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ster.Death.2023

"1939년 스페인"

 

"제1장 어린 성녀"

 

"10년 후"

 

전쟁 전에 여긴 수녀원이었어요

 

우린 대피할 수밖에 없었죠

 

석회를 아무리 칠해도
이런 수치는 가릴 수 없어요

 

그 끔찍한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이미 들었겠죠?

 

그때 전 어렸어요

 

알아요

 

전쟁이 끝난 직후
교구는 건물을 복원해서

 

소외 계층의 여자애들을 위한
학교로 바꾸었어요

 

다들 고마운 마음에

 

잡일을 도와주면서 감사를 전하죠

 

저와 사그라리오 원장 수녀님만

 

예전부터 있던 신도예요

 

다른 이들은 안 돌아오려고 했죠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은요?

 

수녀님처럼 타지에서 왔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
한집에 사는 가족입니다

 

차별이 없는 곳이죠

 

이 벽 안에선
우리 모두 동등합니다

 

수녀님이 오셨다고
원장 수녀님께 전할 테니

 

여기서 기다리세요

 

"지상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다"

 

"주님의 마음에 들어야
만족하는 자들을 위한 곳이다"

 

나르시사 수녀님

 

원장 수녀님께서 기다리십니다

 

나르시사 수녀님

 

이렇게 함께하게 돼
정말 기쁘네요

 

아닙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훌리아 수녀님, 사진 좀 주세요

 

그 암울한 시기에

 

수녀님을 통해

 

역경을 이겨낼
힘과 희망을 얻었어요

 

외딴 산골 마을에 사는
수녀님에 관한 얘기를 듣고

 

얼마나 좋았는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동정녀 마리아 출연"

 

페로블라스코죠

 

'페로블라스코의 어린 성녀'

 

맞아요, 다들 그렇게 불렀죠

 

그 얘기를 묻는 사람이
정말 많았겠어요

 

어릴 때 일이에요

 

기억도 잘 안 나요

 

기억난다 한들
기적을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말로는 표현이 안 되지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주교님께 편지를 썼던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우리의 노력에
힘을 보탤 분을 요청했죠

 

수녀님이 오셔서

 

정말 기뻐요

 

저도 기뻐요

 

게다가 수녀님이
종신 서약을 할 때

 

우리와 함께할 테니 더 좋죠

 

네?

 

주교님은 수녀님이
준비됐다고 하세요

 

주님과의 서약을

 

이곳에서 하게 되면
큰 영광일 거예요

 

물론 아시겠지만

 

이네스 수녀님 대신
스페인어와 문학, 자연 과학을

 

가르치실 겁니다

 

그 불쌍한 수녀님은
노부모를 돌보러 갔어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나르시사 수녀님께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훌리아 수녀님을 따라가세요

 

잘 가르쳐주실 겁니다

 

'내가 겪은 고통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내 모든 생각과 행동이'

 

'날 불안에 떨게 했다'

 

'마리에게 얘기하고 나서야
겨우 괜찮아졌지만'

 

'이 또한 아주 힘들었다'

 

'가장 부적절한 생각마저'

 

'모두 털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그 부담감을 내려놓자'

 

'평화로워졌지만'

 

'그 평화는 곧 사라지고
다시 고뇌가 시작되었다'

 

"이네스 가르시아 수녀님"

 

"발렌시아 코탈바
산 헤로니모 수녀원"

 

"소코로 수녀"

 

지극히 정결하신 마리아님

 

원죄없으신 동정녀 마리아님

 

신부님,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계속하세요

 

최근에 교사로 이곳에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준비됐는지 확신이 없습니다

 

처음엔 무서운 게 정상입니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게 다가 아니에요, 신부님

 

다른 게

 

또 있습니다

 

저는…

 

의구심이 듭니다

 

의구심이 너무 많습니다

 

수녀님이요? 어린 성녀인데요?

 

놀랄 것 없습니다

 

수녀님들이 요 며칠
그 얘기만 했거든요

 

그렇군요

 

성모님께서
수녀가 되라고 하셨나요?

 

아뇨, 제가 선택했어요

 

그게 제 의무라고 생각했어요

 

각지에서 사람들이
저를 보러 마을에 와서는

 

제가 답할 수 없는 것들을
물어봤어요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었군요

 

제가 도망쳐서 다시 평화롭게 살면

 

성모님이 돌아오실 것 같았어요

 

수녀님의 재능은
하늘에서 내려주신 겁니다

 

이 수녀원에 온 이유가 있을 테니

 

그게 무엇인지 찾으세요

 

그러려면
기도와 희생이 필요합니다

 

신체에 고문을 가합니까?

 

고행으로 채찍을 쓰나요?

 

매일 씁니다

 

그리고

 

금식도 자주 합니다

 

그런데도 의구심이 든다고요?

 

혹시라도

 

제가 보고 싶은 대로
본 거면 어쩌죠?

 

제가 본 것이…

 

성모님이 아니라면요?

 

저에게 신호든 뭐든
보내주시면 좋겠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이해합니다, 수녀님

 

길을 잃으셨군요

 

기도합시다

 

티 없이 깨끗하신 분이시여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그런 고귀한 미를

 

주님께서 기뻐하시니

 

천상의 여인이신

 

동정녀 성모 마리아님께

 

저희의 몸과 마음, 영혼을

 

봉헌하나이다

 

어지신 어머니

 

저희를 저버리지 마옵소서

 

다들 앉아요

 

내 소개부터 할게요

 

내 이름은…

 

얘들아, 조용히 좀 하자!

 

그만해!

 

무슨 일인지 설명해 줄 사람?

 

벌주긴 싶진 않지만
해야 한다면 할 거야

 

다시는 그러지 마

 

뭐지?

 

나갔다 오게 해 주세요

 

- 이름이 뭐지?
- 로사예요

 

말씀하세요

 

수업을 막 시작했잖니

 

왜 그러니?

 

죄송해요, 수녀님

 

어머, 오줌 쌌다

 

저런, 어떡해

 

그래, 어서 가 봐

 

수녀님

 

저도 같이 가도 돼요?

 

로사는 길을 모르니?

 

우린 자매거든요

 

그래, 그러렴

 

누군지 알아요?

 

아뇨

 

나예요, 수녀님

 

그리스도의 수녀가 된 날입니다

 

수녀님이라고요?

 

왜요?

 

나라고 수녀님처럼
젊고 예뻤던 시절이 없었을까요?

 

봉사하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카바레 가수가 됐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 주님은
다른 계획이 있으셨죠

 

보세요

 

정말 아름답죠?

 

저런 원단은 구하기 힘들어요

 

보세요, 이네스 수녀님이네요

 

정말 말랐어요

 

이거 혹시…

 

그러네요, 맞아요

 

잠시만요, 잠깐만 기다려요

 

어디 뒀더라?

 

"페트라 수녀
마리아 수녀"

 

여기 어디 있을 텐데

 

정신을 어디다 둔 건지

 

"바실리아 수녀
클로틸데 수녀"

 

"마누엘라 수녀"

 

"테레사 수녀"

 

"아구스티나 수녀"

 

"소코로 수녀"

 

소코로 수녀님

 

누구세요?

 

엄마, 어디 있어요?

 

이게 지하실에 있었다고요?

 

네, 수녀님

 

거긴 왜 갔죠?

 

소리가 났어요

 

학생이 거기
숨어 있다고 생각했나 봐요

 

'생각했나 봐요'라니요?

 

사실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성모님께서 인도하셨습니다

 

틀림없어요

 

성 마르타의 손이에요

 

전쟁 이후로 사라졌었죠

 

이곳은 예전과 달라요

 

그런데 갑자기 수녀님이 오시다니…

 

이게 기적이 아니고 뭘까요?

 

주교님이 아실 때까지만 기다려요

 

수녀님들, 기도합시다

 

감사 기도를 올리죠

 

모후이시며 사랑이 넘친 어머니

 

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시여

 

당신을 우러러

 

하와의 그 손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부르짖나이다

 

슬픔의 골짜기에서
우리들의 보호자 성모님

 

불쌍한 저희를

 

인자로운 눈으로 굽어보소서

 

귀양살이 끝날 때에

 

예수님 뵙게 하소서

 

"제2장"

 

"그녀가 이름을 쓴 자
저주받으리다"

 

이걸 어쩌지!

 

수녀님, 아직 일하세요?

 

자정이 다 됐어요

 

애들 때문에 못살아요

 

전부 틀렸어요

 

주문을 전부 다 틀렸어요

 

오늘 아침에 보내야 하는데요

 

쟁반이 꽉 찼는데요?

 

근데 다 뒤죽박죽이에요
모르겠어요?

 

이걸 먹어 보세요

 

장미수인가요?

 

이건요?

 

이거 술맛인가요?

 

마법의 손길이죠

 

밤새워 고쳐야겠어요

 

원하시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고마워요, 이네스 수녀님

 

이거면 돼요
스페셜 맛과 꿀이 섞여 있죠

 

엉망진창이군요

 

남자애들 생각에 정신이 팔려서
결국 실수한 거예요

 

스페셜 맛을 어떻게 구분하죠?

 

먹어 보면 돼요

 

먹어 보세요

 

안 돼요!

 

무슨 짓이에요?
한입에 다 먹어야죠

 

삼켜요

 

자, 하나 더 먹어요

 

- 한 쌍을 먹어야 해요
- 전 됐어요

 

한 쌍을 먹어야 한다니까!

 

왜요?

 

스페셜 맛이 마음에 안 들어요?

 

안녕하세요, 수녀님

 

안녕하세요, 수녀님

 

안녕, 얘들아

 

머리카락이 참 예쁘네요
안타까워요

 

뭐가 안타까워?

 

진짜 수녀님이 되면
다른 수녀님들처럼 잘라야 하죠

 

보지 마, 아나 마리

 

- 안녕하세요, 수녀님
- 안녕

 

- 안녕하세요, 수녀님
- 안녕하세요, 수녀님

 

다른 애들은 어딨니?

 

오늘 수요일이에요

 

- 그래서?
- 빨래하는 날이에요

 

이 지역 호텔과 여인숙의 이불을

 

우리 학교에서 세탁해요

 

학교에 기부하는
가정의 빨래도 하죠

 

부모님은 이렇게 하면
나중에 좋은 직장 구한대요

 

혹은 좋은 남편요

 

괜찮아요, 수녀님

 

우릴 도와주면 안 돼요

 

나도 손이 두 개인걸?

 

훌리아 수녀님이 보시면

 

- 화내세요
- 화내세요

 

알았어, 너희가
야단맞으면 안 되니까

 

- 로사
- 네, 수녀님?

 

어제 수업에선 어떻게 된 거야?

 

긴장했나 봐요

 

왜 긴장했어?

 

- 칠판 때문에요
- 칠판 때문에요

 

칠판?

 

- 수녀님이 성함을 썼을 때…
- 조용!

 

뭐?

 

아니에요

 

- 가야겠어요
- 갈게요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은총의 어머니

 

자비의 어머니 마리아님

 

사나 죽으나 저희를 보호하소서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이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이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수녀님

 

원장 수녀님을 도와서
지금 마무리해야 해요

 

아이들의 마지막 기도를
맡아 주실래요?

 

이제와…

 

- 물론이죠, 수녀님
- 고마워요

 

저희 죽을 때에…

 

무슨 일이니?

 

지금 제정신이야?

 

원장 수녀님이 아시기라도 하면…

 

- 제발 이르지 마세요
- 잘못한 거 없어요

 

배우고 싶었을 뿐이에요

 

이걸 모르면 밖에 나가서
춤출 때 어떡해요?

 

우리가 제일 못 출 거예요

 

지금 몇 시인지 알아?

 

저녁 기도가 끝났으니
대침묵의 시간이야

 

하지만 우린 수녀가 아니잖아요

 

선생님도 아직은 아니죠

 

제발요

 

몇 걸음만요

 

아니, 난 안 돼

 

수련받기 전엔
춤추러 갔을 거잖아요

 

어서요, 어서 해요

 

비밀 지킬게요

 

그래, 알았어

 

자, 둘씩 짝지어

 

좋아, 오른쪽으로 두 발
왼쪽으로 두 발

 

어서

 

얘들아, 이제 그만해

 

- 잘 시간이야
- 안 돼요!

 

어서 자야지, 얘들아

 

- 자러 가
- 싫어요

 

어서 가렴

 

하늘에 계신 아버지

 

저에게 생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숨 쉴 공기를 주시고

 

평화를 주시며

 

늘 제 옆에서 안내해 주시고

 

보호해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우리를 구원해 주소서

 

아멘

 

이제 좀 쉬어, 잘 자

 

안녕히 주무세요, 나르시사 수녀님

 

- 잘 자, 로사
- 잘 자, 엘비라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로사

 

로사

 

로사

 

- 왜?
- 못 참겠어

 

오줌 마려워

 

다시 자

 

나랑 화장실 가자

 

싫거든

 

춥잖아

 

제발, 혼자 가기 싫어

 

알았어, 같이 가 줄…

 

왜 그래?

 

들어 봐

 

뭐?

 

방금 들었어?

 

발자국

 

점점 가까워져

 

그 여자애야

 

걔가 오고 있어

 

널 잡으러 오고 있어

 

이 바보

 

알았어, 같이 갈게

 

됐어, 가기 싫어졌어

 

제 의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주님의 얼굴을 보여주소서

 

영적으로 성장하고

 

주님의 뜻에 따라
유혹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소서

 

수도꼭지를 틀어

 

어서

 

그래야 나온단 말이야

 

한참 있었잖아

 

고마워

 

훨씬 낫다

 

아나 마리, 놀랐잖아

 

어서 가자

 

뭐 하는 거니?

 

어떻게 된 거야?

 

- 내 머리!
- 너 무슨 짓을 한 거니?

 

- 그 여자애예요
- 내 머리

 

그 여자애였어요
그 여자애가 잘랐어요

 

무슨 여자애?

 

그만!

 

침대로 가! 어서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어
창피한 줄 알아

 

로사, 저 가위 어디서 났어?

 

난 아무 짓도 안 했어요

 

거짓말하지 마

 

그 여자애였어요

 

거짓말 아니에요, 수녀님

 

화장실에서 봤어요
물에 빠져 살려 달라고 했어요

 

수녀님, 방으로 돌아가세요
제가 알아서 하죠

 

- 하지만…
- 이제 시작입니다

 

이 멍청한 녀석들 때문에
우리 모두 잠을 설칠 필요 없죠

 

네, 수녀님

 

침대로 가! 어서

 

다들 침대로 가!

 

침대로 가! 어서

 

"소코로 수녀"

 

"편히 잠드소서
소코로 알벨다 수녀"

 

"1917년 출생
1936년 사망"

 

티 없이 깨끗하신 분이시여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그런 고귀한 미를
주님께서 기뻐하시니

 

천상의 여인이신

 

동정녀 성모 마리아님께

 

저희의 몸과 마음, 영혼을

 

봉헌하나이다

 

어지신 어머니

 

저희를 저버리지 마옵소서

 

로사?

 

수녀님

 

이걸 주려고 왔어

 

훌리아 수녀님이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금식하라고 하셨어요

 

사실대로 말해
가위는 어디서 났어?

 

몰라요

 

화장실에 있었어요

 

진짜예요

 

여자애 얘기는 뭐니?

 

여자애를 봤다면서

 

물에 빠진 여자애가 있었다며

 

할 말 없어?

 

말한다고 뭐가 달라져요?

 

나한텐 중요해

 

진실을 알고 싶어

 

이네스 수녀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러다 그분도
우리 말을 안 믿었죠

 

뭐라고 했는데?

 

여기 귀신이 있다고요

 

어린 여자애예요

 

걔랑 놀면 안 돼요

 

걔 그림에 손을 대서도 안 돼요

 

이네스 수녀님이 행맨 그림에
마지막 다리를 그렸어요

 

괜찮다는 걸 보여주려고요

 

그런데 그 여자애가
수녀님의 이름을 썼어요

 

그 후 수녀님은 떠나셨죠

 

겁에 질려 있었어요

 

이름을 쓰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걔가 이름을 쓴 사람은…

 

저주받을 거예요

 

그러지 말고 기운 내요

 

이네스 수녀님의 드레스를
가장 기쁜 날 입어서

 

정말 좋아할 거예요

 

좋아할까요?

 

볼 수 있다면 그렇겠죠
근데 여기 없잖아요

 

- 원장 수녀님
- 네?

 

이네스 수녀님은 무서워서
이곳을 떠났나요?

 

아이고

 

누군가가 그 얘기를
해 준 모양이군요

 

- 여자애들이…
- 시간이 남아돌죠

 

상상력도 풍부하고

 

이네스 수녀님이 내 말을 듣고

 

좀 더 엄격하게 했다면
지금보다 다들 더 좋을 텐데

 

그 사람처럼 되지 마세요

 

같은 실수 하지 마세요

 

조금만 수선하면 되겠네요
아주 간단해요

 

이런 건 마르셀라 수녀가
재주가 좋아요

 

잠깐 기다려요
바로 데려와서 치수 잽시다

 

'일식이나 월식에 대한'

 

'다양한 기술만큼
흥미로운 천체 현상은 없다'

 

'이 현상이 생기는 시점은
역법으로 알 수 있고'

 

'주목할 만한 세세한 부분이
망원경 없이도 관찰된다'

 

'월식에서'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는
첫 순간은 흥미로운 광경이다'

 

'달의 밝은 표면을
점점 가리는 모습이다'

 

그래, 비니에트?

 

- 밤이 되는 거예요?
- 아니, 완전히는 아니야

 

지구의 일부는 그렇겠지만
여긴 빛이 있을 거야

 

어쨌든 아주 특별한 날이겠지

 

전 보기 싫어요

 

무서워요

 

훌리아 수녀님은 그걸 보면
눈이 멀 거라고 했어요

 

훌리아 수녀님 말씀이 옳아

 

조심해야 해

 

하지만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

 

엘비리타, 계속 읽으렴

 

'아주 흥미롭고 장엄한 장관이
펼쳐지기도 한다'

 

'별이 지구 뒤로 가려지면서'

 

'태양 광선이 한 줄기도
표면에 닿지 않아'

 

'달은 여전히 보이되'

 

'표면에 생긴 표시가'

 

'눈에 확연히 보일 만큼
밝은 구리색을 띤다'

 

'그 빛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지구의 가장자리를 스치는
태양 광선 때문이다'

 

'이러는 과정에서
대기 굴절 때문에'

 

'그림자가 생긴 안쪽으로 굽는다'

 

'그 광선은
지구의 두꺼운 대기를 통과했고'

 

'수천 킬로미터를 가로지르는
긴 여정 속에서…'

 

수녀님

 

"로사"

 

조용!

 

로사

 

로사

 

로사, 나야
아무도 없어, 약속해

 

숨어서 외면하는 건
아무 소용 없어

 

네 말을 믿어, 로사

 

널 믿어

 

뭔가 있는 것 같아

 

네가 여자애를 본 것 같아

 

나도 볼 수 있게 도와줘

 

내가 봐야겠어

 

이네스 수녀님이
마지막으로 이렇게 그리셨지?

 

 

안 돼요!

 

하지 마세요

 

로사, 진정해

 

궁금해서 그래

 

너한테 아무 일 없을 거야

 

내 말 믿어

 

그 여자애를 봐야 해

 

같이 하자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악마 무리에 맞설 수 있도록

 

하느님의 무기로 완전히 무장해

 

주님의 이름으로
이길 수 있게 하소서

 

아무 일도 없어

 

너도 어서 봐, 로사
아무 일도 없어

 

로사, 모르겠구나
아무래도 도움을…

 

저기 있어요

 

저기 있다고요

 

왜 수녀님 눈엔 안 보여요?

 

로사, 아무도 없어

 

- 여자애는 없어
- 움직이지 마세요

 

수녀님 바로 뒤에 있어요

 

근데 여자애가 아니에요

 

지금 말하고 있어요

 

뭐라고 하는데?

 

난 안 들려
뭐라고 하는지 말해 봐

 

로사!

 

로사?

 

로사

 

로사!

 

로사

 

로사

 

로사!

 

로사

 

로사 봤니?

 

- 로사 본 사람?
- 왜 그러세요?

 

- 로사 못 봤어?
- 아뇨

 

나랑 같이 찾자

 

주방에 가 봐

 

로사!

 

대체 무슨 일이죠?

 

로사가 사라졌어요

 

제자가 사라졌다고요?

 

- 네?
- 이해를 못 하는군요

 

애들의 거짓말을 믿어 주면
상황이 더 안 좋아져요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아요

 

그 여자애도 그림도
뭔가 있는 것 같아요

 

아, 이제 알겠네

 

어린 성녀가
왜 여기 왔는지 알겠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왔네

 

다시 신문에 실리려고!

 

근데 있지?

 

난 안 믿어

 

기도하고 영성체하는 거 봤어

 

말은 반복하며 성호는 긋지만

 

그냥 흉내만 내는 거잖아

 

당신 같은 사람이
수녀가 되겠다니 죄짓는 거야

 

여기서 떠나!

 

여기 있으면 안 될 사람이야

 

예전엔 우리 모두 속였을지 몰라도

 

직접 만나 보니
전부 가짜였다는 걸 알겠어

 

혹은 진짜인 부분은

 

악마를 봤다는 거겠지

 

로사?

 

이네스 수녀님처럼
그 애가 데려갔어요

 

그런 말 하지 마, 엘비리타

 

그런 말 하지 마
겁에 질려 숨어 있을 거야

 

계속 찾아야 해

 

너는…

 

그런 고귀한 미를
주님께서 기뻐하시니

 

티 없이 깨끗하신 분이시여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그런 고귀한 미를
주님께서 기뻐하시니

 

로사?

 

티 없이 깨끗하신 분이시여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그런 고귀한 미를
주님께서 기뻐하시니

 

티 없이 깨끗하신 분이시여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 그런 고귀한…
- 로사

 

티 없이 깨끗하신 분이시여…

 

로사!

 

로사

 

안 돼

 

수녀님!

 

문 열어!

 

제가 도움을 청할게요

 

- 안 돼!
-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신부님?

 

신부님이세요?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이게 악몽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뇨

 

이건 진짜예요

 

로사를 찾고 싶을 뿐이에요

 

넌 그 불쌍한 여자애를 이용했다

 

알고 싶었고

 

보고 싶었지

 

이 어둠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보는 데 눈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당신은 아니죠

 

누구세요?

 

거기 누구예요!

 

내가 누군지 알잖아

 

- 이 몸에서 나가, 네 몸이 아니야
- 악마를 봤다는 거겠지

 

당신 같은 사람이
수녀가 되겠다니 죄짓는 거야

 

잘못한 건 바로잡아야 해

 

여기 있으면 안 될 사람이야

 

티 없이 깨끗하신 분이시여
영원히 축복받으소서

 

그런 고귀한 미를
주님이 기뻐하시니

 

"제3장
소코로 수녀"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를 돋우어 주시고

 

바른길로 나를 끌어 주시니

 

당신의 이름 때문이어라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당신을 믿었던 애가 죽었어

 

당신은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라고 했잖아

 

당신이 말만 들었어도
이런 비극은 피했을 텐데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나르시사 수녀님!

 

미쳤나 봐!

 

수녀님

 

수녀님

 

수녀님, 진정해요

 

- 빛이 보여요?
- 네, 보여요

 

눈에 비춰도 불편하지 않아요?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이건 통회나 참회가 아닙니다

 

자존심 때문에 그런 거죠

 

전쟁 때 어떻게 됐는지 다 봤어요

 

해방되기 전에요

 

- 네?
- 수녀님이 날 만졌을 때요

 

갑자기 그곳으로 갔어요
훼손된 동상, 성유물…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내가 다 봤어요

 

한 수녀님께
무슨 짓을 했는지 봤어요

 

- 누워 있었고…
- 조용!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때 일을 알 리 없잖아

 

만지지 마!

 

악마의 속임수로
내 마음을 흔들지 마

 

우린 신경 쓰지 말고
본인 걱정이나 해

 

모후이시며 사랑이 넘친 어머니

 

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시여
당신을 우러러

 

하와의 그 손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부르짖나이다

 

사그라리오 수녀님

 

거기 계신 거 알아요

 

왜 대답을 안 하세요?

 

뭐가 두려우세요?

 

수녀님, 옷장에
담배 상자가 있어요

 

꺼내 보세요

 

열어 보세요

 

안에 사진이 있을 거예요

 

소코로 수녀님

 

주세요

 

부탁이에요

 

그분이에요

 

소코로 수녀님

 

그분이 여기 계셨네요
여기 갇혀 계셨죠

 

그만하세요

 

안 돼

 

- 아무 말도 안 했어요
- 제발 그만

 

제발

 

그리고 그 여자애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수녀님들만 알았어요

 

제발 그만

 

이 여자애는 이곳을
나가선 안 됩니다

 

원장 수녀님

 

- 왜요?
- 다 알아요

 

사그라리오 수녀님?

 

수녀님이세요?

 

소코로 수녀님

 

수녀님이시군요

 

엄마!

 

엄마!

 

그 애는 내 거야

 

그 애는 내 거야!

 

- 엄마!
- 무슨 소란이죠?

 

- 원장 수녀님
- 가둘 수밖에 없었어요

 

여자애를 계속
병원에 데려간다잖아요

 

그 애는 내 거야!

 

열을 내려야 해요
죽을 수도 있어요

 

어서요, 수녀님

 

엄마!

 

- 그만해
- 엄마!

 

발버둥 그만 쳐

 

다 널 위해 이러는 거야

 

엄마!

 

문!

 

무슨 일이에요, 수녀님?

 

미안해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꺼내 줘요!

 

문 열어요

 

엄마!

 

누가 문 좀 열어줘!

 

소코로?

 

누구세요?

 

누구죠?

 

그 애는 어디 있어요?

 

어디 있어요? 그 애를 데려갔어요

 

병원에 가야 해요

 

문 열어요

 

제발 문 열어요
내가 데려가야 해요

 

제발요

 

수녀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문 열어요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 왜 그래요, 수녀님?
- 아무것도 아니야

 

침대로 돌아가 얌전히 있어, 어서!

 

수녀님

 

소코로가 여기 있어요

 

네?

 

내가 문을 열어 줬어요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훌리아"

 

나르시사 수녀님

 

따라오세요

 

여러분, 다들 조용! 주목하세요!

 

"1991년 3월 20일"

 

아주 특별한 분을 환영해 주세요

 

정말 소중한 분이에요

 

내가 여러분 나이였을 때

 

수녀 수련을 받았는데

 

내 소명을 깨닫게 도와주셨어요

 

내 소명은 수녀가 아니라

 

가르침을 통해 남을 돕는
일이라는 걸 말이죠

 

이제 우리 학교에 오시다니
우린 정말 운이 좋아요

 

아는 게 많으신데
그걸 다 가르쳐주실 거예요

 

나르시사 수녀님을 소개할게요

 

새 문학 선생님이에요

 

'죽음의 수녀'가 딱 어울린다

 

큰 축복이에요, 이분이 오셨으니

 

패션 잡지는 잠시 잊고

 

고전 문학을 읽으면 좋겠어요

 

최고의 유럽 문학이
이곳에 있어서 운이 좋죠

 

"죽음의 수녀"

 

자막: 이미연