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제목 with Caption Creator 4

실례하옵니다, 임금님!

또 새로이 서한이!

자마니의 사자가
직접 왕을 알현하고자 청한다고...!

고야와 사불에서도
사자가 찾아왔습니다.

 

전부 왕비 대리에 관한 건입니다.

돌려보내라.

시간 낭비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아직 아무것도 시작된 게 없다.

일단 왕비 대리가 일하는 걸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이의가 있다면
어쩔 수 없지.

그때는 내가 친히 이야기를 듣지.

사자들에겐
주군에게 그리 전하라 해라.

네, 네...!

 

역시,

내 기분 탓이 아니군.

대성제 이후,

왕께선 또 한 번 조금 변하셨어.

 

제물공주와 짐승의 왕

이 목숨을 바쳐야 할 숙명이라면

거스를 생각은 어릴 적에 잃어버렸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남긴 그 시선은

마음의 저주가 되었어

증오가 분쟁을 분쟁이 슬픔을

윤회처럼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면

자그마한 이 목숨에

살아있는 의미를 당신이 깃들여줬어

 

모조품끼리,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어

바란다면 마지막까지

 

이 소원을, 이 마음을

당신에게 바칠 거라면

위로도 연민도

필요 없으니까

 

이 목숨을 이 세상을

당신이 받아들이겠다면

그 목숨 울려 퍼지기를

이 맹세를, 이 숙명을

당신이 바라는 것이라면

괴로움도, 슬픔도

끌어안아줄 테니까

 

가호와 왕비 대리

 

오늘도 잇따라 사자 분들이...

예상을 했었지만,

역시 엄청난 반발이에요.

이래선 사리피 님도
불안해하고 계실 거예요.

 

여기선 제가...!

 

사리피 님께 용기를 가져다드려야!

 

사리피 님...!

아미트 씨!

무슨 일이야, 심각해보이는 얼굴로?

 

어라?

아, 아뇨,

사리피 님, 그 의복은?

재상님이 있지,

명색이 앞으로 왕비의 일을
하게 되는데

평소의 차림으론 초라하대서.

사, 사리는 평소의 옷이라도

귀귀, 귀여운 거야!

좋아!

고마워.

 

사리피 님은 침착하시네요.

왕궁 안팎은 무척 소란스러워졌는데.

응,

아무런 불안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걱정부터 해봤자
별수 없잖아.

고민해 봤자 내가
나 이상의 무언가가 되진 못하니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있는 힘껏 하는 수밖에 없겠지.

 

이번 원정은 아이포스인가.

시가지를 습격하는 무장 조직을
진압하는 임무인 모양이야.

근위대 분들...

그곳은 선대왕 시절보다 더 전부터
간헐적으로 내란이 끊이질 않는군.

아무튼 긴장 바짝 해야지.

 

사리피 님은 왕비 대리라는 큰 소임을,

요르문간드 님은 위험한 임무에...

 

전...

 

저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있어,

 

제 조국 무르가에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행운과 가호의 수호물.

다치기 않기를,

아프지 않기를,

마음이 결실을 맺기를.

한 올 한 올마다 소원과 기도를 담아...

 

천 개의 주문을 거는 아뮬렛.

이것을 언제나 제게 용기를 주시는
사리피 님께,

 

그리고...

 

이것을 제게?

아, 네!

 

감사합니다, 아미트 공주.

공주께서 이렇게까지
저를 생각해 주셨을 줄이야.

요르문간드 님...

아미트 공주...

 

저도 참, 무슨 꿈을...!

 

다행이야, 원정에 늦지 않아서!

오늘 중으론 전해드려야지.

 

어째서입니까, 요르문간드 대장님!

 

어째서 저는
다음 원정에 못 가는 겁니까!

그만두지 못해?

대장님께선 네 마누라가 홑몸이 아닌 걸
신경 써주신 거잖아!

하, 하지만...!

우리의 임무는 왕의 명령에 따르는 것,

그리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무고한
백성들을 지키는 게 왕의 뜻이시다.

네 가족들도 그 백성 중 하나.

지금 네가 우선해야 할 임무는

불안을 안고 있는 그 백성을 지키는 것.

이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장님!

 

요르문간드 님...

대장님께선 결혼 안 하십니까?

 

뭐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릴.

저도 여쭙고 싶습니다!

 

난...

 

이 검도 몸도 마음도,

전부 왕께 바치기로 맹세한 몸이다.

 

장래에 반려를 가질 생각은 없다.

 

나한테 수호물?

아미트 씨가 만들어줬어?

이건 무르가의 아뮬렛이거든!

이 올과 올 하나하나마다
주문이 걸려있는 거야!

거야!

-기뻐라, 고마워!
-기쁜 거야!

-소중히 간직할게.
-거야!

 

아미트 씨, 그 다른 수호물은 뭐야?

 

이건 그...!

요르문간드 씨한테?

 

사...

사리피 님!

왜, 왜 그래?

 

이 아뮬렛은 올 한 개부터 천 개까지

상대를 생각하며 만드는 수호물이에요.

그런데...

그런데 저도 참...!

이걸로 요르문간드 님께서
돌아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그분의 마음을 끌고 싶다고
생각해버렸어요.

 

부끄럽고도 부끄러워서

이런 걸 도무지 건네드릴 수 없어요!

 

아미트 씨,

좋아하는 사람이 돌아봐줬으면 하는 게

부끄러운 일일까?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하지만!

사리피 님은 저 같은 것처럼

자신의 욕구를 우선하는 일은
안 하셔요!

그렇지도 않아.

난 지금까지는 그저

자기 마음이라든가,

하고 싶은 거라든가 전부 포기하고,

스스로는 아무것도 안 했던 것뿐인걸.

 

하지만 있잖아,

얼마 전의 나로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지금은 엄청난 욕심쟁이가 돼버렸어.

사, 사리피 님께서 욕심쟁이?

그래.

그야 평범한 인간 계집이
임금님 곁에 서고 싶다니,

이만한 욕심쟁이도 없지.

아미트 씨도 좀 더 욕심쟁이가 돼도
괜찮지 않을까?

 

아미트 씨가 그 수호물에 담은
천 개의 마음 중엔

거짓은 하나도 없잖아?

 

저...

저는...!

 

요르문간드 님!

 

아미트 공주,

무슨 일이십니까, 그렇게 서두르시고.

 

저, 저기...

이, 이것을...

 

무르가에 전해져내려오는
아뮬렛입니다.

제게, 말입니까?

 

안전히 임무를 끝내실 수 있도록

가호의 주문을 잔뜩 담았답니다.

부디 이 수호물을
함께 가져가주시어요.

 

아아, 용서해 주세요!

사명을 위해 살아가는 당신께

제멋대로인 저의 이 마음을
떠맡겨버리는 걸.

그럼에도 저는...

 

이거 큰일이군.

 

혹시 무사히 임무를 끝내지 못하면

당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되겠군요.

 

아, 아뇨, 저기...!

반드시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당신의 천 개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네.

그런 당신이 정말 정말
정말로 좋답니다.

 

아미트 씨, 잘 됐네.

요르 대장, 동경하게 되는 거야.

거야.

 

나도 힘내야지.

앞으로는 매일이 시련이나 마찬가지.

 

사리피.

 

임금님!

왕비 대리의 첫 일이 정해졌다.

 

행선지는 사불 국이다.

 

사불은 오즈마르고 왕도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군주제 속국이다.

사불국 왕 테트 7세와
카를라 왕비 사이엔

네 명의 왕녀와
갓 태어난 제1 왕자가 있지.

 

사리피,

넌 왕비 대리로서

왕자에게 축복을 내리는 거다.

 

축복?

걱정 마라,

특별한 예법은 필요 없다.

선대 왕비의 붕어 이후,

오랜 세월 오즈마르고는
왕비 부재 상태였다.

그 사이엔 무녀가 대역을 하던 일이다.

선대 왕비,

그 말은 임금님의 엄마란 거지?

왠지 남 얘길 하는 것 같이 들리는데...

 

아니,

지금은 아무튼
자기 소임을 확실히 다해야지.

 

부탁이옵니다, 폐하!

부디 축복의 의식을 거절해 주시어요!

억지 부리지 마라, 카를라.

축복의 의식은
오즈마르고의 전통 행사다.

속국인 우리나라는
그 관습을 따라야만 해.

그렇다고 해서
칼카라를 인간에게 안기게 하다니!

우리의 소중한 왕자 아닙니까!

 

실례하겠사옵니다, 폐하.

 

국경 경비대로부터

오즈마르고 국왕께서
입국하셨다는 소식이.

 

이 이상 네 억지를 들어줄 시간은 없다.

 

왕자에게 오즈마르고 왕을 맞이할
준비를 시켜라!

폐하!

 

칼카라...

 

폐하께선 나라의 체면을 지키기에
여념 없으시고,

아무도 내 이야기 따윈
귀 기울여주지 않는구나.

 

귀엽디 귀여운 나의 칼카라...

걱정 말거라,

절대 널 인간 따위가
만지게 두지 않을 거다.

너만은 반드시 내가 지켜줄 테니.

 

오즈마르고 왕께서 도착하셨다!

임금님!

오즈마르고 왕 만세!

만세!

 

오즈마르고 왕...

우리 왕과는 박력이 다르군.

 

잘 와주셨습니다,

오즈마르고 국 국왕 폐하.

과도한 마중은 필요 없다고
말해뒀을 텐데.

예,

이거 송구스럽습니다.

위대하신 오즈마르고 왕을 맞이하려면

이게 최소한인지라.

그래서 그쪽이...

 

저게

오즈마르고 왕이
왕비로 맞이하고 싶어 한다는

인간 계집.

 

처음 뵙겠습니다,

사불 국왕 테트 7세 폐하,

그리고 카를라 왕비 전하.

 

이번에 오즈마르고 국왕 왕비 대리로서

귀국의 왕자께

축복의 의식을 거행하러
찾아왔사옵니다.

 

사리피라 합니다.

 

이야, 이거 놀랍군!

소문으로 듣던 인간 공주님께서
이렇게 예쁘장한 분이셨을 줄이야.

안 그런가, 카를라?

네, 정말로...

예쁘장하시군요.

 

본래라면 왕자와 함께
맞이해 드려야 했습니다만,

왕자는 아침부터
다소 몸 상태가 안 좋은지라.

여보게, 카를라!

괜찮... 나요?

마음 써주셔서 황송할 따름입니다.

내일 축복의 의식 따까진
반드시 어전에 보일 수 있도록...

 

그, 그럼 오늘 밤은 성대한 만찬회를
준비해놓았사오니...

 

자아, 사불이 자랑하는 요리를
만끽해 주십시오.

사리피 비 전하 대리께선
강한 술은 못 드신다 하여,

자극이 적은
과실주를 준비하셨사옵니다.

입에 맞으시면 좋겠습니다만.

 

사리,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 거야.

 

사불의 왕비는 다정하고,

왠지 안심되는 거야!

안심.

 

먹었어!

 

맛있는 거야!

 

사리피 님,

줍는 건 급사에게 맡기시지요.

아, 미안해요.

 

어라?

어쩌지,

왠지...

 

무, 무슨 일이십니까, 오즈마르고 왕?

뭔가 입맛에 안 맞으시는 거라도...?

오늘은 다소 피곤하군.

난 먼저 가서 쉬도록 하지.

가자, 사리피.

 

나도?

 

자기 왕비를 침실에 데려가는 건
당연하잖나?

됐으니까 와라.

 

미안해, 임금님.

모처럼의 만찬회에서 실수를 저질러서.

내일의 축복의 의식은 제대로...

사리피,

넌 언제나 내게 자기 앞에선
애써 강한 척할 필요 없다고 했었지.

응.

그렇다면

너도 내 앞에서는 그러지 않으면

공평하지 않다고는 생각 안 하나?

 

임금님...?

 

그러게.

 

나 있지,

마족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건 익숙하고,

각오도 하고 있어.

 

하지만,

아까는 숨이 막힐 것 같았어.

 

왕비님의 그 느낌.

 

옛날부터 알고 있었어.

 

내가 제물이란 걸 알게 된
다음날 아침...

어머, 잘 잤니, 사리피?

일찍 일어났구나.

곧 아침밥이 다 될 거란다.

 

마리아를 깨워와주겠니?

 

네.

그 뒤로는 제물로 바쳐지는 날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냈어.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숨 막힐 것 같아서,

어둡고 깊은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는 듯한...

도무지 살아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

 

그 시절의 일이 떠올라버려서.

 

이... 임금님?

난 배려를 잘 못하는 남자다.

이런 때에 해줘야 할 말을
고를 수가 없군.

그러니 네가 언제나 내게 해주는 걸
흉내 내어봤다.

 

나,

아까까지 겁먹고 있었어.

내일 축복의 의식이 불안했었어.

 

분명 또

그 숨 막힐 듯한 느낌에
집어삼켜질 거야.

그런데도 자기 두 발로 제대로 서서

의식을 해낼 수 있을까 하고.

 

하지만...

이제 괜찮아.

당신이 있으면,

더 이상 그곳은

그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이 아니야.

 

당신 곁이라면,

언제든지 따스한 꿈을 꿀 수 있어.

 

착하지, 착하지.

걱정 말렴, 칼카라.

절대 너를 인간 따위가
건드리게 놔두지 않으마.

 

너만큼은 반드시,

내가 지켜줄 테니.

 

그럼 지금부터

사불 제1 왕자 칼카라 전하,

축복의 의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오즈마르고 왕국 비 전하 대리,

사리피 님으로부터 칼카라 전하께

축복을 내려주십사 하옵니다.

 

귀여워!

 

이 아이를 안아들고 이마에...

 

어머,

어머, 어머, 왜 그러니, 칼카라?

 

송구스럽습니다.

평소엔 얌전한 아이인데...

 

착하지, 착하지.

 

이래선 신성한 의식을
무탈하게 거행할 수 없겠군요.

송구스럽지만 부디 다음 기회에
해주실 수 없을까요?

 

무슨 소리냐, 카를라!

저기,

저도 잠시 시간을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아기가 싫어하는데
억지로 안는 것도 가엾고요.

 

하, 하오나...

 

내 왕비가 그러겠다면 어쩔 수 없지.

오늘 하루 내내 체재할 예정이었다.

먼저 다른 일을 정리해버리면 되겠군.

 

어쩜 이리 관대하신지.

감사합니다!

그럼 그리하겠습니다.

 

카를라 왕비,

단 하나뿐인 왕자를 격하게 아낀다는
소문은 들었다만...

 

아마도 고의로 왕자를.

 

어떻게 해서든 의식의 거행을
끝까지 회피할 생각이군.

이대로라면 왕비 대리의 첫 일에
먹칠을 당하게 될 거다.

어쩔 거냐, 계집?

 

아직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네요, 왕자님.

네,

정말로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저기,

괜찮으면 임금님 쪽 회담이 끝날 때까지

제가 왕자님을 달래는 걸
도와드려도 될까요?

 

마음은 기쁩니다만,

오즈마르고 비 전하 대리이신 당신께
실례되는 일이 있어선 아니 되니,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런가요.

회담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남아 곤란하시겠지요.

부디 그동안 왕궁 내를 돌아봐주시어요.

바로 누군가 안내할 자를 부르겠사오니.

저, 저기...!

기다려주십시오.

 

그렇다면 제가,

오즈마르고 비 전하 대리를
안내해 드리지요,

 

어마마마.

 

사랑을 하는 데에

정답이니 잘못이니 하는 게 있는 거라면

어쩌면 혹시

우리는 잘못된 쪽인 걸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이 마음이 계속

당신이 좋다며 종을 울리고 있어

처음 마주 닿았던 그날부터

닫혀져있던 어둠에 빛이 내리쬐였어

당신을 만나지 못했었더라면

사랑의 의미도 모른 채 있었으려나

다른 누구였다면 분명 틀렸을 거야

나와 당신의 형태를 찾아내자

 

조숙하고 말괄량이인 테트라 쨩.

끊이질 않는 난제,

마치 재상님 같아.

 

하지만 그런 점도 다 포함해서 귀여워!

축복과 미래의 언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