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하면 차를 끓여줘

 

이런 더운 날에
용케 뜨거운 차를 마시네요

 

최근 성도에
이상한 종교 집단이 있다더군

"시밀라"라는 신을
숭배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주변 눈치를 받며
경원시당하는 정도입니다

 

저는 오늘 레지스와
약속이 있어서

일단 투르다르에 돌아갈게요

 

왜 그러지?

이거, 독이 들어 있네요

뭐라고?

아, 안심해 주세요

저한테 마법약은 통하지 않아요

체내의 마력 덕분에
금방 구성을 분해해 버리니까요

그렇다면 괜찮다만

아니, 전혀 괜찮지 않다

이 물병은 티나샤 님을
위해 놓여진 겁니다

시급히 조사를 해라

그리고 너는 투르다르에 돌아가도
항상 방어 결계를 펼쳐둬라

알겠습니다

 

Unnamed Memory

 

 

 

~ 대답 없는 기도 ~

 

물을 준비한 건
5년 전부터 성에서 일하는 여관이었습니다

독은 어디에서 손에 넣은 거지?

마을의 시장에서 처음 보는
마법사에게 건네받았다고 합니다

"티나샤 님은 사실 마녀이고,
폐하를 홀리려 하고 있다"리고…

 

미라인가
갑자기 무슨 일이지?

티나샤 님은 오늘 돌아오지 못한대

극비 사실인데

레지스가 습격을 당해서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어

 

고작 하루 만에 투르다르의
왕위 계승자 두 사람이 습격을 받은 건가?

티나샤 님이 치료하고 있어서
목숨은 걱정할 필요 없어

하지만 한동안
투르다르에 있겠대

범인은 저희 쪽의 사건과
같은 자일까요?

 

그렇다면 이상할 정도로
솜씨가 좋다고 봐야겠군

 

처음 뵙겠습니다
국왕 폐하

「데릴라」
저는 데릴라라고 합니다

 

당신에게 걸린 마녀의 저주를 알고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찾아왔습니다!

부디 저를 곁에…

저라면 저주를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알았지?

일단 극비사항으로 취급받고 있는 거다만

 

제 일족은 점술을
생업으로 삼고 있기에

틀릴 일은 없습니다

 

좋아
방을 준비시키겠다

원하는 대로 지내라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티나샤 님이!

조용히 해
시끄럽다

내가 정한 일이다
이론은 없겠지?

 

투르다르에서 레지스 전하를
습격한 범인을 붙잡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나한테도 그 녀석의 정령이
직접 말하러 와 줬다

하지만 티나샤 님을 독살하려 한
마법사와는 연결점이 없었다고…

그런 거 같더군

 

왜 그러지?
찜찜하게

그런 표정은 짓지 마라

 

폐하, 외람되오나 저는 그 여성을
곁에 두는걸 찬성할 수 없습니다

 

설마 티나샤 님을
화나게 만들어 보려는 겁니까?

그런 짓을 했다가
성이 부서지면 어쩌자는 거지?

그 정도로 이상한 취향을
갖고 있진 않다

 

일단은 그냥 놔둬라

레지스를 치료하는 데에도
아직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까

 

티나샤, 돌아왔었나

 

오랜만이에요

레지스의 상태는 어떻지?

덕분에 나아졌어요

폐하, 옷을 재단할 사람을 불러들였는데
괜찮다면 같이…

 

당신, 못보던 얼굴인거 같은데
마법사 같은 거야?

처음 뵙겠습니다

투르다르의 티나샤라고 합니다

 

이거야, 이거야~
당신이 투르다르의 왕녀 전하셨나요

 

그 여성과 상당히 친하신 듯한데
친구는 가려 사귀시는 게 어떨지?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지…

확실히 투르다르의 왕족과
친하게 지내면 좋은 일도 많을 테니까요

 

그런…

 

에 또

소개도 없이 제게 이의를 제기하는
당신은 대체 어디에서 온 누구시죠?

 

제 친구를 모욕한다면
가만히 있진 않을 거예요

 

타인에게 다른 의견을
전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너무 위압하지 마라
내 여자다

 

헤에

 

그 무례한 여자는 애첩이라는 건가요

그 왜, 폐하께는 그게…

그 여성은 그걸
버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거라니…

그 정도로는 무리예요

일단 죽겠네요

 

저, 정말입니까?

폐하께 전해―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요?

 

뭔가 여러 가지로
바보 같아졌어요

 

오스카 이 바보!

 

반드시 행복해지자고 했으면서

 

멋진 표정을 짓고 있잖아

 

트라비스!

400년 만이었던가?

내가 조언해 준 대로
시간을 뛰어넘은 모양인데

그 남자와는 어떻게 됐지?

 

뭐야

마법으로 잠에 들면서까지
만나러 왔는데 바라봐 주지도 않은 거야?

가엾구나

 

그 여자를 죽이면 되는 거 아니야?

 

인간은 그런 걸 하면 안 돼요

인간 이외에 누가 그런 짓을 한다는 거지?

 

죽이고 싶지 않다면
네가 죽어볼래?

살아 봤자 괴로울 텐데

네?

 

응, 총애받고 있어

 

투르다르의 왕녀에게 독은
듣지 않은 모양이다

가능하다면 쫓아내라

보물고에는 들어갈 수 있겠나?

부탁하면 들여보내 줄 거 같아

조심해라

들어가게 된다면
상자를 찾아라

작은 문양이 새겨진
구슬이 들어가 있다

 

제법 조심성이 많군

폐, 폐하!
무언가 오해를!

누가 입김을 불어넣었는지는
나중에 보고를 듣겠다만

저주는 해주해 주겠다는 녀석이 있어서

 

별난 녀석이지만
괜찮은 여자다

 

나는 그 녀석으로도 충분하다

 

벌써 끝인가?

기대해서 손해만 봤군

나머지는 네 남자가
치르도록 해 볼까?

 

그 사람이 있는 곳에는 절대 보내지 않아!

 

《구성하라》!

 

아직 죽고 싶지 않아

 

데릴라와 통신을 했던 상대의
위치 말입니다만

파르사스 성도의
어느 건물이었습니다

 

그 수상한 신흥종교인가

당장 가서 일망타진해라

한 명도 놓치지 마라

- 네

 

왜 그러지?

폐하

북쪽에서 강력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집니다

이건…
금주입니다

뭐라고?

 

티나샤는 어디 있지?

 

도와줘!
티나샤 님이 살해당하겠어!

 

벌써 일행이 온 건가

 

티나샤!

 

그 검은 너무 휘두르고 다니진 마

위험하잖아?

 

이 녀석한테 무슨 짓을 했지?

별로
그냥 놀아준 것뿐이야

 

살아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마라
인외가!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아보는 건가

재미있군

 

저 여자의 결계인가

 

건방진 짓도 적당히 해라

시체도 남지 않을 정도로
붙태워 줄까?

 

죽이게 두진 않아요…

 

티나샤!

 

그 사람한테 손가락 하나
닿게 하진 않아요

무엇과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너는 바보인가?

돌아봐 주지도 않는 상대를 위해서

 

같잖군

 

지쳤어
다음에 또 놀아주지

 

데릴라를 성 내부에 잠입시킨
종교단체의 간부는 전원 붙잡았습니다만

결국 여관에게 독을 넘긴
마법사는 없었나

정보를 정리해 보면
그들의 목적은 두 가지

하나는 보물고에 있다는
수수께끼의 구슬을 탈취

다른 하나는 티나샤 님을 살해,
혹은 이 나라에서 떨어뜨려 놓는 것

 

보물고를 한 번 정리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걸리는군

 

티나샤

 

저기, 부탁이 있는데요

말해 봐라

 

제게 검을 가르쳐 주세요

 

상처는 나았나?

뭐, 나았다고 해야 할지
트라비스가 결손 재생을 시킨 거겠죠

결손 재생?

애당초 트라비스라는
그 인외는 뭐지?

최상위 마족 중 한 명이에요

속된 말로 하자면 마왕

 

그보다도 그 여자를
구속했다는 건 어째서?

치정싸움이라도 벌인 거예요?

뭐가 치정싸움이라는 거냐

처음부터 활개치게
놔둔 것뿐이다

내 저주에 대한 얘기를
안다는 것부터 수상하니까

네 독살을 꾸민 것도
결국 같은 녀석들이었다

그렇다면 그렇다고 미리 말해 주세요

알았다면 좀 더…

창문을 파괴하지 않았나?

이번에는 파괴까진 안 했어요!

 

그러고 보니 도르자와 대치했을 때
네 눈을 빌렸는데

훈련하면 누구든
그런 걸 볼 수 있는 건가?

 

소질이 없으면 어렵지만
당신은 볼 수 있어요

 

볼 수 있는 건가?

아마도 의식한다면

그럼 그쪽은 제가
다음에 가르쳐 드릴게요

부탁하지

 

그건 그렇고 너는
기초가 다져져 있군

즉위하기 얼마 전에

조금이지만 집중해서 배웠어요

 

상당히 정통적인
파르사스의 검술이다

아,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그 말씀대로예요

 

뼛속까지 마법사인 녀석한테
검을 가르치다니

기특한 인간이군

 

엄격했지만 상냥한 분이었어요

 

일은 어떻게 됐어?

바르트

둘 다 실패했어
붙잡혔어

 

괜찮은 거야?

괜찮아

그녀가 아무리 강력해도
마녀였을 때보다는 훨씬 다루기 쉬워

 

이런 건 처음이니까

 

보물고의 소장 일람입니다

이거 골치 아프겠군

신용 할 만한 자들로 구성해
확인한 후 지하미궁을 막겠습니다

성 지하에 미궁이 있는 건가요?

40년 전에 보물고에
도둑이 들어서

무엇을 훔쳐간 건지
모른 채로 놓쳤는데

당시의 왕이…

내 조부다만
상당히 분해하셨는지

미궁을 만든 건가요?

아주 정성스럽게도

한 번 누군가가 들어가면

꼬박 하루 동안은 왕족 외에는
문을 열 수도 없고

왕족이라고 해도
안에서는 꼬박 하루 동안 문을 열 수 없다

당신의 혈연자라는 느낌이 드네요

뭐라고 했나?

 

그럼 미궁쪽은 그대로
막아도 될까요?

그렇군

 

「지하미궁[파르사스 성 보물고 안]」
 

「지하미궁[파르사스 성 보물고 안]」
정말이지

당신의 강인스러운 점에는
말도 못 하겠어요

이것도 대련이라고 생각해라

 

그건 그렇고 미궁이라는 것치고는 외길이군

 

미궁이라는 말을
사용해 보고 싶었던 것뿐 아니에요?

 

왜 성의 지하에 호수가…

그리고 왠지 꺼림칙한
기척이 느껴져요

 

이건…

혹시의 무언의 호수인가?

「무언의 호수」
무언의 호수라는 건 뭔가요?

파르사스의 오래된 전설이다

인외가 거기에서 아카시아를
뽑아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주변에
모여 살게 되었다고 하는데

평범한 전설인 줄로만…

설마 그 위에 성을 세웠을 줄이야

 

왜 저건 곳에 문이…

 

티나샤!

 

저 바보가!

 

감사합니다

 

괜찮나?

아마도 갈비뼈가
부러진 거 같아요

치료할 수 있겠나?

그게 마법을 사용할 수 없나 봐요

 

무슨 말이지?

이 호수

아마도 아카시아와 같은 성분이
포함돼 있어요

마시면 체내의 마력이
흐트러져서 구성을 짤 수 없어요

 

이건 조금 본 적이 있는 거 같군

 

여기는 뭔가요?

 

아마도 할아버지의 은신처였겠지

 

담수가 나온다면
이 물을 씻어내고 싶어요

 

괜찮나?

네, 어떻게든

 

그러고 보니 왜 갑자기
보물고 정리를?

찾는 거라도?

아, 너한테는 말하지 않았던가

 

얼마 전에 그 수상한 종교단체가
보물고의 내용물을 노리고 있었는데

그게 뭔지 잘 알 수가 없어서

손바닥 사이즈의
붉은 구슬이라고 하는데

 

왜 그러지?

그 구슬을 만지지 마!

뭐?

누구도 만지지 못하도록…

 

아니, 찾지 마…

 

없어 지지 마…

티나샤!

 

열이 있다면 좀 더
빨리 말해라!

 

오스카

그 구슬
투르다르에도 있어요

색은 다르지만요

정말인가?

투르다르에 있는 건
400년 전에 제가 봉인했어요

봉인이라니…
위험한 건가?

 

마법 사상 미지의
말도 안 되는 힘을 지니고 있어요

그 구슬은 사용자를
과거로 날려버려요

어떤 마법사도, 마족도
그런 짓은 할 수 없어요

확실히 위험한 물건인 거 같다만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편리한 것 아닌가?

아니에요

이걸 사용하면 지금 있는
모든 걸 없애고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되는 거라서…

 

저는 어릴 적에
어느 사람이 목숨을 구해줬어요

하지만 대가로 그 사람은…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전부 잃어버렸어요

 

설마 그게 너를 구했다는 남자인가?

 

나는 없어지지 않는다

바꾸고 싶은 과거도 없다

그 구슬이 싫다면
찾지도 않을 거고, 봉인해도 된다

그러니까 계속
그런 식으로 울지 마라

 

여기가 조부의 은신처라고 한다면

보물고를 경유하지 않는
지름길이 있을 거다

 

"없어지지 마"라…

 

이건가

 

티나샤, 돌아갈 수 있다

 

처음부터 너는 내 이름을
알고 있었지

 

왜 창문으로 들어오는 거냐

 

골절은 치료했나?

네, 이젠 말끔히요
폐를 끼쳐드렸어요

 

실은 너를 데리고 왔을 때 모두한테서…

별일이었다만 아르스한테도 혼났다

죄, 죄송해요

뭐, 내가 나빴어

 

그래서 그 구슬은 어떻게 할 거지?

봉인해도 된다

하지만 어머니의 유품이죠?

유품?
내 어머니의?

그럼 아버지한테 확인해 보지

아, 네

 

티나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알 생각도 없다

모두 내가 선택하고서
하는 일이다

불만은 없고, 후회도 앖다

그건 언제, 어디에서 한
선택이라 해도 똑같다

 

그러니까 더 이상
신경 쓰지 마라

오스카, 눈치 채고…

 

저, 이 시대에 와서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눈을 뜬 지 이제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행복을 잔뜩 받았어요

 

저는 이걸로 충분해요

앞으로 서로의 길이
갈라지게 된대도

당신은 저의―

 

안녕히 주무세요

 

~ 보이지 않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