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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죽을 각오는
있는 거냐?

 

왕도에 도달한
예스마가

다시 한 번
세상으로 나올 일은 없어

그건 샤빌론도
마찬가지다

그곳은
폐쇄된 비경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

 

살해당하고
끝일지도 모른다고

그런데도
너는 왕도에 가겠다는 거냐?

 

꾸익

 

그럼...

이걸 주마

이건 롯시가 달고 있는 거랑
똑같은 거다

 

물을 조작해...

얼음을 만들어
지면의 형상을 바꿀 수 있지

 

물이 잔뜩 있다면

발이 빠질만한
늪지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

사용법은 감각적이야

가는 길에 연습해

 

사실을 말하면 말이다

나는...

예스마 사냥꾼은
죽이고 싶을만큼 미워한다만

실제로
죽여본 적은 없거든

 

5년 전...

목걸이를 되찾을 때

몇 명인가랑 싸웠다만

약해빠진 놈의 다리를 노려
한쪽 눈을 으깬 게 고작이었지

 

쪽수에 몰려서...

그 다음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거든

 

그래서...

다음에 또
예스마 사냥꾼과 싸우게 되다면

너희가 무사히 도망치게
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

 

너, 딱 보니까
머리는 좋잖아?

 

이 도구로...

롯시랑 같이
나를 도와주면 좋겠다

 

뭔가 질문이나
하고 싶은 말은 있나?

 

최악의 경우에는...

너를 버림패로
쓰는 때가 올지도 몰라

 

그때는 판단해

 

네가 죽을지

제스가 죽을지

 

스스로 정하는 거다

 

어쨌든 저쨌든, 웃는 얼굴로!

「거울아 거울아.」

「내가 제대로 웃고 있니?」

옛날부터 들어온 당부를

바보처럼 지키고 있어

필요로 해줬으면 해서

누군가를 위해 웃었지

믿어왔던 가면을

나를 위해 잘 가렴

웃는 이유 같은 건

찾으려 할 게 아니라

하품이 나오는 것처럼

자연스레 거기에 있었지

기도하는 듯이

시간을 뛰어넘어 온

두 운명이 답을 가르쳐주었어

마침내 만났구나.

 

내가 웃는

진정한 이유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니라,

당신이었답니다.

 

fan sub by kairan

 

여기를 넘으면
「바늘의 숲」에 들어서게 돼

왕도는 그 중심부다

 

괜찮으세요?

 

신경쓰지 마세요...

 

북쪽 하늘에 떠 있는

저 붉은 별이 보이니?

 

저것은 소망의 별

사르비야

저 별을 손에 넣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더라

 

소원이...

 

저게...

왕도...?

그래

 

너희는
이런 얘기를 알고 있어?

 

이 부근에서 자라는
버섯은 말야

밤이 되면
어렴풋하게 빛나거든

그 이야기라면
들어본 적이 있어요

빛나는 원인은
잘 모른다죠?

아니, 나는
현지의 사냥꾼한테 배웠다

 

저건...

버섯에 빨린
예스마의 피가 빛나는 거야

 

이 너머에
작은 마을이 있어

오늘 밤은 거기 있는
여인숙에서 쉬자

 

있잖아...

저 목걸이, 검은데...?

정말이네요...

 

예스마를 지키는 사람이 관리하면
목걸이는 빛나고...

악의가 접근하면
목걸이는 검어진다...

그렇게
들은 거 같다만...

「바늘의 숲」은
예스마 사냥의 온상이다

굶주린 무뢰배 놈들이
활개를 치며

많은 예스마가
목숨을 잃지

이 부근에는
사악한 기운(邪気)이 충만해 있는 거야

검은 게 저 정도라면
아직은 그나마 나은 편이겠지

 

너희, 2명―

 

3명이랑은 아마
내일이면 헤어지게 될 거다

왕도에 들어서면 나랑은
평생 만날 일이 없겠지

물론 죽으면
그걸로 끝이고

 

난 술을 마실 거다

너희도
먹고 싶은 걸로 시켜

이 숙소는
그런 여인숙인 거다

 

최후의 만찬인가...

 

자, 내일에 대비해서!

죄송합니다...

 

저...

먼저 쉬겠습니다...

 

지쳐서...

식욕도 없어서요...

 

방에서 자고 있어

롯시가 근처에서
망을 봐줄 거다

 

빨리 먹자고...

네...!

 

맛있다...!

보세요, 돼지 씨!

이 고기는
메추라기일까요?

소금이랑 후추
간이 잘 돼 있어서...

아주 조금이지만요...

드세요

 

맛있는데!

고급 닭꼬치 같아!!

닭꼬치?

그래!
내가 살던 나라의 요리거든!

그런가요!

돼지 씨가 살던
나라에도...

 

이거, 방에 가지고 가도
괜찮을까요?

응?

식욕이 없다고
하시긴 했지만요

이거라면
블레이스 씨도...

아, 아아...!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잠깐
이야기를 해도 될까?

 

우선순위에 관한 얘기다

 

나는...

인간이건
예스마건

마음 있는 자, 모두의
목숨은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일 만일―

제스나

블레이스나

어느 한 쪽의 목숨밖에
못 구할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망설임 없이
제스를 선택하기로 하자

 

노트 씨...

무슨 말씀을...

봤잖아

지금의 저녀석은
마음을 앓고 있어

살아가겠다는 기력도
거의 느껴지질 않아

 

하지만...

 

하지만
제스는 그렇지 않아!

 

물론...

모두의 목숨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지

하지만 정말
방법이 없을 경우가 됐을 때는

제스의 목숨을 우선적으로
챙기기로 정해두자는 거야

 

안 돼요...

그런 건...

블레이스 씨가
불쌍하잖아요...

그러니까...

제스

 

나는...
제스의 샤빌론이야

 

제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그러기 위해
내가 여기 있는 거고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내 안에...

이미 각오는 있어

 

돼..지 씨...?

 

저기...

죄송해요...

그런 말씀을
들은 일이 없다 보니...

어쩌면 좋을지...

 

담담히 받아들이고
기뻐해주는 게...

나로서는
가장 기쁘지만 말야

 

그럼...
기뻐할게요...

 

하지만...!

방금 전 노트 씨가 말씀하신
방침에 관해서는...

블레이스 씨가
불쌍해서...

도저히...

 

나한테는!
꿈이 있었거든

 

샤빌론으로서
어떤 녀석이랑 함께 왕도에 가서

죽을 때까지
함께 지내주겠다는 꿈이지

 

그녀석의 뼈가

이 쌍검에 쓰이고 있어

바보같다고 생각한다면
바보라고 비웃어라!

 

하지만...

 

너는 그녀석과
아주 닮았어

 

나는 하다못해 너를
왕도에 바래다주고 싶다

살고 싶었어도
살지 못했던 그녀석의 몫까지

너는...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감사합니다...
노트 씨...

 

물론, 나도
살아서 돌아갈 거다

세레스를
울리고 싶진 않으니까

 

네...!

다 같이 살아서
이 여행을 끝내도록 해요

 

항~상 여기서
뭘 하는 거야, 누나?

 

기도를
올리고 있답니다

소망의 별에게...

헤에~

그래도 난
저 별 싫던데~

그런가요?

 

원하는 걸 말해봤자
아무것도 안 이뤄주고!

게다가 별을 손에 넣는다는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래서
비는 거랍니다

 

이뤄질 리가 없을 거라
생각하니까

희망이 없으니
기도하는 것이죠

 

손이 닿는 별에
기도를 올리는 사람은 없어요

손이 닿지 않기에
기도하는 거랍니다

 

게다가
기도하고 있는 때라면

모든 것을 잊고서
소원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

 

당신...
16살이 된다며?

네...

이곳을 떠나
왕도로 향합니다

 

그래?

있잖아
소문으로 들었는데

 

왕도에는
신기한 얘기가 있다지 뭐야

 

가는 거야...?

 

이제...
못 만나는 거지?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어쩌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됐을 때는

길잡이가 되어줄
별을 찾도록 하세요

 

사르비야는...

언제나 북쪽 하늘에 있기에
바로 소망의 별인 거랍니다

길을 헤매게 됐을 때는
소망의 별이 방향을 알려주죠

 

마찬가지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게 됐을 때는

당신에게 소망의 별이
되어줄 것을 찾는 거예요

응...

그렇구나...

 

희망은
이미 존재하지 않아요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죠

 

저의 여행은...

언제나 소망의 별을 등지고
나아가는 것이었답니다

 

그래요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은
알고 있었죠

 

또다시

그리고 또다시

지독한 짓을 당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또다시, 또다시 기도했죠

 

뮤니레스에
끌려온 뒤에도...

감옥 안에 있는 동안에는
별이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기도했습니다

구조가 오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었죠

그저, 그저
불안에 삼켜지지 않게끔

절망에
짓눌리지 않게끔

계속 기도했던 것이죠

 

그런 제 앞에...

여러분이 나타났답니다

 

노트 씨는...

철창을 열고서
저를 끌어안아주셨습니다

그렇게나
강하게 안겼던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죠...!

 

저에게는...

희망을 계속해서 품을
힘이 더는 없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라면...!

 

돼지 님...

돼지 님,
일어나주실 수 있을까요?

 

무슨 일이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쉬고 계시는 때에...

아냐, 괜찮아

이 패턴에는
익숙하거든

 

할 얘기란 건 뭐야?

뭐든 말만 해줘

 

무..무슨 일이야!?

 

무례한 짓을 하는 것을
용서해주세요...

하지만
조금 쌀쌀하다 보니...

어, 그런가...

아..알았어...

 

돼지 님께서는...

다른 세계에서
오신 거로군요?

뭐, 그렇지~

여기랑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왔어

괜찮으시다면...

그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뭐야, 그런 거였어?

알았어

예를 들면
어떤 얘기를 듣고 싶은데?

 

돼지 님의 세계에서는...

가슴이 작은 여성을
선호한다는 게 정말인가요?

음!?

미안하다...

나는, 뭣이냐...!

그야
작은 쪽이 좋긴 한데...

딱히 그러언...

분명...

가슴이 큰 탓에 남성분들을
홀리고 마는 일도 없겠지요

 

그래, 그러네~

없지!

너 같은 건 아마
거의 눈길도 안 줄 거야

그런가요...!

그런 세상이 있군요...

내일, 제가 죽을 때...

그쪽 세계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재수 없는 소리는
하면 못 써

희망을 버려선
좋을 게 없거든?

제가 섬기던 곳은...

묘지기의 집안이었습니다

 

별들의 너머에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별 너머에서 오신
돼지님께서

제 마지막 기도를
들어주셨으면 했답니다

 

봐주세요

 

그건...?

그 성당 지하에서

내장을...
뽑혔답니다

 

어...?

 

여러분께서
구해주셨을 때는...

이미 가망이 없었던 것이죠

 

노트랑 제스하고
상담해보자...!

뭐라도 나을 수단이
있을지도 몰라!!

비밀로 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네요

노트 씨께서는
굉장히 다정한 분이시니

제 목숨을 구하고자...
위험을 감수해버리실 테죠

 

그래도
검은 리스타로―!

검은 리스타를 이용한
치료에는

상대를 향한 마음이
크게 관여합니다

저를 치유하는 건
불가능하겠죠

 

저는 왕도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답니다

당신과 제스 씨께
이 목숨을 바치겠어요

 

무슨 소리를...

 

죽음은 구원이랍니다

 

예스마로 태어나버린
제가...

이 몸으로...

얼굴로

목소리로

다른 분들을 시험에 들게 한
제가 잘못했던 거예요

 

절대 그렇지 않아!

제멋대로 예스마를 착취하는
놈들이 잘못한 게 당연하잖아!

 

돼지님의 세상에서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나 봐요...

당연하지

제가 죽으면
돼지님의 세상으로 데려가주세요

이것이 저의...

마지막 소망이에요

 

나..는 기도한 적도 없는데
여기에 왔거든

계속 기도하던 네가...

거기에 가지 못할
이유는 없지...

블레이스는 분명...!

네가 있던 세상으로
전생할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슬슬 돌아가자

너무 오랫동안...

어, 방을 떠나 있는 것도
위험하잖아

 

기다려주세요

하나만 더...

 

묘지기 일을 하는 동안

신기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답니다

 

신기한 이야기?

 

왕도에는
입구가 없다고 해요

뭐...?

그래서...

모든 예스마는
「바늘의 숲」에서 죽는 것이라고...

무..무슨 소리야!?

그럼 우리는 뭘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들어갈 방법은
있는 모양이에요

왕도에 들어간
예스마가

외부에
나타나는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언제부턴가
왕도에 들어가는 방법에 관해

이런 소문이
흐르게 됐다고 하죠

 

뭔데...?

왕에게 호소하라

episode 8
누가 기도하는 걸 비웃지 마라

 
 

 

그게 끝이야...?

 

예스마가 왕도에 들어가는
방법은 하나...

왕에게
호소하는 것이라고...

 

왕도를 향해
외치라는 소리야?

모르겠어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부디...

부디,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만큼은
반드시...

살아서...

행복을 찾아주세요...

 

더는 혼자가 아니야

 

너의 세상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었거든

가슴 속 고동이

꾸욱 중얼거렸지

맞닿은 온기

아무 일 없는 듯 멀찍해서

혼자 있고 싶다며

쓸쓸함을 고르곤 했지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나날

분한 눈물을 흘리던 밤도

너와 함께 웃어보고파

소망은

대답은

그저 곁에 있고 싶다구

쓰라릴 정도의 다정함이

분명 앞으로를 칠해나가겠지

사라지지 않을 말을

살아가는 의미로 삼으며

당돌하게 웃어보자

있는 모습 그대로의 보폭으로

노래할게

더는 혼자가 아니야

 

fan sub by kai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