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title : No.1

 

- 안녕 ?
- 응

 

- 안녕 ?

 

러버 포 어 데이

 

잔느는 방금 남자친구에게 차였다

 

- 누구세요?
- 아빠, 저예요

 

- 잘 지냈어요?
- ...너는?

 

괜찮아요

 

- 무슨 일이야?
- 괜찮아요

 

- 무슨 일 있어?
- 아뇨

 

들어와

 

- 차 한잔 끓여올게
- 네

 

고마워요

 

걔가

 

다른 살 곳이 구해질 때까지

 

걔 집에 있어도 된댔는데...

 

그냥 짐 싸서..

 

나왔어요...

 

잘했어

 

근데

 

무뚝뚝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짐 싸는 걸 보고만 있더라고요...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사람이 변할 수가 있죠?

 

그냥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어...

 

아뇨, 확실했어요

 

이게 헤어지는 방식이라면
앞으론 연애 같은 건 안 할래요

 

걔가 이제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걔 때문에 화내면서
시간을 낭비하지는 마

 

아빠...

 

이제 어째야 될지 모르겠어요

 

걔가 내 첫사랑이라고요

 

여기...

 

일단 좀 마셔

 

뻐꾸기처럼 너무 말랐네
일단 좀 먹으면서 쉬어

 

왜 하필 뻐꾸기예요?

 

지금 누구 있어요?

 

 

금방 가요?

 

아니, 당분간 있을 거야

 

 

어쨌든 저도 여기 있어도 되죠?

 

물론

 

담요 가져올 테니 소파에서 자렴

 

아빠...근데...

 

방해된다면 나갈게요

 

어디로 가려고?

 

여기

 

일단 자렴

 

잘자

 

옆방에 있으마

 

잔느는 잠을 청하는 동안 그녀의 삶과

 

옆방에서 여인과 함께 자는
그녀의 아빠를 떠올렸다

 

그리고 예전엔 자신을 사랑했지만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떠올렸다

 

마치 산 채로 피부가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뜨거우니 조심해

 

고마워

 

견뎌낼 수 있을 거야

 

우린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어

 

너나 견뎌낼 수 있겠지

 

아니, 모든 여자들
너도 마찬가지야

 

멋진 척해도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 거 알지?

 

난 한 번도...

 

나도 알아...
난 한 번도 내가 멋있다 생각한 적이 없어

 

우리 엄마보다 못생겼네

 

그래?

 

사실 다행인 거지

 

왜 다행인 거야?

 

왜냐면...

 

미안

 

쓸데없는 소리를 했네
용서해줘

 

중요한 거 아니야

 

미안해. 미안해...

 

비워 줄게

 

- 네 옷 정말 이쁘다
- 그래?

 

입고 싶으면 입어도 돼

 

- 정말?
- 당연하지

 

- 너도 내 옷 맘대로 입어도 돼
- 고마워

 

오우 이런

 

나도 처음엔 싫다고 했어

 

근데 계속 나보고 좋아한다는 거야

 

그럼 결국 믿게 되지

 

 

처음부터

 

이게 미친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사랑에 이끌려서
1년을 있었지만

 

안 좋게 끝날 거라고
예감하고 있었다고

 

왜 이렇게 바보 같았을까

 

사랑에 빠졌던 거야, 그게 다야

 

견딜 수가 없어

 

날 따라다닌 건 걔지만

 

갑자기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게 돼 버렸잖아

 

거기에 난 혼자가 됐고

 

말도 안 돼...

 

난 농락당한 거야

 

아냐
장담컨대 걔한테도 소중한 추억이었을 거야.

 

내 말은...

 

걔 말고 사랑한테 농락당했다고

 

지금 기분이 안 좋다는 건
같이 있을 땐 행복했다는 거야

 

그치

 

근데 이렇게 끝나버리니...

 

우리 아빠랑 지낸 지
얼마나 됐어?

 

석 달

 

모든 게 새로워

 

혹시 불편해?

 

뭐가?

 

너랑 나랑 동갑이라는 거

 

아니

 

모르겠어

 

어디서 만났어?

 

강의실에서

 

아빠 수업 학생이었어?

 

사실은 내가...

 

내가 계속 따라다녔어

 

처음엔 엄청 당황해하더라고

 

네가 꼬신 거야?

 

거의 학기 내내
안 넘어오고 버티더라고

 

얼굴이 상상이 돼

 

웃겨

 

좀 괜찮아?

 

 

다음날

 

잔느는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을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 괜찮을 거야
- 수면제 줬어

 

자기 내가 통통해 보여?

 

침대로 와, 나르시스트

 

여자가 자기 몸을 부끄러워하면
섹스도 잘 못 한데

 

처음 듣는 얘긴데

 

지금 말고

 

- 왜 안돼?
- 잔느가 들을까봐

 

나도 알아

 

조용히 할게

 

지금 하고 싶어서 그래
빨리 끝낼게

 

대학교에서, 질과 아리안이 연인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둘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처음에 봤을 때 기억나?

 

아니

 

수업 중이었어

 

아직도 기억나

 

'철학은 삶과 분리될 수 없다'

 

라고 했었어

 

기억나?

 

갑자기 날 쳐다볼 때

 

멈춰서 나를 빤히 바라봤을 때

 

뭐랄까... 발가벗겨진 느낌이었어

 

그때부터 사랑했었어

 

그녀를 잃을까 겁이 난

 

질은 아리안에게

 

만약 누군가 바람을 피더라도
서로 극복하고

 

지낼 수 있다고 하였다

 

금방 올게요!

 

저녁에 봐

 

아리안은 언젠가 자신이
막다른 길에 몰리게 된다면

 

자신도 그를
떠나게 될 거라 생각했다

 

오 이런...

 

- 왜?
- 아냐, 내가 다 망쳤네

 

좀 더 작게 썰어봐

 

그렇게 말고

 

- 안녕
- 안녕 아빠

 

잘 있었어?

 

우리가 음식을 좀 사서...

 

- 안녕 우리 딸
- 안녕

 

저녁을 만들었어요!

 

나한테는 키스 안 해줘?

 

딸이 먼저지, 응?

 

- 왜 저래요?
- 미쳤나 봐

 

정신줄을 놓은 것 같은데

 

진짜요?

 

응, 그런 것 같아

 

몰랐어요?

 

좀 늦게 알았지

 

왜 늦게 알았어요?

 

사랑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저 여자의...

 

제정신이 아닌 것마저 사랑하고요

 

글쎄?

 

여기 먹을 것 좀 가져왔어

 

안 먹을래

 

어디 아파?

 

그냥 혼자 있을래

 

오븐에 놔둘 테니
먹고 싶으면 먹어

 

그날 저녁

 

질은 딸과 함께 외출했다

 

- 아빠
- 응?

 

아빠는 '불충실'하다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쎄 그건 아무도 말할 수 없단다

 

이건 이 말과 같은 거야

 

너는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도
충실하면 된단다

 

예를 들어서요?

 

기억이나 사소한 것들

 

그러네요

 

세상엔 육체적인 충실함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어요

 

아닌 사람도 있지

 

- 아빠는요?
- 나?

 

나는... 모르겠다

 

내가 무언가 혹은 누군가에게
충실한지 모르겠구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거니?

 

왜 물어봐요?

 

왜냐면 내가 널 낳았으니까

 

후회해요?

 

아니, 전혀

 

너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저는 잘 모르겠어요

 

다 잘 되겠죠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길거리에 사람이 지나가는데
식물에 물을 주다니 미쳤구먼

 

미친 부르주아들

 

어디 갔다 온 거야?

 

잠시 나갔다 왔어

 

배고파!

 

버리고 간 줄 알았어?

 

아빠, 배고프지 않아요?

 

고프구나

 

한잔해도 되겠지?

 

제일 좋은 걸로 딸게

 

축하할 일 있어?

 

글쎄

 

여기...

 

고마워요

 

둘 다에게 사과하고 싶어

 

뭐를?

 

괜찮아, 다 잊었어

 

둘 다 사랑해

 

어느 날 밤, 질은 아리안과 싸운 뒤 밖으로 나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대학교의 다른 여자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는 광장을 걸었다

 

물론 그녀는 그가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것과

 

권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리안과 동갑이었다

 

- 뭐라고 말했지?
- 네?

 

그래서 어떻게 했어?

 

제 거기를 살짝 보여줬어요

 

껌 하나 때문에?

 

- 당신은요?
- 없어

 

그렇게 잠깐 보여준 일 없었어요?

 

전 있었어요

 

네 차례야

 

아니, 네 차례라고

 

그는 아리안을 생각하고 있었고

 

더 늦어지기 전에 집에 가야 했다

 

하지만 그녀와 같이 있는 것이 재밌어서
같이 있는 시간이 계속 길어지고 있었다

 

갈까요?

 

음... 집에 가야 할 것 같아

 

난 당신이...

 

이름이 뭐였지?

 

옌텔요

 

난 질이야

 

알아요

 

- 택시 잡아줄까?
- 아뇨 근처 살아요

 

그래, 나중에 봐

 

 

월요일?

 

젠장

 

그날 밤 잔느의 꿈에 그녀의 전 남자친구인

 

마테오가 등장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잔느?

 

잔느, 너야?

 

잔느

 

아리안

 

걔가 전화했어

 

누구?

 

마테오

 

아무 말도 하진 않았지만...
걔가 맞아

 

- 정말?
- 네

 

숨소리가 걔였어

 

못 믿어?

 

- 아니 믿지
- 근데 왜 전화했을까?

 

모르겠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마테오 너야?

 

마테오가 잔느한테
전화한 거 알아?

 

- 정말?
- 응

 

전화를 받았는데
아무 말도 없는 거야

 

이게 무슨...

 

아뇨 진짜야
두 번이나 전화 왔어

 

오늘 아침에도 받았는걸

 

헐떡이는 것만 들렸는데

 

그러다 끊었어

 

계속 그러면, 찾아가볼게

 

나 왔어

 

잔느!

 

꺼져! 오지 마!

 

잔느, 제발 내려와!

 

가라고!
넌 절대 이해 못 해!

 

바보같이 널 차버린 남자 때문에
삶을 낭비하지 마!

 

걔가 바보 같은 놈인 거고
사람은 누구나 그런 일을 겪을 수 있어

 

너도 언젠가 아무 의미 없이
누군가를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고

 

- 멈춰!
- 더는 안되겠어

 

살기 싫어

 

- 내버려 둬!
- 잔느, 그만!

 

죽을 것 같지만
다 지나갈 거야

 

약속할게

 

넌 이해 못 하겠지만...
나는...

 

이 아픔을...
걔한테 되돌려주고 싶다고

 

잔느 멈춰!

 

지금 여기서 뛰어내리면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걸 다신 모르게 될 거야

 

잔느

 

이런...

 

이리와 잔느

 

이리와

 

아빠한텐 말하지 마

 

말 안 한다고 약속해

 

사소한 일이 아닌데

 

어떻게 말 안 할 수 있겠어?

 

다시는 안 그럴게

 

그럼 다시 삶의 즐거움을
되찾아 보기로 나랑 약속하자

 

친구들도 만나고
다른 남자도 만나보고

 

내가 도와줄게, 알겠어?

 

같이 헤쳐나갈 거야
날 믿어

 

알겠어

 

나 왔어

 

- 둘 다 잘 있었어?
- 응, 자기는?

 

잘 지냈지

 

마테오가 너한테
전화했다는 건 뭐니?

 

- 아무것도 아냐
- 걔가 아닐 수도 있어요

 

아버지는 무슨 일 하셔?

 

이혼

 

변호사셔?

 

아니 그냥 이혼 하는 거야

 

이번이 세 번째야

 

내 생각엔 이혼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삶에 원동력을 주나 봐

 

가짜 금발이에요

 

- 아냐
- 이제 흰 머리도 나는걸요

 

- 정말?
- 이제 가발도 써요

 

내가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

 

당연히 봤지

 

학교에서

 

교직원 실에서
분명히 봤을 거야

 

우리 아빠가 말했는데

 

우리 할아버지가 부자레아 지구에
가게를 했는데

 

전쟁이 터지자마자

 

누가 자기 가게에 "여행용 가방과 관 팝니다"
라고 써 놓았대

 

그때 우리 아버지가 떠났고

 

온 가족이 알제리에서 마르세유로 왔어

 

정착민인 거지

 

네가 만일
적들도 희생자이고

 

그들에게도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네가 적들의 편에 서서

 

같이 일하고 심지어
죽기까지 해버리는 것의

 

심리적 방아쇠가 되는 거야

 

적이라 말하면 안 돼요

 

그들을 적이라 말해선 안 되는 거라고요

 

지하디즘이랑 헷갈리지 마
그거하곤 다른 거야

 

그때 우리는

 

그 사람들의 영토를 빼앗았지

 

그들은 용감할 필요가 있었어요

 

자네도 난폭해지더라도 용감해야 해

 

신념도 가져야 할 거고

 

나는 전쟁을 반대했다오

 

- 아리안이에요
- 아리안

 

나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지만
남들처럼 싸워야 했어

 

비록 내가 알제리 문제에

 

동정심을 가졌다 해도

 

조국을 배신해선 안 되는 거였지

 

참전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요?

 

그렇지
그렇고 말고

 

몇 명이나 참전했죠?

 

거의 백만 명 이상이 징집됐지

 

잔느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아리안과 질의 관계에 대해 알지 못했다

 

전쟁이라 부를 수 없는 전쟁이었지

 

아무도 원치 않았지만

 

일어난 거지...

 

불 있어?

 

여기

 

수작 부리는 거야?

 

미안하지만 나한텐 안 통해

 

나쁘지 않아 보이던데?

 

누구?

 

내가 바본 줄 알아?

 

걔가 네 코트를 가지고 있을 때
머리카락이랑 목에 장난치는 걸 다 봤는데

 

너는 싫은 기색도 안보이던데

 

당신 미쳤어

 

혼자 상상하지 마

 

난 그런 남자들 잘 안다고

 

걔네는 말도 별로 없지만
눈빛으로 녹여버리지

 

아주 좋아하던데, 인정해
내가 다 봤다고

 

그래?

 

 

걔는 거의 듣지도 않고
너만 계속 쳐다보면서 끼부리던데

 

이렇게?

 

여자들은 이런 거에 민감하다고
너도 내 말이 맞다는 거 알잖아

 

당신이 걔 엄청 쳐다보는 걸
나도 봤는 걸

 

흥미롭다고 생각하지 않아?

 

사실 이게 당신이 원하는 거잖아

 

내가 다른 사람하고 질척거리더라도
밤에는 당신하고 있는 거

 

- 당신 어디 가?
- 엄마 집에

 

- 어머니한테 우리얘기했어?
- 응

 

키스 안 해줘?

 

이따 봐

 

- 뭐라고 하셨어?
- 신경도 안 쓰시던데

 

안녕

 

그날 잔느는 길을 걷다가

 

아리안의 누드가 표지에 실려있는
포르노 잡지를 봤다

 

안 주무세요?

 

잘 있었어?

 

 

나는 별로구나

 

혼자 있으세요?

 

보는 대로

 

너는?

 

괜찮아요

 

오늘 뭐 했니?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냥 돌아다녔어요

 

친구들 좀 만났고요

 

무슨 얘기 했니?

 

전쟁요

 

무슨 전쟁?

 

다음에 일어날 전쟁요

 

그리고 교수들 얘기

 

그냥 잡담요

 

그래...

 

너무 피곤해요
좀 자야겠어요

 

잘 자렴

 

안녕히 주무세요

 

잔느는 오늘 낮의 일을

 

아리안과 질에게 말하지 않았다

 

잔느는 이 일을 비밀로 하기로 결심했다

 

좋아...

 

너무 좋아!

 

'이제 끝이야"

 

미안 자고 있었어...

 

어머니 댁에서?

 

안 자고 있었어?

 

걱정하고 있었다고!

 

미안, 시간 보니까
전화하면 깨울 것 같아서

 

어머니는... 어떠셔?

 

있잖아, 이러려고 했던 게 아니야

 

뭐? 나는... 이해를 못 하겠어

 

과장하지 마

 

진짜로 알고 싶어?

 

내 생각엔 머릿속 정리가 덜 된 것 같아

 

알고 싶지도 않고
알 생각도 없어

 

우리가 오랫동안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면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해

 

내가 알지만
자기는 자기중심적이잖아

 

어쨌든 그 모습까지도 사랑하고

 

그래도 고통받긴 싫어

 

갈등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난 그런 게 싫어
관심도 없고

 

난 그냥 조화롭게 살고 싶어

 

- 알겠지?
- 응

 

나는 두 사람 사이에

 

서로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

 

자기랑 있으면 마음이 놓여

 

때때로 바로잡아야 하긴 해
그건 사실이지...

 

어쨌든 자기랑 있으면 마음이 놓여...

 

기분 좋아

 

자기는 날 너무 잘 알아서
내가 숨길 게 없어

 

그런 적조차 없고

 

내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읽는지 신기해

 

심지어 나 자신도
모르는 것까지 알고 있잖아

 

자길 사랑하니까

 

조심해야겠구나

 

그렇지, 내 말이 그 말이야

 

질은 젊은 시절 창녀들을 끼고 걸었던

 

밤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그는 집에 돌아왔다

 

아리안이 없이 밤은 지나갔다

 

영원은 멈추지 않았고

 

행복이 그들을 지배했다

 

어디 가니?

 

마테오 집에 가보려고요

 

지금 회사라서 집에 없을 거예요

 

조심해. 전화부터 해보지 그래

 

아무도 없을 거에요
짐만 찾아서 올 거예요

 

아직 열쇠도 있거든요

 

내가 갈게

 

왜?

 

그게 나을 거야

 

내 생각에도 대신 가는 게 낫겠어

 

네 알겠어요...

 

여기...

 

뭘 가져와야 할지

 

목록 좀 적어줘

 

열쇠도 주고

 

여기요

 

책은 저기에 뒀고...

 

옷은 저기에 있어요

 

좋아

 

얘기 좀 할까

 

걔는 좀 어때요?

 

어떨 것 같아?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한밤중에 나간 건 걔였어요

 

나가라는 말 한 적은 없고?

 

한 번 있었죠

 

근데 그때는 아니었어요
예전에 싸울 때 그랬어요

 

여자보고 나가라고 하면 절대 안돼

 

나중에라도 나갈 수 있어

 

너도 알다시피
남자랑 여자는 서로 다르니까

 

만나는 사람 있어?

 

아뇨

 

특별한 건 없어요

 

말 안 할게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은 없어요

 

그럼?

 

물론 제 탓도 있지만
걔가 너무 애 같아요

 

그래서 다 망친다니까요

 

스스로에게 솔직한 거지

 

또 그렇게 되나요

 

알겠어요

 

- 걔한테 너가 첫사랑인 건 알지?
- 네

 

- 그래?
- 좀 무서워요

 

뭐가 무서운데?

 

아직 걔가 원하거나 필요한 걸
줄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서요

 

걔는 엄청 연약하잖아요

 

부끄러운 줄 알아

 

사랑이란 어리고 연약한 시절에...

 

삶의 이정표가 돼줄 수 있어

 

삶은 길어요

 

그래, 그렇지

 

- 안녕
- 잘 가요

 

아리안은 잔느에게

 

마테오가 아직 혼자라고 말했고

 

잔느는 안심하였다

 

오늘 길에서 마테오 만났어

 

그래?

 

그래서?

 

얘기를 나누진 않았어

 

사실... 꺼지라고 한마디 했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글쎄...

 

혼란스럽더라고

 

목이 꽉 막히는 느낌이어서

 

아무 말도 못 했어

 

아직 너무 이르기도 하고

 

아직은 볼 자신이 없어

 

불가능할 것 같아

 

걔는 너보고 뭐라 했어?

 

아빠한테는 말하지 말아줘
알았지?

 

잔느와 아리안은 비밀스런 대화로
엮여 있었다

 

아리안은 질에게

 

그의 딸이 자살하려 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 혹시 봉투 하나 본 적 있어?
- 어떤 거?

 

아냐, 여기 있네.

 

아리안은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나가볼게

 

아리안이 아직 질에게 말하지 않은

 

포르노 사진에 대한 것을
잔느는 알고 있었다

 

여기, 내가 보여줄 게 하나 있는데

 

이거

 

너 이거 어디서 찾았어?

 

길거리 가판대에서

 

여기

 

작년에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찍었던 거야

 

잠깐만, 걱정 마

 

진짜로, 말 안 할게

 

약속할게

 

아빠한테 절대 말 안 할게
맹세할게

 

난 상관없어, 지을게

 

괜찮아

 

 

지웠어

 

너도 알다시피...

 

남자들은...

 

아무하고나 바람을 피고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그러면서 막상 상대방이 그러는 건
용납하지 않아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지

 

거기엔 딱 한 가지 방법이 있어
너도 똑같이 하는 거야...

 

그리고 비밀로 하는 거지

 

- 정말로? 몰래?
- 그렇지!

 

글쎄 모르겠어.
내가 바람을 피는 건...

 

내가 다른 남자와 잔다는 건

 

단순히 잠자리에만
관심이 있다는 뜻이잖아

 

단순히 즐기려고 잔 적은 없어?

 

없어

 

- 거짓말 말고!
- 사실은...

 

호기심에 딱 한 번 있었어

 

그리고?

 

별로였어

 

나쁘진 않았지만
좋은 생각은 아니었어

 

어떻게 하룻밤 상대를 고를지 알아야 해
그게 핵심이지

 

- 정말? 넌 안다고 생각해?
- 물론이지

 

항상 그랬어?

 

조금씩 줄였지

 

학교에 친구가 하나 있는데

 

25살 남자야. 그리고...

 

모태솔로야

 

아무랑 잔 적이 없어

 

걔가 말하길

 

우리가 사랑에 빠지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고...

 

인생이 대단하다는 걸 느끼게 된대

 

길을 걷는 것도 신기하고

 

사람이 바보가 된대

 

그래도 사랑에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건
슬픈 일이야

 

그렇지 않아?

 

아직 그 남자를 정복시킬
여자를 찾지 못한 거겠지

 

그렇지 않아?

 

모르겠어.

 

모든 여자를 다 차더라고

 

- 정말?
- 응

 

마테오랑 나는 모든 걸
함께 해왔기 때문에

 

편안하게 느꼈던 것 같아

 

그게 어떤 면에선
둔하게 만들기도 했고...

 

사실 편안하지

 

맞아, 편안한 건 좋은 거지

 

그래도 조심해야지

 

남자의 필요 유무에 대한 게 아냐
그건 개인적인 일이지

 

아무래도 우리들의
문제인가 봐

 

헤쳐나가야지

 

근데 그게 우리 관계에서
문제점이 되더라고

 

좋지만

 

동시에 또 지루해
왜냐면...

 

편안한 점이
문제인 것 같아

 

그게 마음속에서
과격함이 점차 사라지는 이유고

 

너의 선택이고, 너의 책임이지

 

아마 넌 애인의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걸 좋아하나 봐

 

사실이지

 

정말로

 

그건 좋은 거지, 그렇지만 동시에...

 

미치도록 좋은 건 아니고

 

맞아, 그게 너를
덜 외롭게 하지만

 

행동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지

 

정확해. 그러니까
그만 생각해야지

 

그냥 기분이 좋은 거야

 

큰 코트를 입은 것처럼

 

네가 외롭고 슬플 때...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해주지

 

물론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을 때
혼자인 건 슬픈 거지

 

적어도 함께라면 고독할 때
같이 추위와 맞서 싸울 수 있잖아

 

그렇지

 

잔느!

 

- 안녕?
- 어디 가?

 

스카프 조심해

 

고마워

 

하는 거 있어?

 

지금?

 

친구 보러 가려고

 

- 우리 인사 안 해?
- 아 미안

 

스테판, 그만

 

잔느는 예전에 아리안에게 말했던
불쌍한 친구를 만났다

 

좀 꾸미고 다녀라

 

넌 진짜 사람 귀찮게 해

 

저기 나...

 

나 약속이 있어

 

그와 같이 잘 엄두를 못 냈던 잔느는...

 

중재자의 역할을 하기로 한다

 

- 같이 갈래?
- 응

 

안녕

 

- 안녕?
- 잘 있었어?

 

스테판

 

아리안

 

길에서 만났어

 

괜찮다면, 셋이서 먹어도 될까?

 

쟤한테 벌써 네 얘기 했어,
아마 너한테 내 얘기를 할 거야

 

- 벌써?
- 응

 

- 이 자리 괜찮지?

 

여긴 어디야?

 

- 티롤이야.
- 어디?

 

오스트리아, 티롤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데
케이크 이름인 줄 알았어

 

- 티롤을?
- 이거 뭐야?

 

내가 좋아하는 곳이야

 

- 이쁘다
- 유럽 중에서

 

여긴?

 

여긴 미국이야

 

환경 단체에 있을 때야

 

구도가 진짜 좋네

 

좋아하는 사진이야

 

안목 좋네

 

여기 얼마나 이쁜 학생들이 많은지 알고 있지?

 

내가 여기서 일하면
학생하고 같이 도망칠걸

 

결혼은 했니?

 

했었지

 

그럼 그 충실함이
그렇게 만든 거야?

 

다툼 때문이지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나 먼저 갈게

 

괜찮아?

 

안녕

 

너 가방 놔두고 간다

 

미안

 

잔느는 아버지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속상하고 죄책감을 느꼈다

 

그리고 아리안을 도와 서로 화해시키고 싶었다

 

알고 있었어?

 

아뇨, 전혀요

 

맞아, 쟤는 몰랐어

 

모를 수밖에 없어

 

왜지?

 

그게 처음이었거든

 

걔를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아빠 그건...

 

제가 소개시켜 줬어요

 

잠깐 방에 가 있을래?

 

 

내가 봤을 때

 

성욕이 들끓는 모습이
정말 쓰레기 같았어

 

내가 바보지

 

한 번만 봐줘

 

제발

 

나는 적어도 다른 사람보다는
강하다고 생각했어

 

난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늙어가고 싶어

 

- 그 사람이 넌 더 이상 아냐
- 걔네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건 단순한 욕망이었다고

 

걔네들은 끝난 사이라고

 

난 당신이 예전에

 

내가 어린 남자를 원한다면

 

몰래 만나라는 말을 믿었다고

 

그때 당신이 했던 말을 믿었다고!

 

그렇다고 달라질 게 있어?

 

모르겠어

 

네가 이렇게 끝냈어
넌 지금 바람둥이야

 

넌 너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싶은 거고

 

아니라고! 아니야!

 

너무해!

 

잘 들어...

 

나도 즐기려고 섹스할 때
무슨 느낌인지 알dk

 

나도 예전엔 너 같았어

 

나도 여자들에게
줄 필요가 없는 고통을 주곤 했거든

 

그럼, 끝난 거야?

 

내가 나갔으면 좋겠어?

 

산책 좀 하다 올게

 

이리 와...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우리 정말 좋았잖아!

 

모르겠어

 

네 아버지가 날 떠나면
난 자살할지도 몰라

 

그만해

 

괜찮을 거야

 

진정해...

 

자넨 혼자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게 좋을 것 같군

 

그럴 때가 됐어

 

 

아리안은 집을 떠났고

 

잔느는 아버지와 남게 되었다

 

이 옷 이쁘죠

 

뭐 하고 있었어요?

 

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지

 

이 옷 괜찮죠?

 

괜찮네, 어울린다

 

한 번 돌아봐

 

- 맘에 들면 사줄게
- 진짜요?

 

생각 바뀌면 교환할 수도 있어요

 

고마워요

 

- 집에 갈까?
- 네

 

괜찮아 보인다

 

언제는 아니었나요?

 

헤어지기 전, 아리안은

 

잔느가 창문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는 것을 말했다

 

석 달 뒤, 그녀의 생일에

 

잔느는 아버지에게

 

같이 식당에 가자고 말했다

 

안녕 아빠?

 

안녕, 우리 딸

 

안녕 마테오

 

- 안녕하세요
- 잘 지내니?

 

네 괜찮아요

 

잠시, 금방 올게

 

네가 말해

 

아니, 네가 말해

 

아니, 네가 말하면 좋겠어

 

알겠어, 내가 말할게

 

자..

 

- 생일 축하한다, 우리 딸
- 고마워요

 

저...

 

잔느랑 저 다시 합쳤어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

 

얼마 전에 깨달았는데...

 

제가 미친 사람들 취향인가 봐요

 

들어보세요

 

길거리에 어떤 여자가 있었는데...

 

거기쯤에

 

건널목 맞은편이던가,
여튼 저를 보는데

 

저도 걔가 저를 보는 걸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길 건너 저한테 뛰어오더니

 

하나도 못 알아들을
이상한 말을 막 하는 거예요

 

그러더니 갔어요

 

저는 진짜 아무것도 안 했거든요

 

왜 저한테 그랬을까요?

 

보통 사람들하곤 다르게
넌 시선을 돌리지 않았잖아

 

글쎄요, 모르겠어요

 

그리고

 

이번 주에...

 

- 다시 마테오 집에 갈 거예요
- 짐 챙겨서 올 거야?

 

 

그래 잘했다

 

언제 돌아갈 생각이니?

 

음...

 

다음 주?

 

챙겨야 할 물건도 있지 않아?

 

뭐 괜찮아

 

아직 너희 집에 있지 않아?

 

그치, 몇 개는
아직 챙겨둔 것 같아

 

잘했어

 

자 그럼...

 

 

- 안녕히 가세요
- 그래, 잘 가라

 

- 아빠 안녕
- 잘 가라

 

나중에 들를게요

 

오고 싶을 때 오렴

 

잘 가렴

 

- 잘 가요
- 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