 알잖아
그렇다고 고백한다는 게 아니라...

 

피오나는 공주야
난...

 

- 오거고?
- 그래, 오거

 

- 야, 어디 가?
- 장작 좀 주워 오려고

 

공주?
피오나 공주?

 

공주, 어딨어?

 

공주?

 

으스스해
장난 그만 치고 나와

 

- 놀라지 마!
- 당나귀 살려!

 

- 슈렉! 슈렉! 슈렉!
- 진정해, 나야

 

- 공주는 어떻게 했어?
- 동키, 나야

 

피오나 공주라고

 

세상에!
공주를 잡아먹었구나!

 

- 내 말 들려?
- 동키!

 

- 죽으면 안 돼!
- 그게 아냐!

 

곧 꺼내줄게!
슈렉! 슈렉! 슈렉!

 

- 슈렉!
- 내가 피오나야

 

공주?

 

어떻게 된 거야?
많이 변했네

 

- 나 못생겼지?
- 그래

 

저녁 때 먹은 숲쥐 때문이야?
내가 그렇게 말렸는데

 

- 음식은 가려 먹어야지...
- 그게 아냐

 

어릴 때부터 이랬어

 

무슨 소리야?
그런 모습 처음 보는구먼

 

해가 지면
이렇게 변해

 

'밤과 낮에 따라
모습이 달라질지어다'

 

'진정한 사랑의 첫 키스로
사랑의 진면목을 따를 때까지'

 

죽인다
시도 쓰는 줄 몰랐어

 

주문이야

 

내가 어릴 때
마녀가 주문을 걸었어

 

덕분에 매일 밤
이 꼴이 되지

 

추악한 괴물이 된다고

 

그동안 진정한 사랑이 나타나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어떻게든 내일 중으로
파콰드 영주와 결혼해야 해

 

해가 지기 전에 말이야
이런 꼴을 보여줄 순 없잖아

 

자, 자, 진정해
절망할 정도는 아냐

 

그렇게 못생긴 건 아니라고
거짓말 못하겠다, 못생긴 거 맞아

 

그래도 넌 밤에만 못생겼지
슈렉은 밤낮으로 그래

 

하지만 동키
난 공주잖아

 

공주는
이렇게 생기면 안 돼

 

공주, 파콰드랑
결혼 안 하면 안 돼?

 

해야 해

 

진정한 사랑의 키스만이
주문을 풀 수 있어

 

하지만 이 모습은
오거에 가깝잖아

 

슈렉은 타고난 오거고
둘이 닮은 점이 참 많네

 

슈렉?

 

공주, 저기...
먼저, 기분은 좀 어때?

 

좋아?
나도 좋아, 그런대로

 

꽃을 보니까 공주가 생각나더라고
예쁜 데다가...

 

난 별로인데
공주가 좋아할 것 같아서

 

공주도 예쁘잖아
외모에 상관없이 공주를 좋아하지만...

 

미치겠네
좋아, 해보는 거야

 

난 마음대로
결혼도 못해

 

내 꼴을 봐, 동키

 

장난 아냐

 

추악한 괴물을
누가 사랑할 수 있겠어?

 

공주와 괴물이라니
정말 안 어울려

 

그러니 슈렉 옆엔
머물 수가 없다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려면
진정한 사랑과 결혼해야 해

 

모르겠니, 동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주문을 풀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그래도 슈렉한텐
사실대로 고백해

 

안 돼! 비밀 지켜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나한테 말을 말라니
차라리 애한테 사탕을 맡겨

 

말 안 한다고 약속해
약속해!

 

알았어, 안 할게
대신 네가 직접 고백해

 

정신과 상담을

 

받든지 해야지
눈가에 경련 이는 것 좀 봐

 

말해, 하지 마

 

말해, 하지 마

 

말해야겠어

 

슈렉!
슈렉, 할 말이...

 

슈렉!

 

- 괜찮아?
- 그럼! 기분 최고야

 

저기...
할 말이 있어

 

그럴 필요 없어

 

- 어젯밤에 다 들었어
- 다 들었다고?

 

모두 다

 

이해할 줄 알았어

 

하고 말고

 

네 말마따나 '추악한 괴물을
누가 사랑할 수 있겠어?'

 

넌 그런 거
문제 삼지 않을 줄 알았어

 

그래?
그런데 문제가 돼

 

시간 맞춰 왔네

 

공주
내가 주는 선물이야

 

뭐야? 뭐야?

 

누구 목소리지?
당나귀일 리는 없고

 

피오나 공주

 

난 약속 지켰어
이제 네 차례야

 

알았어, 토지 문서야
약속대로 캐릭터들을 데려가지

 

마음 변하기 전에
어서 꺼져

 

놀라게 했다면
용서하시오, 공주

 

그런데 나야말로 놀랍군

 

공주 같은 미인은
본 적이 없소

 

난 파콰드 영주요

 

파콰드 영주?
놀라긴요

 

용서하세요
작별 인사를 짧게

 

하던 중이었죠

 

착하기도 하지
저런 오거한테 신경을 쓰다니

 

감정도 없는
괴물한테 말이오

 

맞아요, 감정이라곤
눈곱만치도 없죠

 

피오나 공주
아름답고 완벽한 피오나

 

나와 결혼해 주시오

 

완벽한 신랑에 걸맞는
완벽한 신부가 돼 주겠소?

 

파콰드 영주님, 그러죠
그 어떤 것도...

 

좋소! 내게 맡기시오
내일 결혼식을 올리는 거요!

 

안 돼요! 그러니까
기다릴 이유가 없잖아요

 

오늘 결혼해요
해가 지기 전에요

 

안달이 나셨군
공주 말이 맞소

 

빠를수록 좋지
할 일이 아주 많소!

 

출장 연회
케이크, 밴드, 하객 명단

 

대장, 하객을 소집해라!

 

안녕, 오거

 

슈렉, 뭐 해?
이렇게 보낼 거야?

 

보내지 않으면?

 

슈렉, 공주에 대해
네가 모르는 게 있어

 

어젯밤에
공주랑 얘기했는데...

 

둘이 얘기한 거 나도 알아
단짝이 따로 없더라

 

그렇게 친하면
공주를 따라가지 그래?

 

슈렉
난 너랑 있고 싶어

 

귀먹었어?
너랑 같이 안 산다니까

 

난 혼자 살 거야!
내 습지에서! 혼자! 아무도 필요 없어!

 

알겠어?
아무도 필요 없다고!

 

쓸모없고 한심하고 성가신
말하는 당나귀는 더더욱 필요 없어!

 

- 난 네가...
- 아니!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

 

슈렉

 

동키?
뭐 하는 거야?

 

딴 사람은 몰라도 너라면
담장을 알아볼 줄 알았어

 

알아보긴 했지

 

그런데 내 습지를 따라 세워야지
중간을 가로지르면 어떡해?

 

네 습지를 따라 세운 거 맞아
거긴 네 습지, 여긴 내 습지

 

네 습지라

 

그래, 내 습지
나도 공주 구하는 걸 도왔잖아

 

둘이 함께 했으니
보상도 둘로 나눠야지

 

저 바위나 이리 줘
네 머리랑 똑같이 생긴 바위

 

- 물러서
- 싫어, 너나 물러서

 

- 여긴 내 습지야!
- 우리 습지야

 

- 이거 놔, 동키!
- 너나 놔

 

- 고집불통 당나귀!
- 고약한 오거

 

좋아!

 

이리 와
아직 안 끝났어

 

난 끝났어

 

넌 항상
'나, 나, 나' 밖에 모르지

 

그런데 이번엔 내 차례거든!
그러니 입 다물고 잘 들어!

 

넌 내게
늘 딱딱거리고

 

날 무시해, 내가 하는 건
죄다 우습게 여기지!

 

이래라저래라 명령하고
따돌리고 말이야

 

그래? 그렇게 불만인데
왜 다시 왔어?

 

우린 친구니까!
친구끼린 용서해 줘야 하잖아!

 

그래
네 말이 맞다, 동키

 

용서해 줄게
내 등에 칼 꽂은 거 말이야!

 

양파처럼 층이 있다더니
그 말이 맞네

 

도무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꺼져!

 

봐, 또 이러잖아
피오나한테도 그러더니 말이야

 

널 사랑하는 게 죄라면 모를까
피오나는 잘못 없어

 

날 사랑한다고?
나더러 추악한 괴물이랬어

 

너희 둘이
얘기하는 거 들었다고

 

네 얘길 한 게 아냐
다른 사람 얘길 한 거야

 

내 얘길 한 게
아니라고?

 

그럼 누구 얘길
한 건데?

 

말 못해, 게다가
언제부터 내 말에 관심 가졌어?

 

- 말해봐! 안 돼!
- 동키!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난 정말 멍청하고 못생긴
거인 오거에 불과한가 봐

 

용서해 줄래?

 

친구가 달리 친구야?

 

- 그래, 친구?
- 친구

 

그건 그렇고
피오나가 나에 대해 뭐래?

 

왜 나한테 물어?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

 

곧 결혼식이야!
결혼식 전에 만나긴 틀렸어

 

걱정 마,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나니 내가 길이니라

 

동키?

 

내가 좋다는 걸
어쩌겠어?

 

- 귀여운 녀석
- 됐어

 

키스는 사양이야
침 범벅 되기 싫거든

 

올라타
꽉 잡아야 해

 

아직 안전띠를
설치 못했어

 

듈락 시민 여러분

 

"경건한 침묵"

 

오늘 우리는
새로운 왕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 이곳에 모였습니다
- 죄송한데요

 

좀 빨리 끝내면
안 될까요?

 

계속하시죠

 

가서 놀고 있어
필요하면 휘파람 부를게

 

슈렉, 잠깐만!

 

- 제대로 하고 싶지?
- 무슨 소리야?

 

그럼 주례가

 

이럴 때까지 기다려
'지금 아니면 영원히 침묵하시오'

 

바로 그때
'이의 있습니다!' 하는 거야

 

이럴 시간 없어!

 

어디 가?
내 말 잘 들어!

 

- 피오나 사랑하지?
- 그래

 

- 껴안고 싶지?
- 그래

 

- 기쁘게 해주고 싶지?
- 그래!

 

그럼 부드럽게
다가가야 해

 

여자는 낭만적인 걸
좋아하거든!

 

알았어! 알아들었어
주례가 그 말 언제 하는데?

 

확인해 봐야지

 

- 제게 주어진 권한으로...
- 좀 보여?

 

마을 사람들이
다 모였네

 

- 두 사람을 남편과...
- 제단 앞에 있어

 

- ...아내, 왕과 왕비로 선언합니다
- 이런! 벌써 지나갔어

 

미치겠네!

 

이의 있습니다!

 

- 슈렉?
- 이번엔 또 뭐야?

 

안녕, 여러분
다들 즐겁게 지내시죠?

 

저는 듈락을 사랑합니다
아주 깨끗하거든요

 

여긴 왜 왔어?

 

그래, 다들 싫어하는데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 초대받지 않은 결혼식에 나타나?
- 피오나!

 

- 할 말이 있어
- 이제 와서?

 

너무 늦었어
그만 나가줘

 

- 영주와 결혼하면 안 돼
- 왜?

 

왜냐면 파콰드는 왕이 되려고
너랑 결혼하는 거거든

 

말도 안 돼!
피오나, 저놈 말 듣지 말아요

 

- 네 진정한 사랑이 아냐
- 네가 진정한 사랑에 대해 알기나 해?

 

그야, 난...

 

- 그러니까...
- 혼자 보기 아깝군

 

오거가 공주한테
사랑을 느끼다니!

 

세상에

 

"웃음"

 

오거와 공주라니!

 

슈렉, 사실이야?

 

무슨 상관이야?
제 분수도 모르는 놈!

 

피오나, 이제 키스만 하면
나와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소

 

키스합시다!

 

'밤과 낮에 따라'

 

전부터 보여주고 싶었어

 

이런, 궁금증이
확 풀리는 느낌이야

 

이렇게 추악할 수가!

 

경비! 경비!

 

저 괴물을 당장 끌어내라!
둘 다!

 

- 둘 다 끌어내!
- 안 돼요!

 

얼굴이 바뀐들
달라지는 건 없어

 

우린 법적으로 부부고
고로 난 왕이야!

 

- 봐! 맞잖아!
- 이거 놔! 슈렉!

 

- 안 돼!
- 뭘 꾸물거려?

 

이거 놔! 피오나!

 

날 찾아온 걸 후회하게 해주마
놈을 능지처참하리라!

 

- 곱게 죽여달라고 애걸하게 될걸!
- 안 돼! 슈렉!

 

그리고 왕비...

 

피오나!

 

왕비를 탑에 가두고
다시는 빛을 못 보게 해라!

 

난 왕이야! 뭐든 내 마음대로지!
난 완벽해! 난 이제...

 

모두 꼼짝 마
말 안 들으면 용한테 이른다

 

나 건드리지 마!

 

유명인치고 결혼 생활이
오래가는 법이 없다니까

 

말해, 슈렉

 

피오나?

 

왜, 슈렉?

 

사랑해

 

진짜?

 

진짜진짜

 

나도 사랑해

 

'진정한 사랑의
첫 키스로'

 

'사랑의 진면목을
따를 때까지'

 

'사랑의 진면목
사랑의 진면목'

 

피오나?

 

피오나, 괜찮아?

 

그래

 

그런데 이해가 안 돼
예쁜 얼굴로 변해야 하잖아

 

지금도 예쁜걸

 

해피 엔딩이
될 줄 알았는데

 

모두 축복받으세요

 

"그들은 영원히
추하게 살았습니다, 끝"

 

재미있네

 

아이고, 숨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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